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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성현의 가능성

박찬 기자
2021-05-14 14:33:40

[박찬 기자] 허성현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한다. 그건 다시 말해서, 언제나 확신에 가득 찬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가선다는 의미다.
흔히 가능성에 대하여 누구나 무한히 올라갈 수 있는 지점으로 빗대곤 하지만 그 궤도의 깊이를 말할 때일수록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발자취를 보여준다고 해서 정점에 올라서는 것도 아니며, 관념적 서사에 몰두한다는 것만으로 개개인의 역량까지 성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렇듯, 가능성이란 그 능력에 걸맞은 몰입이 충족될 때 비로소 실현될 귀결(歸結)이다.
작년 Mnet ‘쇼미더머니9’를 통해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지금의 성과점에 달려온 허성현에게도 그 가능성은 유효한 듯 보였다. “항상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곳까지를 나의 미래라고 여긴다” 그는 무대 위에서의 행보와는 다르게 아주 평온한 듯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1년 전 참가했던 첫 시즌을 기억하며 오로지 이긴다는 마음으로 달려왔다고. 허성현은 그렇게 이전 시즌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가능성의 영역, 성과점을 향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새롭게 마주한 그는 고유한 생기와 호흡을 담고 있었다. 푸른 배경을 뒤로 한 순수한 얼굴부터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기반 펑크 무드, 완연하게 날선 유스 컬처 웨어까지 순식간에 소화한 시점. 그 예측 불가능한 저력은 꾸준히 생동하며 어느 한 군데에 고전하는 법이 없다.
Q. 오늘 하루 어땠나
“화보 촬영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걱정 많이 했는데 전체적으로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Q. 소년미 넘치는 무드부터 사이버 펑크와 유스 컬처 트렌드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도전했다. 그중에서도 어떤 의상이 마음에 들었나
“마지막 콘셉트. 반항미 넘치는 헤어스타일과 의상이 좋았다. 평소에 편한 옷만 입다 보니 그런 옷이 끌리더라(웃음)”
Q. 얼마 전 아메바 컬처(Amoeba Culture)에 들어가 ‘uh-uh(Feat. Kid Milli, 개코)’를 통해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데뷔곡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개인적으로 2019년 10월에 냈던 ‘1번’이 내 데뷔곡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낸 더블 싱글 ‘uh-uh ‘도 출발의 의미는 나름 있겠지만”

Q. 정확히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곡에 대한 만족도는
“‘아메바 컬처’에서의 새 출발이라고 해야 할까. 70% 정도 만족한다”
Q. 아메바 컬처의 수장 중 한 명인 개코, 트렌디한 래퍼 키드밀리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본인의 요청으로 진행된 협업인가
“맞다. 음원을 낼 때 피처링 아티스트와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같은 회사 소속인 개코 형에게 먼저 부탁드리고 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래퍼 키드밀리님께도 이어서 요청하게 됐다”
Q. 소속사에 둥지를 튼 이후 스스로 변화했다고 느끼는 것은
“우선 꾸준히 곡 작업을 한다는 것(웃음)? 원래는 하고 싶을 때만 음악에 매진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확실히 부지런해졌다”

Q. 그렇다면 음악에 대한 의욕이 더 생긴 걸까
“그렇다. 그 동기부여가 책임감에서부터 비롯된 만큼 기분 좋게 임하고 있다”
Q. Mnet ‘쇼미더머니9’에서 신인답지 않은 무대를 선보였다. 당시의 임팩트를 본인도 실감하나
“물론이다(웃음). 편의점을 가거나 식당을 가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 감사했다”
Q. 그 직전 시즌 ‘쇼미더머니8’에도 참가해 타쿠와와 1대 1 크루 배틀까지 진출했지 않나. 한 시즌 만에 엄청난 성장을 보여준 듯한데 그 비결은 무엇인지
“색깔을 바꾸려고 노력한 적은 사실 단 한 순간도 없다.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자신감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쇼미더머니8’ 때는 1대1 미션까지 가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면, 이후 ‘쇼미더머니9’ 때는 처음부터 우승을 다짐하며 도전했기 때문에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었던 거다. 더 큰 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Q. 큰 목표와 꿈, 한 시즌 만에 새로운 지점을 다짐한 이유가 있다면
“난 항상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곳까지를 나의 미래라고 여긴다. ‘쇼미더머니8’ 때는 본선 무대 자체를 생각할 수 없었던 반면, 그 다음 시즌에는 머릿속에서 결승 무대가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Q. 그러면 방송에서 보여줬던 것들에 대한 후회는 없나
“물론이다. 매 순간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끝났는데 뭐(웃음)”
Q. 수없이 많이 받은 질문이겠지만 ‘쇼미더머니’에 다시 나갈 의향이 있는지
“계속 고민 중이다.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 고민인 것 같다”
Q. 다시 나가게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축제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지금은 이루기 힘들다. ‘쇼미더머니’에 다시 한번 나가게 되면 그런 기회들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 고민이 된다”
Q. ‘쇼미더머니’는 아티스트에게 얻을 것과 잃을 것이 공존하는 무대다. 목표했던 바를 모두 성취했다고 느끼는지
“하나 빼고 다 성취하지 않았나 싶다. 원래 우승이 목표였으니까(웃음)”
Q. 사실 시즌 하나 차이였지 않나. 1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들였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1년이란 시간이 있던 만큼 더 노력하며 연습했겠지만 해왔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왔기 때문에 오히려 ‘쇼미더머니 9’에 임하면서 발전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준비했던 건 1차 예선, 2차 예선 랩뿐이었다”
Q. 개인적으로 방송을 보며 자신을 믿고, 그 실력에 확신에 찬 모습이 인상 깊었다. 무대에 선 모습을 본인이 직접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매우 당차 보인다(웃음). 확신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부분을 갖추고자 꾸준히 노력했다. 예를 들어 디스 배틀 무대라고 한다면 이미 상대방을 이겼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임한다. ‘무조건 이긴다’가 아닌 ‘이미 이겼다’ 이런 느낌”
Q. 무대에 설 때 스스로 아쉬운 부분
“랩을 좀 덜 열심히 하고 무대를 즐겨보면 어떨까 생각한 적은 있다. 그러면 보는 사람들도 더 재밌게 느낄 테니까. 먼치맨 형이 아마 그런 스타일 같다(웃음)”
Q. 둘은 디스 배틀 무대에서 만나지 않았나. 실제 사이는 좋은가 보다
“물론이다(웃음). 전혀 이상 없다”
Q. 본인을 키워드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래퍼로서든, 성인으로서든
“‘불완전함’. 곡을 만들 때나 사람을 만날 때나 내 나름대로 완벽하게 수행한다고 여기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더 노력하고 발전하게 되는 것 같고”

Q. 평소에는 마냥 어린애로 보이다가도, 랩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날카롭고 강렬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양면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을 것 같다
“자주 듣는 편이다(웃음). 내가 평소에도 얼굴 구기고 화내면서 다니면 그건 당연히 이상한 사람이지 않나. 무대 위에서 달라지려고 노력한다”
Q. 유년 시절엔 어떤 아이였나
“사실 공부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복도에서 뛰어노는 것 좋아하고 자는 것 좋아하는 그런 아이. 그때도 틀에 박힌 건 싫어했던 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직장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정말 처음부터 없었고(웃음)”
Q. 힙합에 몰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처음 랩을 할 때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서 진짜 잘하나 싶더라. 랩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어느 정도의 역량이 갖춰져 있다는 걸 느꼈다”
Q. 그게 언제쯤인가
“처음 랩을 시작했던 건 열아홉 살 후반 쯤. 준비 과정이 길지 않았지만 그 이전 8개월 정도는 카피 랩만 꾸준히 계속했던 것 같다”
Q. 어떤 아티스트 랩을 주로 카피했는지
“개코 형, 스윙스 님, 팔로알토 님, 빈지노 님 등 그 때 당시 화제였던 랩은 거의 다 카피했다(웃음)”
Q. 그렇게 우러러보던 개코를 소속사에서 접하게 됐을 때 정말 기분이 묘했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웃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분이 좋았다”
Q.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생각나는 건 정말 많지만 우선 여성 보컬 분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같은 소속사인 쏠(SOLE) 누나, 핫펠트(HA:TFELT) 누나도 좋다”
Q. 일상 속 창작욕을 가장 자극받을 때는 언제인가
“이건 조금 잘못된 거긴 한데 원래 사람들은 급하게 해야 할 게 있으면 오히려 다른 과제에 더 관심이 가지 않나(웃음). 할 일이 없으면 창작욕이 안 생길 때도 있고. 정말 청개구리 같은 성격이다(웃음)”
Q. 집에서는 보통 뭐 하고 보내는지
“최근에 한번 아무 스케줄이 없어서 집에서 하루종일 쉰 날이 있었는데 계속 누워만 있더라. 밥먹고 다시 눕고, 밥 먹고 다시 눕고 그렇게 무한 반복이다”
Q. 친구들은 자주 만나는 편인가
“사실 자주 만나진 못한다. 만나더라도 간단히 밥 먹고 술자리 갖는 그 정도. 그래도 술은 좋아하는 편이다(웃음)”
Q. 소속사 CEO면서 동시에 멘토이기도 한 다이나믹 듀오. 평소 작업 활동에도 영향을 주는 존재인가
“스스로 느끼는 것도 하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면 그렇다. 평소 동경했던 래퍼들과 함께하는 만큼 그 퀄리티에 다가서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중이다. 일단 내가 갖춘 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만족해야 하니까. 덧붙여서, 랩할 때 지루하게 들리지 않도록 신경 쓰는 편이다”
Q. 음악이 아닌 분야에 있어 이뤄내 보고 싶은 목표
“자영업에 관심이 많다. 조그맣게 딸린 무대에 뮤지션들을 초대할 수 있는 카페도 좋고, 전자담배 숍도 생각 중이다(웃음)”
Q. 래퍼로서,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어디까지 가보고 싶나
“정해진 구간은 없다. 목표한 지점이 없는 만큼 쭉 그대로 올라가고 싶은 거다”
Q. 랩도 여러 스타일이 있지 않나. 감성적인 부분을 잘하는 래퍼도 있고, 재지한 비트를 잘 다루는 래퍼도 있다. 본인은 어떤 편을 지향하나
“솔직히 말해서 다 잘하고 싶다. 내게 한곳에 머무르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감성 랩을 할 때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조금 더 하드한 랩을 할 때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 잘하고 싶다”
Q. 최근에 자주 접하는 래퍼나 아티스트가 있나
“요즘엔 딱히 듣는 곡은 없는 것 같다. 신곡을 작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웃음)”
Q. 발매 계획
“정확한 일정을 미리 공개할 수 없지만 아마 금방 발매될 예정이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박경철
의상: 키미제이, 아트워크(artwork), untitled_ideal
백: 밈 더 워드로브
스타일리스트: swey, 조정흠
헤어: cloutii 태진 부원장
메이크업: cloutii 을이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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