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다비와 블루디의 그림, 自

박찬 기자
2021-08-27 15:54:20

[박찬 기자] 다비와 블루디는 서로를 위해, 서로에 의해 유영하기로 했다. 그들이 아직 펼쳐 보지 못한 음악의 또 다른 빛깔에 대해.
생각해보면 더 나은 순간과 미래를 그려나갔을 뿐이었다. 재즈 R&B 싱어송라이터 다비는 블루디의 목소리에서 유성우를 찾았고, 곧이어 ‘열이나(Feat. Blue.D)’라는 행보로 그 유려함을 증명했다. 다비가 쌓아 올린 흑백 풍경 위엔 블루디의 휘황한 밀어가 새겨졌으며, 마침내 식지 않을 밤, 흩어지지 않을 새벽이 이어졌다.
겹겹이 싸인 꽃잎처럼 목소리를 포갰음에도 각각의 얼굴은 그 향취를 기억하는듯했다. 낮보다는 밤, 밤보다는 새벽에 어울리는 블루디의 목소리부터 근사한 음선에 삶이란 무게를 짊어진 다비의 목소리까지. 맞닿은 인연에 각별함을 느껴질 때 즈음, 서로를 향한 유영은 이처럼 또 하나의 자아가 되어 돌아왔다.
“나라는 사람에게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분할되어 있다면, 두 가지 모습 모두 음악으로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 또한 큰 과제죠” 꿈에서만 이루는 추상, 내면과의 조우를 그린 이번 ‘그림, 自’ 촬영 콘셉트에 대해 다비와 블루디는 또렷이 답해 나가기 시작했다.

Q. 다비와는 작년 3월쯤 만난 적이 있지 않나. 오랜만에 얼굴을 접하니 반갑다
다비: 너무 재밌었다(웃음). 촬영장이 달라진 만큼 새로운 환경에 녹아들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다르다.
Q. 그에 비해 블루디는 우리와 초면이다. 다비와의 화보 협업 제의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블루디: 물론 너무 감사했다. 다비 오빠와 또 다른 활동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웠다.
Q. 이번 화보에서는 내면 속 자아 그대로를 담으려 했다. 촬영하기 위해서 두 뮤지션의 색다른 얼굴을 찾는 데 주력했는데, 자기 자신의 행보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블루디: 사실 주변에서 여러 모습에 빗대어 표현해주시곤 하지만 아직까진 스스로에 대해 확실히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하고 싶은 음악, 고유의 색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거다. 그동안 다소 억압받는 모습과 행보를 보여드렸다면 앞으로는 내 의지대로 결과물을 쌓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다비: 촬영 전에 콘셉트 시안을 면밀히 살펴봤다. 그림자의 양면적인 모습을 다룬 시안이더라. 나라는 사람에게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분할되어 있다면, 앞으로의 과정에서는 환한 부분으로 내디디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어두운 부분도 내 것인 만큼 저버릴 수는 없지만 말이다. 두 가지 모습 모두 음악으로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게 큰 과제다.
Q. 개인적으로 다비는 내적으로 어떤 변화를 거친 사람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창작하는 음악 또한 그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모습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온전히, 편안하게 음악을 대한다고 해야 할까
다비: 그렇게 느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최근에 다시 선보인 ‘청개구리’가 그런 느낌인 것 같다. 다들 편하게 자신의 음악처럼 느껴주시더라. 개인적으로 음악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직업적으로 저마다의 행보는 다르기 마련이지만 삶이라는 큰 줄기 안에 함께 있지 않나. 난 그때 그때 느껴졌던 감정들은 때에 맞게 내는 것뿐이고. 다음에 나올 음악은 지금보다 더 밝을 수도,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Q. 반면에 블루디는 낮보다는 밤, 밤보다는 새벽에 어울리는 목소리다. 이에 대해선 본인은 어떻게 느끼고 있나
블루디: 정말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웃음). 그동안 잔잔하거나 로파이(lo-fi)한 음악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최근엔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더욱더 편한 음악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센치한 장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긴 시간의 방황을 겪어온 만큼 더 가치 있는 음악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Q. 둘은 얼마 전 ‘열이나(Feat. Blue.D)’를 통해 색다른 조합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측하지 못한 듀엣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됐나
다비: 안그래도 블루디와는 이전부터 함께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전에 써놓았던 곡을 들려줬는데 맘에 들어 하더라. 그게 시작점이 되어 한마음 한뜻으로 곡을 작업하게 되었다.
Q. 사실 다비는 ‘나만 이래(Feat. 헤이즈)’를 비롯한 대부분의 곡에서 헤이즈와 함께한 이력이 있지 않나. 그에 비해 블루디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다고 느끼나
다비: 무엇보다도 본인만의 분위기와 목소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만든 음원에 함께 녹여내면 아름답게 그려질 거라고 믿었다.

Q. 처음엔 어떤 경로를 통해 블루디의 목소리를 듣게 된 건가
다비: 유튜브 크리에이터 Big Marvel(빅마블)과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다. 그 친구가 치킨 인형을 활용한 곡 커버 콘텐츠를 올리곤 하는데, 그곳에 (블루디가) 함께 출연한 거다. 노래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Q. 끈적한 느낌의 R&B 팝 사운드를 베이스로 둔 음악이다. 대부분 차분한 음악을 보여줬던 블루디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듯한데
블루디: 차분한 음악을 주로 보여드린 만큼 최근엔 다양한 무드의 곡을 욕심내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열이나(Feat. Blue.D)’는 처음 접해보는 장르였지만 새로운 기분이었다. 곡 자체도 충분히 머릿속으로 그려내 볼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Q. 같은 시기에 선보인 ‘Don't play me love(feat. KINO)’ 또한 독특한 무드의 재즈 R&B 곡이다. 펜타곤 키노(KINO)와는 어떤 계기로 작업하게 된 건가
다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인연을 처음 맺게 됐는데, 음원 작업에 대한 열망이 엄청난 친구더라. 그만큼 결과물을 이끄는 추진력 또한 대단하고. ‘Don't play me love(feat. KINO)’는 키노가 작업실에 놀러 와서 대화하던 도중 정말 일사천리로 준비하게 된 곡이다. 작업하던 도중 멜로디를 꾸려서 보내줬는데 키노가 자기 스타일에 맞춰 다 수정한 거다. 바뀐 결과물이 오히려 더 좋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게 됐다(웃음).
Q. 이번 스페셜 싱글 앨범 ‘Don't play me love’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하는지
다비: 물론이다. 정말 다 좋은데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내 보컬(웃음)? 음악이라는 게 결국 당시에 느끼는 감정을 멜로디로 내뱉는 것이지 않나. 매 앨범을 낼 때마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보컬적인 부분이 그렇고.
Q. 블루디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한 매거진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당시에 ‘파란색은 예쁘지만 슬프고 차분하다는 의미’라며 ‘신비롭기도 하고 예쁜 모습을 보여주다 어떤 순간에는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던 게 인상 깊었다. 자신의 이미지에 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블루디: 그때는 아무래도 ‘블루디’라는 이미지에 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건 아니다.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인생이 안 흘러가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이젠 뚜렷하고 강렬한 콘셉트 하나를 가진 것보다는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Q. 이름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 블루디라는 이름은 직접 짓게 된 건가
블루디: 그렇다. 고등학생 때 유튜브 활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지은 예명이다. 파란색이 가진 우울하고 슬픈 의미가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머리색도 흑발이었지만 언젠가 ‘블루디니까 파란색 머리를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이 단순하게 들었고, 줄곧 이어오게 된 거다(웃음).

Q. 블루디의 데뷔곡 ‘NOBODY(Feat. MINO of WINNER)’를 최근 들어 찾는 이들이 다시 많아졌다. 송민호의 피쳐링이 물론 좋았지만 블루디 자체의 목소리에 여전히 강점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블루디: 감사하다(웃음). 이전까지 내 방에서만 노래하다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나선 순간이다. 지금 회상해보자면 마냥 행복한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기억도 아니었다. ‘아픈 발판’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한 것 같다. 그때는 무대 공포증도 심해서 라이브도 덜덜 떨면서 진행했다. 그만큼 정신없이 지나온 발판이었지만 지금 들어도 좋은 곡인 건 분명하다.
Q. 데뷔곡이면 질릴 때까지 연습하지 않나. 그만큼 열심히 준비한 곡이기 때문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어도 곧바로 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블루디: 물론 부를 수야 있을 거다(웃음). 다만 노래 부를 때 컨디션을 많이 타는 편이라서 그런 자리가 있다면 미리 연습을 많이 해놓아야 한다.
Q. 데뷔 전부터 다양한 커버 곡 영상으로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다가 2020년 11월 갑자기 YGX 소속사를 나왔다.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블루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주관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회사에 들어가면서 어느정도의 마음가짐과 목표는 있었지만 심적으로 나를 지탱할 중심은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엔 ‘내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걸까’, ‘내 음악적 방향성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많았다. 단순하게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하게 된 길이 그 중심을 잃자 방황하게 되는 건 어찌 보면 시간문제였다.
Q. 그러면 그렇게 방황하다가 어느 순간에 회사를 나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건가
블루디: 한순간의 결심은 아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터졌을 때이기도 하고, 심적으로도 불안감이 점점 커졌던 시기였다. 그래서 회사 분들께서도 이런 내 뜻을 이해해주시고 끝내 마무리하게 된 거다.
Q. 그만두고 나서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된 건
블루디: 유튜브에 비공개로 남겨뒀던 옛날 영상들을 복구시켰다. 회사에 들어갈 때부터 커버 곡 영상 일부분을 내렸는데, 알게 모르게 그리웠던 것 같다(웃음).
Q. ‘부와 명예를 바라고 시작한 음악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유튜브 채널 인사말에 기재했더라. 홀로 콘텐츠를 만들고 활동하기에 아직은 어려움이 클 텐데
블루디: 아직 틀을 갖춰가는 중이다. 브이로그나 라디오 방송 콘텐츠도 도전해볼까 했는데 내 의지대로 확실하게 발매한 음원이 아직 거의 없더라. 그래서 우선은 아티스트로서 다양한 곡을 작업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Q. 다비는 일전에 롤모델로 제이미 컬럼(Jamie Cullum)을 말한 기억이 난다. 블루디는 지금껏 마주친 뮤지션 가운데 가장 크게 감명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블루디: 고등학생 시절에 캐나다 재즈 아티스트 니키 야노프스키(Nikki Yanofsky)의 음악을 듣고 연습한 기억이 있다. 이후로는 선우정아 님, 아이유 님에게 큰 자극을 받아 왔고.
Q. 다양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새로운 장르에 대한 욕심도 있는지
블루디: 물론이다. 개인적으로 R&B나 힙합 장르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작업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Q. 다비는 작년에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인상 깊은 무대를 보여줬다. 오랜만의 무대가 긴장되지는 않았나
다비: 물론이다(웃음). 하지만 좋은 떨림이었다. 불안감이 아닌 설렘 가득한 떨림 말이다. 그만큼 서고 싶었던 무대였던 만큼 여전히 인상 깊게 남아 있다.
Q. 매번 피아노와 보컬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다비: 맞다. 요즘 특히 더 그렇게 느낀다. 사실 피아노 따로, 노래 따로 보여주는 것이 편하지만 내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중들 앞에서 어느 정도의 콘셉트를 갖춰야 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피아노&보컬 무대를 준비하게 된 거다. 사실 김건모 선배님 이후로 재즈 피아노와 보컬을 함께 선보이는 아티스트가 없지 않나. 이 강점을 통해 무대에 나서면 대중들 인식에 한층 더 강하게 박히지 않을까 싶었다.
Q. bnt와 인터뷰를 진행한 지 1년 반이 넘어갔지 않나. 그동안 리스너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다고 느끼나
다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답이 되어주고 싶어서 ‘다비’라는 이름을 지은 만큼 대중들에게 음악으로서 끊임없이 전했다고 믿는다.
Q.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답이 되는 음악’이란 결국 무엇을 의미할까. 음악이 인생에 있어서 정답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다비: 물론 음악만으로는 정답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서는 그 답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는다. 문득 사람들에게 어떤 음악을 보여드려야 좋은 정답을 내비칠 수 있는지 고민될 때도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사람은 음악을 통해서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고. 이 뜻이 내가 시사하는 답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홍도연
의상: THE GREATEST
주얼리: 민휘아트주얼리, 올세인츠
슈즈: 올세인츠
스타일리스트: swey, 조정흠
헤어: cloutii 수지 실장
메이크업: cloutii 해미 실장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