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주혜원의 꿈과 숨

2022-02-14 15:11:00

배우를 꿈꾸는 스물셋 모델 주혜원, 언제 어디서든 지금처럼 자유롭게 나아가길.

[박찬 기자] 말간 표정에 해사한 눈, 투명하게 스며든 피부까지. 그 싱그러운 웃음을 조금씩 열어갈 때쯤 주혜원의 열망은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언뜻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꿈 앞에선 한없이 맹렬하고 담대하게 올라서는 그, 아름다운 외면과 당찬 내면이 오늘의 성장점을 그려냈다.
“모델이 되고 싶은 마음에 홀로 무작정 상경했어요.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는 또렷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 앞에서만큼은 흔들림 없이 직시하는 편이었다고. 주혜원은 그렇게 자신만의 자리를 묵묵히, 곧게 확장해나갔다.
“연기에 대해 들여다보면 볼수록, 점점 신선한 세계를 마주하게 돼요. 모델 이외의 영역에서 그런 감정은 처음 느껴보는 것 같아요” 스물셋, 이젠 연기자로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그. 지금의 감정, 앞으로의 고민, 새해의 목표에 대해 주혜원은 천천히 입을 열어나가기 시작했다.
Q. 오늘은 밸런테인데이를 맞아 사랑스러운 콘셉트로 화보를 꾸려봤다. 촬영은 어땠나
“달콤함 그 자체였다(웃음). 정말 오랜만에 촬영하는 로맨틱 콘셉트였기 때문에 더욱더 특별했던 것 같다”
Q. 워낙 패션 룩북을 많이 촬영한 모델이기에 고민이 컸다. 의상에 초점이 맞춰지면 안 되니까
“인터뷰를 동반한 화보 촬영은 처음이다. 평소에는 패션&뷰티 제품 위주로 촬영을 많이 진행하는 편인데,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신기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화보 촬영이었으니까 말이다”
Q. 처음 촬영 제의를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무엇보다도 놀라움이 컸다. ‘나를 인터뷰해주신다고?’라며 되물었던 것 같다(웃음). 직접 (촬영을) 제의해주신 부분에 감사하기도 했고”
Q. 지금까지 주혜원을 움직이게 한 건 모델 활동이지 않았나.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조금 어린 나이에 모델 활동을 시작한 편인데, 처음 이 일을 추천해주신 사람은 다름 아닌 부모님이었다. 콤플렉스였던 큰 키를 보고 ‘일단 도전해보고 고민하는 것도 좋다’라며 이끌어주셨다. 당시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유독 키가 컸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 ‘새우잠을 자면 키가 줄어든다’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일부러 직접 실천해본 적도 있고(웃음)”
Q. 그러면 이제 콤플렉스를 딛고 일어섰는지 궁금하다
“모델이 된 이후 주위를 돌려보니 더이상 특별히 큰 키는 아니더라. 이 세계에서는 나름 귀여운 키다(웃음)”

Q. 가족들이 모델 활동을 많이 응원해주는 것 같다
“물론이다. 나보다 더 내 작업물에 관심이 많을 정도다(웃음). 아마 이 인터뷰도 분명히 챙겨서 읽어 보실 거다. 가족들과는 고등학생 때 한창 떨어져 지낸 적이 많기 때문에 더 애틋함이 크다. 아무래도 고향인 광주보다는 서울에 좋은 기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아서 상경을 결심하게 됐는데,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다 보니 그때부터 더 많이 생각나더라”
Q. 대화하다 보니 어떤 성격인지 조금씩 그려진다. ENFP일 것 같은데 맞나
“그렇다(웃음). 나는 100% ENFP다. 검사하기도 전에 이미 확신하고 있었을 정도로 내 성격을 잘 이해하는 편이다”
Q. 소속사에서 진행한 인터뷰 영상을 봤는데 ENFP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더라.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능력도 있고,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더없이 밝은 모습이고
“(MBTI가) 잘 맞는 것 같다. 이 유형 특징이 힘들 때도 유연하게 넘어가는 것이지 않나. 나 또한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항상 긍정적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한다”
Q.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빨리 사회생활에 뛰어들지 않았나. 상대적으로 일찍이 깨우친 게 있다면
“사실 일 하면서 감정을 잘 못 숨기는 편이었다. 심적으로 힘든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울적함을 참아내기 쉽지 않더라. 카메라 앞에 직접 서는 직업인 만큼, 조그마한 감정선 차이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Q. 모델도 다양한 종류의 역할로 나뉘지 않나. 본인은 어떤 역할로 나설 때 가장 편한가
“많은 사람들이 ‘모델’ 하면 런웨이 위에 선 하이 패션 모델들을 떠올리지 않나. 이 일을 처음 결심했을 때만 해도 ONSTYLE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가 한창 유행이었기 때문에 나 또한 그랬다. 그러다가 지금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내 강점을 다시 돌아보게 됐는데, 난 다방면으로 활동할 수 있는 ‘모델테이너’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 그때부터 대학교 전공도 방송 연예 쪽으로 찾게 된 거고”

Q. 활동을 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는지
“촬영에 나설 때 분위기 변화를 쉽게 이끌지는 못하는 편이다. 화보 촬영을 하다 보면 단기간에 여러 가지 무드를 보여줘야 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웃음)”
Q. 주로 촬영하는 콘텐츠
“20살이 되고 나서부터 뷰티 촬영을 주로 하고 있다면, 그 이전까지만 해도 스쿨 룩, 틴에이저 무드의 촬영 콘텐츠가 유독 많았다”
Q. 지금은 연기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제부터 결심하게 됐나
“전공이 방송연예과인 만큼 연기 관련된 수업이 많은데, 그 가치를 처음 접하다 보니 점점 흥미가 생기더라. 꿈이 생긴 후부터 연기자로서 내 강점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
Q. 자신만의 무기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델로서의 차별점이 있다면 웃는 모습이 예쁘고 자연스럽다는 것. 그 모습을 다들 좋게 봐주신 덕에 지금까지 모델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연기자로서의 차별점은 조금 다른 영역인데, 내 얼굴 중 웃는 표정과 무표정의 차이가 꽤나 크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평소 식이 요법은 어떻게 하나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절대 굶지는 못한다(웃음). 그 대신에 레몬 물을 즐겨 마시는 편이다. 디톡스와 붓기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매일 아침 챙겨 마시고 있다”
Q. 누군가의 팬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롤모델이 있는지
“모델 활동에 있어서는 캐나다 모델 위니 할로우(Winnie Harlow)를 꼽고 싶다. 백반증이라는 신체적 핸디캡을 딛고 일어서서 세상 앞에 자기 자신을 드러낸 모습, 그 당당함에 큰 감명을 받았다”
“연기 활동에 있어서는 전지현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평소에도 독보적인 아우라를 갖고 계시지만 연기할 때는 더욱더 빛나시지 않나. 드라마, 영화 가릴 것 없이 작중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고 해야 할까. 영화 ‘도둑들’, 드라마 SBS ‘별에서 온 그대’ 등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며 항상 감탄하곤 한다”

Q. 삶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끼친 작품이 있다면
“여러 작품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라스트 홀리데이(Last Holiday)’. 가끔 내가 잘 달려가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 때, 방향성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영화 속에서 삶의 동기부여를 찾곤 한다.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공허함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다. 극 중 주인공인 ‘조지아 버드’가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 있는데, 힘들 때마다 그 장면을 보면 큰 위로가 되더라. 내게는 삶의 가치를 안겨주는 그런 작품이다”
Q. 모델로서의 열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연기자로서의 열망 또한 그에 못지않은 편인가
“그렇다. 연기자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목표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노력하고 싶다. 처음으로 모델 이외의 영역에서 욕심이 생겨났던 분야인 만큼, 그 신선한 감정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Q.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자 노력한다. 모델이든, 배우든 나의 중심점 안에서 성실하게 배워나가는 것, 그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느낀다”
Q.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좋은 연기자로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이 크다. 사실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시작하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은 것 같다”
Q. 평소 가장 행복하게 느끼는 시간
“소소한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예를 들어서 이런 하루. 정말 힘든 촬영을 끝내고 나서 집에 도착한 뒤, 넷플릭스를 켜놓고 야식을 먹는 거다. 요즘은 SBS ‘그 해 우리는’에 한창 빠져서 즐겨 보는 중인데, 친구와 전화하면서 한 편을 다 보고 나면 그만큼 행복할 수가 없다”
Q. 2022년을 어떻게 가꿔 나가고 싶나
“새로운 기회는 그 자체만으로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열심히 준비한 이들에게는 그 기회가 또 다른 반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새해에는 나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며 차츰차츰 걸어 나갈 예정이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와도 옳은 가치로 흘러갈 수 있게끔 말이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EENK, oioi, COS, 아더에러(Ader), Alexander Wang, 비비안웨스트우드
슈즈: 레이첼콕스, 닥터마틴, d good real(디굿리얼)
백: 비비안웨스트우드
주얼리: 딥브로우
러그: 모르(morl)
헤어: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주다흰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이현경 디자이너
bnt뉴스 기사제보 parkcha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