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온유리가 굳혀간 시간

박찬 기자
2020-08-28 11:17:41

[박찬 기자] 누군가 당신에게 “시간은 정직하다”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거짓말에 가깝다. 불확실한 미래는 후회를 낳고 아집으로 굳혀진다. 실제로 시간은 정직하지 않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더 빨리 비상하는 것도 아니며, 오랫동안 두드린다고 그리웠던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배우 온유리가 준비한 시간 또한 결코 가볍지 않았다. 3년이라는 과정 속에서 그가 마주한 건 기대가 아닌 갈증이었다. “회사를 나온 뒤 오히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정말 연기가 맞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한 그. 그러던 온유리가 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2’를 기점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굳히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속 매회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그에게 촬영은 설렘의 시간이다. 앞으로는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생활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불안했던 시간을 비워내고 선명함으로 가득 채워진 온유리, 새로운 시작을 앞둔 그와 만났다.

Q. 슬릿 드레스를 입은 컷에서 묘하게 80년대 분위기가 느껴졌다. 배우로서 새로운 콘셉트와 무드에 대해서 시도해본다는 것, 흥미로운 일인듯하다

“화보 촬영도 하나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콘셉트에 맞게 표정과 몸짓, 눈빛까지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품 촬영할 때 보여주는 연기가 영상으로서 남는 것이라면 화보 촬영장에서의 연기는 정지 화면으로서 두드러진다. 그중 화보 촬영은 대사가 없어서 조금 더 어렵게 느껴졌다(웃음).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스태프 분들의 도움이 컸다”

Q. 긴 눈매와 산뜻한 목소리가 온유리의 개성으로 다가왔다

“유독 이런 화보 촬영장에서 돋보이는 듯하다. 평소에는 내 얼굴이다 보니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진한 메이크업을 연출할 때 더욱더 특별해진다. 거울을 보면 ‘내가 눈매가 길긴 길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Q. 인스타그램을 보니 화보 촬영을 위해 며칠 사이 특별 관리했다고. 결과물에는 만족하나

“사진 보정으로 몸매는 어느 정도 연출할 수 있지만 자연스러운 눈, 코, 입은 못 만들지 않나. 그래서 체중 감량을 조금씩 시작했다. 갸름한 턱선을 만들기 위해 하루 한 끼는 샐러드만 먹었다. 물론 못 참고 삼겹살 먹은 날도 있지만(웃음). 처음에는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해서 시작한 식단 관리지만 건강상 측면에서도 정말 좋더라. 몸이 가벼워지고 소화도 잘되는 느낌. 앞으로도 쭉 이어나갈 예정이다”

Q. 근황

“‘연애의 참견 시즌3’을 지속해서 참여하고 있다. 시즌2부터 시작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유튜브 채널로 ‘브이로그(VLOG)’도 시작했다. 채널명은 내 이름 그대로인 ‘온유리’다(웃음). 작품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 모두 병행하려고 노력한다”

Q.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무엇보다도 연기 활동 중 남는 시간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배우라는 직업에도 도움이 되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일. 평소에도 영상 촬영할 일이 있으면 귀찮아하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포인트를 살려서 일상적인 모습을 다루고 싶다. 첫 브이로그는 촬영 이틀 전에 갑자기 구상했을 정도로 즉흥적이었다. ‘연애의 참견’ 촬영 당시 모습을 친구가 영상으로 담았고, 추후 편집은 친동생이 담당했다(웃음)”

Q.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듯하다. 요즘엔 뭘 찍고 싶나

“사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아직 많은 편은 아니다. 꾸준히 무언가를 올리는 게 쉽지 않더라. 이제는 그 안에서도 지속적인,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피드에 내 얼굴 사진이 많은 만큼 자아도취에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다. 평소에 예쁘게 플레이팅한 음식을 접해도 사진 찍기 전에 먹어버린다. 그래서인지 온통 내 ‘셀카’만 가득한 듯하다(웃음). 앞으로는 다양한 소재의 추억을 핸드폰에 담고 싶다”

Q. 자주 가는 카페

“엄마가 경기도 고양시에서 ‘어쓰120’이라는 카페를 운영하신다. 카페 이름에 ‘120’이 들어가는 이유는 그곳 주소가 ‘서삼릉길 120’이기 때문이다(웃음). 친할머니댁 마당과 뒤편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다. 강아지 전용 놀이터와 파라솔이 구비돼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분들도 많다. 요즘에는 바빠서 자주 못 갔지만 앞으로는 한 달에 4번 ‘카페 아르바이트 브이로그’를 제작할 예정이다(웃음)”


Q. 본명인 ‘최유리’에서 성을 바꾼 이유

“배우로서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포털사이트 검색만 해봐도 동명이인이 7명이다. 물론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하지만 한번 들어도 각인될 만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 다양한 성을 고민했는데 그중 ‘온’이라는 성이 따뜻하면서도 특별한 느낌이더라. 최유리에서 온유리가 된 지 아직 2달도 안 됐다(웃음)”

Q. ‘연애의 참견’에 다양한 역할로 출연했다. 본격적인 첫 연기 생활인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주로 단역을 맡았지만 ‘연애의 참견’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게 됐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서 참가했던 오디션에서 좋은 인상을 준 듯하다(웃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내내 ‘내가 연기 활동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Q. 프로그램 내용상 커플로 나오는 장면이 많다. 평소 연애할 때 감정을 최대한 이입해야 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연기가 쉽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연인에 대한 감정은 대개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사랑을 하며 기뻐하고, 이별하며 슬퍼하지 않나. 그만큼 공감대가 어느 정도 쌓여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시대극이나 SF 장르물을 맡았다면 아마 더 힘들지 않았을까(웃음)”

Q. 선역이 아닌 악역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 역할을 수행하는 건 힘들지 않았나

“나쁜 역할이더라도 그 상황을 합리화하고자 노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악인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Q. 녹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낯설고 생경하게 느껴지는데 본인은 어땠나

“당연히 불만족스러웠다. 표정이나 목소리 톤 등 거슬리는 게 많았고, ‘저렇게 방송에 나가도 되는 걸까’라고 걱정되기도 했다(웃음). 그런 부끄러운 과정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그래, 저게 나인데 뭐 어쩌겠어?’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Q. 연애할 때는 어떤 타입인가

“생각보다 되게 배려심 깊다고 하더라(웃음).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동등한 입장에서의 연애를 선호한다. 내가 연인에게 각별하게 대해야 그 사람도 나를 아껴주지 않겠나. 만약 내가 남자친구에게 배려를 받고 싶다면 먼저 다가가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연애는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닌 각자의 몫으로 채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Q.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본인만의 매력을 뚜렷하게 가진 사람. 사실 확고한 취향은 없다(웃음). 거친 것보다는 부드러운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요즘 느낀 거지만 환경에 따라서 기분이 너무 들쑥날쑥하면 상대방이 힘들어지더라. 친구든 연인이든 이해심이 넓고 밝은 사람을 좋아한다”

Q. 이번 방송으로 알아보는 이들도 많나

“확실히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웃음). 보통 유튜브나 재방송을 보고 많이 기억해주신다. 내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곧바로 떠올리는 듯하다. 민낯, 트레이닝 복, 모자 차림으로 면세점을 간 적이 있는데 알아보고 사인 요청을 해주시더라. 이렇게 편한 모습으로도 알아봐 주셔서 신기했다. 너무 부끄러워서 사인하자마자 도망쳤지만(웃음)”

Q.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은 어떻게 생기기 시작했는지

“23살 때 ‘대학내일’과 ‘카프리(Cafri)’가 손을 잡고 신인 모델 공고를 낸 적이 있다. 그 모델 일을 계기로 다양한 광고 촬영 일을 지원하게 됐는데 카메라 앞에서 촬영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 욕심 또한 커진 것 같다. 그 이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위해 회사를 들어갔지만 지향점이 서로 달라서 결국 나오게 됐다. 무작정 손을 놓고 기다리기보다 직접 발로 뛰면서 현장에 부딪혀보고 싶었다”

Q. 연습생 생활로 인해 기회가 점차 사라져간다고 생각한 건가

“24살부터 27살, 어떻게 보면 3년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있어서 길지 않나. 불안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은 점점 흐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그런 슬럼프 속에서 찾은 것이 있다면

“사실 회사를 나온 뒤 며칠 간은 다른 일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던 것도 잠시, 일주일도 안돼서 연기에 대한 열망이 또다시 피어나더라. 그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이게 맞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길게 내다보고 있다. 계속해서 내 자리를 지키고 꾸준히 발전해나간다면 어느 순간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 속에서 이런 확실한 신념이 생겼다”

Q.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

“첫 번째는 슬픈 과거를 안고 사는 역할. 내가 생각보다 눈물이 많은 편이다. 그런 강점을 활용해서 감정적인 모습을 극대화하고 싶다. 두 번째는 차갑고 시크한 역할인데 주변에서 ‘냉미녀’같은 느낌이 어울린다고 하더라. 그 두 가지를 조합해서 겉은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여린, 그런 역할을 도전해보고 싶다. ‘외유내강’이 아니라 ‘외강내유’ 캐릭터(웃음)”

Q. 수많은 신인 배우들 속에서 본인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당연히 누구나 연기자로서의 성공을 바랄 것이다. 그만큼 조급해지고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지만 나는 그 시간을 길게 내다보고 준비해보고 싶다. 그렇게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을까.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Q. 배우는 자신의 모습을 철저히 외면하는 동시에 그 신념을 관철하기도 한다. 직업에 대한 어려움을 어느 순간 느끼는 편인가

“나와 다른 성향의 인물을 분석할 때. 이 인물 그대로를 투영해야 하는데 이해하지 못할 경우 괴리감이 생긴다. 온유리가 아닌 그 작품 인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다. 내 주관이 계속 들어가면서 답답해질 때가 종종 있었다”

Q. 최근에 세운 초단기 계획 중 성취한 것 한 가지가 있다면

“아까도 말했지만 역시 체중 감량. 열흘 동안 2kg 줄어들었다. 확실히 배가 들어간 것 같다(웃음)”

Q. 쉬는 날 특별히 하는 운동

“체력이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평소에 액티브한 운동을 즐겨한다. 테니스는 발목 인대를 다쳐서 잠시 쉬고 있고, 요즘은 골프에 빠졌다. 이외에 헬스 트레이닝, 춤도 좋아하는 편이다”

Q. 집에 있는 걸 안 좋아하나

“아니다. 촬영 스케줄, 운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웃음). 일주일 중 하루에 할 일을 모두 소화하는 스타일이다. 운동은 하나의 일과라고 생각해서 매일 꾸준히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집에서 재충전한다”

Q. 주인공의 스타일이 멋있다고 생각한 작품이 있나

“얼마 전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서예지 선배님. 냉정하면서도 나름의 사연이 있지 않나.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과 부합하기도 하면서도 그 특유의 매력이 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너무나 잘 소화해서 입체감을 보여준 듯하다. 꼭 언젠가는 저런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

Q. 올해의 나머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조만간 ‘연애의 참견’ 이외의 작품에서 인사드리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외에 유튜브 채널 ‘온유리’에서는 다양한 모습을 친근하게 보여드리고 싶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김연중
의상: COS, 시스템, 유니콘 벨르제이
슈즈: d good real(디굿리얼)
백: 엘레강스 파리
헤어: 정샘물 이스트점 주다흰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 이스트점 권희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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