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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재정의 청사진

이진주 기자
2021-07-05 14:24:58

[이진주 기자] 너른 바다에 숨겨진 진주랄까. 기척 없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그저 영롱한 빛을 뿜어낼 존재가 몇이나 될는지.
국내 경연 프로그램이 왕성하던 때,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박재정. 그렇게 Mnet ‘슈퍼스타K5’의 우승을 거머쥐며 말 그대로 슈퍼스타가 될 줄 알았겠지만 시즌제 특성상 타이틀의 주인은 바뀌는 법이다. 그럼에도 단념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지키며 내실을 다져온 덕일까.
최근 그는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다시 한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시간의 순리를 일찍이 깨달은 그는 현시점을 즐기기보다 더욱 철저한 자기 검열로 이다음을 준비하고자 한다고. 이어 그동안 음악에 대한 갈증이 컸던 만큼 깊이를 개선하고 싶다며 호방한 기운과 함께 초연한 면모를 드러냈다. 발라드의 정수, 박재정의 청사진을 들어보자.
Q. 2년마다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 같다(웃음).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녹아드는 모습이 보기 좋던데, 오늘 촬영은 어땠나.
“데뷔 후 여러 화보 촬영을 접했는데 그중 bnt와의 기억이 많다. 사실 전문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화보든 늘 새롭게 다가온다. 또 개인적으로는 흑백 분위기를 좋아해서 모노톤 촬영이 마음에 들었고 더 나이를 먹으면 시도하기 힘든 콘셉트들을 해본 것 같다(웃음)”
Q. 최근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새롭게 인기를 실감 중인데, 소감이 어떤가.
“우선 많은 팬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번 계기를 통해 가수로서 계속 노래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보고 보상받은 기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뜻깊고 한결 마음도 편안해졌다. 김태호 PD님께서 방송이 끝난 후에도 자유롭게 멤버들과 활동해도 좋다고 하셨지만 유재석 선배님과 제작진분들의 노고와 추진력 덕분에 용기 내서 모두가 합심할 수 있었던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유야호와의 개인 면담에서 내밀한 속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출연하기까지 그동안 음악적 고민이 깊었던 모양인데, 혹 가수로서 진전을 증명할 결과물의 부재 때문일까?
“복합적인 이유다. 내가 이 일을 왜 열심히 하는가에 대해 오래 고민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찾지 못했고 가수로서 결과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동안 우울했다. 또 예능 출연이 가수 박재정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 허탈감 때문에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됐다”
Q.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에 능동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진실된 모습이 비치면서 가수 박재정을 다시 보게 했는데, 하지만 이제야 알아봐 준 것에 대한 서운함은 없나.
“항상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태도로 임해왔지만 몰랐다고 해서 속상한 감정은 전혀 없다. 대중이 나를 알고는 있지만 깊이 알고 싶은 가수가 아니었던 것 같고 방송에서 망가지는 모습이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 것도 있다. 그래서 이번 ‘놀면 뭐하니’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 진중함이 배가됐고 덕분에 기존 음악과 영상들이 회자되면서 음악인으로서의 인정을 받게 돼 감사하다”
Q. MSG워너비는 평소라면 만남이 어려운 조합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예계에 든든한 동료이자 형제를 얻게 됐는데, 함께하며 감동이 컸던 순간은?
“M.O.M 멤버들은 음악이라는 교집합이 있지만 접점이 많지 않아 이렇게 인연이 돼 기쁘다.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운 게 많다. 석진 형은 30년 전 못다 한 가수 생활을 이번 계기로 다시 하는 것에 대한 울림이 있었고 창모 형도 경력이 오래된 만큼 같이 파이팅하려고 북돋아 주는 모습이 와닿았다. 또 원슈타인은 장르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스타일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저마다의 감동이 있겠지만, 나는 함께 노래할 때의 감동이 가장 컸다. 우연히 짜인 팀원들 사이에서 내가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학교에서 반 배정받으면 처음에 어색하다가 점점 친해지고 죽이 잘 맞는 것처럼 넷이 하나가 되는 경험은 재밌고 색달랐다”
Q. 한편 배우 이상이가 한 인터뷰를 보니 박재정에 대해 칭찬 일색이더라. 다른 팀임에도 남다른 애정을 과시할 만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그에게서는 어떤 공통분모를 찾았나.
“상이 형이 더 잘생겼지만 유야호님께서 나와 닮았다고 해주셨다(웃음). 또 목소리가 중저음이고 가수 김동률을 좋아하는 것도 같더라. 하지만 나는 감정과 고민이 노래에 그대로 표현되는데 상이 형은 사람 자체도 정직하지만 음정이 정확하고 발음과 목소리도 참 깨끗하고 올곧다. 그런 점이 부럽고 개인적으로 여덟 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자라고 생각한다”
Q. 최종 멤버 결정 전, 단체 무대로 라붐의 ‘상상더하기’를 부르기도. 본인의 노래 중 역주행을 바라는 곡이 있다면?
“개인적인 사연이나 감정을 담은 자작곡에 애착이 크다. 주관적인 관점에서 곡을 쓰기 때문에 내 색깔이 더 짙은 편이다. 2018년 발매한 ‘가사’는 처음 작사, 작곡한 노래인데,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려던 노래가 이별로 인해 엉망이 됐다는 내용이다. 역주행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들어봐 달라”

Q. 보기 드문 건실한 청년이다. 이 점이 국민 MC 유재석의 마음도 사로잡지 않았나 싶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처럼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느낌이랄까(웃음).
“선배님을 뵈면 자연스레 90도 인사를 하게 된다. 편하게 대하라고 하시지만 대선배님이기 때문에 선을 지키려 한다. 한 팬분께서 부모님 식당에 편지를 남기고 가셨는데, 선배님의 무명 세월을 언급하시면서 훗날 나도 잘되면 지금 상황처럼 후배들을 도와달라고 하셨다. 나 역시 그런 좋은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고 나를 이끌어주신 선배님께 무한한 감사드린다”
Q. 유독 가족 이야기를 할 때 행복해 보인다. 때로는 부담을 주시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본인을 위하는 마음이 TV 건너까지 느껴지더라. 가족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가족이 큰 걱정 없이 무탈한 삶을 지내는 것에 감사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났는데 모두 평화롭게 자고 있을 때 기분이 좋다. 늘 행복하면 좋겠지만 한때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묵묵히 견디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애정 표현을 스스로 재촉하기도 하고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려 한다. 또 내색하지 않아서 후회했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조금 낯간지럽더라도 진심이 담긴 말 한 마디의 힘을 믿는다”
Q. SNS를 통해 지인들의 새 소식 홍보에도 열심이더라. 평소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스타일인가 보다.
“성격상 만나면 잘 못 챙겨줘서 그렇게라도 마음을 표현하려고 한다.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 아무 반응이 없으면 무례하게 비칠까 싶어 SNS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나처럼 노력하는 동료 뮤지션들도 함께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공유하고 있다”
Q. 웹상에서 누구보다 활발한 이모티콘 요정 아닌가(웃음). 가장 즐겨하는 이모티콘은?
“하하. 이모티콘으로 안부와 관심을 대신한다. ‘좋아요’처럼 하트로 답하는 편인데 특히 파란색을 좋아해 파란 하트를 즐겨 쓴다. 요즘에는 김정민 선배님께서 색깔 변화를 주라고 하셔서 다양하게 쓰고 있다. (그럼 내용에 맞게 사용하는 건가) 사실 자주 쓰는 기호에서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누르는 거다. 소속사 식구인 빈첸은 파란색을 좋아하는 것 같아 파란 하트를 쓴 것뿐 큰 의미가 담긴 건 아니다(웃음)”
Q. 항상 밝은 표정과 유별한 붙임성을 자랑하지만 이따금 단호하게 할 말 다 하는 사이다 캐릭터다. 최근 방송 트렌드가 탐내하는 인재상인데, 앞으로의 예능 욕심은 없을까?
“전에는 모든 방송에 목매듯 열심히 했다. 하지만 대중의 눈길이 내 음악으로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단순히 예능으로만 소모된 채 끝나는 아쉬움이 크더라. 현재 음악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만큼 작업에 우선 집중하고 싶고 가수로서 확실한 보답은 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Q. 그동안 이상형 질문에 직접적인 인물을 언급하곤 했다. 하지만 박재정이라면 내적으로 추구하는 면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더라. 또 편한 친구처럼 지내다가 연인이 되기도 하고 서로 잘 들어주고 같이 고민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Q. 얼마 전 독립 소식을 전해왔다. 어떤 이유에서 홀로서기를 결심하게 됐나.
“한평생 부모님과 살았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을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고 혼자 생활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또 축구를 보기 위해 독립한 마음도 꽤 크다(웃음). (새벽 시간에 편히 보기 위해서인가) 새벽에는 졸려서 자야 되고 해외 축구보다는 K리그에 관심이 많다. 또 자취를 시작하고는 정신 건강에 힘쓰고 있고 집에서만큼은 온전한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초반에는 살짝 무서웠는데 이틀 만에 혼자 사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다”
Q. 올해 맞은 데뷔 7주년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어떤 의미로 기억될 것 같은가.
“원래는 8년 차인데 ‘얼음땡’이 본격적으로 노출된 때를 기준점으로 삼는 것 같더라. 팬분들이 7주년이라고 하니까 나도 그렇게 밀고 있다. 또 이번에 너무 큰 선물을 받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전광판 선물은 처음인데, 실은 당일에 설치하자마자 가서 팬들보다 먼저 보고 왔다. 바로 인증샷을 찍어 올렸는데 이렇게 해야 또 해주시지 않을까(웃음)”
Q. 방송을 마친 후에는 신보에 매진할 듯한데 어떤 음악을 들려줄 계획인가.
“박재정이라서 할 수 있는 발라드를 계속할 계획이고 신곡(‘취미’) 발매는 7월 말을 예상한다. 또 자작곡들로 구성된 정규 1집은 추운 겨울에 내고 싶은데, 아무래도 내 이름을 건 첫 앨범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작업하고 있어서 공개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Q. 남은 2021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새 울타리에서 좋은 노래로 목표한 성과를 얻는 것. 또 콘서트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팬들과 만나고 싶다. 올해 정규 앨범도 나오면 참 좋겠지만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 부탁드린다. 또 공식적으로 처음 이야기하는데 동경하는 해외 뮤지션과 새로운 싱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악상이 안 떠올라 아직 보류 상태다. 아마 정규 앨범보다 더 걸릴 것 같지만 이런 작업들이 간간이 있어야 음악을 계속하는 동기가 되지 않겠나(웃음)”
Q. 팬카페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근간에 활기를 되찾았다. 이런 기분 좋은 변화는 어떤가.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더라. 새로 뜬 글이나 팬들의 소식도 틈틈이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 유지됐으면 좋겠고 그저 감사드린다. 일찍부터 유명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사 경험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일시적인 반응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한다. 또 지금의 인기에 안주하기보다는 다음 챕터를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나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Q. 무심한 외모와는 달리 다채로운 매력을 소유하고 있지 않나. 이 때문에 팬 유입이 늘고 있는데, 본인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좋아해 주시니 나도 좋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면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는데 가끔 이런 부분에서 나를 좋아할 수도 있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그렇다고 앞으로 의도적으로 행동해야겠다는 건 절대 아니고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웃음)”
Q. 소금이를 포함해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팬들에게
“하하.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에 정말 감사드린다. 사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주변에서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여전히 음악적 기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공부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향후 입대나 유학을 계기로 공백기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음악 활동은 변함없이 계속하겠지만 지금처럼 방송 매체 출연이 활발하지는 못할 것 같아 이에 너무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천유신
의상: 스튜디오 톰보이
스타일리스트: 조웅
헤어: 드니 와니 실장
메이크업: 드니 란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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