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정인영 “아나운서 준비만 5년, 이제는 내 일을 찾았다”

2014-04-08 11:53:20
[이미주 기자] KBS N 정인영 아나운서는 ‘진지한 사람’이었다.

첫 대면도, 화보 촬영도, 인터뷰도.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스포츠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였다. 물론 직업적 특성 상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과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하지만 그에게 ‘스포츠’와 ‘선수들’은 같이 울고, 웃고, 안타까워하는 ‘동료’처럼 느껴졌다.

“야구라는 종목을 위해 한 팀에 50명 정도의 선수, 감독, 코치가 있고 또 많은 팀들이 있는데 모두가 노력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실수, 안 풀렸던 장면 등을 희화화시키는 것은 결례라고 생각해요”라며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밝힌 그는 “이슈를 위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그런 것들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한 경기를 위해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인데, 실수를 했다고 해서 편집, 흥미로 재생산 하는 것이 속상하더라구요”라며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계속된 대화에서 정인영 아나운서는 완전히 스포츠에 빠져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눈빛을 반짝이며 최근의 관심사, 케이리그 축구, 자신의 일 등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골반 미녀’, ‘야구 여신’, ‘맥심 완판녀’ 등 그에게 따라붙는 수많은 ‘외적인’ 수식어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내가 알아본 그 좋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는 정인영. 도도하고 차가운 인상과는 다른 속 깊고 인간적인 ‘보통 사람 정인영’을 만나봤다.


스포츠 아나운서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매일 매일 다른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결과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매번 그 짜릿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스포츠는 보통 사람들의 여가생활이잖아요. 그걸 업으로 삼아서 일을 하는 거니까 얼마나 행복해요. 저는 그런 것들이 진짜 좋은 거 같아요”

가장 보람 있을 때와 힘들 때가 언제인가.

“스포츠 종목에 대한 정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을 때 느껴지는 보람이나 희열이 가장 커요. 언론과 인터뷰를 해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던 사람들에게서 ‘저 이런 인터뷰 처음이에요’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책임감과 뿌듯함도 크죠”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선수들이 경기 시작하기 전 보통 2~3시간 전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인터뷰를 하는 것까지 담당해야 되고, 현장에 이동하고 다시 돌아오고 혼자 운전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힘들죠. 그래도 좋은 점들이 너무 많아서 힘든 부분들을 다 상쇄시키는 것 같아요”

매니저가 없는 걸로 안다. 의상 준비, 스케쥴 조정, 이동 등은 어떻게 해결하나.

“현장에 인터뷰를 나갈 때는 제 옷을 입어요. 레이어드해서 같은 옷을 다른 옷처럼 보이게 매치하려고 신경 쓰죠. 스튜디오에서 진행 할 때는 코디분이 옷을 가져다주시고. 현장 인터뷰를 할 때는 구두를 신지 않아요. 그라운드나 코트에 들어갈 때 구두 때문에 흠집이 생기거나 선수들에게 불편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꾸 운동화를 사서 지금 운동화만 열 켤레에요(웃음)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은 종류별로 세 네 개씩 사게 될 정도로 운동화 욕심이 자꾸 생기더라구요”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원래 아나운서를 지망했어요. 지상파 3사 시험만 5년을 준비했죠. 저는 사실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면 재밌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시험을 봤는데 한 번에 합격한 거에요. 저는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애정이 커진 케이스에요. 원래부터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해가면서 ‘아 이일이 진짜 행복하고 재밌고 나한테 잘 맞는 일이구나’ 라는 걸 점점 더 느끼고 있죠”

최근 축구 케이리그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나?

“오빠가 한 살터울이라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친숙했어요. 야구는 워낙 많이 봤었고 축구는 A매치, 국가대표 경기만 보는 정도였는데 2012년에 저희 회사에서 ‘유로 2012’라는 대회를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경기를 봤어요. 그때부터 더 빠져버린 거에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를 전부 다 보니까 축구의 진짜 매력을 알아버린 느낌이랄까요(웃음), 그걸 시작으로 관심이 더 커졌고 공부도 하게 됐어요”


롤모델이 있는가.

“같은 분야에서는 김민아 선배요. 7년 정도 하고 계신데, 변함없이 좋은 모습 보여주시고 결혼해서도 일한다고 하시니 후배들에게는 정말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돼요. 사실 결혼하고는 일을 접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선배는 결혼 후에도 계속 일하시는 첫 선례를 보여주시는 거죠”

“방송에서는 박지윤 선배가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든 주어지면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이요.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조화롭게 어울리고 진행 실력도 좋으시고요. 좋은 방송인, MC라고 생각되죠”

스포츠 외에 관심사나 취미는 무엇인가.

“음악, 영화, 드라이브, 차에 관심 많아 자동차 잡지도 즐겨봤었는데 요즘에는 바빠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이 분야에 푹 빠져있는 상태라 일 안하는 날에도 다른 경기 찾아보고 현장에 가곤 해요. 음악을 듣거나 새로 나온 립스틱을 구경해보고 사고, 네일아트를 하는 소소한 것들이 취미에요”

표지 모델을 했던 남성 매거진이 폭발적인 인기였다. 예상했는지?

“사실 아나운서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섭외가 들어왔었어요. 그 때는 큰 키 때문에 짧아진 의상으로 인터넷 기사가 나오고 하던 시기였죠. 기사로 자꾸 이슈가 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남성 잡지까지 찍으면 이미지가 굳어져 버릴 것 같아 겁이 났었어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영글지도 않았고, 방송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잡히지도 않았던 때라 저의 길을 잃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거절했었죠. 오히려 저희 팀장님이 왜 안했냐고 하시더라구요. 다음엔 꼭 하라며(웃음)”

“그리고 1년 뒤에 다시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동안 열심히 방송을 해 왔고, 방송이라는게 이런 거구나. 시스템을 알게 됐을 때 섭외가 들어왔었다고 생각해요. 또 그땐 스포츠에 대한 저의 열정을 알 만한 분들은 알게 된 때라고 생각했죠. 특히나 제가 서른이 되던 시기였기에 ‘서른을 기념해보자’라는 생각에 찍게 된 것도 있었어요. 그 정도로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깜짝 놀랐고 감사했죠”

몸매 유지 비결이 있나.

“고등학생때 살이 많이 쪄서 대학교 올라가면서 10kg을 감량했고 3학년에서 4학년 올라가면서 아예 휴학하고 다이어트에 매진했어요. 그 때 10kg를 또 감했죠. 성격이 급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빼버렸어요.

하루에 두 끼만 먹고 군것질 안하고 술 안마시고. 6시부터 운동하고 지쳐 잠드는 것을 반복했어요. 그 후 6개월은 군것질 없이 세 끼만 챙겨먹었어요. 술은 한 달에 딱 한 번 마셨고요. 술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꾹 참았다가 한 달에 한 번 된통 마셨어요(웃음)”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흔한 대답이겠지만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펙, 조건이 좋거나 유복한 가정에서 살아온 사람보다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행복하게 자란, 앞으로가 궁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주는 사랑과 정성을 비딱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바르고 솔직한 사람이요. 외모는... 생각보다 키를 안봐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목소리가 좋은 사람은 호감이 가고, 정확한 맞춤법을 쓰는 사람도 호감이죠(웃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브라질 월드컵과 관련된 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주말에는 아이러브 베이스볼이라는 프로그램에 매진하고 있고요. 올 해는 정말 야구 전쟁이에요. 새로운 콘텐츠를 신선하게 잘 만들고, 잘 전달하고, 모두가 함께 잘 해가야죠. 저희 회사는 처음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처음에 시작했다는 원조, 명가라는 자부심을 지키되 가십거리가 아닌 적절한 흥미요소를 섞어 촌스럽지 않게, 세련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사에 진지한 자세와 태도가 돋보였던 그는 인생의 모토를 묻는 질문에 ‘중심을 잘 잡는 것’이라 답했다.

“어떤 일에 있어서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행동하는 것. 제일 어려운 일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자신감 있어도 자만하지는 않는. 그런 거요”

기자가 만난 정인영 아나운서는 모토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그의 모습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됐다.

기획 진행: 이미주
포토: bnt포토그래퍼 장봉영
영상 촬영, 편집: 이홍근 PD
의상: 제시뉴욕, 나인걸
주얼리, 슈즈: 뮈샤, 라뮈샤, 탠디
시계: 베카앤벨
헤어: 스타일플로어 선희 팀장
메이크업: 스타일플로어 조히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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