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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그린 “목표? 인생 드라마 만드는 것”

2019-02-12 15:13:17

[이혜정 기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생의 가장 빛나는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달려나간다.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사는 연예인들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닐까. 대중들의 뇌리에 남는 인생 드라마, 인생 캐릭터, 인생 노래 등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을 인내와 노력으로 걸어가는 이들, 그중에 배우 배그린이 있다.

건강상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거쳐왔던 터일까. 배그린과 마주 앉아 인터뷰를 이어가는 내내 그녀의 생각에서 될 대로 되라는 뜻의 스페인어인 ‘케세라세라’가 떠올랐다.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고 조급해하기 보다는 언젠가는 될 거라는 믿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배우 배그린.

가장 높은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을 법한 배우지만 지금 자신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앞으로 묵묵하게 나아갈 준비를 마친 사람. 배그린이 인생 드라마를 만나 날개를 활짝 펼 그 날이 기대됐다.

Q. 화보 촬영 소감

“나에게 좀 개인적으로 변화가 생길 때마다 bnt와 화보를 찍어왔던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이다(웃음). 이번에도 소속사를 옮기고 나서 bnt와 화보 촬영을 하게 됐는데 오랜만에 만남이라 즐거웠다”

Q. 근황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베트남 통신사 광고를 촬영하게 됐고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일도 있어서 우선 베트남을 자주 드나들고 개인적으로는 몸이 안 좋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부지런히 여러 일을 하려고 하는 중이다”

Q. 연기 입문 계기

“사실 연기에 대한 꿈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우연히 친구들과 재미 삼아 KBS 드라마 ‘반올림 3’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나만 붙었다(웃음). 그게 첫 오디션이고 데뷔였고 어쩌다 보니 그걸 계기로 연기를 계속하게 됐다”

“그런데 사실 ‘반올림 3’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중간에 하차했었다. 고향이 대구인데 어린 나이에 대구에서 상경해서 처음으로 접하는 환경에서 일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당시 고등학생이라 어리기도 했었고. 몸이 굉장히 안 좋아졌다. 결국 작품에서 하차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짧게나마 활동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망이 커진 순간이었다. 결국은 부모님께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선언하고 그 후로 쭉 이어진 것 같다”

Q.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

“우는 연기를 할 때 어떤 슬픈 장면을 상상하며 감정을 끌어올리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는 캐릭터에 빠져야 눈물이 나는 스타일이다. 단순히 상상만 해서 감정 몰입이 안 되더라. 여러 자료 조사를 하면서 그 캐릭터를 이해하고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는 좀 공간적으로 먼저 적응이 돼야 하더라. 오늘 화보 촬영 같은 경우에도 촬영할 장소에 좀 미리 도착해서 적응하는 편이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 세트 촬영을 한다면 1시간 정도 먼저 가서 촬영할 장소에 적응하는 편이다. 그게 중요하더라”

Q. 그렇게 몰입을 한다면 부작용도 있을 것 같은데(웃음)

“아프다고 상상을 하고 연기를 하다 보면 정말 아프더라. 신기한 일이지. 정신이 나를 지배하는 것 같더라. 몸 앓이 하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지고 심할 때는 구토를 하기도 하니까… 누구를 때린다거나 해를 가하거나 하면 꿈에도 나타나고(웃음)”

Q. 배우와 오디션을 떼고 말할 수 없을 텐데. 오디션에 합격하는 비법이 있다면

“보통 오디션이 1차, 2차로 나누어지는데 감독님들이 보고자 하는 의미를 좀 파악해서 임하려고 한다. 무조건 부딪치기보다는 그쪽에서 원하는 이미지와 그림을 준비하는 거지. 사실 이렇게 한다고 해도 나 역시 오디션에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1차에는 보통 리딩 위주로 하니까 리딩을 할 때 딕션을 좀 정확하게 한다던가(웃음). 그런 식으로 감독님께 좀 인상을 깊게 남기려고 하고 2차 오디션에서는 스튜디오 등지에서 제대로 배우를 보려고 하시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때는 딕션 보다는 카메라 안에 담기는 모습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대본을 보면서 이런 상황적인 요소들을 함께 분석하는 거지. 어느 부분에서 말을 좀 느리게 한다던가 어느 부분에서 잠깐 쉬고 감독님을 한 번 쳐다본다던가. 내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는 나에게서 제작사가 원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 오디션 합격의 정답인 거 같다”

Q. 오디션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슬럼프도 컸을 터

“이제 슬럼프는 없다(웃음). 사실 굉장히 아팠던 이후로는 어떤 일도 슬럼프가 되지 않더라. 건강이 최우선인 걸 알게 된 것 같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뿐이지 언젠가는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Q. 아팠던 당시의 기억이 큰 것 같다

“작은 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하셔서 큰 병원으로 갔었다. 그러면서 수술을 받게 됐다. 그렇게 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받는 시간이 내게는 좀 힘든 시간이었다. 계속 말라가고 머리도 많이 빠지고… 회복하기까지 한 2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모두 정상 수치로 나와서 감사할 뿐이다”

“지금 다 낫고 생각하니 (박)시은 언니한테 굉장히 고맙다. 당시 MBC 드라마 ‘내 손을 잡아’에 함께 출연 중이었는데 악녀 연기를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몸도 좀 안 좋았었고. 어린 나이에 표독스러운 연기를 한다는 게 심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 언니가 항상 손을 잡고 기도를 해줘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Q. 악녀 연기가 힘들었다고 했는데 30대가 된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어떤 악역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실제로는 못 할법한 온갖 악행을 극 중에서라면 무엇인들 못 하겠나(웃음). 이제는 악역만 계소고 들어와도 환영이다. 한 번은 미팅할 때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길래 다 좋고 머리를 미는 장면도 찍을 수 있다고 했을 정도다. 머리야 다시 자라는 건데(웃음). 나는 화면에 얼마나 예쁘게 나올지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결과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쁘기로야 안 예쁜 배우가 어디 있나”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KBS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최고다 이순신’이 방영 중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나에 대한 관심도 좀 있는 편이라 감사할 뿐이다”

Q. 함께 작품 했던 배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조정석 오빠가 좀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이는 아닌데 ‘최고다 이순신’ 당시 리딩을 할 때 대사를 놓친 적이 있을 정도다. (조)정석 오빠가 리딩하는 걸 듣다가 그냥 순간 몰입해 버린 거다. 다 비슷비슷한 와중에 정말 맛깔스럽게 리딩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정석 오빠였다. 대본을 보고 있다가 정석 오빠의 대사 하는 걸 듣고 바로 고개를 들어 그걸 쳐다보게 되는 그런 힘이 있더라”

“또 지금 생각해 보니 (이)시언 오빠가 기억에 남는다.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췄었는데 오빠가 그 드라마가 본인의 첫 작품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되짚어 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처음인데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상대 배우다”

Q. 어떤 캐릭터나 작품을 맡고 싶나

“나도 좀 사랑받는 역할을 해 보고 싶다. 악녀든 뭐든 어떤 캐릭터건 상관은 없는데 이제까지 항상 극 중에서 짝사랑만 해 봤다. ‘최고다 이순신’때도 그렇고 ‘내 손을 잡아’때도 그렇고. 짝사랑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웃음). 그래서 그런지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꿈이 좀 있다”

“한편으로는 외국 배우이긴 하지만 앤 해서웨이를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 ‘오션스 8’에서 앤 해서웨이 캐릭터를 굉장히 감명 깊게 봐서 그런 작품이나 캐릭터를 연기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식으로 여자들만 나오는, 걸크러쉬 느낌의 작품을 좀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Q.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상대역

“최근에 하정우 선배님의 영화 ‘PMC: 더 벙커’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한정된 공간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그 연기력이 정말 멋있더라. 기회가 된다면 상대역이 아니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저 사람이 연기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드는 배우였다”

Q. 연기 외에 도전하고 싶은 분야

“올해는 강사까지는 아니지만 필라테스를 좀 전문적으로 해 보고 싶어서 자격증을 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욕심이 나는 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분야로 도전을 좀 해 보고 싶다”

Q. 배우들의 예능 도전도 많은 편인데. 예능 출연에 대한 생각은

“난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예능 출연을 할 수 있으면 꼭 하라고 하더라. 요즘엔 좀 관찰하고 대본이 없는 리얼 예능이 대센데 그게 나와 좀 잘 맞을 것 같다고(웃음)”

“출연하게 된다면 SBS 예능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보고 싶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는 뛰고 움직이는 것들이 나에게 잘 맞을 것 같다. ‘정글의 법칙’도 나가보고 싶다. 망가지고 이런 거에 두려움이 전혀 없다. (박)시은 언니가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었는데 힘들었지만 다시 한번 가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하시더라. 재미있을 것 같다”

Q. 롤모델

“앤 해서웨이를 정말 좋아한다. 그녀의 사생활도 좋고 선교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고.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는 모습도 참 매력적이다. 사실 앤 해서웨이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데 그래서 더 좋아지게 된 것 같다(웃음).


Q. 친하게 지내는 동료

“작품을 통해서 인연을 맺은 분들하고는 연락이 좀 이어지는 것 같다. 과거 작품을 통해서 만났던 (한)고은 언니나 (박)신혜, (남)보라 등. 비록 드물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연을 이어갈 수 있는 게 나를 비롯해서 모두 굉장히 서로 타이트하게 연락을 하진 않아도 기본 바탕으로 서로를 편하게 생각하고 오랜만에 연락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관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Q. 30대가 되면서 좀 달라진 점이 있을까

“일단 몸에 좋은 건 다 챙겨 먹게 된 거 같다(웃음). 배우로서 느끼게 되는 차이는 별로 없는 게 사실 나는 원탑의 주인공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좀 돌아보고 내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의미 없는 슬픔에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상실감도 들겠지만 오히려 어떻게 보면 20대 때는 그래도 내가 드라마로 데뷔했고 광고도 찍었었는데 다른 분야에 도전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30대가 되니까 여러 분야로의 도전에 대한 시야가 좀 넓어지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훨씬 더 넓어진 거 같아서 오히려 좋다”

Q. 배우라면 주인공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 쉽지 않을 텐데

“언젠가 할 거니까, 나 역시 그 자리에 설 수 있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담담하게 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 같다. 그 시기가 마흔이 될지, 쉰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 자리에 내가 갈 수 있다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겠나. 29살 무렵에는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슬럼프가 심하게 왔던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편안하다.

Q. 개인적인 질문으로 들어가서 몸매가 굉장히 좋다. 관리법이 있다면

“물을 굉장히 많이 먹는다. 누군가가 저에게 다이어트 비법을 물어보면 항상 물을 많이 마시라고 팁을 주는 편이다. 또 야식을 절대 금물이다. 밤늦게만 먹지 않고 잘 걸어 다니기만 해도 그렇게 살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Q. 연애에 대한 생각

“연애 정말 하고 싶다(웃음). 안 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친구들에게 내가 왜 남자를 못 만나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생활 패턴이 남자를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웃음). 내가 10시만 좀 넘으면 자는 편이다. 별명이 할머니다. 남들은 활발하게 활동할 때 나는 자니까(웃음). 남자를 만날 수가 없다.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새벽 예배를 드리러 가니까…(웃음)”

Q. 이상형

“변하지 않는 이상형은 조진웅 선배님. 단단하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좋다”

Q. 어느덧 데뷔 13년 차. 어떤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나

“정말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나도 똑같은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참 감사한 게 보이시한 캐릭터부터 악녀, 부잣집 딸까지, 헤어 스타일도 다양하게 변형을 줬었고. 그렇게 여러 가지를 소화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Q. 앞으로 목표

“다양한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 했지만 배그린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킬 수 있는 그런 작품을 꼭 만나고 싶다. 캐릭터상으로 각인되는 게 아니라 배그린의 인생 드라마. 그걸 갖고 싶다. 나의 인생 드라마를 만드는 게 지금 내게 필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꼭 필요한 순간. 그걸 갖기 위해 더 열심히 달려나가고 싶다”

에디터: 이혜정
포토: 윤호준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마리타 후리나이넨
슈즈: 바이비엘
주얼리: 위드란(WITHLAN)
선글라스: 루이까또즈, 프론트(Front)
헤어: 김소연 실장
메이크업: 휘오레블룸 주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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