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스테파니 “무대는 행복하기 어려운 자리, 매 순간 승부차기하는 기분”

2016-01-07 10:50:14

[임미애 기자] 스테파니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등산 잠바에 트레이닝복을 매치한 패션으로 당당하게 촬영장에 들어섰다. 바쁜 스케줄로 수면 시간이 부족해 보였지만 최대한 피곤한 내색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프로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스테파니는 한마디로 ‘화보 여신’이다. 신비스러웠던 과거와는 달리 능글맞고 털털한 매력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주도했고 카메라 앞에서 섹시하고 강렬하게 포즈를 취했다. 완벽한 S라인을 당당하게 뽐내며 손짓과 표정, 액세서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최고의 사진을 완성한 스테파니.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계속 밝은 모습만 보여줬던 그의 뒷면에는 힘들었던 암흑기가 숨겨져 있다. ‘여자 동방신기’ 천상지희로 데뷔 후 심각한 부상을 겪고 가수로서의 삶을 포기했던 그가 다시 가요계로 돌아오게 된 스토리를 들어보자.

Q. 오전 9시 발레 동작 연출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처음부터 발레 포즈를 잡아서 오히려 촬영이 수월했다. 무용 동작으로 몸을 풀었기 때문에 다음 포즈를 유연하게 취할 수 있었다.

Q. 현재 학업을 병행한다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10학번으로 재학 중이다. 95년생과 같이 수업을 듣고 있으며 할머니로 불린다(웃음). 더 이상 휴학을 할 수 없어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출석률이 저조해 에프만 2개 받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가수로서의 삶이 더 중요하다.

Q. 몸매 관리 비법.

무용이 최고다. 특히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있는 직장인들과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 분들에게 무용을 적극 추천한다.

Q. 피부관리 비법.

피부가 악건성이라 보습 관리에 가장 신경 쓴다. 이틀에 한번씩 팩을 붙이고 심하게 건조할 때는 아침저녁으로 붙인다. 하지만 악건성이 아닌 분들은 나처럼 관리하면 안 된다. 전문가에게 본인 피부를 진단받은 후 자신만의 케어 방식을 찾아야 한다.

Q. 가장 자신 있는 신체 부위.

허리. 바스트에서 허리 라인이 얇은 편이라 슬림한 옷을 입으면 몸매가 예뻐 보인다.

Q. 가장 가리고 싶은 콤플렉스는.

농담이 아니고 진심으로 얼굴 전체가 콤플렉스다. 예쁜 외모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나만의 매력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은 거의 모니터를 하지 않는다. 무대는 수없이 돌려보지만 리얼리티가 대세인 요즘 예능은 못 보겠더라. 화장기 없는 내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 성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Q. KBS ‘인간의 조건’에서 노 메이크업 얼굴을 공개했는데.

인간의 조건 첫 방송을 보고 너무 속상했다. 편집하고 버려야 하는 부분만 방송됐더라. 속상해서 방송 관련 댓글을 하나도 읽지 않았다.


Q. 즐겨 입는 패션 스타일.

27년 동안 긴 머리만 고수하다가 짧은 헤어로 이미지를 바꾸면서 패션이 어려졌다. 요즘은 후드티를 입고 후드 모자 위에 스냅백을 즐겨 쓴다. 매일 생방송으로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다 보니 매번 완벽하게 꾸미기 힘들더라. 준비 시간이 부족한 날에는 아주 편하게 후드티&스냅백으로 스타일링한다.

Q. 27년간 고수한 헤어스타일을 바꾼 이유.

솔로 활동 콘셉트가 강렬해서 긴 헤어보다는 짧은 머리가 잘 어울렸다. ‘프리즈너’는 단발에 밝은 골드 컬러로 헤어스타일을 바꿨고 ‘위로위로’는 더 파격적인 이미지가 필요해 숏커트를 쳤다.

Q. 최근 근황.

2016년에 가수로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신곡을 준비 중이다.

Q. 신곡 콘셉트가 궁금하다.

솔로 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강렬한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다. 이번에는 템포가 느린 발라드를 준비 중이다. 이미 녹음 작업은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고 2016년 초에 음반이 공개된다. 너무 애절하지 않은 곡이며 많은 분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준비했다.

Q. 걸크러쉬 이미지를 버리는 건가.

센 언니 콘셉트는 지금까지 많이 해왔으니 2016년에는 잠시 접어두겠다(웃음). 신곡에서도 춤 없이 노래하는 모습만 보여줄 생각이다. 앞으로 춤은 계속 추겠지만 이번만큼은 댄스 없이 무대를 꾸밀 예정.

Q. 댄스에서 발라드로 장르를 변경한 이유.

가창력은 ‘프리즈너’때부터 계속 추구했지만 대중이 저에게 바라는 건 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KBS ‘불후의 명곡’ 출연 이후 주변에서 노래를 권유하기 시작하더라. 평소 대중에게 노래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선뜻 발라드 곡을 받았다.

Q. 노래 연습은 많이 했는지.

사실 연습생 시절에도 가창력이 좋은 편이었다. 고아라, JYJ 박유천 등 많은 분들이 참가한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가 있었는데 내가 노래 부분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는 춤으로 했다(웃음). 춤을 워낙 잘 추니까 자연스럽게 가창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예능에서 노래를 불러도 댄스를 요청한다. 그리고 방송에는 노래를 통편집하고 춤만 보여주더라(웃음).

Q. 스테파니가 노래하는 모습이 낯설다.

과거에는 나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이 서로 화음을 맞추기 위해 본연의 음색을 많이 죽였다. ‘프리즈너’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나만의 음색을 살렸다. 다들 ‘프리즈너’에서 내 노래를 듣고 놀라더라. 예전부터 내 목소리였는데(웃음).

Q. 천상지희 활동 당시 토크 금지령을 받았다고.

천상지희로 활동할 때 내가 18살이었다.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능글맞은 말투와 제스처가 몸에 배어있었는데 SM에서 그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수를 줄이고 춤만 추는 신비주의를 택했다.

Q. 본모습을 감추고 활동하면 답답하지 않은가.

물론 답답했지만 그 시절에는 신비주의로 행동하는 게 어울렸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본모습을 드러내도 시청자들이 이해해주지만 2005년에 천무 스테파니가 아줌마처럼 행동했으면 거부감을 샀을지도 모른다. God 박준형 선배님도 과거에는 말실수가 많아서 jyp에서 말을 최대한 못하게 했는데 최근에는 정말 재밌게 방송하고 있지 않은가(웃음).


Q. 과거 ‘여자 동방신기’로 불렸을 때 기분.

천상지희는 데뷔 전부터 ‘여자 동방신기’로 홍보가 많이 돼 있어서 정말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다른 멤버들은 이미 가수로 데뷔를 해봤고 나는 연습생이었기 때문에 실력 차이를 줄이기 위해 죽도록 연습했다. 하루에 11시간 동안 춤만 췄다. 솔로 댄스 파트 안무도 내가 직접 짰다. 과거 SBS ‘X맨 일요일이 좋다’ 촬영 중에도 댄서들에게 안무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Q. 신인 시절부터 안무를 직접 준비했다고. 힘들지 않았는가.

안무를 혼자 구상하는 일은 매우 힘들지만 정말 좋았다. 신인 시절 본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춤을 췄다. 며칠 전에 만났던 문희준 오빠는 과거에 나를 보며 “SM에 괴물이 들어왔다”고 했다더라. 나도 11년 만에 처음 안 사실이다(웃음).

Q. 2008년 일본, 스테파니가 없었던 천상지희 첫 단독 콘서트.

2008년에 일본에서 천상지희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2년 동안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던 중 잡힌 단독 콘서트였기에 엄청 열심히 준비했다.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에 열정적으로 연습하던 중 허리를 다쳤다. 그리고 치료를 위해 바로 미국으로 넘어갔고 무대에 서지 못 했다.

Q. 무대가 아닌 병원에 있어야 했던 시절에 슬럼프를 겪었는지.

미국에서 허리 재활치료를 받으며 2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콘서트 무대에 설 수 없어서 매우 속상했고 우울증도 겪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위험하고 위태로웠던 시절이다. 일본 콘서트 후 천상지희 음반은 제작되지 않았고 나는 한국에 들어올 타이밍을 놓쳤다. ‘가수로서 내 삶은 끝이구나’ 생각하며 의욕 없이 지냈다.

Q.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어린 시절부터 무용을 가르쳐준 분이 내게 무용지도자격증 준비를 권했다. 그때부터 자격증 공부를 위해 무용을 이론부터 다시 시작했다.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입시에 성공했다. 발레를 하면서 억지로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 속에서 지웠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현재 허리 상태는 괜찮은가.

여전히 아프다. 자라오면서 척추가 일자로 변형된 것이라 수술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아픔을 달고 살아야 하지만 춤이 정말 좋아서 아파도 즐겁다.

Q. 솔로 컴백 계기.

슬럼프 때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야 했고 가수 스테파니를 찾는 사람은 없었기에 발레단에 들어가 무용수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작곡가 김창환에게 곡 제의를 받았고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11년 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아팠던 기간에도 나름대로 공부했고 재기를 하기까지 보이는 않는 곳에서 계속 움직였다.

Q. 무대 위에 홀로 섰을 때 기분.

굉장히 허전하다. 그룹 시절에는 나에게 맡겨진 부분만 연구하고 잘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한 곡을 모두 소화해야 하며 댄서들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혼자 무대를 꾸미는 일이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됐다. 솔로가 편하다(웃음).

Q. 소녀시대에게 춤을 가르쳤다고.

소녀시대뿐만 아니라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태민도 가르쳤다. 가장 인상 깊은 제자는 소녀시대 서현이다. 서현은 열정이 엄청나다. 내가 하는 말의 뜻을 잘 알아듣고 다음날 모든 것을 습득해온다.


Q. 스테파니에게 무대란.

무대는 내 자존감이다. 자존감이 없으면 스스로를 잃듯이 무대가 없다면 스테파니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대 때문에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힘들고 피곤하다. 무대는 행복할 수가 없다. 3분 안에 결단을 내야 하기 때문에 매 순간 승부차기를 하는 기분이다.

Q. 언제까지 가수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나는 가요계에 오래 남고 싶다. 이은미 선배님처럼 매 무대마다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가수가 되고 싶다. 오랫동안 가수 생활을 지켜온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하다. 유리상자 세준, 홍경민, 인순이, 이은미 선배님들처럼 후배가 보고 따라갈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Q. CF나 드라마에 욕심이 있는가.

내 직업은 가수인데 “드라마가 하고 싶다”고 말하면 연기를 전공하며 배우 인생을 살아온 분들께 민폐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드라마가 가진 매력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CF는 언제든 환영이다. 평소 자주 먹는 에너지 드링크와 핸드폰, 신발, 운동복처럼 춤으로 제품을 보여줄 수 있는 광고를 해보고 싶다.

Q. 원하는 남자 스타일.

일을 열심히 하는 남자가 좋다.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은 모두 직업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단 적당히 나를 구속해야 한다. 런닝맨 김종국 선배님처럼 나에게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남자가 있다면 무조건 사귄다(웃음).

Q. 어떤 가수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후배들에게 본받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시청자들에게는 질리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다.

Q.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매력이 있다면.

엄청 많다. 무대와 예능을 통해 최대한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본래 내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10년이 걸렸다. 10년 뒤에는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2016년 활동 계획.

정말 열정을 다 쏟을 예정. 그리고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어릴 때부터 참는 법만 배웠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법을 모른다. 2016년에는 스스로를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외면과 내면이 모두 건강한 스테파니가 되겠다.

기획 진행: 김희영, 임미애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이미리
의상: , 에이인, 딘트, 르샵
슈즈: , 아키클래식, 딘트, 데일라잇뉴욕
주얼리: 딘트, 바이가미
선글라스: 빠쎄빠쎄 by 지오
백: 폴렌
헤어: 라뷰티코아 도산점 이승희 팀장
메이크업: 라뷰티코아 도산점 가은 실장
장소협찬: 이태원 더 방갈로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 스타들의 패션으로 본 ‘신년모임 룩’
▶ [패션★시네마] 영화 ‘내부자들’ 속 이병헌 스타일 따라잡기
▶ 대세남들의 색다른 겨울 아우터 스타일링
▶ “멋과 보온 다 챙기고 싶다고?” 올 겨울 남성 패션 스타일링
▶ ‘소녀소녀해~’, 남심 흔드는 원피스 스타일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