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향기를 머금은 여자, 이채영

2017-06-16 18:10:16

[허젬마 기자]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배우 이채영과 화보 촬영을 진행하며 이 한 구절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화려한 이목구비와 육감적인 몸매. 배우 ‘이채영’ 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이미지들은 그녀가 가진 무궁한 매력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그녀를 조금이라도 곁에서 지켜본 이들이라면 아마도 수긍할 것이다.

MBC 수목드라마 ‘군주’에서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캐릭터 ‘매창’ 역을 맡아 열연 중인 그는 오랜 공백 후 만난 이 역에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차, 제법 연기에 자신을 가질 법도 하건만 그는 여전히 연기를 ‘상대하기 어려운 이성’에 비유하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드라마 속 이야기보다 더 매력적인 그녀의 삶과 연기 이야기. 따뜻하고 여유로운 공기로 가득했던 그의 인터뷰를 전한다.

Q. 근황

드라마 ‘군주’ 촬영을 하고 있다. 반 사전 제작이라 방영되기 몇 달 전부터 촬영을 해서 이제 거의 막바지에 들어가고 있다. 아마 이번 달 말이면 촬영이 마무리 될 것 같다.

Q. 사극 촬영의 힘든 점

아무래도 현대극보다 좀 더 힘든 부분들이 있다. 현대극 같은 경우 촬영이자 대부분 서울이고 기껏해야 서울 근교나 외곽 정도인데 사극의 경우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야 웬만하면 전부 지방에서 촬영이 진행되다 보니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준비시간도 길다 보니 대기시간도 그만큼 길다. 사극 특유의 생소한 대사 톤이나 빈번하게 나오는 낯선 단어들을 익히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다. 디테일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Q. 반대로 사극의 매력

다이어트 걱정을 안 해도 된다(웃음). 사극만 하시는 분들은 다이어트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복이 많은 부분을 커버해준다(웃음).

Q. 촬영장 분위기

현장 분위기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배우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겪었던 현장 중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현장 분위기가 다 좋긴 하지만 그래도 젊은 친구들과 대선배님들 사이에 어느 정도 어색한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군주’의 현장에는 그마저도 없이 다들 스스럼없이 잘 어울린다. 오히려 선생님들이 더 장난꾸러기이시고 오히려 (유)승호 씨나 (김)소현 씨가 더 어른스럽고 조용조용하다.

Q.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

박철민 선배님께서 장난을 많이 치신다. 어린 배우 중에서는 ‘곤’으로 나오는 김서경 오빠가 분위기를 주로 주도하는 편이고 의외로(?) 인피니트 엘 씨가 또 굉장히 밝다. 나랑 마주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도 서로 편하게 장난 치고 놀 정도로 성격이 밝더라.

Q. 한복이 정말 잘 어울린다

지금 방송된 부분까지는 화려한 의상을 입지만 앞으로 나올 방송분에서는 상궁 옷을 입고 등장하기도 한다. 매창이 변신을 정말 많이 한다. 지금까지는 기생이었다가 자객이었다가, 나인이었다가 상궁이 된다. 인물들 중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캐릭터인데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모습 두 개가 남아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 다른 인물로 볼까봐 걱정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캐릭터를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

Q. 평소에도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아니다. 아버지께서 무척 엄하셨기에 평소에는 깔끔한 스타일의 스커트나 셔츠를 주로 입는 편이다. 아버지께서는 늘 깔끔하고 여성스러운 정장 느낌을 강조하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 역시 세뇌가 되어 여성미 있는 스타일을 즐겨 입게 되더라. 요즘 유행하는 컷팅진이나 보이핏 데님 같은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왠지 어색하다.


Q. 집에서는 어떤 딸?

딸 둘 집에 둘째인데 언니는 활동적인 편이었고 나는 반대로 조용한 딸이었다. 사고 안 치고 좋은 성적 유지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Q.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모범생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계속 반장을 했고. 보통 90점대 평균을 유지하면서 반 등수로는 손가락 안에는 들었다.

Q. 조용하고 모범생이던 딸이 어떻게 배우라는 화려한 세계에 들어섰는지

안양예고를 다니던 언니의 영향이 컸다. 원래는 언니가 배우 지망생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언니가 아닌 내가 이쪽 일을 하게 됐다. 나는 원래 만화가나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인서울’ 대학에는 가야겠는데 성적이 간당간당하더라. 살펴보니 연극영화과로는 성적이 커트라인 안에 들었다. 실기를 준비하면서 연기를 배웠고 운이 좋아 수시로 붙게 됐다. 사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큰 꿈이 없었는데 한 교수님께서 여배우에 대한 환상을 왕창 심어주시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이 길에 들어서게 됐다(웃음). 그땐 배우의 길이 이렇게 힘들 줄 미처 몰랐다. 좋은 것만 듣다 보니까 정말 좋을 줄로만 알았지.

Q. 여배우로서의 고충

일단 연기가 너무 어렵다. 하면 할수록 어렵고 늘 만족할 수가 없다. 사람이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오래 몸을 담그면 베테랑 경지에 오른다고 하는데 연기는 그런 게 없는 거 같다. 마치 개미지옥 같달까(웃음). 그런데 또 그만큼의 희열감을 안겨주는 게 연기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번 연기를 시작하면 너무 고생을 해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거지. 연기는 정말 중독과도 같다. 정답도 없고 기준도 없는. 연애로 치면 나는 정복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막상 상대는 속내를 안 보여주는 것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성에게 빠져드는 느낌과 비슷하다. 동시에 늘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더 좋은 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내게 연기는 그렇다.

Q. ‘미완성 프로젝트 뷰티끄’에 출연 중이다. 평소 뷰티 쪽에도 관심이 많은지?

다른 여자 연예인에 비해서는 뷰티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가 떨어지는 편이이지만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 상 관심 가질 수밖에 없는 분야인 거 같다. 나 역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Q. 함께 출연 중인 레이디 제인, 채경과의 호흡은 어떤지

두분 다 너무 착하다. 제인 언니는 성격이 워낙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언니는 정말 ‘또순이’다. 야무지달까. 언니에게 인생상담을 많이 한다. 채경 씨는 아무래도 아이돌이다 보니 낯도 가리고 내숭이 있을 줄 알았는데 같이 방송을 해보니 본성이 너무 착하더라. 언니들을 잘 따라와줘서 챙겨주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중국의 블로거, 왕홍 차차 씨도 계신데 역시나 성격이 너무 좋다. 어느 누구 하나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 없이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Q.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사람들에게 부각이 많이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처음 데뷔했을 때만 하더라도 몸매를 부각시키면 굉장히 부끄러운 일처럼 비춰졌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다들 노출 있는 의상도 예쁘게 입고 건강한 이미지를 위해 몸매관리에 힘 쓰지 않나. 가끔은 나도 20대 초 중반 젊고 어렸을 때 지금의 시대를 만났더라면 훨씬 좋았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Q. 평소 몸매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스트레칭을 많이 한다. 스케줄이 바빠 운동을 제때 못할 때에는 SNS에 올라오는 틈새 운동법을 자주 따라하는 편이다. 비싼 돈 들여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이런 영상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몸매를 가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Q. 모델 송해나와의 친분. 의외다.

해나는 개그우먼 (김)지민 언니를 통해 알게 됐다. 지민 언니랑 친해지면서 (박)나래 언니와도 친해지게 됐는데 어느 날 나래바에 초대돼서 갔다가 해나를 알게 됐다. ‘모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너무 털털하고 따뜻한 매력에 반했다. 동글동글 귀엽기도 하고. 일할 때는 또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같은 여자지만 정말 홀릭됐다. 해나의 솔직하고 밝은 모습이 나에게는 없는 모습들이라 더 그녀에게 매료된 거 같다.

Q. 평소 성격은?

털털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소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웃음). A형이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나 B형인데(웃음).


Q. 애정이 가는 역할이 있다면?

아까 연기하는 게 연애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지 않았다. 옛날에 만났던 남자친구보다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가 제일 좋듯이 물론 과거의 역할들도 다 너무 좋았지만 현재 맡고 있는 캐릭터에 가장 애정이 가는 거 같다. ‘매창’은 실존 인물인데 그녀가 쓴 ‘이화우 흩날리제’라는 시가 있다. 이 시의 내용이 담긴 국악을 들으며 대본을 리딩하다 눈물이 났다. 대본을 읽다가 운 적은 처음이다. 이 역을 맡기 전 거의 1년 반에서 2년 정도 공백기가 있었다. 그 사이 내 안에 무수히 쌓이던 무언의 감정들과 싸우고 있을 때 ‘매창’ 역을 만났는데 그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 정말 애정이 가는 캐릭터다.

Q.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내 실제 성격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배역을 맡아보고 싶다. 사실 나 되게 재미있는 사람인데(웃음). 지금까지 맡아왔던 배역은 항상 진지하고 뭔가 베일에 싸여있고 왠지 비밀스럽고 이미지가 센 캐릭터들을 많이 했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좀 망가지기도 하고 내 내면의 허당기를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다. 그런 면에서 시트콤도 좋을 거 같다.

Q. SNS를 보니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거 같더라

여행광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빼고는 다 가봤다. 이번 드라마 끝나고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남미에 다녀오고 싶다.

Q.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다녀오고 나서 잔상이 길게 남았던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뉴욕이고 다른 한 곳은 체코. 여행을 할 때에도 나는 그 도시와 연애를 한다고 생각하며 다니는데 뉴욕 같은 경우 정말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뉴욕에서 한 달 정도 머물렀는데 하루에 한 개씩 총 27개의 공연을 보고 왔다. 마지막 날에는 가장 보고 싶었던 ‘오페라의 유령’을 봤는데 그 때의 감흥이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체코 같은 경우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한번 꼭 가고 싶은 사랑스러운 도시다.

Q. 여행은 혼자 다니는 편인지?

그렇다. 나는 여행 다닐 때 일정을 굉장히 빽빽하게 짜기 때문에 나랑 누가 같이 다니면 힘들어한다(웃음).

Q. 평소 취미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사실 여행이나 내 직업이나 환상에 맞닿아 있는 일이지 않나. 우리가 연기하는 것도 대중들로 하여금 얼마나 더 착각하고 빠져들게 하는지가 중요한 임무고. 환상에 쌓인 일을 하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로 풀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그럴 때 책이 많은 도움이 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크니까 엔딩이 밝을수록 좋지 않나. 그러나 책은 그렇지 않더라. 얼마든지 비극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좀 더 현실감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죽기 전엔 꼭 시나리오나 책을 써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Q.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깊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진다. 대화가 통하는 이성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요즘 ‘알쓸신잡’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얼마 전 거기에서 ‘사피오 섹슈얼’이라는 용어가 나오더라. 똑똑하고 지적인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사랑을 느낀다는 것인데 내가 그런 편이다. 나를 지적으로 만족시켜주고 나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는 거 같다. 지금까지의 연애를 살펴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만나왔던 거 같다. 나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주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

Q. 결혼 생각은?

막연히 34살에 만나서 35살쯤에는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전엔 그런 게 없었는데 요즘은 아이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럽더라.

Q.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타인으로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팬들께 한마디

오랜 공백 기간으로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내면을 채우고 나타나는 게 도리이자 예의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의 목표는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모라도 결국 외적인 것은 시들더라. 이제는 외면보다 내면의 진심과 마음이 부각되는 배우로 다가가고 싶다. 편견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남은 ‘군주’ 방송도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기획 진행: 허젬마, 신연경
포토: 김태양
의상: 맘누리, 캐롤리나 헤레라, 로켓 런치
슈즈: 캐롤리나 헤레라
시계: 미사키
액세서리: 악세사리홀릭
선글라스: 룩옵티컬
헤어: 에이바이봄 두리 팀장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서미연 부원장
장소: 이태원 더방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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