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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릴리 “두 번 이상 찾게 되는 ‘맛집’ 같은 가수 되고파”

임재호 기자
2020-04-02 14:54:45
[임재호 기자] 본인의 색깔을 아직 뚜렷하게 찾지 못했지만 어떤 색깔이든 자신의 느낌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가수가 있다. 바로 릴리다. 본인의 색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한다는 생각에 예명을 지을 때 한참 망설였다는 릴리. 하지만 그는 어떤 색깔이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은 가지고 있었다. 이런 매력적인 가수 릴리가 bnt와 함께 했다.

어떤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서야 자신의 이런 포부를 보여줄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했다는 그는 하얀 색깔을 가진 꽃인 백합을 예명으로 선택했다. 하얀 색은 위에 어떤 색을 덧입혀도 그 색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듯이 자신도 다양한 색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본인만의 특색이 없는 것 같고 색깔을 잘 모르겠다고 하던 릴리는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화보 촬영과 인터뷰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백합의 꽃말처럼 노래에 대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애정이 보였다. 그의 여러 가지 매력과 아름다운 목소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을 것인지 기대되는 가수다.

Q. bnt와 화보 촬영 소감은?

“일단 화보 촬영이 처음이라 너무 정신이 없었다. 사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긴장할 겨를조차 없을 정도였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까먹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웃음)”

Q. 근황

“새로운 앨범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회사가 없이 진행하는 첫 앨범이라 떨린다”

Q. 새 앨범을 준비하는 소감?

“사람들에게 내 음악이 좋게 들릴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번 앨범은 특별히 더 많이 했다. 제작하는 과정에서 내 의견이 많이 들어가고 스스로 한 것이 많다 보니까 애정이 깊다”

Q. 소속사 없이 혼자 하니까 힘든 점은?

“재밌는 것이 많다.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 힘든 점은 경제적인 것이 크고 다른 스태프분들이 도와주신 것을 내가 혼자 다 하려니까 그 점도 힘들다”

Q. 다시 다른 소속사에 들어갈 생각은?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다. 혼자 하는 것은 처음이니까 내 능력치에 대해 도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서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해보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Q. 예명을 릴리(Lily)로 정한 이유는?

“아이돌 가수들의 가이드 보컬과 코러스 세션을 했었다. 그런 작업은 저의 색깔을 조금 죽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많이 바꾸고 불러야 했다. 발라드, 댄스 등 장르도 다양하고 부르는 가수의 연령대에 맞춰야 했다. 그래서 제 노래를 하려고 보니까 저만의 색깔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자유로운데 내가 어떤 음악으로 데뷔를 해야 할지 어려웠다. 이름이 그 가수를 대변하는 것도 있어서 컬러를 생각해봤는데 저는 제 색깔이 없는 게 어쩌면 제 색깔이라고 생각해서 흰색을 떠올렸다. 흰색은 어떤 색을 입혀도 잘 표현해주는 바탕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하얀색을 가진 꽃인 백합이라는 뜻의 ‘릴리’로 이름을 지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는?

“아직 발매되기 전인 ‘연분홍’이 발매가 되면 최애곡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제일 처음에 냈던 ‘Twenty’라는 곡이랑 ‘괜찮아지면 안 돼’라는 마지막 싱글이 최애곡이다. ‘Twenty’는 처음 낸 앨범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꾸준히 들어주시는 것 같아 의미가 있다. ‘괜찮아지면 안 돼’는 처음 낸 발라드다. 걱정을 많이 하고 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Q. 정확한 데뷔 시기는?

“2018년 2월이 정식으로 데뷔한 것이다. 그때 리메이크 앨범 내고 3월에 ‘Twenty’를 냈다. 음악 쪽 일은 쭉 해왔지만 정식 데뷔는 조금 늦었다(웃음). 연습생 생활도 어릴 때 했는데 계속 무산돼서 데뷔가 늦어졌다”

Q. 활동 당시 생각나는 에피소드는?

“방송 활동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에피소드가 많이 없다”


Q. 만약 가수가 아니라면 무엇을 했을 것 같은지?

“이렇게 대답하면 다들 놀라시던데 저는 가수가 꿈인 적이 없었다. 가수를 직업으로 꿈꾸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하다가 망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은 한다(웃음). 그전에는 노래 부르는 거 너무 좋아하고 이런 직업이 있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너무 좋아하는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영어 선생님이나 아나운서, 호텔리어 이런 꿈을 꿨었다”

Q. 슬럼프가 온 적이 있는지?

“굉장히 자주 오는 편인데 자주 와서 그런지 극복이 빠르다. 음악 관련된 일은 오래 했지만 데뷔가 무산된 적이 많았다. 원래는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나갔다가 작가 언니의 소개로 연습생 생활을 했다. ‘여자 SG 워너비’같은 그룹을 준비하다가 걸그룹 메인 보컬 연습생이 됐다. 그런데 계속 데뷔가 엎어지고 그래서 그룹으로 데뷔하진 못했다”

Q. 음악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가이드를 너무 많이 해서 안 해본 장르가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장르로 좁혀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지금은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평소에 노래나 음악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매일 레슨하고 매일 녹음하는 것이 일이라서 그냥 자연스럽게 연습이 된다. 매일 레슨을 하니 발성을 같이하고 그런다. 요즘은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과 입시하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너무 예쁘고 귀엽다. 학생들을 좋아해서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

Q. 작사와 작곡도 하시는데 영감을 얻는 요소는?

“샤워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음성 메모를 켜놓고 녹음할 때도 있다. 메모장에 생각나는 말 같은 것이 있으면 생각나서 바로 쓰고 한다. 꿈에서 떠오를 때도 있어서 잠결에 핸드폰을 켜서 음성 메모로 녹음한 적도 있다(웃음)”

Q. 하고 싶은 음악과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포장이 덜 된 느낌의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성격이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 틀을 정해주면 거기에 맞추는 것을 잘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정말 내 맘대로 하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하면서 내 색깔을 찾고 싶다. 그리고 ‘맛집’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맛집도 ‘맛은 있는데 한 번 먹었으면 됐어!’ 하는 맛집이 있고 또 찾게 되는 맛집이 있다. 전자는 내게 맛집이 아니다(웃음). 어떻게 보면 나도 상품이고 대중이 내 음악을 들어주는 것이다. 계속해서 듣고 싶은 가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관심 받아야만 행복하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연예인들 속에서 나는 평범하다. 무난하고 잔잔하게 빛나는 사람으로 남고 싶기도 하다(웃음)”

Q. SBS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출연 당시 소감은?

“황홀했다. 왜냐면 방송국 마이크 음향에 노래해본 적이 없었다. 그땐 일반인으로 나간 거다. 음향이 너무 좋은 곳에서 노래하는 것이 그렇게 큰 행복인지 처음 알았다. 거긴 정말 딱 저한테 주목이 되고 노래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승패를 떠나서 그냥 출연해서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Q. 연애 경험은 많은지?

“당연히 있다. 많지는 않고 깔끔하게 떨어진다. 6년, 2년, 2년 이렇게 해서 20대에 10년 세 명(웃음). 한 번 만나면 오래 만난다. 대신 썸 같은 거 길게 타고 이런 것 싫어한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Q.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가수는?

“많다. 폴킴 씨나 크러쉬 씨가 지금 가장 생각난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은 가수분들이다. 아니면 트렌디한 래퍼 분들이랑도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Q. 노래할 때 톤을 중요시한다고 들었다. 톤을 잡는 노하우는?

“작곡가분들한테 녹음할 때 ‘너무 예쁜 척하는 것 같지 않아요?’하고 자주 묻는다. 저는 가장 가짜처럼 부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노하우라기 보다는 그런 게 내가 노래 부를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다. 그래서 옥상달빛을 좋아한다. 옥상달빛은 목소리가 너무 예쁜데 본인의 목소리라는 것이 너무 느껴진다”

Q. ‘나여서 괜찮아’ 준비 당시 에피소드는?

“앤의 ‘혼자 하는 사랑’을 리메이크 프로젝트로 부르게 됐다. 원래도 너무 좋아하는 노래였다. 그 노래의 원작자분께 저작권 허락을 받아야 해서 연락을 해서 부르고 발매했다. ‘나여서 괜찮아’ 작곡가분이 ‘혼자 하는 사랑’의 작곡가분이다. 작곡가분께 ‘노래 너무 잘 들었다. 리메이크해 줘서 고마웠다’고 답이 왔다. 한참이 지났는데 작곡가분한테 메시지가 왔다. 미팅하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만났는데 프로젝트 앨범을 준비 중인데 첫 번째 싱글을 부를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부르게 된 것이다. 너무 신기했다(웃음)”

Q. 걸그룹 모모랜드의 보컬 트레이너였다. 에피소드는?

“연습생 때부터 데뷔앨범과 두 번째 앨범까지 트레이너를 했다. 에피소드는 많이 없는데 낸시는 너무 예뻐서 ‘너 네가 예쁜 거 알지? 넌 대중에게 얼굴 예쁜 가수로 남고 싶니? 아니면 얼굴도 예쁜데 노래도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니?’하고 물었는데 낸시가 후자를 고르더라. 그 이후로도 연습도 열심히 하더라(웃음). 주이는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가르쳤던 연습생 중에 주이가 가장 연습을 열심히 했다”

Q. 트레이닝했던 가수 중에서 음색이 좋았던 가수는?

“모모랜드의 낸시. 보컬이 통통 튀는 면이 있어서 목소리가 되게 예뻤다. 평소 말할 때도 목소리가 애교도 많고 통통 튄다. 노래할 때도 목소리에 있는 애교가 묻어 나와서 매력 있는 것 같다. 이분은 트레이닝했던 분은 아니고 코러스를 했던 분인데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놀란 것은 에이프릴의 나은이다.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작곡가분한테 누구냐고 물었더니 에이프릴 나은이었다. 정말 목소리가 너무 예쁘다”


Q. 뷰티 크리에이터 벨르제이와의 인연은?

“’나여서 괜찮아’의 작곡가분이 벨르제이 씨가 부르는 영화 OST의 곡을 썼다. 그래서 연이 닿았다. 원래 노래를 하시던 분이 아니라서 제안을 받아서 제가 보컬 코치를 하게 됐다. 되게 재밌고 잘해주셔서 더 친해지고 싶다”

Q. 존경하는 가수가 있다면?

“없다. 내가 잘났다는 뜻이 아니다. 어릴 때는 누구처럼 되고 싶고 누구처럼 부르고 싶고 이런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 자신을 혹사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마다 가지고 태어난 것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를 존경하느냐 마느냐 할 수가 없다. 저마다 색깔이 다르다. 그래서 음악을 하는 사람은 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Q. 잔잔하고 길게 가고 싶은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반짝하면 그만큼의 어둠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둠이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자극적인 것이 좋은 것도 있지만 저는 자극적이지 않은 것의 장점을 더 크게 생각한다.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반짝 빛나면 마음을 빼앗기기 쉬운 동시에 금방 질리거나 눈이 부시기도 쉽다. 저는 그냥 편안하고 은은한 빛이 되고 싶다”

Q. 기억에 남는 팬은?

“’괜찮아지면 안 돼’를 발매하고 나서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왔다. 어떤 팬이 자기는 가수 양파 씨 이후로 좋아하는 가수가 없었는데 양파 이후로 처음으로 맘에 드는 가수를 찾았다고 정말 잘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였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팬이었다. 아주 감동적이었다”

Q. 롤모델은?

“롤모델이라기 보다는 팬으로 좋아하는 가수는 많다. 저는 이효리 씨의 완전 팬이다. 저는 이효리 씨처럼 완전 스타가 된 적은 없지만 나중에는 지금의 이효리 씨처럼 편하게 생활하고 싶다. 아이돌 그룹도 되게 좋아한다. 트와이스의 나연, 레드벨벳의 아이린과 조이, 블랙핑크의 제니, 모모랜드의 낸시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Q.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노래 하나만 남아도 되게 행복할 것 같다. ‘아 릴리! 그거 부른 가수지!’하는 그런 거(웃음)”

Q.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릴리라는 이름을 알아만 주셔도 고맙다. 그리고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에디터: 임재호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비앤티 꼴레지오네(bnt collezione)
헤어: 코코미카 시연 원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정민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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