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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소이 “데뷔 20년차, ‘나’라는 존재 알아가는 과정”

2019-05-16 11:10:11

[나연주 기자] 티티마를 기억하는가. 1999년 데뷔해 2년여간의 짧은 활동 후 돌연 해체한 걸그룹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의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티티마의 소이는 지금 배우 겸 가수로서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티티마로서는 그 긴 시간 중 극 일부만 보냈을 뿐이지만 대중들은 아직도 그를 ‘티티마 소이’로 기억하고 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티티마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벗고 싶다던 그는 지금은 그마저도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데뷔 초 티티마 활동 당시엔 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불안정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지만 조금 전 그가 보여준 미소에서는 데뷔 20년 차 다운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이제서야 점점 자신을 알아가는 기분이라고. 그에게 지난 20년은 그랬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과 쉽게 상처받기도 했을 터지만 시나브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으리라. 연기가, 그리고 노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고 때론 앞에서 이끌어 주는 그의 오랜 친구가 되어줬으니.

그러니 티티마 소이를 기억한다면 이제 배우 김소이, 인디밴드 라즈베리필드 김소이, 그리고 언젠가는 ‘멋진’ 김소이로 기억해달라.

Q. 화보 촬영 소감

“내가 좋아하는 을지로에서 처음 하는 촬영이라 더욱더 재미있었다. 을지로에 좋아하는 가게들도 있고 가게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자주 온다. 오늘 촬영한 장소도 너무 취향 저격이다”

Q. 근황

“bnt 화보를 찍었다(하하). 내일모레 전주국제영화제에 갈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영화 ‘어게인’ 촬영을 마치고 차기작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Q. 제주도에서 시네마 토크도 했다고

“간간이 좋아하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에는 꼭 참석한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20대 때 보고 다시 봤는데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더라. 나이가 좀 드니 주인공 빌리 엘리어트가 아닌 아버지의 처지를 생각하게 되더라. 정말 뜻깊은 자리였다”

Q. 음악, 책, 영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나 보다

“음악은 정말 나와 뗄 수 없는 내 삶의 일부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일기장 같은 도구이기에 일기 쓰듯 꾸준히 하고 있다. 책은 좋은 기회가 있어서 두 권 냈는데 글은 참 어렵더라. 다음 책도 구상 중인데 언제 나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잡지 ‘빅이슈 코리아’에도 계속 연재하고 있다”

Q. 감상보다 직접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아니다. 음악 들으며 책 읽는 걸 가장 좋아한다. 좋은 음악 듣는 게 정말 좋고 독서는 내게 안식을 준다. 그런데 그게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오더라. 그럴 땐 내 이야기로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쓴다”

Q.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영화 쪽이다. 영화는 어찌 보면 사랑하고 있다(웃음). 연기를 포함해 내게 가장 상처를 많이 주면서 가장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다. 밀당을 잘해서 점점 그 사랑이 커지는 것 같다”

Q. 상처라면 어떤 것?

“글이나 노래는 혼자 할 수 있는데 연기는 아니다. 배우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받는 것이다. 내 사랑에 비해 연기가 나를 선택해줄 때가 많지 않더라. 상처도 많이 받으면서 더 깊어졌다. 마치 나쁜 남자에게 더 빠져들듯이(웃음). 거부하니까 사랑이 더 깊어져 결국 애증 관계가 된 거다”

Q. 요즘 관심 가지고 있는 작품은?

“아무래도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 ‘리바운드’를 끝까지 신경 쓰며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또 최근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를 보면서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저 경지에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해야 할까’ 생각하며 부끄러우면서도 질투가 났다”

Q. ‘리바운드’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영어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다. 누군가를 잊기 위해 만나는 사람이나 관계를 ‘리바운드’라고 한다. 농구에서 공이 한 번 튕겨 나와서 잡으면 리바운드다. 관계에서도 튕겨 나와 잡는 것을 리바운드라 하는데 나는 그게 참 흥미로웠다. 나도 리바운드 관계가 있어 봤기도 하고. 친한 감독과 함께 했는데 너무 잘 나온 것 같다”

Q. 누군가를 잊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말하는 건가

“깨진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려고 다른 사람을 찾는 것. 그 다른 사람이 새로운 사람이든 과거의 사람이든 리바운드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고 싶어 쓴 시나리오다”

Q. 시나리오를 직접 쓴 건 처음인가

“아니다. 예전에 뮤직비디오 대신 10분 분량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배우 류덕환과 함께 연기한 ‘검지손가락’이 처음 만든 영화다. 시나리오는 예전부터 여러 개 써오고 있었다. 배우는 선택받아야 해서 기다리는 게 지치고 따분해 ‘이런 역할을 내가 하고 싶다’ 하며 쓴 시나리오들이 많다. 이번 ‘리바운드’도 그렇고 ‘검지손가락’도 내가 출연했다.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물론 ‘이 이야기를 꼭 풀어내고 싶다’가 가장 크지만 ‘아,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작업을 하게 된다”

Q. 쓰인 각본을 연기하는 것과 직접 쓴 각본을 연기하는 것, 어떻게 다른가

“내가 직접 쓴 시나리오는 내 모습이 더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캐릭터 구축이 쉽고 내 모습도 많이 반영된다. 다른 사람이 쓴 시나리오를 연기하는 것은 그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축해야 해서 더 도전적인 작업이다”

Q.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힘들지 않았나

“사실 연기보다는 쉬웠던 것 같다. 나는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바로 쓰지 않고 머릿속에 묵혀두었다가 ‘아, 이때다’ 싶을 때,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됐을 때 글로 쓰며 작업한다. 그런데 연기는 그걸 표현해야 하니 더 힘들다”

Q. 처음엔 글로 쓰진 않고 머릿속에만 묵혀두는 건가

“소재나 이름은 적어놓는다. 구성도 조금씩은 적어놓는데 대사나 현장 상황 같은 것들은 묵혀두었다가 한 번에 쓰는 편이다”

Q. 본인만의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나 공간이 있다면?

“새벽에 집에서 집중이 잘 되더라. 그런데 또 적막한 건 싫어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시트콤을 틀어놓고 작업하는 편이다”

Q.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

“영화나 책에서 많이 얻는다. 내가 느끼고 보고 경험했던 것들에서도 많이 온다. 거의 실제 이야기가 많다”

Q.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본지는 꽤 오래됐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걸 많이 하려고 브라운관과 멀어졌다.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를 많이 했는데 사실 드라마가 하고 싶다. 작년에 찍기로 했던 드라마와 예능이 무산되고 나니 작년에는 작업한 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리바운드’를 시작했다. 2018년에 놀 수만은 없다,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드라마가 무산된 게 10월이었고 바로 제작을 준비해 12월에 ‘리바운드’를 찍었다”

Q. 그럼 몇 개월 만에 완성한 건가

“시나리오는 사실 4, 5년 전에 써 놓았다. 그런데 어떻게 작업해야 할지 자신도 없고 엄두가 나질 않더라. 작년에 드라마 촬영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2주 정도 좌절하다가 바로 감독님과 컨택해 제작을 시작했다”


Q. 인터뷰를 빌려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에 어필해본다면?

“작년에 하기로 했던 예능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리얼리티는 굳이 안 웃겨도 될 것 같아 그나마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개그 욕심이 많아서 웃기고 싶은데 사람들이 잘 안 웃어주더라. 토크쇼에 나가면 웃기지도 못하고 병풍만 되는 거 아닌가 했는데 하려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무산됐다.

여행을 좋아해 ‘짠내투어’를 하고 싶다. 여행을 가면 현지인들이 하는 것들을 잘 찾아다닌다. 상상도 못 했던 곳을 찾아 데려가면 친구들도 좋아하고 나도 참 좋더라. 사실 ‘짠내투어’를 안 봤었는데 친구가 잘 어울리겠다 추천해줘서 봤다. 또 개그우먼 박나래 씨 팬이라 너무 하고 싶었다. 친구가 박나래 씨와 친분이 있어서 문자를 보내줬다. 박나래 씨가 나를 추천해줬는데 그다음 주에 프로그램을 하차했다(웃음). 그 후로는 소식이 없다”

Q. 박나래라면 ‘나 혼자 산다’도 출연하고 있는데

“‘나 혼자 산다’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박나래 씨가 나오니까(하하). 사실 박나래 씨를 너무 좋아한다(웃음). 박나래 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다 같이 하고 싶다. 그래서 곧 ‘비디오스타’도 출연하기로 했다.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가 줄을 서 있다고 한다. 나가면 정말 좋겠지만 내가 한 백몇 번째 순서가 되지 않을까. 또 송은이 씨가 나오는 프로그램도 다 하고 싶다”

Q. 연기했던 캐릭터 중 인생 캐릭터를 꼽자면?

“정말 다 좋은데 ‘폭력의 씨앗’의 주아가 신선한 캐릭터다. 삶의 피곤함을 많이 겪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내가 가장 책임감을 느끼고 연기한 캐릭터다. 가정 폭력 피해자 역할이라 연기하며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애착이 많이 가는 캐릭터였다”

Q. ‘오하이오 삿포로’의 모레 역 연기도 인상 깊다

“‘오하이오 삿포로’의 모레도 어찌 보면 내 인생 캐릭터다. 내게 정말 특별했던 시기에 운명처럼 다가온 캐릭터다. 그때 나도 멀리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 캐릭터도 멀리 있는 사람과 교감하고 사랑하는 캐릭터다. 거짓말처럼 내 인생과 똑 닮은 그 시기에 온 캐릭터라 정말 애정이 갔다”

Q. 평소에 밝은 캐릭터는 아닌가

“밝을 때도 있지만 정말 어두울 때도 있고 두루두루 가지고 있다. 다들 그렇지 않나. 그런데 밝은 캐릭터로 드러나 있어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더라”

Q. 과거 인터뷰에서 모두 본인에게 밝은 모습만 기대해서 힘들었다고 하더라

“20대 때는 그게 너무 싫었다. 웃음만 보이는 게 싫어서 일부러 더 어두운 캐릭터도 많이 하고 어두운 음악도 많이 듣고 만들었다. 이제는 밝은 모습도 내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웃음)”

Q.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캐릭터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올리비아 콜맨이 연기했던 여왕 캐릭터다. 그처럼 조와 울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 연기를 잘하고 싶다”

Q. 말로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그런데 올리비아 콜맨은 그 밸런스를 잘 맞췄다. 그러니까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았겠지만. 나도 언젠가 꼭 하고 싶다. 또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많이 해보지 않아서 하고 싶다. 내 나이에 걸맞은 작품으로 하고 싶다”

Q. 조와 울 중 어떤 연기가 더 힘든가

“의외로 조를 어려워한다. 다 힘들지만 울을 연기할 때는 더 쉽게 빠져든다”

Q.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함께 호흡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여자랑 같이 해보면 어떨까(하하). 전도연 선배님과 너무 하고 싶다. 전도연 선배님 상대역이라면 어떤 작품이라도. 내가 부암동 전도연 팬클럽 회장을 자처하고 있다. 전도연 선배님과 사랑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Q. 함께 호흡하고 싶은 남자 배우는 없나

“잭 블랙! 그의 유머를 정말 사랑한다. 웃긴 걸 정말 동경하는데 유머 코드가 정말 잘 맞는다. 한국 배우 중에서는 류덕환 배우랑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연기를 너무 잘한다”

Q. 걸그룹 티티마 출신, 배우, 라즈베리 필드 김소이 중 어떻게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나

“요즘도 티티마 소이로 가장 많이 기억해준다. 아무래도 내가 배우로서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하질 않아서 인가 보다. 라즈베리필드도 인디밴드고 사실 찾아보지 않는 이상 라즈베리필드가 소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런데 그걸 의도한 거다. 그냥 라즈베리필드 음악으로서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티티마 소이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도 감사하다. 티티마는 참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올해 데뷔한 지 20주년이 됐는데 티티마로서 활동은 2년밖에 되지 않는다. 10분의 1 기간밖에 활동하지 않았어도 지금까지 기억해주시는 게 감사하다”

Q. 예전에는 티티마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벗고 싶었다던데

“예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안 된다(하하). 벗고 싶다고 해서 내 뜻대로 확 벗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게 됐다. 지금은 그냥 티티마 소이로 기억해주셔도 좋다. 연기를 꾸준히 해서 언젠가 배우 김소이로 기억하실 수 있게끔 만들고 싶다. 라즈베리필드는 내 일기장처럼 그때그때 내가 느끼는 것들을 노래로 풀어가고 싶다. 예전에는 왜 이렇게 많이 하려고 하나 싶었는데 사실 요즘 드는 생각은 ‘왜 안 돼?’. 음악으로 풀 수 있는 이야기와 연기로 풀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고 잘하고 싶다. 대충대충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잘하고 싶다”

Q. 지금도 곡 작업 중인가

“몇 곡 나와 있다. 그런데 사실 일 년 동안 음악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일 년 동안 연기를 하려고 준비하다가 취소되니 다른 걸 못 하겠더라. 집중도 안 되고 연기를 위해 준비했던 것들을 어딘가에 풀고 싶어 곡 작업은 했지만 슬럼프로 꽤 오랫동안 음반을 안 냈다. 올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곡은 다 만들어 놨고 보컬 녹음까지 다 끝냈는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두고 보는 상태다”

Q. 가수 폴킴과 사촌지간으로 화제다.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 있나

“그 친구는 워낙 혼자 잘한다. 너무 기특한 게 도움을 청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도 당연히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줬을 텐데 혼자 꾸준히 음악을 하다가 잘 돼 너무 기특하다. 그 친구는 정말 혼자 해낸 거다”

Q. 데뷔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나

“그렇다. 그냥 친척으로서 ‘파이팅’ 이 정도 해줬지 실질적으로 음악적 도움을 준 적도 없고 워낙 잘하는 친구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웃음).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하다”

Q. 원래 가까운 사촌인가

“그렇진 않다. 그 친구가 막 음악을 시작할 때 엄마한테 소개받았다. 예전부터 태형이라는 사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음악을 하는 건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친구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나 혼자 처음 만났을 때부터 끈끈한 무언가가 느껴져 좋았다. 남동생이 있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정이 갔다. 그래서 혼자 해낸 걸 보니 더 뿌듯하고 기특하다”

Q. 연락은 자주 하고 있나

“오늘 아침에도 연락했다. 꾸준히 연락하고 ‘보자’ 하고 있지만 그 친구가 요즘 너무 바빠 귀찮게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Q. 요즘 폴킴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그렇더라. 피부과에서 치료받고 있는데 폴킴 노래가 나오니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더라(웃음). 내 사촌 동생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민폐일까 봐(웃음). 주위에서도 몰랐다가 ‘언니 사촌 동생이었어?’ 하면 ‘어~’ 하면서 되게 뿌듯하고 어깨가 올라간다. ‘내 사촌 동생이야~’ 하면 다들 유전자에 대해 감탄하더라”

Q. 남다른 유전자라면 언니 해이도 음악을 했었다

“언니도 음악하고 형부(조규찬)도 음악을 한다. 물론 형부는 피가 섞이지는 않았지만. 음악가 집안이라며 조카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웃음). 아직까지 남다른 재능이 보이지는 않더라”

Q. 언니는 계속 음악을 하고 있나

“언니는 공부 쪽으로 뛰어난 머리가 있더라. 논문도 내고 지금은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강사를 맡게 돼 준비 중이다”


Q. 본인도 공부를 잘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나는 아니다. 언니를 보며 나도 공부 머리가 있나 싶었는데 아니더라. 예전의 나는 해야 해서 한 거지만 언니는 정말 좋아서 공부한다. 나는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

Q. 려원, 손담비 등 스타 절친들과의 생일파티, 드레스 코드가 굉장히 특이하더라

“우리가 매일 파티만 하는 거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배우 김꽃비와 생일이 같다. 그래서 예전에 합동 생일파티를 했다. 어글리 스웨터 파티를 좋아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못생긴 옷을 입고 오는 파티를 삼 년 정도 꾸준히 했다. 그러다 려원이 생일파티에 블링블링한 파티 패션으로 하고 손담비 생일파티에는 70년대 복고 패션으로 했다. 사실 일 년에 한두 번인데 많이 부각돼서 많은 분들이 파티만 하는 줄 아는데 정말 아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그렇게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노는 거다. 제일 못생긴 게 가장 아름답게 여겨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내 생일은 계속 어글리 스웨터로 하고 있다. 합동 생일파티다 보니 일이 너무 커져서 거의 70명이 오더라. 그래서 작년에는 쉬고 다시 작게 하자 해서 올해부터 조촐하게 어글리 스웨터 파티를 할 것 같다. 경연 대회도 해 가장 못생긴 스웨터를 1등부터 3등까지 뽑는다”

Q.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려원을 보니 정말 열심히 준비하더라

“이제 다들 ‘내가 질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해서(웃음). 너무 부담된다(하하). 내 생일은 조촐하게 어글리 스웨터로 하자, 조촐하게 오라 하고 있다”

Q.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데뷔 20주년이다 보니 아이돌 활동할 때부터 친구들도 있다. 려원이도 스무 살 때부터 친구다. 정말 오래된 친구들이다 보니 계속 끈끈하게 유지하는 것 같다. 친구들 통해 만나게 된 친구들도 다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책 읽는 거 좋아하고 만나면 늘 보드게임을 한다. 수다도 떨고 전시회를 자주 보러 간다”

Q.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편인가

“그렇다(웃음).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보면 친구들이 모니카네 집에 시도 때도 없이 와서 모인다. 려원이네 집이 모니카네가 된 거다. 이젠 려원이네 집도 아니고 ‘어. 모니카네서 봐’ 이렇게 얘기한다(웃음)”

Q. 패션 센스가 남다르다

“아직 갈 길이 멀다(웃음). 빈티지를 워낙 좋아해 광장시장과 동묘에 자주 간다. 광장 시장에 자주 가는 빈티지 가게가 있는데 계절마다 한 번씩 가서 사 온다. 동묘는 유물을 발굴하듯이 숨겨져 있는 곳이나 먼지에 쌓여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재미있다. 너무 추우면 못 가니 날 풀리는 봄에 가고 또 너무 더우면 못 가니까 선선해지는 가을에 간다”

Q. 마른 몸이라 옷 고르기가 힘들지는 않나

“워낙 크게 입는 스타일이라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그리고 체구가 작을 뿐이지 생각보다 많이 마르진 않았다(하하). 다들 깜짝 놀란다. 필라테스 선생님도 깜짝 놀라더라”

Q. 쇼핑 팁이 있다면?

“빈티지 쇼핑 팁은 유물을 발굴하듯이 뒤져야 한다. 저기 끝에 없을 것 같은 곳에 옷들이 있다. ‘저기 옷이 있겠어?’ 하는 곳을 공략해야 한다. 주인이랑 취향이 잘 맞으면 거기에만 가도 얻을 게 많다. 취향 잘 맞는 빈티지 가게 주인과 친해져야 한다”

Q. 단골집도 있나

“광장시장의 ‘빈티지 넥타이 코드’! 자주 가는 곳이다”

Q. 동안 미모다. 피부와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피부과에 정말 많이 간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됐다(웃음). 수분 크림을 많이 바르려고 노력한다.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한테 입이 아플 정도로 하는 얘기가 ‘선블록은 무조건 발라라’다. ‘밤에 나갈 때도 발라라’, ‘자외선은 밤에도 있다’. 집에서 다 씻고 누웠다가도 갑자기 편의점 가고 싶으면 다시 씻는 한이 있더라도 바르고 나간다. 웬만하면 햇빛을 안 쐬려고 집에서 커튼도 다 쳐놓고 최대한 태양을 피하려 한다. 자외선은 피부의 적!

몸매 관리는 정말 관리를 하는 정도의 몸매는 아니다. 필라테스를 이제 막 시작했다. 그동안 뭘 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 관리를 안 해서 이제 열심히 하려고 한다. 급할 때는 식이요법으로도 많이 하는 편이다. 여섯 시 이후에 안 먹고 과한 것도 안 먹는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게다가 맵고 짠 걸 좋아한다”

Q. 술도 좋아하는 편인가

“술은 못 마신다. 그래서 그나마 건강한 편인 것 같다”

Q. 어느덧 데뷔 20년 차, 돌아보면 어땠나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간 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간 것 같은데 힘들 때도 엄청 많았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 방황할 때도 많았고 일부러 어두워지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힘들었다. 데뷔 초에는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땅에 발을 내딛는 느낌이 없었다. 나에 대한 확신이 없고 불안정해 거식증에도 걸렸다. 지금은 까치발일지언정 조금은 땅을 내딛는 느낌이 들어 좀 더 나랑 친해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힘들었다면 지금은 그 이십 년 동안 잘 찾아온 것 같다. 물론 실수도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게 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계기가 돼 나라는 존재가 조금 편해졌다”

Q. 너무 힘들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이돌을 그만뒀다. 예능도 그만두고 더 어두운 캐릭터를 찾으려고 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서 극단적으로 더 어두운 영화와 음악을 찾아서 보고 들었다. 어두운 캐릭터만 찾아 연기했는데 그것도 다 과정이었다. 지금은 모든 걸 어우를 수 있는 조금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Q. 원래는 학업을 위해 데뷔를 안 했지만 결국 티티마로 데뷔했다. 학업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

“지금도 충분히 그릇에 넘치도록 가방끈이 길다(웃음). 학교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학교에 다니며 얻은 것이 지식뿐이 아니다. 학교생활과 친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사랑도 학교에서 했기에 정말 후회는 없다. 그런데 논문은 쓰기 싫었다”

Q. 만약 티티마를 하지 않았다면 배우 김소이도 없었을까

“그래도 배우는 했을 거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연극도 했고 연기는 꾸준히 하고 싶었다. 그런데 용기가 없어서 얘기를 못 했던 것 같다. 만약 티티마를 하지 않고 늦게 데뷔했다면 배우로 데뷔를, 시켜줬을까(웃음). 안 돼도 오디션을 계속 봤을 거다”

Q. 꿈꾸는 미래

“일단 가깝게는 연기자로서 대중들에게 여러 캐릭터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길게 봤을 때는 정말 멋지게, 또 나답게 늙고 싶다. 음악으로든 연기로든 표현하면서”

Q. 전도연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 건가

“자연스럽다. 멋짐이 인위적이지 않고 전도연 선배님답게 자연스럽다.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Q. 본인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글쎄. 그냥 ‘멋진’ 김소이(웃음)”

Q. 마지막으로 김소이가 말하는 김소이는?

“김소이는 ‘부암동 댄서’다. 뮤직비디오 내레이션으로도 넣었는데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어려운 게 춤일 수도 있겠지만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며 춤추듯이 살고 싶다”

에디터: 나연주
포토: 권해근
의상: 비앤티 꼴레지오네(bnt collezione), 아웃엑소, 블리다
슈즈: 레이크 넨, 레이첼 콕스
아이웨어: 프론트(Front)
주얼리: 위드란(WITHLAN), H&M, 엠주
헤어: 이희 현경금 실장
메이크업: 이희 이태리 실장
장소: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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