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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수경의 선명한 발자취

임재호 기자
2022-02-16 11:26:00
[임재호 기자] 작품에는 주연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극을 이끌어가고 중심이 되는 주연이 있고 그들을 받쳐주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조연들도 존재한다. 조연들이 있기에 주연들이 있고 그들이 빛날 수 있다.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뮤지컬은 물론 각종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개성파 조연, 그리고 지금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주연으로 활약 중인 배우 전수경이 bnt와 만났다. 평소 작품 속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물론 그만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페미닌 하면서도 시크한 콘셉트로 화보 촬영장을 본인의 무대로 만들었다.
그가 가진 멋진 모습은 단순히 카메라 앞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본인이 가진 단단한 내면은 물론 작품과 화보 촬영,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의 태도가 너무나도 프로페셔널하고 멋졌다. 그동안 배우 생활을 하며, 그리고 엄마와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며 선명하게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전수경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Q. 오늘 화보 촬영 소감
“오랜만에 화보를 찍는다. 최근 스케줄이 정말 많았는데 막상 화보 촬영하고 나니까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어 기쁘다”
Q.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됐는데 마음에 드는 콘셉트가 있다면
“시크한 무드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남편은 내 민낯을 좋아하지만 나는 배우다 보니 조금 엣지있는 게 좋다(웃음)”
Q. 최근 근황
“이제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3’ 방영이 얼마 안 남아서 열심히 촬영 중이다. 지난 시즌보다 분량이 조금 많은 편이라 계속 촬영하고 있다. 중간중간 드라마 홍보를 위해 예능에도 출연했다. 최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 같다. 딸이 수능 끝나고 실기 준비까지 해야 해서 엄마로서도 바빴다. 이제 딸이 실기도 끝나서 지금은 온전히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다”
Q. 한 드라마로 시즌 3까지 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선 이례적이다. 소감은
“조금 사명감이 있다(웃음). 시즌 3까지 하는데 3까지 하려면 계속 사랑을 받았다는 거니까. 시즌 3도 잘 이끌어나가야겠단 마음뿐이다. 이 작품을 하며 1년 반 정도 길게 배우들과도 호흡하니까 친해지고 현장 분위기가 되게 가족 같아서 좋다. 현장 가는 것도 즐겁고 행복하다. 몇몇 배우가 교체된 것이 정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열심히 하겠다. 기대해 달라”
Q.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해온 작품과 역할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면
“아무래도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다. 난 뮤지컬로 먼저 시작을 한 케이스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했다기보단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바뀌어왔다. 처음에 예쁜 여자 주인공을 했는데 내 자신이 불편하더라(웃음). 아무래도 내가 키도 크고 개성도 뚜렷해서 조연이 어울리는 것 같다. 조연은 주연보다 조금 더 캐릭터가 강하고 특색 있지 않나. 그래서 나도 그런 역할로 자연스럽게 간 것 같다. 그런 방향으로만 소비가 된 것 같아 조금 아쉽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할 기회가 많이 없어 그런 면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결혼 작사 이혼 작곡’에서 그런 감정 연기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서 기쁘게 작업하고 있고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게 봐주시는 것 같다”
Q. 작년 화제의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시즌 2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소감은
“일단 많은 분이 새로운 시즌을 기다려주셔서 기쁘다. 드라마가 굉장히 시청률이 높고 관심을 받는다는 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드라마로선 첫 주연이고 내겐 정말 각별한 작품이다. 여기에 화제성까지 있으니 굉장히 뿌듯하다. 그리고 정말 내가 열심히 했다. 기존에 했던 이미지를 바꿔야 하는 역할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Q. 다소 파격적인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였다. 드라마에 임할 때 어떤 자세로 임했나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을 거다. ‘막장’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더라. 내가 50년 넘게 살지 않았나. 부부 생활이라는 게 순탄할 수 없다(웃음). 농담으로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하지 않나. 부부의 갈등 요소는 다 비슷한 것 같다”

Q.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느낌은
“처음에 임성한 작가님이 캐스팅 제의를 줄 때 캐릭터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지 않았다. 그냥 작가님의 필력을 믿고 선택한 작품이다. 정말 몇 줄짜리 정보만 딱 주셨다. 제목도 원래는 ‘결혼이야기’였다. 캐스팅 이후 대본을 받았는데 너무 재밌게 읽었다. 내가 기존에 하지 않았던 역할이었고 임성한 작가 드라마 특성상 초반부터 몰아치는 것이 있어서 배우로서 굉장히 연기할 때 즐거웠다(웃음). 준비 과정에서부터 재밌었던 책이었다. 대본이 나오면 지금도 대본 받자마자 중간에 화장실도 안 가고 다 읽는다(웃음). 그만큼 몰입력 있게 잘 쓰시는 것 같다”
Q. 곧 시즌 3 방영을 앞두고 있다. 각오와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너무너무 많이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우선 드리고 싶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촬영했으니 관심 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그동안 보여주셨던 애정을 시즌 3에도 보여주셨으면 그 애정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영화와 드라마 연기는 물론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 중이다. 정말 다재다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끼의 원천은 어디인가
“한국 사람들은 한도 있고 흥도 있고 해학도 있다. 아버지가 되게 해학적이시고 어머니가 한스러우시다. 그런 유전자를 많이 받았다(웃음).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기 때문에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영화를 보면서 항상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연기하는 게 항상 행복했고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내게 최고의 창찬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있는 일을 연기를 하며 표현할 수 있고 이게 재밌고 보람이 느껴진다. 내겐 정말 천직이다”
Q.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다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감정이 정화되기도 하고 극중 인물이 겪는 일을 보며 교훈을 얻기도 하고 재밌는 작품을 보며 활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것 자체가 내게 큰 활력소였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감동시킨다는 게,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복 받은 일이다. 선배님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 사람 웃기기도 힘든데 수만 명의 관객을 웃게 할 수 있다는 건 덕이 되는 일이다’라고 하셨다. 정말 맞는 말이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배우를 꿈꿨던 것 같다(웃음)”
Q. 일을 하며 쌍둥이를 키워낸 ‘워킹맘’이었다. 그 당시 정말 힘들었던 점은
“일단 육체가 너무너무 힘들었다. 지금처럼 소속사도 없었다. 난 혼자 매니저도 없이 일한 세월이 길었다. 혼자 만능이 되어야 했다. 교수도 할 때라 강의도 나가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아이들도 어려서 날 엄청 찾고 쌍둥이다 보니 힘도 두 배로 들었다(웃음). 그만큼 내 몸을 돌보지 못하고 혹사시켰던 시기라 생각한다. 그래도 보람된다. 지금 아이들이 잘 자란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Q.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컸을 것 같다. 큰아이들을 보며 어떤 마음이 드는지
“아이들이 지금은 다 성인이 되었다. 드디어(웃음). ‘내가 참 많이 늙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난 20년 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이들이 이렇게 컸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이만큼 키웠다는 것에 자신을 다독이기도 한다. 저절로 되는 일은 정말 없다. 부모는 인내심을 계속해서 훈련해야 한다. 내가 했던 일 중 가장 어려운 일이 엄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해서 내가 졸업장을 받는 기분이다”
Q. 앞으로 아이들이 더욱 성장할 텐데 어떤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존엄’이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아이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사회에 선(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 좋겠다. 그리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역할이 있다면
“뮤지컬 ‘맘마미아’다. 중년 여자들의 이야기다. ‘타냐’ 역할로 연기했는데 나는 타냐와 성격이 다르다. 타냐는 남성 편력도 강하고 음주가무도 즐기고 잘 논다. 난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내겐 쉽지 않았다. 내 성격과 정말 다른데 연기를 잘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드라마는 SBS ‘언니가 살아있다’의 ‘비키정’이다. 완전 사이다 역할이었다. 시청자들이 ‘엔딩 요정’이라고 불러줬다(웃음). 재밌었다. 또 지금 하고 있는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의 이시은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나 연기는
“너무나 도전하고 싶은 연기는 많다. 하지만 50대가 되면서부터 인생은 안 돼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꿈은 있지만 꿈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금은 역할보다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Q. 자기 관리 방법
“난 굉장히 계획형 인간이다. MBTI 검사도 해봤는데도 계획형이 나왔다. ESTJ(엄격한 관리자)다. 어릴 때부터 정말 노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저축도 많이 했다(웃음). 딸들이 계획형이 아니다. 딸들을 보면 너무 못 견디겠다. 괴롭다(웃음). 우선 자기 관리 방법은 적게 먹는 편이다. 그리고 운동을 바쁘지 않을 때 주 4회는 했다. 요즘은 바빠서 주 3회로 줄였다. 필라테스를 하고 헬스장을 다닌다. 최근에 탁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매니저랑 좀 쳐봤는데 재밌더라. 구기 종목이 나이 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 공을 맞히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정말 재밌다”
Q. 외적인 자기 관리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대단해 보인다. 멘탈을 가다듬는 전수경만의 방법이 있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가 ‘BALANCE(밸런스)’다. 균형 있고 조화롭게 사는 것. 너무나 멋진 스타지만 마이클 잭슨이나 휘트니 휴스턴의 삶이 조금 안쓰러워 보일 때가 있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다면 이렇게 살아보고 저렇게 살아볼 수 있다. 한쪽에 너무 치우치면 감정적인 불행이 오는 것 같다. 일, 감정, 나의 사람들 간의 균형을 잘 맞춰서 살려고 노력한다. 인생은 굉장히 길고 마라톤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길게 봐야 한다. 내가 어릴 때 거절을 잘 못 하고 살았다. 한 번 크게 아픈 적이 있었다. 그때 정말 균형 있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Q. 오랫동안 배우를 해왔지만 커리어나 직업, 혹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던 시기가 있었을 것 같다. 극복 방법은
“음악, 글귀, 영화, 다큐멘터리 같은 것에서 인생의 지혜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연기자로서 욕심이 없는 사람이 없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까도 말했듯 배우는 선택을 받는다. 초반엔 정말 상처를 받는 일이 많았다. 뼈 아픈 경험들을 통해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한 가지 일을 경험해야 한 가지 지혜가 생긴다’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을 되새기며 나를 단련시켰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면서 교훈을 얻는 것도 많았다. 스스로 나를 강하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Q.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는
“목 관리를 잘 못 해서 옛날처럼 노래할 수 없다는 게 내게 가장 슬픈 일이다. 어릴 때 노래 잘할 때 관리를 못 한 게 너무 후회된다. 그렇지만 문이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하면서 나아가려 한다”
Q. 롤모델이 있다면
“내가 늘 꿈꾸는 게 해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는 거다. 근데 윤여정 선생님이 받으셨다. 느닷없는 롤모델이 되셨다(웃음). 내가 선배님들을 롤모델로 삼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웃음)”
Q. 대중들에게 배우 전수경이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배우로서의 삶도 멋졌지만 인간으로서의 삶도 본받을 점이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에디터: 임재호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헤세드(HESSED)
백: 토툼(TOTUM)
헤어: 로앤로우 윤선 원장, 우정 실장
메이크업: 로앤로우 지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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