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비비, 모두가 그녀를 사랑해

임재호 기자
2021-07-15 14:55:20
[임재호 기자] “넌 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정말 뭐든 잘하는 사람에게 감탄처럼 튀어나오는 칭찬이다. 외모, 성격, 능력 등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을 볼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비비가 바로 이런 칭찬이 절로 나오게 하는 사람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하는 비비, 그 말이 무색하게 그는 본인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척척 해내고 있었다. 본인에게 음악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본인의 일부, 아니 어쩌면 혹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며 음악으로 희로애락을 느낀다는 그. 아직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에 얼마나 음악에 대한 생각이 깊은지도 엿볼 수 있었다.
이토록 영특하고도 현명한 비비. 본인에게 끼가 넘치는 것을 증명하듯 화보 촬영에서는 타고난 연예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인터뷰에서는 진중하고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정말 여과 없이 솔직함도 보였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매력적인 그의 매력적인 인터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Q. bnt와 화보 촬영 소감
“요즘 화보 촬영이 많다. 어려운 것, 힘든 것도 많은데 bnt와 할 땐 항상 재밌다. 작년에도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도 정말 재밌고 잘 나온 것 같다 만족스럽다”
Q. 가장 맘에 든 콘셉트는
“블랙 원피스에 카라를 들고 찍은 콘셉트가 좋다. 근데 사실 다 좋았다. 카라, 해바라기꽃과 함께 찍은 콘셉트가 최고다”
Q. 근황은
“미뤄놨던 화보 스케줄을 하나씩 촬영 중인데 너무 재밌다. 그리고 유튜브 콘텐츠 촬영과 음악 작업, 연습, 앨범 준비 등 여러 가지를 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근데 엄청 바쁜 건 아니다(웃음)”
Q. 최근 ‘인생은 나쁜X’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소감은
“애를 낳아보진 않았지만 애를 낳은 느낌이다(웃음). 뭔가 내 몸에서 빠져나오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다. 정말 큰 노력을 쏟아부었다. 작업하며 마음속에 있던 아픔과 슬픔이 다 빠져나오니까 빛과 희망으로 다시 가득 차고 있다. 이제 이런 것을 보여드릴 준비를 하는데 너무 행복하다”
Q. 다른 타이틀 곡 ‘BAD SAD AND MAD’로는 음악 방송 활동도 했는데
“내가 매니악한 음악을 하지 않나. 이런 음악을 하면서도 대중적인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음악 방송에 나가게 됐다. 회사에서도 ‘음악은 매니악하게, 비주얼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를 강조한다. 그래서 활동하게 됐다”
Q. 앨범에 있는 다섯 곡의 뮤직비디오를 모두 촬영해 공개하고 음악에 따라 단편 소설까지 집필해 수록했다. 이런 특별한 기획을 하게 된 계기는
“대형 기획사에 있는 가수분들은 A&R도 있고 큰 프로덕션과 함께 제작한다. 나는 그냥 수공업자에 불과하다(웃음). 완벽하게 만들어진 음악을 내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 그러다가 특별하게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장인 정신이 깃든 앨범을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그저 음악, 그저 가수가 아닌 종합 예술적인 것을 생각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해 제작했다”
Q. 이번 앨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피리 (PIRI the dog)’다. 사실 이 곡이 타이틀이 될 뻔했다. 앨범 작업이 진행되면서 타이틀이 바뀌었다. 이 곡의 노출이 많이 없으니 잘 몰라주더라. 꼭 들어줬으면 한다. 내 첫 EP에 ‘나비’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의 후속곡 같은 느낌이다. 난 나 자신이 되게 강아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도 많고 사람도 잘 믿는다. 믿는 만큼 바라기도 바란다. 크게 실망을 하기도하고. 그런데도 사람을 원하고 갈구하며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이런 점에서 내가 강아지 같다. 어느 날 꿈을 꿨는데 ‘피리’라는 개가 나왔다. 꿈에서 개가 말을 할 줄 알았다. 이름을 물어보니 피리라고 하더라. 주인에게 버려졌다고 화를 냈다. 꿈에서 깼는데 계속 생각나고 마음이 아팠다. 그 당시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을 때였다. 그래서 꿈속에 나타난 피리에 나를 많이 이입한 것 같다. 그 꿈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Q. 뮤직비디오를 다섯 편이나 촬영했다. 촬영 당시 재밌는 에피소드는
“메이크업이 과감한 것도 많고 리얼하게 하려고 했다. 뮤직비디오 다섯 편을 이틀 내내 찍었다. 촬영 전날 광고 촬영을 하고 잠을 안 자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러 갔다. 그리고 2시간 자고 바로 또 다음날 촬영에 들어갔다. 20시간, 24시간, 20시간 이렇게 촬영했다. 촬영할 땐 열정이 넘쳐서 괜찮았다. 다 끝나고 집에 왔는데 몸이 무너지더라. 달리는 장면이 많아서 10시간 정도 달리는 장면을 촬영했다. 너무 배고파서 밥도 되게 많이 먹고 샤워를 하면서 거울을 보는데 몸이 앙상하더라. 그래서 다이어트 됐다고 좋아했는데 일주일 만에 살이 다시 그대로 쪘다(웃음)”
Q. ‘인생은 나쁜X’ 뮤직비디오 댓글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같다는 평이 많았다. 소감은
“정말 좋아한다. 메이크업도 특이하게 돼서 더욱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싶다. 이 영화처럼 보이려고 의도하진 않았다. 기분은 되게 좋다. 영화 같다는 말이지 않나(웃음)”
Q. 계속해서 달린다. 뮤직비디오에서 달리기의 의미는
“억울함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죽도록 달렸는데 왜 나만 이러나.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달려가는데 나도 노력하는데 왜 난 이럴까 하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Q. 어쩌다가 인생은 ‘나쁜 년’이라고 생각하게 됐는지
“내게 인생은 모든 게 유혹이었다. 줄 듯 주지 않을 듯했다. 네가 내게 맘을 열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다가 다시 나를 배신하고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 죽일 듯이 나쁜 사람이라기보단 섹시하고 나쁜, 계속 나를 애태우는 그런 나쁜 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기획 단계에서 어려운 점은
“다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고 다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뮤직비디오 감독님과 내가 보는 시각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내 생각과 감독님의 생각이 다르면 뮤직비디오가 망할 것 같았다(웃음). 그림도 그려서 보여주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뮤직비디오가 내가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과 정말 비슷하게 나와 굉장히 만족했다”
Q. 독특한 감성을 가졌다. MBTI 검사는 해봤나
“’INFP (열정적인 중재자)’다. 많은 사람이 외향적인 모습 탓에 E로 생각하는데 I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는 점은 빼고 모두 내향적인 성향에 가깝다”
Q. 이번 앨범 제작 단계에서 타이거 JK와 윤미래가 해준 조언이 있다면
“망할 것 같아서 매일 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웃음). 타이거 JK 사장님이 ‘네가 뭘 망해? 세상에 망하는 건 없어. 이게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정말 네가 잘 됐을 때 재조명을 받을 거다. 절대 안 망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든든했다”
Q. 비비에게 인생은 항상 자극이라고 말했다. 최근 느끼는 자극은
“짠 걸 계속 먹으면 더욱 짠 걸 찾게 된다. 근데 짠 것만 계속 먹다가 갑자기 싱거운 걸 먹으면 그것도 다른 느낌의 자극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자극에 미쳐있었던 것 같다. 항상 더 큰 자극을 찾다가 이번 뮤직비디오와 앨범을 굉장히 자극적으로 준비한 것 같다. 근데 이젠 자극적이지 않은 자극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자극을 보여주겠다”
Q. 비비의 말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나쁜 년 같은 인생. 이번 앨범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된 좋은 일이나 마음을 다치는 일이 있었는지
“누구나 하나쯤은 안고 있는 마음의 병이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의 병이 점점 쌓이고 쌓이다가 ‘내려놓자’ 싶은 마음이 들더라. 힘든 걸 숨기고 계속 예쁜 척, 괜찮은 척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돈을 벌고 가수가 되기 위해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을 하다 보니 가수가 된 사람이다. 음악이 진짜 나일 수가 없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음악은 내게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 그냥 내 자체다”
Q. 크러쉬(Crush)의 ‘with HER’ 앨범의 ‘She Said’ 피처링에 참여했다. 계기와 소감은
“원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크러쉬와 음악 작업을 하는 거였다. 먼저 연락이 와서 하게 됐는데 처음에 연락이 왔을 때 정말 믿기지 않았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정말 너무 좋았다”
Q.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출한 신원호 PD님과 작업해보고 싶다. 정말 작품에 작은 역할로라도 출연해보고 싶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님. 정말 엄청난 팬이다. 나의 뮤즈다(웃음)”
Q. 비비가 생각하는 본인의 덕질 포인트는
“턱밑 각이 134도다. 이 턱밑 각을 되게 좋아해 준다. 그리고 손이다. 내가 손이 되게 크다. 여자 팬들이 손이 되게 남성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네일 아트 안 한 손이랑 렌즈 안 낀 눈도 덕질 포인트다(웃음)”
Q. 비비와 형서의 차이가 있다면
“별로 차이 없는데 형서는 게으르다. 비비는 일할 때 열정적이다. 난 정말 게으르다. 미쳤다”
Q. 돈을 계속 벌고 있는데 ‘플렉스’ 한 것과 하고 싶은 것은
“건물 사고 싶다(웃음). 얼마 전에 엄마랑 택시를 타고 강남을 지나가는데 정말 예쁜 건물이 있었다.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너는 건물이 갖고 싶냐?’며 웃더라. 택시 기사님이 ‘이건 우리 같은 사람이 백날을 벌어도 못 산다’라고 하더라. 근데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노력해보려고 한다(웃음). 플렉스 한 건 자잘한 것이다. 하루에 식비를 10만 원 씩 쓴다던가, 친구들에게 술을 쏜다던가, 고양이 자동 급식기를 고장이 나지도 않았는데 바꾸는 등 이런 자잘한 것들 것 플렉스 하고 있다(웃음)”
Q. 출연하고 싶은 예능은
“tvN ‘신서유기’다. 정말 너무 좋아한다”
Q. 눈 밑에 찍는 두 개의 빨간 점. 많이 설명했겠지만 다시 한번 의미를 설명한다면
“친할아버지가 잘생기시고 공부도 잘하시고 위트 있고 센스 있고 많은 분의 존경을 받던 분이었다. 친할머니는 시인이시다. 나는 할머니를 닮았다. 그래서 음악을 하게 된 것 같다. 난 너무 감정적이고 기복도 심하다. 그래서 공연을 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일할 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싶었다.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는데 내가 다섯 살 때 돌아가셔서 큰 기억이 없다. 할아버지가 가장 몸이 편치 않으셨을 때 뵀는데 어릴 때지만 할아버지가 뭔가 달라졌다는 게 느껴졌다. 얼굴에 열꽃이 피어있었다. 그런데도 나를 보고 활짝 웃으시더라. 그게 큰 기억으로 남아 얼굴에 빨간 점을 찍게 됐다. 평정심을 찾는 부적 같은 점이다”

Q.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은
“아이즈원 출신 (최) 예나와 친하다. 웹 예능 ‘여고추리반’에 같이 출연하게 돼서 친해졌다. 같이 자주 만나고 밥 먹고 놀고 한다. 성격도 너무 좋고 바르고 편하고 귀엽고 착하다”
Q. 음악성뿐만 아니라 최근 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으며 광고도 많이 찍는다. 연예인으로서도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내가 조금씩 다듬어 지고 있구나’하는 생각과 세상이 ‘다듬어지지 않은 것을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웃음). 기분은 너무 좋다. 나는 살면서 명품을 본 적이 없었다. 명품 브랜드 광고를 찍고 선물로 받고 하면서 되게 신기했다”
Q. 연예인으로 활동하며 재밌는 점이나 힘든 점은
“일 자체가 재밌다. 활동도 재밌고 음악 하는 게 정말 가장 재밌다. 어려운 점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나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가치관을 빨리 잊을 수 있을 만큼 눈이 부시고 화려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항상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한다”
Q.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은지
“밖에서 알아보는 분들은 많이 없어 편하게 다닌다(웃음)”
Q. 최근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 모교’에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됐는데
“2년 전에 어떤 배역의 아역배우를 찾고 있다고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제의를 받았다. 정말 너무 신기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연기를 못해도 오디션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네 2000의 故 이춘연 대표님이 ‘연기 배우지 마라. 지금 그대로가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 말씀 덕에 자신감이 생겨서 열심히 연기했다”
Q. 이상형은
“무조건 착한 사람이다. 착하고 잘생기면 더욱더 좋지만 난 안 잘생겨도 착한 게 최고다. 그리고 내가 게을러서 부지런한 사람이 좋다. 그리고 불평등에 말을 꺼내지 않는 사람이다(웃음). 난 집안일을 너무 힘들어한다. 그래서 ‘내가 밥했으면 네가 설거지해!’ 하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돈을 열심히 벌어 오겠다(웃음)”
Q. 기억에 남는 팬은
“항상 찾아오는 세 분의 팬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너무 좋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LA 갈비 먹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LA 갈비를 보내준 팬도 있다. 팬들이 되게 언니 같은 느낌이다. ‘뭐 먹고 싶어?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한다”
Q.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자주 하는데 이렇게 팬들과 소통하면 좋은 점은
“내가 심심해서 하는 거라서 안 심심해서 좋다(웃음). 그리고 나를 좀 더 가까이 만나는 느낌이라 팬들도 좋아한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보고 싶다. 정말 너무 보고 싶다. 곧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대중들에게 비비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탁월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면 좋겠다. ‘이 사람은 무조건 좋지~’하는 그런 느낌의 사람이 되고 싶다”
에디터: 임재호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NACHE, L.e.e.y, 시티브리즈, COS, 로맨시크
주얼리: 바이가미, MARTA, 앵브록스, HEI
슈즈: 렉켄, 레이첼콕스
글러브: MARTA
아이웨어: 프론트(Front)
플로리스트: 더뉴즈
헤어: PRANCE 이지 부원장, 한미래 디자이너
메이크업: PRANCE 예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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