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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년과 배우 사이, 서동현

정혜진 기자
2019-07-19 14:51:18

[정혜진 기자] 소년과 배우의 경계에 선 서동현을 만났다. 신기한 얼굴이다. 밝아 보이지만 어두워 보이고 따뜻하지만 차가운 느낌도 든다.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 어느 역할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과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였다.

그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 학교 폭력을 조종한 가해자 오준석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악역에 대한 부담감도 컸지만 학교 폭력에 대한 무거운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라며 이 악물고 더 악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이 없을 땐 열심히 학교 수업을 들으며 공부에 매진한다던 그는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한다고 했다. 연기와 공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욕심 많은 소년 서동현. 노력한 만큼 빛날 그의 앞날을 응원해본다.

Q. 화보 촬영 소감

“생에 첫 화보였다. 사진이 잘 안 나올까봐 마음이 심난하기도 했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현장 스태프 분들이 잘 웃어주시고 챙겨주셔서 기분 좋게 촬영했다. 촬영을 무사히 잘 끝낸 것 같아서 기분 좋다”

Q.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처음엔 아동 모델로 활동했었다. 지금 회사의 실장님 덕분에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이렇게 계속 연기를 하게 됐다”


Q.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 ‘오준석’ 역할을 맡았다. 악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부담감이 컸다. 그 정도로 악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게 난생처음이었다. 연기하기 전부터 한 후까지 계속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맞는 건지 너무 혼란스러웠는데 계속 맞춰 나가려 노력하면서 역할에 길들여졌다. 악역 연기를 하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다행히도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셨다. 감독님과 배우들 모두 너무 좋으신 분이라서 옆에서 나를 잘 잡아주신 덕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연기했던 것 같다”

Q. 악역 연습은 어떻게 했나

“계속 대사를 봤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관찰할 기회가 없으니 계속 대본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랑 두 번째 봤을 때, 또 세 번째 봤을 때 느끼는 게 달랐다. 껍질을 벗겨내면 나오는 알맹이처럼 계속 다르더라”

Q.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였다

“많이 무거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무겁다고 절대 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꼭 알아야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더 악하고 강하게 표현해야만 했다”

Q. 촬영 분위기는 어땠는지

“촬영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작품을 하면서 장비팀, 조명팀 스태프분들과 친해졌다. 촬영 초반에 내가 잠시 흔들릴 때가 있었다. 그럴 때 감사하게도 감독님과 배우들, 스태프분들이 나를 많이 잡아줬다. 몰래 먹을 것도 많이 갖다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다. 스태프 분들과 배우들끼리 마니또도 했다. 세 번 정도 했는데, 서로 몰래 챙겨줘야 하는데 내 차례일 땐 다 들켰다(웃음). 정말 최고의 촬영 분위기였다”

Q. 또래 배우들이 많았는데 많이 친해졌는지

“남다름 형이랑은 여행도 같이 다니는 사이로 8년 전부터 친했다. 환희 누나는 ‘아름다운 세상’ 전에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만났었다.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환희 누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같이 있으면 저절로 환해질 수밖에 없다”

Q.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

“너무 많은데 개성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정신이 반쯤 나간 역할이라던가 열악한 환경의 역할도 해보고 싶다. 몸의 불편함을 가진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

Q.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나

“‘아름다운 세상’을 이후에 많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학교에선 나를 연기하는 아이로 생각해주지 않는다. 다들 그냥 친구라고만 생각해준다. 그래서 연기를 보고 나쁜 놈이라고 욕도 많이 해준다. 친구들이 선을 긋지 않고 편하게 대해줘서 너무 좋다. 연기에 대해서도 별로 거나 좋았던 게 있으면 다 말해준다”

Q. 학교생활은 어떤지

“작품을 하지 않을 땐 열심히 학교에 다니면서 수업도 열심히 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성적도 꽤 좋은 편이다”

Q. 공부와 연기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힘들긴 하다. 중학교 땐 시험 전에 몰아서 공부해도 감당이 됐다. 고등학생이 되니까 잘 안되더라. 그래서 시간 날 때 짬짬이 공부를 하려 한다. 언제 다시 활동을 시작할지 모르니까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될 것 같다(웃음).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많은 배려를 해준다. 시험기간엔 오디션 스케줄을 일절 잡지 않는 등 지원을 많이 해주신다. 시험이 임박하면 일정도 조율해준다. 서동현 맞춤으로 잘 챙겨주신다”

Q. KBS 드라마 ‘전우’로 데뷔했는데

“데뷔한 건 맞지만 ‘전우’ 때는 연기를 했다기보단 상황만 연출했다고 보는 게 맞다. 전쟁이 나서 피하는 꼬마 역할이었는데 먹을 게 없어서 주워있는 돌을 감자라고 생각하고 먹는 연기를 했었다. 동굴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있어서 처음으로 가게 됐었다. 두꺼비가 있길래 잡아서 물가에 넣어줬는데 감독님께서 두꺼비를 만지면 비가 온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날 진짜 비가 왔다(웃음). 모든 게 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촬영이었다”

Q. 아역배우로서 고충

“고충을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달라진 건 있다. 어렸을 땐 주변에서 정말 많이 챙겨준다. 잘못해도 다 용서가 되는 나이였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더 이상 애기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 시기를 지나갈 때가 조금 힘들었지만 환경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Q. 또래 평범한 친구들이 부럽진 않은지

“각자 부러운 게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하고 나는 그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각자의 위치 차이인 것 같다. 그 위치가 높낮이가 아니라 각자의 색깔 정도?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Q. 부모님이 많이 서포트 해줬을 것 같다

“내가 혼자서 잘 있을 수 있고 무슨 일이 있을 때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주셨다. 부모님이 엄격하신 편이라서 똑같은 일을 해도 남들보다 많이 혼났다. 어릴 땐 그게 싫었는데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부모님 덕분에 정신이 강해졌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다가 빼면 덜 힘든 것처럼 힘든 상황이 있어도 잘 적응하고 극복해 나가는 것 같다. 부모님께서 잘 이끌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Q. 취미

“농구도 좋아하고 대체 적으로 운동을 다 좋아한다. 피아노도 자주 치고 꽤 잘 치는 편인 것 같다(웃음). 그래서 그런지 음악 관련된 작품도 연락이 많이 왔었다. 아쉬운 건 피아노가 아니라 기타나 드럼 이런 쪽이 많이 오더라(웃음)”


Q. 요즘 관심사

“수학에 조금 약한 편이라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수학은 시간을 들인 만큼 오르는데 요즘에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신경을 못 썼다. 중간고사 시험을 잘 본 적이 있는데 수학 때문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었다. 더 열심히 해서 기말고사 시험 때는 점수가 올랐다”

Q. 공부도 열심히 하나

“열심히 하는 편이다. 촬영장에 갈 땐 대본 하나만 들고 간다. 현장에서의 집중력과 집에서의 집중력을 나눠 쓰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상상하는 것만큼 엘리트는 아니다(웃음). 조금 떨어지는 전교권이랄까?(웃음) 암기에 강한 편이다. 그래서 수학에 약한 것 같다”

Q. 학업 관련하여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 진학 계획에 있어서는 ‘내가 과연 대학의 모든 전공을 알았을 때 연극영화과보다 더 가고 싶은 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공부 하나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매진하고, 그다음에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생각해보자는 마음이 크다. 공부는 열심히 하려고 한다”

Q. 요즘 고민이 있다면

“이번 화보 촬영이 고민이었는데 이게 끝났으니 다른 고민을 채워 넣으려 한다. 고민이 없어지는 게 싫다. 고민이 없으면 허무한 것 같다”

Q. 보통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일단 대본을 받게 되면 방에 들어가서 방문과 창문을 닫고 암막 커튼을 친다. 스탠드 컬러가 세 가지인데 그중 좋아하는 오렌지 컬러를 키고 방 정리를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다 읽은 다음에 내 대사를 확인한다. 그렇게 계속 대본만 보면서 모든 씬을 집중해서 끝낸다. 끝내고 방에 나오면 정신이 혼미해지더라(웃음) 특히 이번 오준석 역할은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내 생각엔 너무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안 되는 것 같다. 연습할 때 대본에 상황에 맞는 그림이나 생각을 적어둔다. 나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려놓는데 특이한 악센트나 포인트를 주고 싶은 부분엔 글씨로, 감정을 표시하고 싶을 땐 그림을 그려 넣는다. 그러면 정서에 확 와 닿는 것 같다”

Q. 다이어트도 하나

“다이어트는 따로 하지 않는다. 운동을 좋아하고 나가서 친구들이랑 노는 걸 좋아해 살이 찔 겨를이 없다”

Q. 롤모델이 있다면

“유해진 선배님이다. 자칫하면 ‘왜 이렇게 과하지?’ 할 수 있는 연기의 정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자연스럽게 소화해내신다. 그게 진짜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선배님의 일상생활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다”

Q. 작품에서 많은 부모님을 만났다. 기억에 남는 부모님 역할 있다면

“다들 너무 좋았지만 그중 조여정 선배님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맘이 찢어지고 솟구치는 등 나보다 더 힘든 역할이셨는데 항상 나를 먼저 챙겨주셨다. 감정이 엇갈리지 않게 옆에서 잡아주셨다. 힘들면 쉬었다가 하라고 하시면서 정말 많이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오만석 선배님도 너무 재밌으시다. 다들 감정 표출하고 진이 빠져 지쳐있을 때 비타민처럼 장난을 많이 쳐주셨다. 아재 개그의 달인이실 정도로 생각지도 못한 말들을 내뱉으시는 데 너무 재밌으시다”

Q.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아역 배우일 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을 보면 다른 사람처럼 보였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고 그렇게 된다면 슬플 것 같다. 어디서나 쉽게 다가올 수 있고 늘 배우는 사람 서동현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연기도 잘해야 할 것 같다. 배우로서는 그 무리 속에 잘 흡수되고 싶다. 연기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데 있어 나이에 맞게 해야 하는 일들도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나 노는 거나 다 잘하면 나에게 토양분이 되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디터: 정혜진
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트렁크 프로젝트, 알쉬미스트, COS, 베리드얼라이브
슈즈: 푸마
아이웨어: 룩옵티컬
헤어: 살롱드뮤사이 휴인 디자이너
메이크업: 살롱드뮤사이 단비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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