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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짝임에 취해 서성거리게 만드는 별, 크루셜스타

이진주 기자
2020-05-06 15:27:03

[이진주 기자]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수놓아져 있지만 나를 올려다보게 하는 별은 많지 않다. 가요계 역시 하루가 멀다고 개성 있는 스타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내 마음을 울리는 스타와 노래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크루셜스타의 반짝이는 감성과 영롱한 음색을 마주하면 그 자리를 몇 번이고 빙빙 돌게 된다.

크루셜스타는 ‘혼자 이 밤을’, ‘별의 별’, ‘데리러 갈게’ 등 발표한 곡만 100개가 넘는 9년 차 힙합 뮤지션이다. 자신만의 새벽 감성을 음악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팬들의 마음과 귀를 사로잡아 ‘믿고 듣는 가수’로 통하는 그는 작년 ‘별밤2’ 단독 콘서트와 캘리포니아주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가수들 사이에서도 같이 작업하고 싶은 탐나는 아티스트인 그는 효린과 함께한 ‘말 없이 안아줘’로 2020년의 첫 포문을 열었다.

오묘하면서 더 짙어진 이번 신곡 ‘천체망원경’처럼 그는 bnt와 함께한 화보 촬영에서 도시 방랑자 같은 자유롭고 활기찬 콘셉트부터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콘셉트, 숨바꼭질하듯 몽환적인 콘셉트까지 이전과는 색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분출했다.

Q. 화보 촬영 소감

“너무 편하고 재밌었다. 이렇게 제대로 된 화보 촬영은 처음이어서 뜻깊었고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온 것 같다(웃음)”

Q. 근황

“최근 여러 가지 일들로 잠시 처지면서 음악에 흥미를 잃어 쉬고 있다가 ‘이제 다시 제대로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어 요즘에는 거의 곡 작업만 했다. 주로 혼자서 하다가 음악적 성향이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음악의 재미를 찾았다. 덕분에 즐겁게 작업하며 지내고 있다”

Q. 음악적 성향이 잘 맞는 친구들은 누구인가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집단으로 아직 데뷔를 안 한 친구도, 이미 활동하는 친구도 있다.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인데 죽이 잘 맞아서 자주 보고 있다”

Q. ‘천체망원경’ 신곡 소개

“사랑하는 사람 혹은 무언가를 그리는 노래다. 올해 처음 내는 곡이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항상 보여주던 색깔이긴 하지만 조금은 색다른 느낌이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민겸이(릴러말즈)와 전부터 ‘2080’ 노래를 좋아했지만 이번 작업을 계기로 연이 닿은 미스피츠가 흔쾌히 피처링 작업을 도와줬다”

Q. 왜 ‘천체망원경’인가

“천체망원경을 통해 열심히 찾아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우리가 열망하는 무언가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천체망원경이 없어도 마음속에 존재하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는 메시지를 위해 사용한 소재다”

Q. 재작년 ‘Maze Garden’에 애착이 가는 이유가 잘 안 될 줄 알면서도 음악에 대한 자신의 순수한 갈망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이번 새 앨범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그때와는 다르다. ‘Maze Garden’은 그 당시에 ‘이 곡을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마음이 컸고 단지 내가 하고 싶어서 대중성과 상업성 등 모든 것을 배제하고 만들었다. 또 갈수록 ‘더 진중한 작업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신곡은 즐겁게 즐기면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음악 자체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Q. 올해 1월 효린과 작업한 ‘말 없이 안아줘’ 녹음 에피소드

“사실 ‘말 없이 안아줘’라는 곡은 작업한 지 1년이 넘은 오래된 곡이다. 계속 타이밍이 안 맞아서 늦춰지다가 올해 1월에 나오게 됐다. 에피소드라면 효린 씨가 정말 잘해서 놀랐다는 거(웃음)? 보컬들이 녹음할 때 음정 맞추는 튠 작업을 하는데 효린 씨는 그게 따로 필요 없더라”

Q. 효린과 원래 알던 사이인가

“몰랐다. 그 당시 발매한 ‘혼자 이 밤을’이라는 곡을 좋게 듣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원래 이 곡을 커버 형식으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계획이 틀어졌고 최근에 쓴 곡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말 없이 안아줘’가 성사됐다”

Q. 4월8일 발매된 하츠의 '루프탑(roooftop)'의 피처링을 도왔다. 같이 작업하게 된 계기

“한 프로듀서분의 피처링을 맡았을 때 하츠가 같이 작업했다. 그때는 모르는 사이였는데 곡이 완성된 후 들어보니 너무 좋아서 내가 먼저 보고 싶다고 연락했다(웃음). 실제로 만나보니 성격도 좋고 생각 이상으로 음악을 잘해서 하츠 앨범의 피처링 참여 의사를 전했고 그렇게 ‘roooftop’을 함께하게 됐다”


Q. 공동 작업을 많이 해왔고 또 의뢰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응하는 기준이 있을까

“내가 잘할 수 있거나 곡이 좋으면 참여하지만 각이 나오지 않으면 정중히 거절하는 편이다. 그 곡 위에서 내 장점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못하는데 억지로 하게 되면 서로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Q.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

“최근에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또 함께 작업하면 좋긴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사람의 피처링을 참여해도 요즘은 곡이 구리면 잘 안 될 때도 많더라”

Q. 가장 친한 동료

“브라더수랑 제일 친했는데 군대에 가서 못 본 지 오래됐다(웃음). 또 자이언티와 도넛맨과도 친하지만 요즘은 작업을 같이하는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고 있다”

Q. 소속사 없이 개인 활동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사진작가 두 분과 함께 ‘베이커(VAKER)’라는 크루를 결성했지만 서로 추구하는 길이 달라 현재는 같이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이번 앨범 작업 겸 프로필 사진을 같이 찍기로 했고 사이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 다 다른 성향의 소속사 세 곳을 거쳤고 모두 좋은 경험이었지만 회사에 속해있으면 어쩔 수 없이 부수적으로 생기는 일들이 많더라. 이를테면 자켓 촬영이나 뮤직비디오 등 상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 나하고는 잘 맞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혼자 하다 보니 어느새 3년이 넘었는데 이제는 조금 팀을 꾸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웃음)”

Q. 내년 1월이면 데뷔 10년 차다.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

“곡을 낼 당시에는 어느 정도 만족하기 때문에 내는 거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부족했던 부분이 보이더라. 퀄리티적으로 만족스러운 작업은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걸 해냈다’ 싶은 만족은 ‘Maze Garden’ 앨범과 ‘Midnight’ 앨범이다. 사실 정규앨범 작업이 쉽지 않은데 끝냈을 때 내가 뭔가를 남겼다는 것이 되게 뿌듯하다”

Q. 작업은 어떤 상태에서 할 때 만족도 높은 편인가

“최근에서야 깨닫게 됐지만 재밌는 상태에서 만들 때 가장 자연스러운 곡이 나오더라. ‘이 곡을 이런 식으로 완성해야지’ 하는 마음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뿐”

Q. 작업 공간을 이전했다. 새로운 공간은 어떻게 꾸밀 계획인가

“작업실을 개포동에서 상수동으로 옮기게 됐는데 지내다 보니 괜찮아서 인테리어까지 싹 바꾸고 있다. 전체적으로 방음 시공부터 페인트칠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했고 인테리어는 구상 중이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거실에는 책장을 두고 네온사인을 하나 만들어서 달고 싶다(웃음)”

Q. 작년 국내 ‘별밤2’ 단독 콘서트와 캘리포니아주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해외 팬들과의 첫 조우 어땠나

“공연이 흑자가 날 만큼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무 좋았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핸드폰으로 촬영하며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기 바쁜 데 반해 그곳은 커플끼리 와서 서로 춤추거나 웃고 떠들면서 술 마시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하물며 공연을 보지 않는 분도 있었다(웃음). 그렇게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공연하는 입장에서도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였고 기분도 되게 색달랐다. 음악을 듣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태도는 본받을 만한 것 같다”

“찐(?)팬 몇 분이 기억에 남는다. 로스앤젤레스의 한국 남성 팬 한 분이 외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내 CD를 전부 갖고 있었고 첫 굿즈인 ‘starry night’ 후드티를 한 번에 여러 장 사가서 놀랐다. 진짜 대단했던 건 LA와 산타아나랑 가깝기는 해도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두 곳 다 와줘서 정말 감동받았다. 그런 팬들을 그 자리에서 처음 봤기 때문에 더 그립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았다”

Q. 그렇다면 올해 역시 콘서트 계획이 있을까

“현재 코로나19로 위험한 때이기도 해서 아직 콘서트 계획은 없고 빨리 상황이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아마 내년 1월에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별밤3’를 하지 않을까 싶다”


Q. SNS에서 ‘사진 올리는 연습’이라는 게시글에 팬들의 유난히 반기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평소 사진을 잘 찍지 않는 듯한데 이유가 있을까

“그런 걸 진짜 못한다. 예전에는 셀카도 올리고 했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아무래도 더 못하겠다. 그래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지만 내 인스타는 객관적으로 봐도 재미없다(웃음). 신곡이 나오면 이것저것 올릴 게 많지만 비수기일 때는 일상을 올리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또 잘 돌아다니지를 않아서 업로드할 거리가 없다. 그래서 일단 작업실을 예쁘게 만든 다음 작업실 사진을 좀 더 올릴 생각이다(웃음)”

Q. 최근 관심사

“가끔 게임을 하지만 이건 관심사라고 할 수 없어서(웃음). 최근에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져서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옷을 잘 안 사는 편이지만 전보다 능동적으로 쇼핑하고 있다(웃음)”

Q.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미쳐서 작업만 하는 건 아니고 당연히 쉬기도 한다(웃음). 집돌이라서 대체로 집에 있는데 요즘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고 있다. 어른이 돼서 보니까 다르게 보이는 영화들이 대다수인데 최근에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봤다”

Q. ‘Maze Garden’ 당시 SNS에 올린 몸 사진을 보고 놀랐다. 반전 몸매의 소유자인데 평소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나

“요즘엔 운동하려고는 하지만 쉽지 않다. 그 당시에는 ‘내가 살면서 한 번쯤은 몸 사진을 남겨야겠다’라는 욕심으로 운동했지만 그 후로는 쉬엄쉬엄 건강만 챙기는 정도로 했다. 사실 그때도 좋은 몸매는 아니었고 좋게 찍은 거다(웃음)”

Q. 공개 연애를 제법 했다. 추구하는 연애 스타일

“그런 건 없지만 애초에 거짓말을 잘 못하기도 하고 솔직해야 마음이 편하다. 공개 연애가 사실 좋을 게 없다 보니 비공개로 시작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어쩔 수 없이 연애 사실이 알려지더라. 아직 연애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 하게 된다면 또 시작은 비공개로 하지 않을까”

Q. 그렇다면 이상형이 궁금하다

“외모적인 이상형은 전혀 없다. 물론 예쁘면 좋지만 말이 잘 통하고 생각하는 게 비슷하면 끌리더라. 무언가를 보거나 경험했을 때 좋고 옳다고 느끼는 감성이 서로 일치하거나 잘 맞아야 하는데 이게 사람마다 굉장히 한 끗 차이라서 더 어려운 것 같다(웃음)”

Q. 일전에 롤모델로 더콰이엇을 꼽았다. 지금도 동경하는 대상이 같을까

“인생에서의 모토는 여전히 더콰이엇 형이다. 보통 사람은 살아가면서 종종 변하기 마련인데 형은 인간계가 아닌 천상계로 가고 있는 느낌이랄까(웃음). 외모도 물론 천상계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견고함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형의 한결같고 일관된 태도를 닮고 싶은데 나는 잘 안되더라”

Q. ‘음악 하길 잘 했다’ 싶을 때는 언제인가

“항상 그렇다. ‘나는 음악을 안 했으면 뭘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음악 외적으로는 재능을 느끼는 부분이 없다. 내 노래를 통해서 ’좋은 에너지나 힘을 얻었다’라든지 혹은 ‘전 애인과 다투거나 헤어졌는데 다시 만나게 됐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

Q. 최종 목표

“해를 거듭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전에는 삶의 목표에 대해 한없이 진지했지만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지내면서 음악도 재밌게 하고 싶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느끼게 되고 또 오래할 수 있는 것 같다. 곧 10년을 바라볼 정도로 오래 했기 때문에 은퇴가 머지않았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오래 하려면 재밌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Q. 팬들에게 한마디

“우선 이 인터뷰를 찾아봐 줘서 감사하고 올해는 더 활발하고 재밌게 작업할 테니까 많이 기대해 달라. 또 언제까지나 내 색깔을 잃지 않고 더욱 내 색깔로 넓히는 행보를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웃음)”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박경철
의상: 해일(HEILL), 모호, COS, 프레드페리
슈즈: 컨버스, 렉켄
헤어: 콜라보엑스 임지혜 디자이너
메이크업: 콜라보엑스 시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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