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귀여운 여인, 한지은

박찬 기자
2020-07-20 14:51:11

[박찬 기자] “이제 조금은 나 자신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내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건지 깨닫게 되었다” 배우 한지은의 행복은 내일이 아닌 오늘을 마주한다. 열심히 걸어온 시간, 다그쳐온 마음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연기 활동을 잠시 중단한 뒤 JTBC ‘멜로가 체질’, SBS ‘꼰대인턴’으로 다가오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예계에서 본업을 포기하고 연기 활동에 매진하는 경우는 사실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때로는 주변사람의 조언에, 때로는 작품에 대한 깊은 열망 속에 그 진심이 열리기 때문.

한지은이 스피치 학원 강사로 근무했던 3년은 간절함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간절함은 뒤이어 꿈에 대한 결심으로 굳혀졌고, ‘배우 한지은’ 그대로를 속속 드러내기 시작했다. 화보 촬영장에서 직접 만난 그는 귀엽고도 해사한 미소 속에 견고한 자기 세계를 갖추고 있었다.

Q. 오랜만에 bnt와 만났다. 지금 드는 기분

“아마 2년 만의 촬영인 듯하다. 이번에도 새로운 콘셉트로 촬영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아직은 화보 촬영 자체가 어색하지만 매번 설레는 감정으로 시작한다”

Q. 화보 촬영을 즐기는 편인지

“그렇다. 무엇보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내게 이런 이미지가 있었구나’라고 스스로 느끼며 점검하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화보를 촬영하게 되면 그게 나 스스로든, 팬분들이든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 흥미로운 순간이다(웃음)”

Q.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저번 주까지 출연하던 MBC ‘꼰대인턴’이 종영해서 쉬는 기간을 갖고 있다. 그동안 못 봤던 책들도 다시 읽고 힐링하고 있다. 낮에는 집 근처의 산에 자주 등산하고, 저녁에는 동네 이곳저곳 홀로 노래 들으면서 산책한다”

Q. 이제 산책하다 보면 알아봐 주시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밤에는 마스크도 쓰고 모자도 쓰니까 편하게 다닐 수 있다. 낮에는 식당을 가거나 돌아다니다 보면 많이 알아봐 주신다. 그럴 때마다 당연히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 그만큼 내가 출연한 드라마를 봐주셨다는 의미지 않나. 그때마다 ‘우리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것 같다”

Q. ‘꼰대인턴’ 속 캐릭터 ‘이태리’ 인스타그램 계정을 직접 만들었다. 원래 어떤 역할을 맡든 그것에 흠뻑 취하는 편인지

“일부러 그러는 편은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평소에도 ‘내가 이런 상황이면 어떤 대처를 할까?’, ‘무슨 말을 할까?’라고 끊임없이 되뇌고 상상한다. 그만큼 일상생활에 역할을 대입하고 몰두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것들을 분석하고 이끌어낼 수 있더라”

Q ‘꼰대인턴’에서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작을 맡아 열연했다. 시즌 2 방영에 대해 기대하는 팬들이 많더라

“만약에 시즌 2에 대한 계획이 자세하게 이루어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촬영장 분위기, 감독님, 동료 배우분들, 선배님들도 잘 맞았다. 좋은 기억들만 있기 때문에 같은 멤버들로 또 한 번 함께 촬영하고 싶다. 이게 12부작이다 보니 조금 짧은 느낌이 있긴 했다. 그 아쉬움이 크다”

Q. ‘이태리’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귀엽더라.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일단 투 톤 헤어스타일 자체는 작가님이 대본으로 써주신 사항이 있었지만 그 안의 헤어 컬러나 기장은 디테일이 좀 더 필요했다. 드라마 내용상 술에 취한 ‘이만식’이 ‘이태리’의 머리카락을 보기 싫다며 자르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한 당위성이 필요했고 호불호가 갈릴만한 투 톤 헤어를 연출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너무 촌스러우면 안 됐기 때문에 다 같이 회의를 하면서 의논했다. 사실 염색한 머리를 평소에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계속 보다 보니 나름 재미있고 신선한 느낌이더라”

Q. 처음 이 배역을 맡았을 당시의 소감

“우선 정말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다. 처음 시놉시스를 받고 나서부터 작품 자체가 정말 재밌을 것 같았고, 그 이후에 ‘이태리’라는 배역을 봤을 때 사랑스러우면서도 ‘사이다’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해보고 싶었던 행동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흥미롭고 관심이 갔다”

Q. ‘꼰대인턴’으로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이에 대한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당연히 배우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어떤 한 작품에 깊이 개입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그 부분이 되게 좋았다. 조금 더 서사적인 부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컸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전과 달라진 태도도 있을 것 같다

“이전에는 무언가 이끌어가는 역할이라기보다는 주변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느낌이 컸는데 이번에 김응수 선배님과 박해진 오빠를 보면서 되게 중심을 잘 잡아준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부분을 보며 ‘더 큰 배우가 되려면 연기뿐만 아니라 현장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많이 배웠다(웃음)”

Q. ‘꼰대인턴’ 속 ‘이태리’는 정말 새로운 캐릭터다. 단도직입적으로 눈치 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사랑스러운 모습도 갖고 있다. 실제 성격과 닮은 면이 있다면

“태리가 극 중에서 ‘먹깨비’로 나오는 것처럼 나도 먹는 걸 좋아한다(웃음). 태리는 내가 볼 때 굉장히 직선적인 사람인데 그 부분도 나와 닮았다. 그만큼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내가 확신을 느끼는 무언가에 대해서는 강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부분들이 비슷하다”

Q.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

“‘태리 태리 이태리’. 대사 자체가 느낌이 좋았다. 대본상에서 태리는 자신을 소개할 때 이름을 조금 더 각인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깊어 보였다. ‘태리 태리 이태리’라는 대사도 그런 의미에서 덧붙인 애드리브다. 근데 이 대사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그것에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또 하나가 있다면 마지막 화의 ‘세상에는 생각보다 좋은 어른이 많이 없다’라는 대사.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 ‘좋은 어른’에 대한 기준 자체가 난해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할 때 ‘과연 좋은 어른이 많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이 든다. 좋은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그 어른들조차도 그 순간순간을 처음 살아보는 것이지 않나. 우리가 처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어른들도 처음 겪어보는 삶인데 실수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어색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그것들이 아래에 있는 우리에게 내비쳐졌을 때 좋지 못해 보이는 건 아닐까. 그런 부분에서 ‘좋은 어른은 생각보다 많이 없을 수 있겠다’라고 느꼈다”


Q. ‘꼰대인턴’ 촬영 내내 ‘꼰대’에 대해서 깊게 파고든 느낌이다

“아무래도 작품의 주제가 ‘꼰대’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웃음).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 성향이 모두 다른데 결국에는 다 각자만의 ‘꼰대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Q. 최근 MBC FM4U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의 코너 ‘일요뮤직드라마’를 고정 출연하고 있다. 장성규는 ‘꼰대인턴’에 흔쾌히 카메오로 출연해줬더라. 평소 인연이 깊은 듯하다

“맞다. 성규 오빠는 ‘일요뮤직드라마’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친화력도 너무 좋고 잘 챙겨주셔서 빨리 친해졌다. 지금은 라디오를 시작한 지 반년이 넘었기 때문에 막역한 사이다. 평소에도 나를 ‘우리 친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말 친하다(웃음). 드라마 촬영하면서 ‘바쁘신 건 알지만 우리 ‘꼰대인턴’에 출연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리니 자세한 건 묻지도 않으시고 흔쾌히 승낙하시더라”

Q. TV보다 목소리를 더 가깝게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팬들의 반응이 뜨겁더라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목소리를 편안하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웃음). 나는 내 목소리가 좋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다. 항상 부족한 게 많이 보이고 고쳐야 할 것 투성이인데 이 목소리를 좋다고 해주신다. 그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시니까 나도 즐겁게 진행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고백하자면 버킷리스트에도 적혀 있을 정도로 라디오 DJ에 대한 꿈이 있다. 그 생각에 ‘일요뮤직드라마’에도 고정으로 진행하게 된 거다”

Q. JTBC ‘멜로가 체질’ 속 ‘황한주’ 역과 ‘이태리’는 당당하면서도 밝은 성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본인은 어떤 편인지 궁금하다

“에너지가 참 넘치는 친구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내가 분석했을 때는 한주와 태리는 밝은 것 외에는 서로 180도 다른 사람이다. 한주는 ‘외유내강형’인 반면에 태리는 ‘외강내유형’이다. 한지은이라는 사람은 한주를 닮은 부분도 있고 태리를 닮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Q. ‘황한주’, ‘이태리’ 중 본인에게 더 편하게 느껴지는 배역은

“사실 내 성격은 태리에 조금 더 가깝다. 한주는 속에 참고 참고 아픔을 가져가는 인물이다 보니 ‘멜로가 체질’ 촬영 중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이런 건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연기하는 내내 되뇌었다. 태리라는 친구는 그것보다는 자기감정을 더 표현하는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태리를 마주했을 때 더 편했던 것 같다”

Q. 많은 시청자들이 ‘멜로가 체질’ 속 모습을 기억하는 듯하다. 드라마 첫 주연작으로서 부담감은 안 들었나

“부담이라고 하면 부담일 수 있지만 워낙 정말 좋은 분들하고 작업했다. 나라는 배우를 정말 순수하게 바라봐주시고 많이 예뻐해 주신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부담감을 가졌지만 금방 내려놓고 책임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Q. 드라마 속 배우 전여빈, 이주빈과 같은 대학교, 같은 과를 나왔다고. 평소의 관계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생기면 조금 더 가까워지기 쉽지 않나. 말문을 트는 정도?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여빈이나 주빈이 둘 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친화력이 좋은 친구들이다. 그래서 그것과 별개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대학교 때는 여빈이와 주빈이가 나와 동문인지는 몰랐지만 작품에 대해 들어가기 전부터 그 두 친구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여빈이나 주빈이, 우희나 공명 등 ‘멜로가 체질’ 제작진 모두 아직도 친하게 지낸다. 다들 성격이 정말 잘 맞았다”

Q. 조금 늦은 성공 가도를 달리는 만큼 불안하지는 않나

“사실 배우로서 지내면서 불안감은 누구나 있을 거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불안함이 더 컸다. 나는 나이에 대해서 크게 연연하는 편은 아니다. 나이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는 문제일 거라고 인정한다. 그래서 예전에 ‘내가 설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배우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나이 때문에 나에 대해 선입견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런 불안감을 ‘멜로가 체질’, ‘꼰대인턴’ 감독님들께서 깨주셨다. 나를 캐스팅해주시면서 희망도 함께 주신 거다. 나이에 국한되지 않은 ‘배우 한지은’으로서의 가능성과 이미지를 찾아주셨다. 물론 내가 큰 역할을 맡게 됐다는 점도 기뻤지만 배우로서의 한 사람으로 봐주셨다는 점이 감사했다. 지금은 배우라면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연기자로서의 능력을 조금 더 계발하고 진정성 있게 살아가고 싶다. 그러면 또 배우 한지은을 순수하게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

Q.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에 앞서 스피치 강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 정확히 어떤 일을 담당했던 건가

“스피치 학원은 쉽게 말해서 우리들이 어렸을 때 다녔던 ‘웅변 학원’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다(웃음). 그 안에서도 물론 세부 분야가 있긴 하지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교육해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 내가 조금 더 직접적으로 담당했던 분야는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법’이었다. 내가 전공으로 배웠던 연기도 자신감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접목해서 스피치를 가르쳤다.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 앞에서 조금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했던 것 같다”

Q. 확신 있는 일에 대해선 자신 있게 말하는 편이라고. 스피치 학원에서 일했던 것도 그런 부분의 영향이 컸는지

“사실 내가 확신 있거나 무언가를 표현할 때 직선적으로 말하는 편이긴 하지만 누구를 가르치는 건 별로 안 좋아한다. 감히 내가 누구를 가르치나(웃음). 스피치 학원 강사를 시작했던 건 정말 하고 싶었다기보다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던 게 컸다. 내 성격이 스피치 학원 강사 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건 특별히 없었다. 오히려 그 일을 하면서 내 자신감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가르치면서 오히려 내 성격이 개선한 느낌.

Q. 그렇다면 직장인으로서의 한지은은 어땠나

“지금이랑 크게 별반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직장 생활이라고 하면 결국 그룹 생활이지 않나. 배우 생활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라서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사실 ‘호불호’가 되게 강한 사람은 아니다. 웬만하면 부드럽게 하고 싶고 수용을 잘하는 편인데 내가 호불호를 따지는 부분이 몇 가지가 있다. 그래서 그 안에서는 조금 철저하게 표현하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즐겁게 보내는 타입이다. 일하면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거나 지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던 것 같다”

Q. ‘수상한 그녀’, ‘부산행’, ‘리얼’ 등 수많은 영화의 단역과 조연을 이어왔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다면

“마음가짐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맡은 배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조금 더 책임감도 커지는 건 있지만 배우 생활에 대한 마음가짐은 항상 비슷하다. 매 작품을 하면서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예를 들어 ‘꼰대인턴’이 끝났다면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는 생각으로 마치고, 매 순간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Q. 롤모델

“항상 말하는 롤모델은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 작품 내 연기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내가 배우로서 바라는 게 있다면 누군가가 내가 연기했던 역할을 보고 자연스럽게 나를 떠올리는 거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그 캐릭터로 남고 싶다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정말 풍부한 연기 활동을 선보인다. 시크함이면 시크함, 도시미면 도시미, 큐트함이면 큐트함 등 여러 가지 모습을 작품 속에서 굉장히 잘 녹아드는 분이다”


Q. 추천할만한 줄리아 로버츠 작품이 있다면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작품은 정말 다 재밌게 봤다. 그중에서도 몇 개 꼽자면 일단 가장 먼저 ‘귀여운 여인(Pretty Woman)’. 그리고 휴 그랜트(Hugh Grant)와 함께 출연한 ‘노팅힐(Notting Hill)’도 인상 깊었다”

Q. 슬럼프는 없었나

“연기 활동하지 않았던 3년간의 시간. 그때 좀 많이 방황했던 것 같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재미는 있었지만 그것에 대한 간절함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떳떳하지 않으면 확실히 행동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마음속에서 방황했다. 그러면서 공백을 3년 정도 가졌고 스피치 강사 일을 했던 거다.

Q. 3년 동안 연기 활동을 쉬었다가 이후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고. 어떠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했다. 나름의 공부, 파트타임 일도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방금 말했던 것처럼 스피치 강사 일도 했다. 그 일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감정이 다시 떠올랐던 것 같다. 공백기를 오래 가졌기 때문에 갈증이 컸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끼면서 간절함도 점점 커지더라. ‘이 정도 간절함이면 내가 다시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다시 시작했다”

Q. 열심히 살았던 20대, 한지은이 얻은 최고의 결과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가장 크게 얻은 건 가치관의 변화 아닐까. ‘오늘 하루를 잘 보내자’라는 가치관이 생겼다. 내 20대는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왔고 넘어진 적도 많았다. 20대의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사는 느낌. 그러다 보니 그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내게 오는 상실감이 컸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나를 허무하게 만들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무너뜨렸다. 그런 일들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젠 조금은 나 자신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내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건지 깨닫게 된 것 같다. 요즘에는 내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겨서 좋다”

Q. 주인공의 스타일이 인상 깊었던 영화나 드라마가 있나

“정말 많다. 최근에 관심 두고 있는 장르는 로맨스 코미디. 개인적으로 서현진 선배님이 출연했던 tvN ‘또 오해영’을 좋아한다. 사실 되게 현실적인 캐릭터인데 ‘사랑’과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서현진 선배님이 그런 부분을 굉장히 잘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사랑에 대해서 깊은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Q. 실제로도 사랑과 사람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편인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 인문학 도서도 많이 보는 편이고 사색에도 자주 잠긴다. 인간관계나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때마다 책에서 도움받는다”

Q. ‘멜로가 체질’, ‘꼰대인턴’ 등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본인의 패션에 관심 갖는 팬들이 많다. 평소 패션 스타일링은 어떤가

“평소에는 최대한 심플하고 클래식하게 입는 편이다. 깔끔한 착장에서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연출하는 느낌. 사실 오늘 화보 촬영 때 입었던 의상은 평소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웃음). 그래서 아무래도 더 재밌고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Q. 자신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밝고 씩씩한 면. 그러면서도 단순한 모습이 있다(웃음). 잘 먹는 것도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면이 내게 ‘반전 포인트’라서(웃음). 예상치 못한 모습에 있어서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나. 많은 분들이 내가 잘 먹는 모습을 보고 반전 포인트라고 말씀해주신다. 내가 마른 편이라서 엄청나게 관리하고 입이 짧지 않을까 예상을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그런 부분에서 반전을 느끼시는 것 같다”

Q. 일상 속 가장 여유 있는 순간은

“혼자 산책하는 시간. 요즘 좀 꽂혀 있다(웃음). 원래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발산하고 방전이 되면 집에 들어와서 혼자 채운다. 원래 좀 그런 성향이 있는 것 같다. 혼자 생각 정리도 하고 비울 건 비우는 시간”

Q. ‘집순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인가

“그렇다(웃음). 나는 나를 집순이라고 자주 말하지만 주변에서는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집이든 아니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Q. 활동 계획

“드라마가 종영한 지 얼마 안 돼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작품이 끝나면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편인데 이번에는 가지 않고 그동안 못 봤던 지인들을 볼 생각이다. 그리고 내게 ‘평생 숙제’인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싶다(웃음)”

Q. 팬들에게 한마디

“‘꼰대인턴’을 통해 배우 한지은을 알게 된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항상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

Q.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싶은지

“목표지향적이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오늘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는 사실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지만 ‘오늘을 잘 살자’라는 말 자체가 나에 대한 행복감을 의미하지 않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어떤 시선을 원한다기보다는 나의 만족과 행복이 우선이다. 그래야 나 스스로도 당당해지고 많은 것들이 채워져서 사람들도 나를 다시 봐주지 않을까”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MSGM by 한스타일닷컴, 논메인스트리머, 푸시버튼, 8 by YOOX,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슈즈: d good real(디굿리얼), 로이어코이, 컨버스
주얼리: 바이가미, TOUS
헤어: 우선 건웅 실장
메이크업: 우선 명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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