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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훈수 “우린 생계형 프로젝트 그룹, 불러주는 곳 어디든 감사히 달려간다”

정혜진 기자
2019-08-08 15:28:09

[정혜진 기자] 한 시대를 주름잡던 세 남자가 뭉쳤다. 90년대 최고 인기 그룹 ‘쿨’의 김성수, 1세대 아이돌 ‘NRG’의 천명훈, 노유민이 프로젝트 그룹 ‘노훈수’가 되어 돌아온 것. 그들의 신곡 ‘비비자’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서로 양보하며 유하게 비비면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데뷔 20년을 훌쩍 넘었지만 그들은 아직도 목마르다. 정상을 찍어도 봤고 많은 인기를 누려도 봤다. 김성수가 속한 쿨은 셀 수 없는 히트곡을 보유함은 물론 경쾌한 멜로디와 가사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었다. 당시 김성수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많은 예능을 섭렵하기도 했는데. NRG는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원조 한류돌로 현란한 퍼포먼스로 데뷔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천명훈은 귀여운 얼굴과 엉뚱한 매력으로, 노유민은 꽃미모로 뭇 소녀 팬들의 마음을 훔쳤었다.

그들은 화려했던 지난 날을 잠시 뒤로하고 신인 그룹 ‘노훈수’에 집중할 예정이다. 불러만 주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었단다. 이렇게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나 할 정도의 열정과 겸손함을 보여주는 노훈수. 그들에겐 그리웠던 무대를 다시 설 수 있는 지금이 그저 행복할 뿐이다.

Q. 화보 촬영 소감

김성수: 마지막 화보 촬영이 10년도 전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촬영 분위기가 가족같이 화기애애해서 즐겁게 찍었던 것 같다.

천명훈: 보통 화보 촬영이라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번 화보 촬영은 신속, 정확, 깔끔하게 찍었다. 사진은 안 봐도 잘 나왔을 것 같다. 너무 만족스럽고 역시 bnt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유민: 작가님이 원하는 컷이 나오면 딱 잘라주셔서 좋았다. 다음 앨범이 나오면 재킷 사진을 여기서 찍고 싶다.

Q. 노훈수로 뭉치게 된 계기

김성수: 처음엔 명훈이와 둘이 ‘훈수’로 시작하려 했다. 그러다 유민이가 합류하게 돼서 노훈
수가 됐다.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날 명훈이가 곡을 가져오더라. 들어보니 너무 좋아서 ‘우리 이걸로 하자’ 이렇게 됐다.

천명훈: 성수 형이 출연하고 있는 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스케줄이 많이 생기면서 잘 되더라. 뭘 해도 잘 되고 하니까 둘이 한번 뭉쳐보려 했는데, 어느 날 유민이도 ‘살림남2’에 출연하고 일이 잘 풀리니까 “형 나도 껴줘”해서 셋이 뭉치게 됐다.

Q. 곡은 미리 만들어 뒀나

천명훈: 원래 곡을 미리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쉰 지도 오래되기도 했고. 작년 가을인가 겨울에 문득 ‘곡 하나 써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장비도 새로 들여서 곡을 만들었다. 발라드곡 하나, 댄스곡 하나 만들어놨다.

Q. 팀 내 맡은 역할 소개

김성수: 노훈수의 리더로 책임을 맡고 있다. 안되면 내 책임이다(웃음)

노유민: 다이어트와 커피 관련 담당이다. 얼굴을 맡고 있기도 하다. 같이 서 있으면 형들이 자꾸 뒤로 빠져 있는다.

천명훈: 프로듀서와 동시에 뒤에서 잡다한 것들을 다 맡고 있다.

Q. ‘비비자’라는 곡에 대해 설명한다면

천명훈: 뉴 디스코 장르다. 70~80년대에 유행했던 디스코를 21세기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한 곡이다. 어릴 땐 반항적이고 철학적인 음악을 했었다면 이젠 나이가 있으니 슬슬 비비면서 긍정적으로 화내지 말고 유하게 살자는 느낌으로 가사를 썼다. 많은 분이 ‘비비자’를 들으면 팔도 비빔면 광고를 떠올리시는데 사실 맞다. 표절은 아닌 게 아무리 찾아봐도 원작자가 없더라. 그 노래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의미로 오마주한 곡이다.

Q. 곡 반응은 어떤가

천명훈: 반응은 확실히 있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우리 음악에 하트가 몇 개 눌려있는지 다 확인해보는 편인데 확실히 방송에 한 번 출연하고 나면 열 몇 개 정도가 오르더라. 이번 화보가 공개되면 하트 열 개 정도는 올라가지 않을까? 계속 쌓이는 이 느낌이 좋다.

김성수: 아는 사람들에게 곡을 들려줬더니 다 좋다고 하더라. 한 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Q. 원조 인기 그룹 NRG, 쿨에서 노훈수로 무대에 서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노유민: 첫 무대로 합을 맞추고 나서 같이 행사를 했는데 쿨과 NRG 각각의 노하우가 있더라. 서로의 노하우가 합쳐지니 더 재밌었다.

천명훈: 행사를 하게 되면 쿨, NRG 음악을 같이 해야 한다. 쿨 음악을 하면서 성수 형이 해왔던 레파토리와 장점들을 알게 되었다. ‘성수 형이 잘하는 부분을 콜라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가요계가 많이 바뀌지 않았나

천명훈: 음악방송 출근길이 있는데 그게 처음엔 어색하다가 하고 나면 재미있었다. 그러다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우리가 여기에 서있음으로써 후배들의 자리를 뺏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사진 찍히면서 기자분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입니다”라고 사과했다. 한 주 더 나가고 싶었는데 미안해서 못 나갔다.

김성수: KBS2 ‘뮤직뱅크’의 연출자 출연자 등 통틀어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아서 어색했다. 내가 나이로 박준형도 이겼다. 신인 그룹인데 준형이를 이긴 최초의 댄스 가수다. 우리 나이를 합치면 136살이다. 경력도 쿨은 26년, NRG는 22년이다.

Q. 노유민 씨는 동안으로 유명한데 비법이 있나

노유민: 잠 많이 자고 얼굴에 코코넛 오일을 바른다. 사실 잘 타고난 것 같다(웃음). 부모님께서도 여드름 한 번 난 적이 없는 피부를 가지고 계신다.

천명훈: 유민이는 정말 잘 생겼다. 그런데 정말 잘 생기기만 했다(웃음).

Q. 김성수 씨는 ‘살림남2’를 통해 초보 아빠의 면모를 보여줬다. 방송 후 달라진 게 있나

김성수: 방송을 쉬었을 땐 사진 같이 찍자는 말도 줄어들었었는데 이젠 많이 알아봐 주신다. 특히 딸 혜빈이가 인기가 많아졌고,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살림남2’를 시청해주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혜빈이를 정말 손주처럼 많이 예뻐해 주신다. 혜빈이가 나를 먹여 살린다. 살림도 많이 도와주고 효녀다(웃음)

노유민: 놀랬던 게 어르신들이 성수 형에게 응원을 많이 해주시더라. 예전엔 안 좋은 댓글도 많았는데 노훈수 댓글엔 유독 응원하는 글이 많다. 너무 행복하다.

천명훈: 어렸을 땐 “사랑해요”, “좋아해요”라는 댓글이 좋았는데 이젠 “응원합니다” 이런 댓글이 좋더라. 물론 “여전히 멋있으세요”란 댓글도 여전히 좋다(웃음)

Q. 살림과 노훈수 활동을 같이 하기에 힘들진 않나

김성수: 혜빈이가 많이 도와준다. 혜빈이가 “아빠가 노훈수로 잘 됐음 좋겠다”라는 말도 많이 하고. 내가 제일 힘든 건 혜빈이 케어에 소홀해지는 건데 자기 혼자 잘 할 수 있다 하고 잘하니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Q. 천명훈 씨는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우리가 잊고 지냈던 두 번째: 연애의 맛’에서 소개팅녀를 40분 기다리게 하지 않았나

천명훈: 대본이 없는 진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소개팅하기 전에 지역 행사에 갔다가 핸드폰이 부서져서 망가졌다. 오랜만에 하는 촬영이라 당황스럽더라. 핸드폰이 없으면 소개팅녀 번호를 물어볼 수 없을 것 같아 ‘빨리 고쳐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핸드폰을 고치다가 늦게 되었는데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다. 그 후에 또 방송됐는데 재중이가 “형 그런 일이 있어도 약속을 했으니 우선 만났어야지. 만나서 같이 핸드폰을 고쳤어야 했다”라며 충고를 해주더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앞으로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은

천명훈: 연애는 하고 싶다.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고 싶진 않고 연애를 전제로 결혼을 하고 싶다. 연애하다가 자연스러운 순간이 올 거라 확신한다. 나이, 연애 기간 상관없이 그런 마음이 든다면 바로 결혼하고 싶다.

노유민: 경험상 ‘결혼을 해야겠다’라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오더라

Q.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을 휩쓸고 다녔던 NRG와 쿨. 그 때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

천명훈: 쿨은 대중 가수로서는 넘사벽이었다. 온 국민이 팬덤이었다. 그거에 비하면 우린 애매했다. 아이돌로서는 팬덤이 부족하고 대중가수로서는 인지도가 부족했다. 하지만 90년대에 데뷔해 아직 무대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이런 쪽에선 좀 건방져지고 싶다. 생각보다 정말 많이 없다.

노유민: 쿨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중적으로 다 좋아했던 그룹이다. 믿고 듣는 노래라고 할까.

김성수: 당시 손편지를 많이 썼다. 산타 할아버지가 들고 다니는 선물 보따리 만한 편지 보따리가우리 회사로 오기도 했다. NRG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그룹이었다. 방방 뛰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Q. 당시 라이벌이 있었나

김성수: 룰라, 듀스 등이 있었다.

천명훈: 우린 데뷔 때 라이벌은 HOT였다. 그들 입장에선 “너희들 주제에?”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워낙 정상이었기에 1등을 잡아야 했다. HOT 말에 따르면 우리가 나왔을 때 많이 긴장했었다고 했다.

Q. 같이 활동했던 가수들과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나

김성수: 우리가 활동했던 시절엔 같이 방송하는 사람들끼리 전부 친하게 지냈다. 음악 방송에서 1등한 사람들이 밥을 샀다. 의리도 있고 정도 많았었다.

Q. 김성수 씨는 딸 혜빈이에게 어떤 아빠라고 생각하나

김성수: 친구 같은 아빠다. 심하게 혼내지도 않고 알아듣게 설명해주려 한다. 혜빈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친구처럼 거리낌 없이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노유민 씨는 붕어빵 같은 딸의 외모도 화제가 됐다. 딸 바보인지

노유민: 딸 바보 맞다. 예쁘긴 한데 가장 말을 안 듣는 시기라 힘들기도 하다. 혜빈이처럼 해맑고 착하게 크는 게 내 바람이다. 공부 못해도 상관없으니 밝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Q. 천명훈 씨는 강제 자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데, 억울하진 않은가

천명훈: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다. ‘귀엽게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주시는구나’ 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혼자 생각해보니 ‘내가 왜 강제 자숙의 아이콘이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응원해주시면 ‘그래 난 응원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더 파이팅해서 자신감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사실 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아는 작가님이 어울릴 것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 PD님에게 추천을 해준 적이 있는데 “개 방송 정지당하지 않았어?”라고 했다더라. 그렇게 오해하고 날 불러주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오해를 풀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셋이 같이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은?

천명훈: KBS ‘배틀 트립’에 출연하고 싶다. 같이 힐링하면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싶다

김성수: 나도 ‘배틀 트립’ 얘기하려고 했다. 맛있는 거 먹으면서 우정 나누는 여행. 사실 우리가 급속하게 결성 되다 보니 서로를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여행을 통해 더 알아가고 싶다.

노유민: tvN ‘더 짠내투어’ 출연하고 싶다.

Q. 노훈수로 활동하면서 만약 1위를 하게 된다면 공약 같은 게 있나

천명훈: 절대 그럴 리가 없다. 1위에 큰 욕심 없다. 하지만 아주 만약에 1위를 하게 된다면 삭발을 하겠다.

김성수: 1위를 할 일은 없기에 내 손목을 걸겠다.

노유민: 나는 무대 위에서 비빔면을 먹겠다.

Q. 활동 계획

천명훈: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활동하고 싶다. 행사 같은 것도 가리지 않고 불러주는 대로 열심히 할 예정이다. 노훈수 노래를 좋아해 주는 분들이 많아지면 후속곡도 싱글로 낼 예정이다. 개인적인 활동으로는 개인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이 들어오면 열심히 소화하면서 노훈수 활동도 같이 할 거다.

김성수: 우리 셋은 똑같다. 어디든 찾아주면 갈 거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하니 건강관리에 신경 쓸 거다. DJ 행사도 가끔 하니까 ‘비비자’를 EDM으로 편곡해서 행사 때 틀고 싶다.

노유민: 일단 노훈수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생계형 프로젝트 그룹 노훈수, 어디든 불러만주시면 달려간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한다. 노훈수와 더불어 개인 사업도 열심히 할 예정이다.

에디터: 정혜진
포토그래퍼: 천유신
의상: 코우코우
선글라스: 스텔라 마리나(STELLA MARINA)
헤어: 정샘물 이스트 주다흰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 김민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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