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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서연 “독기나 야망 없다, 대본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

2017-03-31 15:40:37

[김민수 기자] 여느 여배우의 정형화된 이미지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조신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던 배우 진서연. 강했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헤프다할 정도로 웃음을 보이며 어느 순간 그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그는 2007년 데뷔, 어느 새 데뷔 10년차를 맞이했지만 연기력으로 승부하려는 신인 배우의 패기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연극을 시작으로 배우의 갈망이 컸던 터라 늙어서까지도 연기를 하고 싶다던 배우 진서연. 많은 경험을 통해 선굵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화보 소감 한마디

오늘 날씨가 좋아서 기분도 좋더라(웃음). 그리고 오랜만에 화보 촬영을 하니깐 재미도 있었고, 사진 촬영은 언제나 즐거운 것 같다.

Q. 오늘 촬영했던 콘셉트 중 마음에 들었던 의상이 있다면

세 번째 시스루 드레스 입은 콘셉트하고 화이트 슈트 입었던 콘셉트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 물론 다른 콘셉트도 좋았지만(웃음) 평소에 소화하지 못할 콘셉트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전부 괜찮았다.

Q. 헤어스타일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숏컷을 한 결정적 계기는

영화 ‘반창꼬’부터 숏컷을 했는데 극중 한효주 씨가 긴 머리다. 계속 붙어 있는 장면도 많아서 뭔가 좀 상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내가 뉴욕에 있을 때 서양 여자들은 예쁘고 옷도 잘 입지 않나.

그런데 단발머리의 동양 여자가 거리를 다니니깐 왠지 나를 이상하게 보는 느낌이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웃음). 그래서 일본인이 하는 미용실에 가서 컷트를 해버렸던 기억이 있다. 이후 바로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숏컷으로 바꿨다고 말씀을 드리고 뵀는데 예쁘다고 해주시더라.

Q. 숏컷, 해보니 어떤가

남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내 성격이 꼼꼼하거나 여성스럽지 않아서 긴 머리였을 때에도 뒤로 넘기기만 했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였다. 그런데 숏컷으로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니 정말 편하더라(웃음). 여자는 머리만 말리는데 1~2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 하지만 짧은 헤어는 금방 끝나더라. 예전에 외출 준비만 2시간 걸렸다면 지금은 10분 정도(?)면 된다.


Q. 숏컷 이후 주변 반응

현재 내 지인 분들은 긴 머리를 원하지 않는다. 반대하더라. 숏컷이 훨씬 더 어울린다고 말씀해주시고 청순한 것은 나하고 맞지 않다며 원래 성격대로 하라고 말씀하신다(웃음).

Q.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동안 내가 배워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요가도 지도자 과정 수업까지 듣고 있고 집이 남산 근처라서 매일 런닝도 하고 자기 개발에 목적을 많이 뒀다. 연기 레슨도 좀 하면서 한 1년 정도는 이렇게 지낸 것 같다. 요즘에는 새로운 보금자리(회사)로 옮기게 돼서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웃음).

Q. 첫인상이 강하다는 말, 자주 듣는 편인지

많이 듣는 편이다(웃음). 심지어 말도 쉽게 걸지 못하더라. 하지만 외유내강, 청순하고 예쁘신 분들이 진짜 카리스마 있지 나 같은 사람은 도리어 여리다고 생각하면 된다. 털털한 성격이지만 마음이 약해서 불쌍하거나 누가 피해당하는 것도 못 보는 성격이다. 작품을 들어가도 감독님들이 한참 선배들한테는 말을 놓으시는데 나한테는 촬영 중간 쯤 지나야 말을 놓으시더라.

Q. 강한 인상 때문에 맡았던 작품은

아무래도 내 인상이 도시적이고 강하다 보니 역할도 그런 캐릭터를 맡는 편이다.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도 손현주 선배님 아내로 출연했는데 돈으로 휘어잡고 골탕(?) 먹이는 그런 역할이었다. 내가 누구한테 나쁜 소리도 잘 못하고 일일이 따지지도 못한다. 만약 말을 하더라도 마음이 불편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 한다.

Q. 10년 전 영화 ‘이브의 유혹’, 작품성이 훌륭한 영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에로영화로 인식하고 있다. 고민이 컸을 텐데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 영화는 첫 데뷔 작품이었는데 내가 대학로에서 연극을 2년 정도 하다가 카메라 연기를 처음 하는 것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작품성도 뛰어났고 극중 인애라는 인물을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꽤 많더라. 그런데 노출 장면들이 있어서 출연을 해야 할지 고민을 좀 했었다.

그때 노출 장면 때문에 엄마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나에게 그러시더라(웃음). ‘너 배우 할 거야 안 할 거야’, ‘나중에 여러 역할도 맡을 텐데 캐릭터가 좋으면 하는 거지 노출이 있어서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난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열어 놓고 생각해줘서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했다.

Q. 그래도 데뷔 작품인데 힘들었던 부분들이 있었겠다

촬영은 힘들진 않더라(웃음). 정말 재미있었다. 카메라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깐 무서운 것도 없었고 카메라 위치가 어딘지도 모를 만큼 집중했다. 심지어 리딩을 할 때도 에너지를 쓸 방법을 모르니깐 진짜처럼 했다. 그런 부분들만 좀 힘들었지 다른 것들은 전부 재미있더라.


Q. 벌써 데뷔한지 10년이다

아직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많아서 마음은 신인이다. 그리고 기회도 없었고 스타들처럼 누군가에게 기회가 전부 오진 않더라. 나 같은 경우에는 오디션도 보고 기회가 오면 잡으려고도 했지만 나 혼자만으로는 되는 일들이 아니었다.

또 아직 못해본 것들이 너무 많아서 벌써 10년이나 됐나 싶을 정도다(웃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연예인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다만 TV에 나오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상관없이 전부 하고 싶다.

Q. 혹시 봤던 오디션 중 아까운 역할이 있었다면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처음 영화 ‘올드보이’의 강혜정 씨 역할 오디션을 봤었다. 당시 한 장면이지만 대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진짜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강혜정 씨는 오디션 장에 횟집에서 쓰는 칼을 가져왔다고 하시더라. 그 역할이 좀 아쉬웠다.

Q. 하고 싶은 역할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처럼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 인상 때문인지 항상 슈트를 입고 갖춰진 의상으로 딱딱한 역할을 많이 맡았었는데 이제는 푼수 같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 내 성격과 맞는 역할이다(웃음). 내가 진짜 잘한다. 정말 웃긴 사람인데 외모라든지 첫 인상이 강해서 웃길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더라. 메이크업도 필요 없고 츄리닝 한 벌만 입고 망가지는 역할이면 충분한데 말이다.

Q. 평소에는

나는 혼자 뭘 하는 것이 많다. 혼자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고 서점가는 것도 좋아하고 집에 가면 손닿는 곳에 어디든 책들이 있다. 책보는 것을 좋아한다.

Q. 다짐

나는 독기나 야망이 없다. 대신 개미처럼 열심히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만큼 내가 대사를 외울 수 있는 이상,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 젊을 때 열심히 해서 예쁜 내 모습들을 남겨야겠다는 욕심도 없고 개인적으로 나이 드는 것을 좋아한다. 여배우니깐 젊음을 유지해서 아름다워져야겠는 것은 나와 맞지도 않는다(웃음). 지금은 그저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지내는 것이 나의 목표이자 다짐이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내가 활동을 1년 넘게 안 했는데 내 SNS에 오셔서 하루 빨리 브라운관으로 복귀하셨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꽤 많으시더라. 일단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고 지금처럼 관심 끊지 않고 계속해서 응원과 사랑 보내주신다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올해 안에는 꼭 화면에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기획 진행: 김민수
포토: 이은호
의상: 레미떼, 제이백쿠튀르, 루트 1, TOTUM Senatore(토툼 세나토레)
슈즈: 라니아로즈
헤어: 제니하우스 지수 팀장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김예원 실장
장소: 헬로뮤지엄(헬로미켈란젤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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