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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일이 더 뜨거운 배우 김준한

2018-12-21 15:22:20

[오형준 기자] 영화 ‘박열’, ‘허스토리’, ‘변산’에 이어 MBC 드라마 ‘시간’과’ OCN ’신의 퀴즈:리부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김준한을 만났다. 아직 출연작이 많지는 않지만 그가 출연했던 작품을 하나라도 본 사람이라면 분명 쉽게 그가 누군지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역시 그의 연기를 인상적으로 본 관객으로서 인터뷰 내내 인간적인 면모와 연기에 임하는 자세,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어 너무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자신이 아직 더 성장하고 싶고 더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이미 실력으로는 완성형으로 보이는 김준한은 아직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어 보였다.

조근조근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그에게서 진정성과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잔잔하고 평온한 겉모습 뒤 끓는 열정으로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배우 김준한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Q. 데뷔 이후 첫 화보라고 들었다

“처음이라 많이 걱정하고 왔는데 잘 리드해주신 덕분에 재미있게 찍을 수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Q. 요즘 바쁘게 지낼 것 같은데

“OCN ‘신의 퀴즈:리부트’를 촬영 중이다. ‘나랏말싸미’라는 영화의 촬영도 병행 중이고 얼마 전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촬영을 마쳤다”

Q. ‘신의 퀴즈:리부트’ 촬영장 분위기는 어떤가

“이미 팀워크가 단단한 팀이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미 좋은 분위기가 잡혀있었고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Q. 이른바 ‘떴다’ 하는 배우의 루트를 타고 있다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박열’이라는 영화를 찍고 또 개봉하면서 나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생긴 것 같다. 그 후로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행복에 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Q. ‘박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다테마스의 일본어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전에 밴드 활동을 하면서 일본 활동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일본어로 녹음도 해야 했고 페스티벌이나 라디오 방송도 출연해야 했다. 그냥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가기 몇 달 전부터 일본어 공부를 하게 됐고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 그래서 취미로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그게 좋은 기회에 쓰이게 됐다. 일본어를 잘하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대화와 혼자 여행 갈 수 있는 정도다”

Q. 이준익 감독과는 ‘박열’, ‘변산’ 두 작품을 함께 했다. 그의 선택을 두 번이나 받은 이유는 뭘까

“‘박열’ 때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후보였다. 감독님이 생각했던 이미지, 톤과도 잘 맞았던 것 같다. 그 후 감독님이 점점 나를 알게 되고 내 본 모습을 알게 되니까 그 모습을 좀 꺼내서 ‘변산’에서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감독님은 내가 허술해서 좋다고 하신다. 되게 똑똑한척하는데 허술하고 빈틈이 있다고 말씀해주신다(웃음)”

Q. 이후에 또 약속된 작품이 있는지

“없다. 하지만 나는 언제든 감독님을 만나면 좋지.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고 함께 작업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서 말한다. 감독님과의 작업은 가슴에 추억을 남기는 일이다”


Q. 이준익 감독은 물론 민규동, 류승완, 전도연 등 대가들과 많은 작업을 함께 했다. 어떤 걸 배우나

“각각 배울 점이 다르고 한 분 한 분 말하자면 길다. 나는 아직도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고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하고 있다. 신선한 충격들이 있다. 작품적으로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특정 누구의 뭔가를 배운다기보다 모두의 좋은 점을 흡수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배우는 걸 좋아한다”

Q. 다양한 작품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본인의 매력은 뭘까

“새로운 얼굴이니까(웃음)? 나이가 많은데 새로운 얼굴.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는데 신인이잖나. 이런 사람이 드무니까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 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Q. 최근 작품에서는 날카롭고 냉철한 느낌의 캐릭터가 많았다.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떤 것 같나

“다시 이준익 감독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허술한 부분이 많다. 밝은 면이 많은 사람인 것 같고 사람들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한다. 일상에서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과묵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건 연기고 사실은 말이 많은 편이다(웃음). 배우로서 내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들에 대해서 관찰하고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Q. 해보고 싶은 역할도 있을 텐데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구체적으로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없어진 것 같다. 제안이 들어오면 고민도 많이 한다. ‘이걸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하고 준비가 안 됐다고 느끼는 것들은 하지 않는다. 가리지 않고 덥석 물면 작품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것 같다”

Q. 슬럼프도 있었을 것 같다

“없지 않았을 텐데 의식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디션도 항상 붙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오히려 지금은 항상 불안감에 휩싸여있는데 예전에는 주문이라도 걸듯 나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Q. 롤모델이 있나

“누군가 딱 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니다. 계속 바뀐다. 잘하는 사람들도 매력이 있는데 나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더라. 스스로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면 동질감도 느끼고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다. 개인적으로 김연아를 좋아한다. 결과도 좋지만 그 결과를 얻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인상적이다. 그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 것 같다. 김연아의 팬이다(웃음)”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작품 안에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배우. 배우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거다. 작품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항상 그 부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종종 나 자신에게 빠지는 일이 생기더라. 부담이나 욕심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은데 나 자신을 보지 말고 이 작품, 큰 그림을 그리는데 하나의 재료로써 성실하게 임하자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Q. 예능프로그램 출연 계획은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아직은 연락이 없다. (웃음) 사실 아직은 자신이 없다. 자기가 자기를 좀 알고. (웃음) 나는 연기에 관련해서 공부를 해왔고 아직은 연기 쪽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Q. 이제 연말 시즌이다. 계획이 있나

“아마 촬영하고 있지 않을까. 끝나고 놀면 되니까 괜찮다”

Q. 올해 활약이 컸던 만큼 시상식에서 수상도 기대해 볼 만하다

“상은 주시면 감사한 거고. 최근에 하나 받긴 했다. ‘제2회 한중국제영화제’에서 ‘허스토리’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영광이다. 상은 뭐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마음을 비우고 내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내 수상보다는 작품이 잘 되는 게 좋은 것 같다”

Q. 2018년을 정리해본다면

“더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해준 한 해인 것 같다. 작품을 할 때마다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집중하고 마음을 쏟는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활발히 활동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 다 이유가 있더라. 열정이 식지 않으셨다. 굉장히 뜨겁다. 송강호,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박해일 선배님들을 보면 열정이 식지 않았더라.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Q. 내년 바람

“좀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듣다 보니 겉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인 것 같다

“책임감이 생기니까. 책임을 져야지.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관객들에게도 배신감을 주고 싶지 않고 같이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배신감을 주면 안 된다.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지”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누구보다 나의 부족함을 잘 아실 테지만 그래도 나를 응원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많은 힘을 얻는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에디터: 오형준
포토: 이동훈
의상: 그레이휴, 에스티코, 나이키, 참스
슈즈: 나이키, 에이레네
백: 토툼(TOTUM)
헤어: 수퍼센스에이 노혜진 부원장
메이크업: 수퍼센스에이 임유정, 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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