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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규형, 대학로를 거쳐 충무로까지… ‘완생’으로 가는 길

2015-04-16 11:10:22

[최수지 기자] 배우 이규형, 어딘가 생소한 이름이었다.

이규형은 굵직한 연극과 뮤지컬에 숱하게 오르며 연극계에서 이미 ‘실력파’로 인정받은 인기 배우다. 중학교 시절 연기를 재미로 시작한 그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 이후 연극과 뮤지컬에서 탄탄히 내공을 쌓았다. 여기에 작년에는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 설경구, 박해일과 함께 연기하며 영화계에 정식 데뷔해 ‘연기파 엘리트 코스’를 제대로 밟아가고 있다.

조만간 영화와 브라운관에서 자주 보게 될 것만 같은 배우 이규형,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그는 차세대 연기파 계보를 이을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Q. 반갑다. 패션 화보 촬영은 처음인가?

그동안 공연 때마다 사진 촬영은 많이 했지만 패션 화보 촬영은 처음이었다. 하루에 다양한 콘셉트를 찍으니까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촬영했던 수트 콘셉트 화보가 제일 좋았다.

Q. ‘빨래’ ‘글루미데이’ ‘비스티 보이즈’ 등 굵직한 무대에서 활약했다. 작품선택은 어떠한 기준으로 하는가?

대본이 좋거나 같이 작업하는 크리에이브 팀이 신뢰하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다. 팀과 내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면 잘 맞는 것으로 생각해 전에 작업했던 팀을 굳이 가리지는 않는다. 그렇게 해서 흥행은 못 해도 어느 정도 만족을 한다면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Q. 기억에 남는 작품은?

‘빨래’ 이 작품으로 대학로에서 내가 알려지게 됐다. 임창정 선배님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 역할을 맡았는데 선배님이 작품에서 빠지면서 내가 합류했다. 이 작품은 내가 6년에 걸쳐서 해 애정이 크다. 또한 작품이 이번에 중국에 진출해 그곳에서 열리는 공연도 참여하게 될 것 같다.

Q. 지금 하고 있는 뮤지컬 ‘아보카토’와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에 대해 설명해달라.

뮤지컬 ‘아보카토’는 오래된 연인의 연애 과정이다. 아보카토는 이태리 와인의 중간 당도의 드라이 와인으로 처음에는 ‘달달’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오랜 시간 연애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난 오랜 시간 연애한 적이 없어 잘 몰랐는데 오래 연애한 사람들은 “지금 우리 커플 같던데?”라며 공감한다.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은 소설 원작에 영화로도 나왔다. 소설은 아들 중심, 영화는 아빠와 엄마에게 초점이 맞춰졌지만 연극에서는 다시 아들의 시점에서 바라본다. 연극에서는 무대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한다. 중간에 랩이 계속 나오는데 아들의 심정을 랩으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나도 “무슨 랩? 좀 깨는데?”라고 생각했지만 공연 본 사람들이 랩을 크게 기억하더라. 단순히 랩만 하는 게 아니라 “아들이 죽지 않고 살았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라고 느끼게 한다.

Q.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 영화와 차별화를 둔 연기 포인트는 무엇인가?

아무래도 ‘앙상블’이다. 영화에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연극 무대는 한꺼번에 7~8명이 나오고 즉각적으로 상대의 말에 반응해야 한다. 이와 달리 영화는 앵글 안에서 잘 계산해서 연기해야 한다. 가끔은 내 의도와는 다르게 연기가 비치기도 하는 것 같다.

Q. 두 가지 극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은가?

물론 하나만 하는 것보다는 에너지가 분산될 수밖에 없지만 극복하기 위해 자기 전에 대본 꼭 다시 읽고 극 상황에 맞는 노래를 선택해서 듣기도 한다. 감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도 이렇게 하니까 크게 어렵진 않다. 올해 12월까지 공연이 꽉 차있는데 “불러줄 때 가서 해야지” 생각한다.(웃음)


Q. 영화 ‘나의 독재자’ 철주 역할을 맡아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연기했다.

정말 좋은 기회였다. 영화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고 경험했던 것이 지금 촬영하고 있는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도 도움이 된다. 목소리 출연을 했던 영화 ‘김씨 표류기’로 연을 맺은 이해준 감독님이 “오디션을 볼 수 있겠느냐”라고 연락이 와서 오디션을 봤다. 두 번에 걸쳐 연기했는데 두 번째 연기에 “그분이 오셨다” 집중이 잘 돼서 연기도 잘했다. 이후 감독님이 술자리에 불러 “규형아, 철주 하자”라고 하시더라. 그 당시 본의 아니게 술을 못 마시는 상황이었는데 그 이야기 듣고 바로 맥주 마셨다.(웃음)

Q. 영화 ‘나의 독재자’를 위해 14kg 다이어트, 총청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감독님이 고문당하는 장면이 있으니 “피골이 상접하게 빼야 한다”라고 하셨다. 그 날부터 한 달 반 동안 14kg을 뺐고 거의 음식 안 먹으면서 수영을 하거나 한강을 걸었다. 그래도 동기 부여가 정확히 돼서 기분 좋게 뺐다. 근데 첫 촬영을 했는데 몸이 말라 보이지 않고 복근 때문에 오히려 좋게 나온다며 내복을 입고 다시 찍었다. 살 빼면서 계속 공연하고 몸을 쓰다 보니 지방만 빠지고 근력 손실은 안된 것. 촬영 이후로 ‘미친 듯이’ 먹었다. 진작 내복이라도 입는 줄 알았으면 한 끼라도 먹으면서 뺐을 텐데. 아깝긴 하다.(웃음)

사투리는 아버지 고향이 충청도라서 익숙했다. 사실 실제로 충청도 사투리가 그 정도의 과한 억양은 아닌데 많은 사람이 봤을 때 정확히 ‘충청도 사람’이라는 게 인식될 수 있도록 했다. 아버지와 고모들, 친한 충청도 친구 덕분이었다.

Q. 설경구와 박해일과 함께한 ‘나의 독재자’ 흥행 스코어, 아쉽지는 않은가?

음… 내심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고 사실 팀 모든 사람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로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많은 선배님과 감독님과의 인연, 영화사 대표님, 스태프분들까지. 시사회 때 영화 보시고 이후에 연락도 많이 왔다.

Q.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다.

작은 역할로 몇 번 나왔다. 극 중 대학 강사로 내가 이하나 선배님의 선배로 나온다. 드라마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현장은 처음이 아니다. 드라마 ‘싸인’ 박신양 선배님의 리허설 배우를 했었는데 국내에서는 생소한 할리우드 시스템이다. 그때의 경험이 이번 드라마 출연에도 큰 도움이 됐다. 나는 나중에 캐스팅된 상황이라서 배우, 스태프 모두 현장에서 만났는데 같이 연기하는 이하나 선배님이 친근하게 대해줘 고마웠다. 아무래도 아직은 낯설다 보니 연기에서 많이 긴장한 게 티가 나더라.

Q. 흥행과 작품성,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물론 장단점이 있겠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작품성. 공연하며 가끔은 내가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관객이 원하는 것 위주로만 하는 게 아니냐고 느껴 그럴 땐 쉬고 싶다. 그래도 작품성 위주로 하다 보면 정말 재밌다. 캐릭터에 빠져 “어떤 옷을 입을까” 생각하는 등 그런 재미가 있어 “내가 진짜 배우 맞는구나” 싶다. 나도 아직 흥행에 민감하게 신경 쓸 위치가 아니라 생각하고 여러 가지 해보고 싶다.


Q. 조인성과의 친분이 있더라.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 후 동기가 조인성과 신민아라고 하더라. 조인성 형은 많이 챙겨줬다. 형이 “돈 많다. 너희 술 사줄 돈 있어”라며 택시비나 밥값, 휴가 나왔을 때 등 여러모로 동기들을 정말 많이 챙겼다. 성격 좋고 주변 사람들 잘 챙기고 의리 ‘최고’다. 신민아는 내가 2학년 때 과잠바 50벌을 해줬다. 지금은 톱스타고 당시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참 아름답다. 여신이다.

Q. 유독 “여배우 복이 없다”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여배우는?

근래 작품들이 남자 위주로 나오는 작품이다.(웃음) 소유진 누나와 연기 같이하기로 약속했다. 누나는 초, 중, 대학교 선배고 두 살 터울이라 학교도 같이 다녔다. 대학교 시절 ‘햄릿’이라는 동문 합동 공연을 했는데 여기에는 이정재, 김정난, 남성진, 소유진, 김소연, 전혜빈 선배님 등이 함께했다. 나는 여기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소유진 누나와 친해졌다. 워낙 친해 내 공연 보러 올 때마다 남편인 백종원 형과 홍콩반점 쿠폰을 줘 배고플 때마다 간다. 나는 홍콩반점을 정말 좋아한다.

Q. 예능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은?

우선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기회가 온다면 뭐든지 시도해 봐야지. 웃겨야 한다는 게 부담이 돼 차라리 몸으로 뛰고 열심히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아직 개인기나 장기자랑 이런 건 못하겠다.(웃음) ‘진짜 사나이’와 ‘런닝맨’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Q. 여자친구 있나? 없다면 마지막 연애는 언제인가?

여자친구는 정말 없고 마지막 연애는 3년 넘었다. 일단 너무 바쁘고 여행을 길게 가지 않는 이상 보름만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뭔가를 하고 싶다. 그렇게 일을 하면 외로움을 느낄 때가 별로 없었는데 최근 ‘혼자남’이 됐다. 밤에 티브이를 한참 보다가 주위에 아무도 없어 요새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 연애하고 싶은 의지는 이미 지붕을 뚫었다. 결혼은 어릴 때부터 “늦게 해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이러다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할 수도 있다. 우리 부모님은 3개월 만에 결혼하셨다.

Q. 많은 여성 팬들에게 ‘뀨재민’ ‘뀨대수’ 등 애칭으로 불린다. 따로 팬 관리는 하고 있는가?

사실 잘 못 하는 편이라서 미안하다. 트위터에 근황 올리고 있고 인스타그램도 이제 시작했다. SNS에 공연 홍보하고 가끔 근황 올리는 정도다.


Q.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강력한 매력’은 무엇인가?

난 얼굴 안에 매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이 “누구 닮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평상시 말할 때 말이 느린 편인데 조인성 형이 목소리와 말투가 양동근 선배님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릴 때는 표정 짓는 게 류승범 선배님 닮았다는 말도 들었고 황정민, 강지환 선배님 닮았다고도 들었다. 내 얼굴에 뭐가 많이 들어갔나 보다.(웃음) 나만이 가진 장점이다. 이런 덕에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 달라.

지금 하고 있는 공연이 두 편이고 올해 안에 잡힌 것만 다섯 편, 5월까지는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촬영을 한다. 어릴 때부터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배우는 관객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 연기를 잘하는 것은 기본 조건이고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믿고 봐도 되겠다” 말 한마디와 연기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도해 볼 계획이고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찾고 싶다.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다.

기획 진행: 최수지
포토: bnt포토그래퍼 오세훈
의상: 머시따, 슈퍼스타아이, 앤듀
슈즈: 슈퍼스타아이, 미소페
모자: 르퀘이사
헤어&메이크업: 레아 정서진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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