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주저 없는 권진아

이진주 기자
2021-08-30 14:24:09

[이진주 기자] 우리는 종종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놓인다. 어떻게 보면 두 개념은 한끗 차이지만, 결국 둘 다 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싱어송라이터 권진아는 주저 없는 선택과 막힘 없는 결정으로 지금의 음악적 근간과 서사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취사선택이 확실하다고 해서 기량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끝’, ‘위로’, ‘운이 좋았지’ 등 다수의 곡을 통해 일찍이 감성 발라더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발매한 록 기반의 ‘우리의 방식’과 디스코 팝 장르의 ‘KNOCK’를 보면 영리한 송라이팅은 물론 변화무쌍한 템포마저 손색없이 소화하는 이유에서다. 그리하여 그의 웰메이드 음악치료는 장차 더 많은 이들의 공감과 마음 치유를 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번 촬영에서는 보다 정적인 무드에서 벗어나 권진아의 새롭고 오묘한 매력을 구체화했다. 그는 콘셉트를 곧이 흡수하는 동시에 제멋으로 발산하는 천재적 면모를 보였다. 이어 인터뷰 질문에도 정직하고 소신 있는 답변들을 채워나가며 음악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을 엿보였다.
Q. 이번 화보에서 권진아의 물오른 미모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웃음). 오늘 촬영은 어땠나.
“하하. 평소에 발라드를 많이 부르다 보니 앨범자켓 촬영에 콘셉트적인 한계가 있다. 이번 싱글과 오늘 화보가 그런 갈증을 해소해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촬영했다”
Q. 지난 7월 싱글 ‘KNOCK’를 발매했다. 사랑의 두드림을 위트 있게 표현한 노래로, 고이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를 자극하더라. 작업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남녀가 사랑을 시작할 때의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를 최대한 발칙하게 표출하려 했다. 막힘없이 풀어가긴 했지만, 노래를 들었을 때 즐겁고 신날 수 있도록 애를 썼던 것 같다”
Q. 확실히 기존 음악들과 결이 많이 다른데,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며 우려되는 것은 없었나.
“많은 분들께서 발라드를 부르는 걸 좋아하시다 보니 우려는 항상 있다. 하지만 장르나 콘셉트에 국한되고 싶지 않아서, 올 초 EP 앨범에서 록발라드로 색다른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때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도리어 신선하게 봐주시더라. 이번 앨범도 물 흐르듯 자연스레 꺼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Q.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현시점에 느끼는 주된 감정을 노래로 풀어내지 않나. 또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느끼지 않는 것은 쓰지 않는다고도 했고. 그런 의미에서 분위기가 확 달라진 이번 신곡에는 어떤 정서적 계기가 작용한 걸까?
“쓰지 않는다기보다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그때그때 느끼는 것을 가사로 적는 편이긴 한데, 이번 앨범의 경우 옛날에 써둔 가사를 꺼낸 거라서 근래 정서에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Q. 프로듀서 박문치와는 보드게임을 하던 중에 곡 작업을 같이하게 됐다고 들었다. 그래서 MV에도 보드게임 장면이 의도적으로 연출된 건지 궁금하더라(웃음).
“하하. 뮤직비디오는 감독님께서 연출하셨다. 문치 씨와 놀던 중에 노래를 들려줬는데 정말 좋아서 바로 콜라보레이션이 성사됐다. 또 사람 자체도 유쾌해서 같이 작업하면 좋은 시너지가 발휘될 것 같더라”
Q. 데뷔 후 첫 음악방송 출연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경연이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간간이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싱글은 콘셉트적인 이유에서 무대에 서게 된 건지.
“새로운 시도 중 하나였다. 이번 활동을 통해 변화를 주고 싶었다. 모두 다 같은 무대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더 자주 음악방송에 출연해보고 싶다”
Q. 그렇다면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은?
“대중의 피드백에 대한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자체로 너무 행복했다. 그 즐거움이 매우 커서 무대를 꾸미면서도 ‘이다음에는 뭘 하지’하고 계속 고민했다”
Q. 시원하고 명랑한 느낌도 음색과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더라. 앞으로 경쾌한 노래들이 나올 가능성, 활짝 열어둬도 될까(웃음)?
“그럴 것 같다. 어둡든 밝든 모두 내 모습의 일부고, 이를 표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보다 솔직했으면 한다. 해서 앞으로 펼쳐질 시간 동안은 나에게 더 집중해볼 생각이다”

Q. 발라드도 최고지만 권진아하면 꼭 들어야 하는 ‘OST 맛집’ 아닌가. 이번 웹드라마 ‘우수무당 가두심’뿐 아니라 ‘슬기로운 의사생활’, ‘멜로가 체질’ 등 다수 드라마에 참여하며 그 저력을 증명했다. 업계에서 꾸준히 권진아를 찾는 이유이자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 음색이 호불호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목소리와 감성이 일차원적이지 않고 복합적인 느낌이 짙어서 작품에 녹여냈을 때 훨씬 몰입감을 더하는 게 아닐까(웃음)”
Q. 요즘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앨범을 들고나오더라.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노래들을 권진아만의 음색과 편곡 스타일로 재해석해볼 의향은 없나.
“원곡보다 좋게 만들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그 노래가 사랑받은 이유가 명백히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너무 색다르게 편곡하면 훼손하는 느낌이 들고, 또 그렇다고 변화 없이 진행하기에는 가창만 다르게 한 것 같아서 참 어렵다”
Q. 최근 회사에 괴물 신입이 들어오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 국민 MC 유재석의 영입과 함께 더 커진 안테나(혹은 대표 유희열)에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계속해서 내 스스로가 중심이 된 곡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오직 내 에너지로만 작업을 끌고 나갈 수 있게. 또 방송 스케줄도 지금보다 늘었으면 좋겠고. (그럼 ‘런닝맨’은 어떤가)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게 노출되면 대중에게 가수 권진아를 알리는 동시에 음악도 찾아 들어주실 테니까”
Q. 그래도 라디오에 게스트 혹은 스페셜 DJ로 많이 출연하더라. 말도 잘하고 재치도 넘치던데, 메인 DJ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활발한 스타일은 아니다 보니까 하게 된다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밤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맡아보고 싶다. (선호하는 시간대는?) 너무 늦은 시간보다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10시쯤이면 좋겠다(웃음)”
Q. 국내에서 싱어송라이터가 음원차트 상위에 자리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성적에 대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는 없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최근 음악시장이 많이 달라졌고 메커니즘도 자주 바뀌어서 나도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다. 그래서 힘이 빠질 때가 많고 열심히 곡을 만드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옛날에는 LP를 사서 듣거나 멀리까지 가서 찾아 듣곤 했는데, 요즘은 접근이 쉬워지다 보니 음악에 대한 가치와 희소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물론 차트 상위권에 있는 음악들도 좋지만, 그 외에 다른 음악들도 다양하게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 해서 ‘내 음악과 목소리를 어떻게 더 설득력 있게 소비할 수 있을까’ 혹은 ‘좋은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알려드리는 데 내가 어떻게 일조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많이 한다”
Q. 그럼에도 권진아가 계속 노래하는 이유이자 동력은?
“많은 분들에게 내 노래가 닿았으면 해서 전에는 해보지 않은 시도를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는 못 되더라. 결국에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묵묵히 할 일을 하게 된다. 때때로 흔들리기는 하겠지만 그저 나만의 길을 닦는 장인 정신의 느낌으로 계속 임하지 않을까 싶다”
Q. 또 권진아와 작업하고 싶어 하는 스타들이 정말 많다.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건 어떤 기분인가.
“아직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게 조심스럽다. 또 음악적으로 성장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낯간지럽고 쑥스럽달까. 그런데도 언급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반대로 협업하고 싶은 가수는 누가 있나) EXO의 디오 님만큼이나 R&B를 굉장히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함께해보고 싶다. 훗날의 공동 작업을 위해 뭔가 계속 써보는 중이다”

Q. 연습벌레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그렇게 열심히 안 하는데(웃음). 작업실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커버하는 게 전부다. 갈 길이 멀어서 주말이나 심심한 날에도 혼자 회사 가서 사부작거리는 것 같다. 아직 음악이 그렇게 지겹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건가) 전에는 그랬는데, 올해는 음악 활동이 많았고 작업이 끝나면 에너지가 떨어져서 집에서 많이 쉬기도 했다”
Q. 댄스 실력도 수준급이라고. 요즘 연습하거나 즐겨 추는 노래는 뭐가 있나.
“가장 마지막으로 연습한 춤은 BTS의 ‘Dynamite’다. 음악을 틀어놓고 흐느적거리기를 좋아하는데, 뭔가 진심으로 잘 춰서 민망하달까(웃음). 이번 ‘KNOCK’는 율동에 가까웠지만 다채로운 모습을 위해 본격적으로 무대에서 선보일 날이 오지 않을까”
Q. 9월에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CURTAIN CALL’ 공연이 예정돼 있다. 어떤 무대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정규 2집 ‘나의 모양’이 유독 진중하고 클래시컬한 무드인데, 여기에 선우예권 씨의 피아노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무대를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편곡도 서로가 좋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Q. 코로나 시대라 조심스럽지만, 단독 콘서트는 언제를 예상하고 있나. 생생한 현장 라이브를 원하는 팬들이 정말 많더라.
“코로나로 조심스러운 시기라 공연 계획을 말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져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Q. 향후 어떤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나.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계획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도 취향도 계속 바뀐다. 많은 분들에게 한 장르로 진득이 닿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하고 싶은 것도 표현하고 싶은 것도 욕심이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과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순간에 집중하고 싶다. 봉준호 감독님께서도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했듯 스스로의 선택과 집중에 유예가 없었으면 좋겠다”
Q. 올 상반기 여러 활동을 소화하며 바쁘게 보냈다. 남은 한 해는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올해는 쉬지 않고 음원을 계속 냈다. 그래서 음악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채우고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해서 하반기에는 천천히 작업을 구상하며 보낼 것 같다. 특히 현대사회가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고 느낀 게, 괜히 마음이 급해지고 나도 모르게 크고 작은 영향을 받고 있더라. 그래서 쉬면서 명상도 하고 진짜 하고 싶은 것들에 몰두해볼 생각이다”
Q. 8월 30일에 기사가 공개된다. 여름을 마무리하며 듣기 좋은 플레이 리스트를 추천해 달라.
“앨범을 발매하면 한동안 지겨워서 잘 안 듣게 되는데, 최근 ‘우리의 방식’을 다시 들어보니 정말 좋더라(웃음). ‘와, 나 잘 만들었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방식’의 전곡을 정주행해보시는 걸 추천하겠다”
Q. 팬들에게 한마디
“어떤 장르를 하건 늘 응원해주시고 찾아 들어 주셔서 감사드린다.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 음악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고 교감을 하며 배우고 느끼는 바도 크다. 얼른 코로나가 종식돼서 무대에서 만나는 날까지 부디 다들 건강하시길 바란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르베띠르, 질스튜어트, 률앤와이, VVV, 리올그, 루비제인, MXNZUO, 카티아조
슈즈: 제프리캠벨
주얼리: 조에나, 메트로시티, 제이그레이슬렛, 앙뜨, 엔프프, 루브르파리, 오르또, 오오코
백: 메트로시티, 엠엘비
모자: 블레숑
스타일링: 스타일그래퍼 (이사금 대표, 치키 실장, 최지원 팀장)
헤어: 아우라뷰티 이유진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우라뷰티 정보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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