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한영, 그 고유함을 기록하다

박찬 기자
2021-07-01 13:55:28

[박찬 기자] 꽃피는 계절이 한 철이었음에도 그 향기는 쉽사리 날아가지 않는다. 매만질수록 옅어져 가는 인상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가깝게 다가서도 그 고유한 아름다움만은 잃지 않는 인상이 있기 마련. 5년 만에 마주한 한영이 꼭 그랬다. 흘러간 시간 앞에서 더없이 산뜻하고 나직한 그 얼굴.
“다른 길은 보이지 않고, 내겐 이 길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이었다” 2005년 데뷔 후 모델, 가수, MC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한 한영에게 연예계는 삶의 터전 그 자체. 활동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그 열망은 깊어만 갔고, 무연했던 마음마저 어느새 단단해져 갔다. 그래서였을까. 오랜만에 만났지만 그 반짝이는 인상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 시점이었다.
화려한 무대를 딛고 이제는 홈쇼핑 계에서 ‘완판녀’로 급부상한 그.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편이다. 조그만 차이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중요한 요소”라는 그의 이야기에 저절로 귀 기울여지기 시작했다. 햇살 좋은 초여름의 어느 날, 고유함을 놓지 않고 또렷이 빛나는 한영과 그 젊음에.
Q. 거의 5년 만에 마주한 촬영이다. 그간 어떤 일들이 있었나
“사실 활동 자체에 있어서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꾸준히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편이다(웃음). 개인적으로 현재의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Q. 어떤 부분에서 만족하는지
“인생에 큰 굴곡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큰 다행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살아가는 편이다”
Q. 촬영을 진행하면서 드레스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는 걸 실감했다. 평소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
“무엇보다도 몸에 편하고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모델, 가수, 연기자 행보를 걸었기 때문에 화려한 옷 위주로만 입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평소에 쉴 때만큼은 꾸밈없이 다니게 된다. 이렇듯 추구하는 옷 스타일이 확고한 편이라서 요즘엔 담당 스타일리스트 따로 없이 지내고 있다”
Q. LPG에 나간 이후로는 온전히 ‘한영’으로서 살아왔다.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
“솔로 활동을 시작한 건 워낙 오래된 일이라서(웃음). 팀을 나간 이후로 편해진 게 있다면 내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워낙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얽매이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라서 규칙적인 생활과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 면에서 그룹 생활은 어쨌든 4명이 한 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게 항상 쉽진 않았던 것 같다”
Q. 2011년 MBC ‘몽땅 내 사랑’부터 2012년 MBC ‘엄마가 뭐길래’, 2016년 SBS ‘내 사위의 여자’, 2017년 SBS ‘해피시스터즈’까지 활발한 연기 활동을 하지 않았나. 요즘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사그라진 건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걸 느낀 거다. 항상 연기자분들을 존경하는 만큼 내가 그 능력을 따라갈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아직도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과연 내가 연기를 꿈꿀만한 사람일까?’, ‘내가 연기에만 매진할 수 있을까’ 되뇌게 된다”
“이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내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더 어렸다면 기본부터 다시 공부한 뒤에 연기자의 길을 꿈꿔보진 않았을까 느낄 때가 있다”

Q. 한영과 LPG는 빼려야 뺄 수 없는 관계다. 2019년엔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에서 모처럼 멤버들과 재회했는데
“프로그램을 위해 함께 연습하는 시간이 있었다. 연습 시간 내내 ‘이 친구들과 이런 추억이 있었지’를 느끼며 데뷔했을 때의 순간들, 위문 공연 갔던 기억들이 모두 되살아났던 것 같다. 가끔 연락만 주고받고 만나진 못했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니 정말 뜻깊었다. 무대 나가는 그 순간엔 정말 심장이 터질 듯이 떨렸지만 막상 올라서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때부터 예전 LPG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즐길 수 있었다”
Q. 방송이 나간 후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정말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특히 댓글 반응이 인상 깊었는데, ‘여전히 예쁘다’, ‘언니들 기억난다’라고 많이들 써주셔서 감사했다. 내 팬들은 옛날 모습이 보여서 좋다더라. 나 또한 잊고 있었던 내 모습을 다시 찾게 된 시간이었다”
Q. 가수, MC, 연기자 등 오랜 연예 활동을 하며 길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사실 이건 직장인 분들에게 ‘어떻게 회사를 계속 다니게 됐나’를 묻는 것과 비슷한 문맥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내게 연예계 활동은 이제 직업 이상의 의미지 않나.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사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산다는 것이 당연한 건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지금 하는 일이 여전히 재밌고, 내 끼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연예계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다른 길은 보이지 않고, ‘내겐 이 길만이 정답이다’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Q.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난 아직 어리구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
“마인드(웃음)? 결혼하고 아기를 낳은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문득 성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나이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걸까’ 생각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나 자신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요즘은 보여지는 나이가 더 중요한 시대니까”
Q. 시간이 꽤 많이 흘렀지만 갑상선 암을 이겨내지 않았나. 건강 관리는 잘하고 있는지
“안 그래도 얼마 전에 건강 검진을 잘 받았다.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나쁜 생활 습관을 지양하는 거다. 예를 들자면 담배를 피지 않거나, 당이 많이 든 음식을 피하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Q. 질환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사실 질환 자체보다는 후유증이 좀 컸다. 몸이나 마음이 힘들 땐 혼자 있으면 안 되겠더라. 주변에 의지할만한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 수술하고 나서 한동안 심적으로 우울할 때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그런 도움 덕분에 결국 잘 이겨낼 수 있었고”
Q.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평소 지키려는 루틴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가지는 편이다. 내게는 그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바빠도 꼭 필요하다(웃음)”
Q. 홈쇼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
“사실 내가 홈쇼핑 방송에 출연하게 된 건 정말 오래됐다. 그때가 22살 때였나(웃음). 그만큼 오래 하신 분이 많진 않더라. 한창 모델 활동을 하던 중 선배 언니가 ‘한번 게스트 해볼래?’라고 제안을 해주셨고, 그게 우연히 계기가 돼 꾸준히 출연하게 됐다”
Q. 원활한 홈쇼핑 진행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니즈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는 편이다. 한 부분이 아닌 다각도에서 접근하는 모습이 다른 분들에게도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더라. 조그만 차이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만약에 본인만의 제품을 만든다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두고 출시하고 싶나
“무엇을 만들든 일회성이 아닌, ‘다시 찾는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지 않나. 한 시간 만에 품절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번 구매해보니 너무 품질이 좋아서 입소문이 나고 그게 꾸준한 판매로 이어지는 것. 그 부분이 중점적인 사안이라고 느낀다”
Q. 완벽 몸매와 동안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
“나이 먹으니까 몸매 관리가 정말 어렵다. 옛날엔 너무 말라서 살찌는 한약을 먹었는데 요즘엔 오히려 살이 쪄서 빼는 한약을 먹고 싶을 정도다(웃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이가 들면서 기초대사량이 떨어지지 않나. 그래서 웬만하면 소식하는 편이다. 그게 몸매 관리뿐만 아니라 건강 관리에도 효과적인 것 같다”
“확고한 클렌징 루틴으로 피부를 관리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무리 귀찮아도 꼼꼼하게 세안 다 하고, 꼭 ‘1일 2팩’을 실천하고 있다. 팩, 클렌저도 종류가 굉장히 많지 않나. 그날 피부 상태에 따라 맞춰서 사용을 하는 편이다”
Q.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편인가
“포용력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기 일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한 건 좋지만 나한테까지 고집을 부리는 건 편하게 느껴지지 않더라. 꾸준한 대화로 소통하고 포용력 있게 나를 감싸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일에 대한 비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좋고. 서로에게 필요한 조언을 나눌 수 있으니까”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슈즈: COS
주얼리: 바이가미
스타일리스트: 홍혜원 실장
헤어: 누에베 데 훌리오 나슬아 부원장
메이크업: 누에베 데 훌리오 지선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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