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BLOOMING, 윤소희

2020-05-06 12:04:28

[나연주 기자] 거리가 오색찬란한 꽃들로 일렁이며 햇살의 온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어느 봄날이었다. 배우 윤소희가 bnt와 만났다.

햇살이 쏟아지는 방 안으로,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찬 그가 들어왔다. 이날은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이하 ‘요즘책방’)’의 마지막 방송 다음 날이었다. 매주 한 권의 책을 읽으며 21주를 보냈으니 그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을 터. 정든 친구를 떠나보내듯 인터뷰 내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다섯 벌의 의상으로 진행된 이번 화보 촬영에서 그는 매번 색다른 모습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해와 교감하는 꽃처럼 자유로운 몸짓을 보여주며 봄을 만끽하던 그.

그렇게 눈 부신 햇살처럼, 화사한 꽃처럼, 윤소희가 피어났다.

Q. 화보 촬영 소감

“정말 책만 읽다가 오랜만에 머리도 길게 붙이고 예쁘게 촬영을 했다. 항상 단정하게만 하다가 이런 스타일을 하니 좋았다”

Q. 책만 읽었다는 건 ‘요즘책방’ 촬영 때문인가

“촬영 때문에 작년 11월부터 책만 읽었다. 프로그램을 하며 매주 책을 한 권씩 읽어야 했다. 나 혼자 읽는 게 아니라 출연진들과 얘기를 나눠야 하니 정말 열심히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안 좋아하는 내용이더라도 세세하게 읽어야 해서 매일매일을 그 스케줄에 맞춰 살았다. 책 읽고 리뷰 인터뷰를 하고 녹화 다음 날 점심 정도까지만 쉬고 매일 그것에 매진했다”

Q. 책 21권을 정말 다 읽은 건가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워낙 선배님들과 함께하다 보니 아는 것도 아주 많으시고 얘기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러니 읽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는 거다. 더 열심히 읽게 되더라”

Q. 평소에도 독서를 즐기나

“독서를 좋아하지만 한정된 종류의 책을 읽는 편이었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전에는 누가 추천해줬다면 안 읽었을 책들도 많이 읽게 됐다”

Q.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라 다양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매주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게 조금 어려웠을 뿐이다. 나는 사실 뭔가 배우거나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책 읽는 프로그램’ 하면 그려지는 이미지와 다르게 출연진분들이 되게 재미있다. 녹화가 방송 시간의 3, 4배 정도 되는데 그 안에 정말 수많은 얘기가 오고 간다. 너무 재미있어 녹화하는 날이 너무 좋았다. 힘들다거나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편집이 많이 돼서 아쉬운데 현장이 너무 재미있다”

Q. 카이스트 출신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하며 다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

“항상 아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으니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다. ‘요즘책방’에서는 다들 전문 분야가 달라 그분들이 가진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나왔다. 솔직히 친구와도 한 자리에서 서너 시간 연달아 얘기하기 힘든데 매번 녹화를 그렇게 하는데도 지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질리도록 많이 해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오히려 사라진 느낌이다(웃음)”

Q. 출연진이 설민석부터 전현무, 이적, 장강명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긴 하다. 촬영하면서는 어땠나

“전현무 오빠와 친분이 있어서 편했다. 설 선생님은 강의를 많이 하셔서 실제로 봤을 때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매우 편안했다. 배움을 좋아하시고 모든 분의 이야기를 경청하시고 에너지가 밝은, 소년 같은 느낌이 있다. 이적 선배님은 재미있다는 생각만 했는데 그 이상으로 아는 게 정말 많은 분이다. 낯도 많이 안 가리셔서 사람을 편하게 해주신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너무 편하게 해주시고 중간에 녹화 잠깐 쉴 때도 사담을 나누며 정말 좋았다. 그래서 녹화하는 날이 제일 즐거웠다. 네 시간씩 두 번, 총 8시간 정도 녹화를 하는데 지치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그런 걸 보면 호흡이 좋았지 않았나 싶다”

Q. 바쁜 스케줄 중에 독서는 언제 했나

“정말 매일 생각날 때마다 읽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지루하거나 힘들면 틈틈이 공부하듯, 책을 읽었다”


Q. 시즌 2를 제작한다면 출연 의향은?

“너무 하고 싶다. 힘든 것보다는 얻는 게 더 많다. 선배님들도 나처럼 이렇게 아쉬워하실지 몰랐는데 방송 끝나고 단체 대화방에 너무 아쉽다고 하시더라. 녹화를 마치고 마지막 방송까지 한 달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그때도 중간에 ‘너무 보고 싶다’, ‘녹화해야 하는데 안 하니까 너무 서운하다’ 하시더라. 정말 좋은 분들이라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든 하고 싶다”

Q. 차기작 tvN 드라마 ‘외출’ 소개

“‘외출’은 모녀간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 5월에 어울리는 소재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대본 리딩 하면서 이렇게 다 울기가 힘든데 리딩 중에 훌쩍이는 소리밖에 안 들릴 정도였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따뜻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드라마다. 모두가 인생에 한 번쯤 겪을 만한 감정을 잘 담은 드라마라서 처음 봤을 때부터 출연하고 싶었다”

Q. 극 중 신소희 역 소개

“다섯 살 딸이 있어 육아로 경력 단절됐다가 한정은 역의 한혜진 선배님 회사에 3개월간 일하게 된 워킹맘이다. 나와 같은 워킹맘인 한정은 역이 내가 겪는 일들을 자기 일과 비교해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Q. 연기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

“너무 많다. 데뷔 초 tvN ‘식샤를 합시다’ 윤진이 역은 당시의 나와 가장 비슷했던 역할이라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는 tvN ‘기억’의 봉선화 역이다. 그때는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 사실 하나를 꼽기가 정말 어렵다. 나는 늘 좋은 현장에서 좋은 분들과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단순히 캐릭터가 좋다기보다 그 현장에 있던 분들과 그때 있었던 일들 모든 게 어우러져 웬만한 캐릭터는 다 좋았다. MBC ‘군주 - 가면의 주인’에서는 배우분들과 아주 친하기도 했고 선배님들과 관계를 깊게 맺는 캐릭터라 지금까지도 김병철 선배님과 사이가 좋다”

Q.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

“의사 같은 전문직 여성이나 사이코패스, 범죄자 역할도 해보고 싶었다. 또 시트콤은 정말 해보고 싶다”

Q. 범죄물과 시트콤은 색이 완전히 다르다. 어떤 연기가 더 어려울 것 같나

“아무래도 범죄자 역은 심적으로 공감해야 하니 어렵겠다. 내가 하는 일에 반감을 품지 않고 그럴만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면 왜 죽였는지에 대해 심적으로 공감해야 하니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시트콤은 내 인생 드라마가 미국 NBC ‘프렌즈’다. 재미있기도 하고 출연진들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해 나 아닌 대부분의 배우분이 다 해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Q.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

“지금껏 함께 작품을 했던 분들과 다시 해보고 싶다. 새롭게 누군가와 해보고 싶다면 한 명을 정하기가 정말 어렵겠다. 이전에 함께 했던 분들을 다른 작품에서 만나면 너무 반갑더라. 김영옥 선배님, 윤경호 선배님도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난 적이 있어서 좋았다”

Q. 친한 동료 연예인

“함께 작품을 했던 분들과는 다 친해서 사적으로도 많이 만나는 편이다. 특히 tvN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같이 했던 배우분들과는 4, 5년간 송년회를 하고 연락도 자주 한다. 하석진 오빠, 유라 언니, 안보현 오빠, 비투비 이민혁 오빠도 친하다. 다들 일하니 시간 내기 힘든데 일년에 한 번은 꼭 본다. 예전에는 그게 적다고 느꼈는데 1년에 한 번이면 자주 보는 거더라(웃음)”

Q. 평소 성격

“조용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활발하다. 친해지면 생각보다 장난기가 정말 많고 친구들 만나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자주 만난다.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해 많이 돌아다니는데 요즘은 못 다니고 있다”

Q. 친구들과 만나면 술도 마시나

“술을 많이 안 마시긴 한다. 안 마시는 이유가 있는데 친구들끼리 만나면 내가 운전을 한다. 친구들을 픽업하고 데려다주는 걸 많이 해서 술은 자주 안 마시고 정말 잡다한 것을 많이 한다. 퍼즐, 레고, 도미노 하거나 즉흥적으로 어디를 많이 간다. ‘남산 갈까’ 하면 남산 가고 배고프면 다시 집에 가서 밥 먹기도 하고”

Q. 연기 외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

“많았는데 ‘요즘책방’을 하며 공부를 정말 다양하게, 또 많이 하다 보니 많은 걸 충족시켜줬다. 연기 외에는 운동을 하나를 집중적으로 해서 관련 자격증을 따고 싶다. 프리다이빙 자격증은 있지만 아직 입문 단계라 더 모으는 게 로망 중 하나다”


Q. 다른 자격증도 있다면?

“운전 면허도 있지만 대형 차를 몰 수 있는 제1종 대형면허도 따고 싶다. 운동, 운전 두 가지 자격증을 따서 모으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소속사에서 워크숍을 갔을 때도 내가 차를 몰고 매니저님들이 다 뒤에 탔다”

Q. 출연하고 싶은 예능

“‘요즘책방’(하하). 사실 그동안 재미있는 걸 많이 해서 내가 했던 건 다 재미있었다. 활동적인 예능을 많이 하고 싶다. 그게 더 재미있고 몸이 잘 풀어진다. 몸 쓰는 걸 좋아한다”

Q. 이상형

“외적인 부분은 딱히 없고 자상하고 또 자상한 사람이 좋다(웃음). ‘무한 다정’한 사람. 자기 분야에서 만큼은 빠삭한 사람. 외적인 부분은 딱 한 가지 있는데 여리여리한 사람보다 몸이 두꺼운 사람이 좋더라. 사실 외모보다는 성격이 더 중요하다. 또 나와 함께 뭔가를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Q. 롤모델

“tvN ‘미생’에 출연했던 이성민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성격이 되게 좋으시더라”

Q. 어느덧 데뷔 8년 차더라. 기분이 어떤가

“정말 시간이 빠르다. 너무 징그럽다(웃음). 예전에 5년 차되신 분들만 봐도 ‘5년 차라니’, ‘5년이나 일했다니’ 이런 생각이었는데 내가 8년차 라니. 인정하고 싶지 않다(웃음)”

Q. 데뷔 초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너무 달라진 게 없어서 8년 차 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 체감도가 낮았다. 어느 순간 생기는 시점이 있더라. 정말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 조금 더 진지해진다. 길게 보게 된다”

Q. 슬럼프는 없었나

“사실 슬럼프가 뭔지 잘 모르겠다. 감정이란 게 왔다갔다하니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딱히 슬럼프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늘 즐겁다”

Q. 목표

“목표는 정말 오래 일하는 것. 직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평생 일한다고 생각하면 드는 느낌이 직업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 같다. 평생 일하는 게 내 목표다”

Q. 욕심나는 수식어가 있다면?

“‘쟤 아직도 나오네’(하하). 나중에 나이를 먹어도 김영옥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 인생의 롤모델 같은 느낌인 게 정말 건강하게 오래 일하셨다. 지금도 정정하시고 나보다 글씨도 잘 읽으신다. 내가 대본을 잘 못 읽으면 ‘너는 나이가 몇인데 못 읽냐’면서 읽어주신다. 돋보기도 안 쓰시는데 정말 신기하다. 촬영할 때 안경을 안 쓰시고 오셨는데도 내가 소책자를 얼굴 가까이 대고 읽으니 선배님께서 옆에서 읽어주셨다. 제2의 김영옥 선배님이 되고 싶다(웃음)”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곧 또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테니 ‘요즘책방’ 꼭 보시길 바란다. 지식뿐 아니라 삶의 여러 가지를 느끼게 돼 배우는 게 정말 많다. 요즘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니 건강이 최고인 것 같다. 무엇이든 누리려면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에디터: 나연주
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JMY, 주닝, 비앤티 꼴레지오네(bnt collezione), 유어인바이티드
슈즈: 앤아더스토리즈
선글라스: 루이까또즈, 프론트(Front)
주얼리: 위드란(WITHLAN), 마티아스 FOR 하고
백: 엘레강스 파리
헤어: 스타일플로어 현정 부원장
메이크업: 서울 베이스 최수일
장소: 덤앤더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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