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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선우 “서사가 있는 인물 연기해보고 싶어, 다차원적인 재미 요소로 작용할 것”

이진주 기자
2021-03-03 14:38:46

[이진주 기자] 경험은 풍부한 내면세계를 낳는다. 이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꼬리를 무는 사유에 의해 더욱 그렇다. 또 모험을 감행하는 자세는 어느 모로 보나 도전적이고 가치적이다. 그렇게 매 작품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돋보이는 윤선우는 알면 알수록 화수분 같은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윤선우는 KBS2 ‘여름아 부탁해’,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스토브리그’ 등 다작에 출연하며 실력을 쌓아왔다. 최근 그는 호평 속에 종영한 tvN ‘낮과 밤’에서 1인 2색의 문재웅 역으로 완벽하게 변모하며 그 저력을 입증해 보였다.
훈훈한 외모에 큰 키로 훌륭한 프로포션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화보에서 콘셉트별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아이보리 계열의 톤 온 톤 착장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스트리트 무드의 레이어드 룩으로 강렬한 남성미를 자아냈다. 이어 올 블랙 스타일링도 멋스럽게 소화하며 시크한 애티튜드를 선보였다.

Q. bnt 화보 촬영은 어땠나.
“걱정 많았는데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레드 조명에서 진행한 스타일은 평소 해보지 않아서 조금 생소했고 흑백 모노 사진이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Q. 얼마 전 tvN ‘낮과 밤’이 성황리에 종영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다이어트를 1년 가까이 힘들게 해서 촬영을 마치고는 한 달 가까이 미친 듯이 먹었다. 지금은 다시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책도 영화도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Q. 극 중 실질적인 주연 못지않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보였는데 소감이 어떤가.
“많이 사랑해 주셔서 기쁘다. 사실상 내가 나오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캐릭터 자체가 임팩트 있어서 준비하면서도 재미있있고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Q. 천재 해커부터 다중 인격자, 연쇄 살인범까지 꽤 난이도 있는 연기를 소화했다. 한 인물에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탓에 캐릭터 설정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각각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마다 사연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극과 극의 상태로 변형되는데 이에 짓눌려 계속 허덕이는 문재웅과 복수심으로 그림자가 되는 문재웅이 존재한다. 그런 트라우마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먼저 작가님의 시나리오를 통해 초기 인물을 설정해두고 결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외형적 변화에 주목했다. 이를테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을 더듬는 증상이라든지 강박적이고 편집증적인 행동들을 공부하면서 캐릭터와 일치시키려고 거듭 연구했다”
Q. 그렇다면 촬영하며 가장 소화하기 어려웠던 연기는 무엇이었나.
“다 어려웠다(웃음). 많이 준비해갔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게 최선일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배우는 자신을 믿고 갈 수밖에 없지만 더 완벽한 연기를 위해 한참을 고민했다”
Q.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간 연기를 본 감독님의 반응은 어땠나.
“눈빛과 시선을 정말 좋아해 주셨고 감독님께서 더 원하시는 요구사항도 있었다. 또 준비했지만 현장 특성상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고 장르상 쉽게 풀어가야 할 때도 있었다”
Q. 대사도 액션도 전 작품들에 비해 많았던 것 같다.
“의외로 대사가 많지 않다. 말을 더듬거리고 늘어뜨려 호흡이 길게 느껴진 것뿐이다(웃음). 해서 대사 외우기는 쉬웠고 액션은 처음이라 고생했는데 전문적으로 배워봐야겠다고 느꼈다”
Q. 촬영 중 팔 부상이 있었다던데 현재는 많이 회복된 상태인가.
“아직이다. 양팔을 매달고 있는 씬을 오래 촬영하다 보니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날 수저도 못 들고 세수도 못 해서 병원에 갔더니 신경이 손상되었다고 하더라. 평소라면 턱걸이 10개는 가뿐한데 3개월째 하나도 못 하고 있다”
Q.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는 어땠나.
“장혁진 선배님과 이청아 배우님을 자주 만났는데 두 분 모두 성격도 좋고 재미있으셔서 편하게 찍었다. 사실 무거운 캐릭터를 맡아 온전히 집중하다 보니 더 살갑게 지내지 못해 아쉽다”
Q. SBS ‘스토브리그’에 이어 남궁민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더 의지가 되었을 것 같다.
“항상 밥도 잘 사주시고 연기적인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한번은 사석에서 만났는데 ‘낮과 밤’ 촬영이 석 달이나 남았는데 선배님께서 짧게 이발을 하고 수염을 길러 오셔서 너무 놀랐다. 알고 보니 그 전부터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한 것이더라. 그래서 그 후로 나도 머리카락과 손톱을 기르고 고개를 숙인 채 산책을 해봤다. 그렇게 땅만 보고 보폭을 좁히면서 다니니까 사람을 피하게 되고 손톱을 물어뜯는 등 머릿속으로는 잘 안 그려지던 장면들을 몸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생활에서의 발견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Q. 이번 작품은 대중에게 배우 윤선우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근래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지.
“계속 집에 있고 인터넷도 잘 하지 않아 크게 실감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연세가 있어 이해하기 어려우실 텐데도 2~3번씩 시청하면서 재미있게 봐주시더라.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Q. 번외로 팬클럽명이 ‘윤모닝’이라고 들었다. 이번 작품명(낮과 밤)을 통해 더욱 의미 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웃음).
“하하. 이런 생각은 전혀 못 했는데 새롭다(웃음). 팬클럽이 생기기 전에 팬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이 먼저 생겼는데 아침에는 ‘윤모닝’, 밤에는 ‘윤나잇’이라고 인사를 하더라. 그 모습이 보기 좋아 팬클럽명도 ‘윤모닝’으로 하게 되었다. 밝게 아침을 열어주는 느낌이랄까(웃음)”
Q. 배우의 꿈은 어떻게 가지게 되었나.
“고등학생이 되자 키가 크고 얼굴도 성숙해지면서 인기가 조금 생겼다. 그런데 문득 머리발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사수하기 위해 연극부에 들어갔다. 물론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도 된다는 소문은 거짓이었다(웃음). 그래도 하다 보니 재미있고 활력소가 되어 계속했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와 둘이 대학로에서 공연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후 같이해보고 싶다며 스무 명이 찾아왔고 그렇게 ‘부나비’라는 극단을 창설하게 되었다. 5년 정도 운영을 했지만 현재는 생계 문제로 하나둘 흩어지게 되었고 언젠가 다시 뭉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Q. 다작의 조주연과 제법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아쉽게도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꿈이 좌절되거나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갑작스럽게 조명받지는 못해도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배우로서 연기에 열정을 갖고 진중하게 임하는 태도가 언젠가는 좋게 발현되리라고 생각하고 여러모로 인생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해서 조급해하지 않고 열심히 할 따름이다”
Q. 듣기로는 연기 욕심이 많다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을 말하는 걸까?
“모든 배우가 그렇듯 잘하고 싶다. 해서 캐릭터를 분석하고 적절한 행동을 찾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낮과 밤’에서 편의점을 계속 가는 설정이었는데 문득 무엇을 먹을지 궁금하더라. 아무래도 문재웅이라면 어떤 한 음식만 고집할 것 같았다. 해서 편의점 여러 곳을 돌아다닌 끝에 옥수수 통조림을 찾아냈고 어렸을 때 학대받은 스토리와 연관 지어 상징적인 느낌으로 사료처럼 퍼먹으면 좋겠더라. 하지만 과자, 김밥, 컵라면 등 바꿔 먹는 설정이 주어져서 적어도 똑같은 것만 먹을 수 있게 의견을 내어 결국 ‘라면보이’라는 별명을 얻어냈다”
Q. 그렇다면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이든 가볍게 여기지 않는 자세. 물론 가볍게 해서 잘될 때도 있다. 연기라는 게 지나치게 무거우면 안 될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진중한 면도 언젠가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SBS ‘스토브리그’의 하반신마비 장애 연기는 유튜브를 참고했다고. 평소 연기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유튜브를 많이 참고한다. 이를테면 장애인이 소파에서 휠체어로 움직이는 걸 실제로 관찰하지 않고는 연기하기가 어렵다. 휠체어 방향부터 사람의 무게 중심까지 비장애인의 시선에서는 알 길이 없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씬은 잠깐이었지만 진짜 같아 뿌듯했다. 사실 촬영 당일까지 대본에 없었는데 그동안 연습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낮과 밤’이 큰 비중은 아니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것 같다. 장르물이면서 캐릭터적인 연구가 필요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Q. 다양한 변신을 꾀했지만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나의 아저씨’나 ‘미생’처럼 일상적이고 깊은 서사가 담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Q.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앞서 말했듯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를 중요하게 본다. 그래야 인물을 다채롭게 그려낼 수 있고 일차원적이지 않아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Q. 롤모델로 한석규를 언급했는데 어떤 면에서 동경하게 되었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10번도 넘게 봤을 만큼 좋아한다. 선배님께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마음에 가슴이 무너졌다. 작중 인물이 온전히 나에게 다가온 느낌이었는데 그는 경찰서에서 별일 아닌 걸로 딱 한 번 화내고 그 외엔 늘 웃고 지낸다. 그런 일상적인 감정을 덤덤하게 담아내는 선배님을 보고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게 되었다”
Q. 연기 외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글을 써보고 싶다. 최근 극단을 같이 한 친구와 시놉시스를 하나 만들고 있다”
Q. 나이를 알고 깜짝 놀랐다. 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비결이 무엇인가.
“착한 심성(웃음). 어려 보이는 외모가 늘 좋지만은 않았다. 전에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없어 전문적인 배역을 맡지 못했고 일이 잘 안 풀렸다. 갑자기 늙을 수도 있지만 지금이 딱 좋다”
Q. 독립 후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유가 궁금한데.
“토크쇼는 살짝 어렵고 관찰 예능은 스스로 솔직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물론 기안84님처럼 재미있게는 못하겠지만 박정민 배우님처럼 꾸밈없는 일상을 보여드리겠다. 또 요리하는 모습이나 정말 귀여운 고양이 사과를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다”
Q. 반려묘 이름은 왜 사과인가.
“대전 가수원동에서 데려왔는데 과수원 같은 느낌에 사과라고 짓게 되었다(웃음)”
Q. 자칭 윤장금이라고 할 만큼 요리 실력도 수준급인가 보다.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무엇인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잘 안 하지만 깔끔하게 해 먹는 걸 좋아한다. 봉골레, 아마트리치아나, 리얼 까르보나라 등 파스타 요리를 잘한다”
Q. SNS에서 집 인테리어를 봤다. 감각적으로 잘 꾸며놨던데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감성적인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데 하얀 시트나 원목 가구같이 아늑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집이 쉬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 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새로 인테리어를 했다. 특히 플라워 패턴 벽지는 꽃들이 나를 해칠 듯한 답답한 느낌이다(웃음)”
Q. 혼자의 시간에는 주로 무얼 하며 보내나.
“운동, 독서, 영화 감상, 연기 연습, 요리가 전부다. 또 사과랑 놀아주면 하루가 금방 간다”
Q. 소띠로서 새해 반드시 이뤘으면 하는 목표가 있다면?
“올해도 좋은 작품을 만나 하루빨리 시청자분들을 찾아뵙고 싶다”
Q. 팬들에게 한마디
“그동안 ‘낮과 밤’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 겸손하고 좋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 테니 항상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드린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피렌하이트, 코너스, 씨오큐
슈즈: 아크코펜하겐, 길프
시계: 코드먼츠
주얼리: 부클리어, 헤이, 로아주
스타일링: 스타일그래퍼 이사금 대표
헤어: 에이바이봄 라임 실장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민제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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