피플

[인터뷰] 한혜린 “융통성 있게, 넘치도록 순수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2018-08-22 15:15:28

[오은선 기자]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 느껴지는 동시에 순수한 소녀의 모습도 보인다. 하나의 이미지보다는 다양한 이미지가 겹쳐 보이며 정의 내릴 수 없는 배우, 바로 한혜린이다.

아무래도 맡은 배역으로 인해 악역 혹은 철없는 여성의 이미지가 강해 세고 톡톡 튀는 성격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실제로 만나본 한혜린은 그 모든 이미지가 편견이라고 일깨워줬다. 또 “단편적인 내 모습으로 인해 ‘나’라는 사람 자체가 정의 내려지는 것이 힘들었다”며 “진짜 내 모습에 대해 정체성 혼란을 느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됐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가 겪었던 배우로서의 고통스러웠던 성장통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가식적인 모습이 아닌 융통성 있게 사회화된, 동시에 순수함과 행복함이 느껴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던 한혜린,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화보 촬영 소감

“결과물이 정말 예쁘게 나올 것 같다. 평소 스타일은 첫 번째 아니면 마지막 콘셉트에 가깝다. 평소 캐주얼 한 의상을 즐겨 입는다. 그런데 작품에서는 거의 여성스럽고 성숙한 의상만 입는 것 같다(웃음)”

Q 연차가 꽤 됐는데, 데뷔 과정 및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정말 스토리가 길다(웃음). 나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연예계 자체에 관심이 적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배역도 없었다. 그냥 ‘인포녀’였다. 그렇게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기랑 연기자라는 사회적 위치, 롤, 역할이 나랑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연기 자체는 정말 좋았지만, 이미지 관리라거나 꾸며진 나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어느 정도 연출되고 꾸며진 모습이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진짜 모습이 진정성 있다고 생각하는 등 여러 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기 조금 힘들었다”

“예를 들어 단편적인 내 모습으로 인해 ‘나’라는 사람 자체가 정의 내려지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을 단편적으로 보고 받아들이더라. 그 뒤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오해한 부분의 경우에는 ‘언젠가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 하는 여유를 가지게 됐다”

“또 아직 힘든 부분도 많지만 연기하는 자체가 즐겁다. 그리고 이렇게 느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그전에는 모든 작업이 약간 고됐다. 안 쓰던 감정도 써보고, 감정선도 차이가 크다 보니 캐릭터에 잠식되어가는 느낌이 들더라. 진짜 내 모습이 어떤 것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흥미롭게 느끼게 됐다”

Q 아무래도 악역을 많이 맡았다

“정말 작품 속의 이미지로 나를 판단하는 분이 많았다. 극 중에서는 연기로 몰입해서 보이다 보니, 악역이나 철없는, 약간 통통 튀는 모습이 한혜린이라고 생각하더라. 차분한 내 모습을 보면 색다르게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처음에는 앞서 말했듯이 그렇게 나에 대해 정의 내려지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제 보면 그게 연기자로서 흥미로운 부분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한 가지 얼굴로만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반대로 또 조금만 다른 연기를 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Q 그렇다면 차기작으로는 차분한 역을 맡고 싶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차분하다기보다는 잔잔하고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다. 시한부 여주인공도 좋다. 조금 오글거리지만(웃음)”

Q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다면

“일단 대본을 많이 읽는다. 어쨌든 연기는 아웃풋이지 않나. 그러니 인풋을 많이 하려고 한다. 여러 가지를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느낀다. 그럼 무의식적으로 틀 안에서 무언가 만들어지더라. 그리고 동시에 비우려고도 노력한다(웃음). 수련이라고 말하면 될까”

Q MBC ‘불어라 미풍아’에서 하반신 마비 연기가 화제였다. 이를 위해 노력한 것이 있다면

“갑자기 하반신 마비 장면이 나왔다. 잘못하면 정말 웃기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됐다. 대본 리딩 때도 배우들이 당황하더라. 갑자기 생긴 장면이라 무언가를 참고할 시간도 없었다. 마비된 느낌에 무게를 싣고 절망과 신파를 넣었다. 가벼워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던 것 같다. 최대한 진지하게”

Q 댓글 등 반응을 잘 살펴보는 편인가

“잘 보지 않는다. 흥미롭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더라. 귀담아들으려고는 하는데 아주 막 매여있고 싶지는 않다. 특히 작품 중에는 반응에 맞춰서 나를 고치게 될까 봐 일부러 보지 않는다. 만일 악역인데 착하게 보이고 싶어질 수도 있고(웃음). 캐릭터에 사심을 넣고 싶지는 않다”

Q KBS ‘미워도 사랑해’는 일일 극이었다. 다른 작품에 비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체력적으로 힘들다. 어느 정도 반복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습관적으로 하게 돼서 나 스스로가 힘들다. 새롭게 가슴이 뛰면서 신나는 부분보다는 반복적인 부분이 많다. 그리고 아무래도 일정이 더욱 타이트하다”

Q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일 것 같다

“처음엔 그랬다. 더 웃고, 더 크게 말하고. 그런데 짧은 단발성에서는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보니 따듯한 침묵인 경우도 있더라. 그런 침묵도 존중해야 하는 것 같다. 조금 더 어릴 땐 밝게 즐겁게, 파이팅 넘치게 했었는데 그 모습이 다른 배우들이나 감독님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게 됐다. 이제는 촬영 현장마다 그 특유의 톤을 맞추려고 한다”


Q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사람 혹은 롤모델을 꼽자면

“예전부터 박해일, 신하균 선배님을 항상 얘기했다. 광기 있는 연기는 물론 연기 폭도 넓으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김민희, 공효진 선배님의 개성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원 선배님은 내가 개인적으로 아주 힘들 때 함께 작품을 했었는데 정말 좋았다. 예쁜 사람보다는 멋있고 존경할 수 있는 선배님들이 참 좋다. 삶도, 연기도 보면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면 롤모델이다”

Q 이상형

“이상형은 마음이 예쁜 사람. 자상하고 편안한 사람(웃음). 나는 굉장히 진중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약간 트렌디하지 못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런 내 부분이 부담스럽게 느껴질까봐 가벼운 척을 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옳았다고 느낀다.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만나려고 해봐도 잘 안되더라. 그래서 더욱 운명적인 사랑을 믿게 되는 것 같다”

“친구처럼 우정을 나누고 사랑도 나누는 사람을 만나서 서로 즐기는 결혼식을 하고 싶다. 형식뿐인 결혼이 아닌 우리끼리의 약속을 하는 거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돼도 손잡고 산책하는 그런 잔잔한 사랑을 하고 싶다”

Q 현재 가장 많이 의지하는 사람은

“가족. 그런데 난 나에게 가장 의지한다. 나에게 의지할 수 있게끔 조금 더 양심적으로, 더욱 부지런하게 계속해서 발전하고, 더욱 성숙해지려고 노력한다”

Q 과거 완벽한 수영복 몸매를 뽐낸 적이 있다. 따로 몸매 관리법이 있다면

“원래 몸매 관리를 따로 하지 않았다. 마른 체질이기도 하고, 식이조절 정도만 했다. 최근에 수상스키에 도전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햇볕에 타도 좋고 물에 빠져서 물 먹어도 좋다. 지금 보면 몸에 근육이 생긴 것은 물론, 잔 근육이 갈라지고 있다. 진짜 ‘근육맨’이다. 수상스키 신동 소리도 듣고 있다. 원스키 스타트가 정말 어려워서 성공하면 도와준 빠지 사람들에게 장어를 사는 풍습이 있는데, 나는 바로 성공해서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웃음). 가서 먹고 놀고 힐링한다”

Q 20대의 한혜린과, 30대의 한혜린을 이야기하자면

“20대엔 요령도 없이 열정만 앞서 넘어지기도 많이 넘어졌다. ‘열심히 잘해야지!’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30대가 되고 나니 억지로 가지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잘’보다는 ‘즐겁게’ 라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나’보다는 결과물이 더 중요했다. 무조건 잘해야 하니까 나를 많이 혹사했다. 30대가 되니 나를 조금 더 인정하고 아끼게 됐다. 여유도 있고 조금 더 행복하다. 연기 자체도 더 즐거워졌다”

Q 2018 계획

“여러 가지가 많다. 이야기 중이다. 아직은 비밀이다(웃음). 최근에 ‘융통성 있게, 넘치게 순수하게, 행복하게 살자’라는 생각을 했다. 연기 공부를 하면서부터 꽂혔던 부분이 ‘진정성’이다. 가식적인 모습 말고 융통성 있게 사회화돼서 그 안에 나의 순수함을 녹여내고 넘치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 자체가 ‘행복한 에너지’이고 싶다”

에디터: 오은선
포토: 문지혜
의상: FRJ Jeans, 이제이노리, 에이메르디움
주얼리: 트라비체, 도나앤디
슈즈: 모노톡시, 르꼬끄
헤어: 누에베 데 훌리오 배승진 실장
메이크업: 누에베 데 훌리오 홍신애 부원장
장소: 살롱드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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