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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니어스, 아이디(eyedi)

김치윤 기자
2019-11-22 21:43:27

[김치윤 기자] 한 뮤지션에 대한 수식어는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음악, 무대, 무대의상. 혹은 방송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 등. 블랙뮤직 아티스트 가수 아이디(eyedi, 본명 남유진)는 특유의 레트로 스타일로 음악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믹스나인’ 방송을 통해서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가수와는 관계 없는 여러가지 이슈로 아이디에게는 경험 그 이상의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아이디에게 가장 적합한 수식어는 가수가 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 음악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고등학생 남유진은 친구의 권유로 우연히 음악동아리에 들어가며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래들이 마치 직업선택을 하듯 말이다. 이후 대형기획사 걸그룹 데뷔조까지 들어갔지만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며 뛰쳐나와 솔로가수로 데뷔했다.

2016년 데뷔 후 2017년 발매된 정식 데뷔앨범은 R&B 뮤지션 제프 버넷, 90년대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 마리오 와이넌스(Mario Winans) 등과 작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이디만의 독특한 이미지에 매료된 일본에서 연락이 와 해외활동도 시작했다. 이 모든 게 불과 4~5년 사이에 이뤄졌다. 왠만한 아이돌 연습생 기간보다 짧다. 화제성도 있고, 음악 자체도 높은 완성도로 유명하다. 아이디야 말로 ‘천재’란 수식어를 가질 뮤지션이다.

Q. 화보촬영 소감은? 세 가지 콘셉트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세 가지 모두 각자의 색이 뚜렷했다. 3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두번째 매니시룩이 가장 좋았다. 3개 느낌이 다 달라 걱정이 많았는데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Q. 촬영 때 자신감이 돋보였다. 포즈에 거리낌이 없어 보이더라.

뭘하든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유진(본명)과 아이디(활동명)의 차이를 확실히 두려고 한다. 그래서 무대나 카메라 앞에 서면 또 하나의 자아가 생기는 거 같아 자신감이 더 붙어서 그런 것 같다.


Q. 그 자신감은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주변과의 신뢰가 바탕이 된 게 아닐까.


맞다. 음악작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철저히 컨셉트를 주도하면서 프로듀싱팀과 회의를 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내 결과물엔 본인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안을 내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으려고 한다.


Q. 음악을 늦게 시작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패션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사실 노래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단짝이 노래를 좋아했다. 그 친구 권유로 보컬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팀을 짜서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러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의도치않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오고 갔다. 환호에 대한 희열감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바로 부모님한테 보컬학원 보내달라고 졸랐다. 



Q. 패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해 보인다. sns를 보면 액세서리(특히 모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호하는 액세서리는?


선글라스, 베레모. 간단하지만 확실하게 이미지 변신이 되는 액세서리를 선호하게 된다. 



Q. 아이디(eyedi)라는 이름의 뜻과 지어진 계기는?


아이덴티티(identity)와 눈(eye)의 합성어다. 정체성이 확실한 자의 시선이란 뜻이다. 음악을 하기 위해선 좋은 기획사만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해 대형 기획사 아이돌 준비를 했었다. 데뷔조에 속해 있었지만 뭔가 불안했다. 음악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됐다. ‘내가 음악을 하기 위한 선택이 이런 것이었나?’와 같은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 결국 아이돌 데뷔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프로듀서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책임을 지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그렇게 회사를 나왔고, 그 당시 프로듀서 분과 함께 지금의 기획사를 통해 데뷔하게 됐다.


Q.음악적 영감을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옛날 음악을 자주 찾아듣는다. 8, 90년대를 대표하는 트렌디한 음악들을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은 접해 보지 못했을 거라 그런 음악들이 더 신선하고 영감을 많이 준다. 관련 영상도 많이 보는 편이고, 의도적으로 제일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보려고 한다. 신디 로퍼, 토니 토니 톤 같은 뮤지션들을 그렇게 접하게 됐다.


Q. 사운드의 진폭이 크다. 레이어도 다채롭고, 곡진행도 여유를 강조하는 편이다. 본인만의 프로듀싱 스타일은 어떤가.

전반적인 콘셉트가 확신이 들고 나서야 진행을 한다. 예를 들어 ‘&New’라는 곡은, 미국 청춘 드라마 ‘베벌리힐스 90210’ 타이틀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후 현재의 음악과 영상에서 접할 수 없던 그런 느낌을 상당히 강하게 받았다. 그 느낌을 이어가고자 ‘90년대 청춘 드라마 OST’ ‘신스 사운드의 불협’ 이런 키워드들을 콘셉트로 해서 완성하게 된 것이다. 


Q. ‘Luv Highway’를 제외하면 모든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했다. 


뮤직비디오 연기는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해당되는 감정을 만든 사람이 제일 잘 아니까. 나의 경우는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한 사람이 나라서 직접 출연하게 됐다.


Q. 뮤직비디오 촬영 에피소드는?


데뷔곡 'Sign'은 미국에서 촬영해 완성된 뮤비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촬영했던 파일이 제작팀의 실수로 모두 날아가 버린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그래도 뮤직비디오 없이 데뷔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대표님이 메이킹으로 찍어뒀던 폰카와 캠영상들을 모아 발표하게 됐다. 그 영상 발표 이후 ‘무슨 동아리 영상이냐?’ ‘미국 가서 왜 찍었냐’ 등 많은 악플이 달렸지만 시간이 갈수록 ‘볼수록 정겹다’ ‘꾸미지 않아서 더 사랑스럽다’ 등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더 사랑을 받게 되었다. 직접 ’Sign' 뮤비를 보시면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레트로하면 아이디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했다. 아이디가 생각하는 레트로란?


더 본질에 가까운 음악, 사람 냄새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레트로라고 하면 큰 의미로 지난 것을 뜻한다. 그리움의 대상이고, 더 기댈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에 내 음악 역시 많은 시간이 지나도 기분 좋게 회상하며 그리워하고,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온기 가득한 음악이고 싶다.



Q. 현재 가장 좋아하는 국내외 가수는?


박재범 선배님은 음악 외에 지금까지의 행보만으로도 너무 존경하는 분이다. 요즘은 히피는 집시였다의 새 앨범과 잭소울을 즐겨 듣고 있다.


Q. 아이디만의 블랙뮤직은?


알앤비 멜로디라인을 기반으로 사운드를 짠다. 전체적인 색깔은 당연히 레트로. 기교를 많이 부리지 않고, 듣기 좋은 편안한 창법으로 해왔다. 레트로 알앤비를 하는 가수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90년대 대표 감성을 저만의 현대적 스타일로 해석하는 게 아이디만의 블랙뮤직이다. 재해석도 좋지만, 나만의 스타일로 보여주고 싶다. 


Q. 음악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정말 많다. 패션 관련된 사업도 해보고 싶다. 연기욕심도 생겼다. 얼마 전에 환경부 공모전에 당선된 단편영화 ‘또 다른 사이다’ 촬영을 마쳤다. 감독님께서 tvN 예능 프로그램인 ‘작업실’을 보셨는데 그 느낌이 좋아 내게 이 영화의 주인공 제안을 했다고 하셨다. 연기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좋게 봐주신 관계자분들 덕에 '또 다른 사이다'에 이어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음악을 계속하게 된 계기는 나를 표현해내는 수단이라는 점에 매혹돼서다. 연기도 그런 수단 중 하나라는 점에 끌린다. 일상에서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다.


Q. 앞으로 활동계획은?


얼마 전 ‘뮤콘 2019’ 콜라보 뮤지션으로 선정돼 준비 중이었던 싱글이 12월 초에 발표될 계획이다. 최근 촬영을 마친 웹드라마도 연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새해 초를 목표로 EP 앨범도 준비 중이니 2020년에는 많은 활동 소식을 들려 드리겠다. 



에디터: 김치윤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클럿 스튜디오, 블리다
모자: 클럿 스튜디오
주얼리: 마티아스
선글라스: 레이밴
슈즈: 닥터마틴
스타일리스트: Sunny Wang
헤어: 코코미카 소은 실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지니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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