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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승아가 열망하는 순간들

박찬 기자
2021-01-25 15:31:11

[박찬 기자] 선망은 열망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드러낸다. 대상의 흔적을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 속 어딘가 단단한 목소리로 채워주는 것. 별다른 의미 없을 것 같던 그 한 글자 차이가 이토록 큰 변화를 가져다주며 담대함을 이끈다.
7인조 걸그룹 ‘레인보우(RADINBOW)’ 출신 배우 오승아는 그 과정을 뚜렷하게 걸어왔고, 여전히 걸어가는 중이다. KBS2 ‘TV소설 그 여자의 바다’부터 MBC ‘나쁜사랑’까지 비록 그가 바라던 연기가 쉬운 모습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서며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시점.
“배우는 역할을 위해 부정적인 생각은 접고 묵묵히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지금의 시간은 결코 공허해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를 위해 무엇을 직시하고 견뎌내야 하는지 확신하며 그 밑그림을 도화지 위에 그려 내려간다. 열망과의 조우, 그 안에서 오승아는 잔잔하고 깊숙이 움직이는 듯했다.
Q. 정말 놀랐다. 포즈가 모델처럼 자연스럽더라
“처음 시안을 받았을 때부터 나름대로 연구했다. 막상 촬영 들어가면 노력했던 기억도 사라지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지 않을까(웃음)”
Q. 2년 만에 만난 bnt 촬영,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몇 편의 작품에 열심히 임한 뒤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중이다. 책을 읽는다든지 미술에 관심을 가져본다든지 그런 일상”
Q. 얼마 전 크리스마스를 맞아 레인보우 멤버들과 언택트 모임을 가졌다. 누구의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된 건가
“지숙이 남편분(웃음). 컴퓨터를 워낙 잘 다루시는데 우리를 위해 홈페이지를 하나 만들어주셨다. 원래 재경이 생일인 12월 24일에 맞춰서 매년 모임을 가지는데 이번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온라인으로 모이게 됐다. 5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점이 참 슬프더라”
Q. ‘나쁜사랑’ 속 ‘황연수’ 역을 수행했다. 작품을 위해 노력한 것이 있다면
“이전 작품에서도 악역을 맡았던 만큼 이번에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부한 설정을 갖춘 게 아닌, 시청자들이 봤을 때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역할.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Q. OST ‘잊어’까지 직접 불렀다. 드라마 OST에 배우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진 않을 텐데 그 계기는
“아무래도 가수 활동을 했다 보니 노래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솔로 앨범을 내기엔 연기자로서의 목표가 뚜렷해 작품 OST 작업에 참여해보는 거다. 아직은 가수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
“솔로 앨범 활동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가끔 이렇게 드라마 촬영하면서 OST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할 뿐이다. 언젠가 시간이 더 흐른다면 멤버들과 소소한 콘서트를 열어보고 싶다”
Q. MBC ‘비밀과 거짓말’ 속 ‘신화경’ 역도 인상 깊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밀어내는 역할을 주로 맡는데, 달콤하고 애절한 멜로보다 관계에 대한 고찰이 큰 멜로가 더 중점적으로 다가오는지
“한번 맡고 나니 그 이후부터는 악역 위주로 제안이 들어오더라. 이번 ‘나쁜사랑’의 ‘황연수’역에서는 더 제대로 된 악역을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나는 그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도전해보고 싶다. 멜로 장르 속 선한 캐릭터를 맡아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웃음)”
Q. 갈등의 폭이 큰 역할이었다. 감정선에 대한 고민이 크진 않았나
“아무래도 일일드라마 악역 자체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캐릭터다. 누군가를 죽이려고 할 정도로 분노에 찬 캐릭터였으니까(웃음).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런 작품 활동에 임하게 되면 정말 예민해진다. 촬영 후 귀가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편안해지지는 않더라. 집에 와서도 되도록 약속에 안 나가고 작품 연기 활동에만 집중했다”
Q. 연기 수업은 따로 받나
“연기자로 전향하고 나서부터는 꾸준히 받고 있다. 연기 수업을 받게 되면 혼자서 모니터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은 혼자서 연기를 공부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상상의 폭을 넓혀가고자 한다. 작품 오디션에서도 자유 연기를 준비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내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버팀목이 된다”
Q. ‘TV소설 : 그 여자의 바다’ 때를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성과를 보여준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부족했다(웃음). 배우라는 길을 걸어오면서 선역, 악역, 사극 속 중전 역할까지 정말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지만 아직은 더 치열하게 도전해보고 싶다. 요즘에 나오는 tvN ‘철인왕후’ 속 신혜선 씨 역할도 한 번쯤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다. ‘저런 연기는 어떻게 할까’, ‘내가 하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때마다 배우로서 여러 가지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감사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Q. 언젠가 ‘나쁜사랑’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걸그룹 출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더라
“감사하다. 아마 ‘그 여자의 바다’를 봤으면 다르게 느끼셨을 거다(웃음). 확실히 1년 1년이 쌓이면서 부족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몰입할 수 있는 그런 비결도 생기고.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작품 오디션도 끊임 없이 보고 있다”

Q.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가
“물론이다. ‘그 여자의 바다’ 촬영 당시 눈물을 흘리지 못해서 한동안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대본상에서는 그 모습을 요구하는데 정말 하나도 안 나오는 거다. 이후 다른 작품을 맡으면서 감정 잡는 비결을 다잡게 됐는데, 완벽하진 않지만 연기자로서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연기하는 그 순간을 꿈꾸게 된 계기
“사실 소속사 연습생이 되기 전부터 여러 방면의 활동을 하고 싶었다. 노래, 연기, 뮤지컬까지 정말 다양하게 꿈꿔왔던 것 같다. 그래서 가수 회사, 연기자 회사, 뮤지컬 회사까지 모두 지원을 했는데 ‘DSPmedia’와 뮤지컬 앙상블에 합격한 거다. 가수로 데뷔를 하면 뮤지컬, 연기 활동까지 다음에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전자를 택했다”
“이처럼 연기자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있었다. 그룹 내에서도 연기 활동을 맡는 멤버가 되고 싶었지만 당시 밀어주던 멤버들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 이후 소속사 계약이 끝나고 각자 원했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을 때부터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Q. 소속사에 들어간 이후 곡 안무를 처음 접해봤을 텐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트레이닝 들어가기 전부터 앉았다 일어나기를 100번 시키고 시작했다. 정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들었는데 점점 적응이 되고 나니 가뿐하게 되더라. 몸치였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늘게 되고(웃음)”
Q. 2014년 MBC ‘왔다! 장보리’를 시작으로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비중이 높은 역할이 들어올 때 기분이 궁금하다
“‘왔다! 장보리’ 촬영 당시에는 이유리 선배님이 정말 큰 힘이 됐다. 물론 내게는 좋은 기회였지만 그게 연기 활동의 시작점이 되지는 않았다. 본격적인 연기 활동은 ‘그 여자의 바다’라고 할 수 있다”
“조금씩 더 큰 역할이 들어오게 됐을 때 ‘내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의욕도 생긴다.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그런 감정. 처음으로 주연 자리가 들어왔을 때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물론 촬영하면서 한없이 부족함을 느꼈지만 처음엔 주연을 맡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 기뻐했던 것 같다”
Q. 연기에 대한 자신감, 왠지 모르게 오승아는 분명히 넘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웃음).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부족함을 느끼며 겸손해지게 되더라. 자만하지 말고 더 준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엄청난 연기 경력을 가진 대배우분들은 어떻게 연기를 할지 궁금하다. 이병헌, 최민식 선배님들 같은 분들과 함께 호흡하고 배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Q. 인간의 성격은 선천적, 후천적인 방향으로 나뉘곤 한다. 본인이 생각해도 30대가 된 이후 확 바뀐 모습이 있을까
“이전까지는 지인들과의 약속을 중요시하고 그 안에서 에너지를 찾는 편이었다면, 요즘에는 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처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영향 또한 컸다”
Q. 연예인을 택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
“‘공백기’가 아닐까. 나 같은 경우에는 보통 일일드라마 촬영이 많다 보니 한 작품에 거의 8개월 기간이 소요됐다. 그만큼 정말 바쁘게 살다가 촬영이 끝나면 일거리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오는 거다. 촬영 기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처음 2개월은 쉴 수 있다는 점에 안도하지만, 이내 곧 불안감이 찾아온다. ‘얼른 일을 해야 하는데’, ‘작품 오디션 봐야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배우는 공무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본인만의 일정 계획이 필요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배역을 위해서 부정적인 생각은 접고, 묵묵하게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
Q. 연기할 때 최우선순위로 두는 것
“일단 작중 상황을 최대한 잘 이해하고 빠르게 몰입하고자 노력한다. 슛이 들어갔을 때 조금이라도 요소 하나하나를 놓치면 온전한 모습을 그리기 힘드니까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 작품 속에 빨리 빠져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걸그룹과 배우, 그 변화의 과정을 겪으며 더욱더 단단해졌다. 그런 변화가 혼란스럽지는 않았나
“걸그룹 생활을 하다가 ‘그 여자의 바다’에서 주인공을 맡지 않았나. 선배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때 나이가 30살이었는데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멤버들과 안 좋게 헤어졌던 것도 아니었던 만큼 혼란스러운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
Q. 팀 내 멤버였던 김재경도 연기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교류하는 편인가
“물론이다. 우연히 같은 오디션을 볼 때도 있는데 선의의 경쟁을 하고자 노력한다(웃음). ‘2018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을 때도 정말 좋았다. 같은 멤버로 연기 대상에서 만난 것도 신기한데 함께 상을 받아서 기쁘더라”
Q. 아직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을 만나진 못했다. 혹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을까
“TV CHOSUN ‘대군-사랑을 그리다’에서 사극 촬영을 했을 당시 그 분위기와 느낌이 너무 좋았다. 요즘엔 KBS2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과 ‘철인왕후’처럼 사극도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또 한 가지를 꼽자면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멜로 장르. 지금까지는 너무 악역만 맡았는데 언젠가는 이렇게 애절한 역할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웃음)”
Q. 지금까지도 MBC ‘쇼! 음악중심’ 분수대 앞 ‘A’ 무대가 줄곧 회자되곤 한다. 아마 이렇게까지 오래 각인될 거라고 예상 못 했을 거다
“나도 가끔 그 영상이 돌아다니면 다시 보곤 한다. 지금 보면 정말 풋풋하고 귀엽게 느껴진다(웃음)”
Q. ‘A’도 그렇고 레인보우 노래 안무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려워 보인다
“안무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사실 레인보우 곡들보다 데뷔전 연습했던 팝송들이 소화하기는 더 힘들었다(웃음)”
Q. 어떤 사람한테 끌리나
“자상하고 선한 사람. 여우 같지 않아야 한다(웃음). 요즘엔 계산적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을 유심히 본다”
Q, 과거 레인보우 시절부터 몸매에 대해선 지겹도록 칭찬을 들어왔을 텐데. 이 부분을 강점이라고 느꼈던 순간
“신체적 콤플렉스가 있을 경우에는 가리려고 하는 분들이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노출이 있거나 타이트한 옷을 입을 때 크게 불편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사실 몸매 자체는 선천적인 부분이 크지만 불필요한 섭취를 줄여나가는 편이다. 뭘 먹을 때 배가 어느 정도 부르면 그 이상부터 먹지 않는다. 그래서 관리가 좀 되지 않나 싶다(웃음)”
“요즘은 운동을 진짜 안 하는데 ‘비밀과 거짓말’ 당시에는 수영장 장면이 중간에 들어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매주 수영장을 다니고, 그 전에는 유튜브 채널에서 필라테스 영상을 보여줘야 해서 매주 관련 수업을 들었다(웃음). 계속 몸은 열심히 써오면서 살아온 듯하다”
Q. 자식으로서는 어떤 딸이라고 생각하나
“사랑스러운 딸? 가족들과 아직 함께 살고 있는데 부모님께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아마 사랑스러워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남동생은 부모님 앞에서 되게 무뚝뚝하고 어색해한다”
Q. 그러면 남동생도 잘 보듬어주는 건가
“보듬어주는 게 아니라 거의 먹여 살려주고 있다(웃음). 2살 차이지만 내가 정말 아들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으면 ‘이런 거 공부 좀 해볼래?’하고 제의도 자주 한다. 아마 애는 날 피곤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Q. 이루고 싶은 올해 목표
“차기작을 위해 지금도 작품 오디션을 꾸준히 보고 있다. 이번에 소속사와의 계약이 끝났는데 bnt 화보 촬영을 통해 더 좋은 회사를 만나보고 싶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만큼 2021년을 내 인생 전환점으로 가꿔나갈 계획이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스타일난다, 티백, 딘트, COS
슈즈: 레이첼콕스, COS
주얼리: 이오유스튜디오 FOR 하고, 바이가미, 앵브록스, 낫어스
스타일리스트: 송재영 실장
어시스턴트: 오예린
헤어: rue710 서진이 원장
메이크업: rue710 문주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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