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김지은과 마주한 순간

2020-09-04 11:23:22

[나연주 기자] 눈빛이 참 좋다. 배우 김지은을 보며 떠올린 말이다. 무엇이든 자세히 알고 싶으면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배우에게 눈빛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한.

bnt와 화보 촬영으로 만난 그는 세 가지 콘셉트에 도전했다. 심플한 모노 톤 세트업을 입은 첫 번째 콘셉트에서는 오직 눈빛만으로 분위기를 완성해냈다. 청포도를 들고 신이 난 소녀처럼 연기하는가 하면 글래머러스 패턴 셔츠와 레더 스커트를 매치한 마지막 콘셉트에서는 강렬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해냈다.

KBS ‘닥터 프리즈너’, 웹드라마 ‘눈 떠보니 세명의 남자친구’, OCN ‘타인은 지옥이다’ 등 다양한 장르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시작한 그가 JTBC ‘장르만 코미디’에 출연한 것도 화제였다.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배우 하기를 잘했다고 느낀다는 그는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재미있단다. 정극 연기만 하던 그가 예능과 드라마를 접목한 ‘장르만 코미디’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도, 이날 화보 촬영이 재미있었다고 줄곧 이야기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잘할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에게 ‘천생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이유다.

Q. 근황

“요즘 집밖에 못 나가다 보니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많이 찾게 되더라. 책도 읽고 디퓨저나 향수도 만들어봤다. 요즘은 베이킹에 흥미가 생겨 그 재미에 빠져있다. 유튜브를 보면 영상이 정말 많더라. 또 어서 좋은 작품으로 대중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장르만 코미디’ 출연 계기

“웹드라마를 같이 했던 작가님과 우연히 상암동에서 미팅이 겹쳐서 지나가다 보기로 했다. 작가님이 ‘요즘 이런 것 준비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어’ 하시길래 ‘배우 필요 없으세요? 저도 출연하게 해주세요’ 했다. 정말 미팅해 볼 거냐고 하셔서 감사하게도 미팅을 하고 출연까지 하게 됐다”

Q. 정극 연기를 해왔던 터라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나

“엄청 많았다. 망가진다거나 다른 이미지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어떤 캐릭터를 맡든 다 처음이고 나와 다른 연기이기에 거부감은 없었다. 다만 내가 누가 되면 어떡하나, 코미디언 선배님들이 많은데 못 웃기면 어떡하나 겁나긴 했다. 내가 안 어울리고 튈까 봐. 다행히 선배님들께서 너무 잘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셔서 걱정이 사그라들고 즐겁게 촬영했다”

Q. 출연진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처음에는 다를 게 없겠지 하며 별다른 생각 없이 갔다. 선배님들이 확실히 무대를 많이 하셨던 분들이라 호흡이 굉장히 좋다. 티키타카가 정말 좋고 순발력과 애드리브가 뛰어나신다. 나는 그것들에 취약한 편이라 되게 많이 배웠다. 처음에는 ‘내가 다 맞춰야지’ 했는데 오히려 나를 편하게 해주시고 다 맞춰주시더라. ‘해 봐’, ‘너도 할 수 있어’라고 해주시니 호흡이 정말 좋았다”

Q.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김준현 선배님과 촬영을 많이 하는데 종종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어느 날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촬영하는 날이었다. 잠깐 쉬는 시간인데 선배님이 창밖을 멍하니 보고 계시더라. 촬영이 너무 힘드셨나, 많이 지치셨나보다 하면서 힘을 드리려고 먼저 말을 걸었다. ‘선배님 많이 힘드세요? 괜찮으세요?’ 했는데 선배님이 뜸을 들이시더니 ‘아, 저건 진짜 맛집이야’ 하시더라. 보니까 누가 봐도 정말 오래된 음식점이었다. 그곳을 멍하니 쳐다보시다가 ‘저건 정말 맛집이야’ 하시더라(웃음). 나는 힘든 줄 알고 ‘무슨 일 있으세요?’ 했는데. 그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Q.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는?

“김준호 선배님도 원래 성격 자체가 유쾌하신 분이라 분위기 메이커이신 것 같다”

Q. 실제 성격

“밝고 에너지 넘치는 편이다. 오늘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즐거우면 항상 에너지 넘치고, 밝고 친화력 좋은 편이다. 쾌활한 성격이다”

Q. ‘닥터 프리즈너’, ‘눈 떠보니 세명의 남자친구’, ‘타인은 지옥이다’ 등 다양한 연기에 도전했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장르는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어떤 캐릭터를 줘도 내 안에서 분석해서 나오는 캐릭터다. 내가 표현하는 ‘타인의 지옥이다’ 민지은이 있다면 다른 배우님이 표현하시는 민지은은 또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하나가 맞는다고 표현하기는 어렵고 다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다 재미있게 촬영했다. 그중에서도 ‘눈 떠보니 세명의 남자친구’의 라희는 내 실제 성격과 비슷했다. 밝고 장난기 많고 에너지 넘친다. 그래서 즐겁게 촬영했다”


Q. ‘눈 떠보니 세명의 남자친구’는 소재가 정말 특이하다. 처음 대본을 보고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나

“제목만 듣고도 ‘남자친구가 세 명이구나’ 했을 때 되게 흥미로웠다. 어쨌든 세 명의 배우와 호흡을 하고 각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Q. 라희 역에 대한 악플도 많더라

“그렇다. 극 중 역을 그렇게 판단해 주시는 것은 어쨌든 내가 잘 표현해서 그랬다고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Q.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

“사실 어떤 캐릭터를 준다고 한들 비슷할 수는 있어도 다르기에 다 도전이다. 그중에서 뭔가 더 도전해보고 싶은 건 엉뚱하고 사차원적인 캐릭터”

Q.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

“SBS ‘런닝맨’이나 JTBC ‘아는 형님’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봐서 출연도 해보고 싶다”

Q. 배우를 꿈꾸던 시절 하루 2시간 자고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주로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나

“정말 ‘이것도 해보셨어요?’라고 물어봤을 때 ‘네’라고 대답할 정도로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고깃집, 편의점, 옷가게, 주얼리 숍, 백화점, 그리고 홀서빙, 예식장 등 행사 도우미, 카페. 이런 것들 많이 했다”

Q.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면?

“패스트푸드점. 가장 오래 일했고 거의 처음에 했던 곳이라 기억에 남는다. 재미있었다고 해야 하나(웃음). 그때는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추억이다. 돌이켜보니 재미있었던 것 같다. 배운 게 많았다”

Q. 데뷔 초 소속사 없이 광고와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다고

“단순히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 하나로 시작했다. 아는 것 하나 없이 열정으로만 시작해보니 너무 막연하더라. 뭘 해야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에이전시가 뭔지 다 몰랐다. 정말 열정 하나로만 시작했다. 학교에서 오디션이나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 있으면 무조건 다 했다. 뭘 모르니 해봐야 기준이 생기니까. 그때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에서 단체 대화방에서 사람을 구하면 ‘저요, 저요’ 하면서 첫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처음 들어보는 가수라 기억도 안 나고 찾아보기도 힘들다. 그때 촬영했던 조연출, 조감독님이 독립영화를 소개해주셔서 계속 연결돼서 하게 됐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단역,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다. 감사하게도 내 연기를 보셨던 분들이 계속 연락을 주셔서 회사 없이도 일할 수 있었다”

Q. 그때 출연했던 작품 중 잘 알려진 게 있다면?

“뮤직비디오는 2PM의 ‘Promise (I’ll be)’, 백아연 ‘쏘쏘’도 있었다”

Q. 그렇게 데뷔 5년 차가 됐다. 힘들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우 김지은의 모습을 다 보여드리기에는 너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연기적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앞으로도 많은 날이 있을 거라 엄청 오래됐다는 생각보다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이 든다. 묵묵히 지내오고 있는데 5년이 지났다.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힘들었던 내가 너무 좋다. 그렇게 힘들어 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좀 안다고 해야 하나. 더 고마워할 수 있는 내가 돼 더 애틋하고 뿌듯하다. 몇십만 원도 아닌 몇만 원짜리 촬영 아르바이트에 갔을 때도 너무 행복했다. 그때의 감동과 고마움이 있기에 지금은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게 좋다. 그때의 내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다”

Q.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힘들었던 적은 많은데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다. 지치고 힘든 길이라는 것도 알고 지나고 보니 뿌듯하고 애틋해지니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Q. 배우 하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카메라 앞에 설 때. 어떤 기준 없이 무슨 촬영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오늘 화보 촬영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Q.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초반에는 정말 신기해하더라. 연락이 닿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이거 혹시 너야?’ 하며 연락이 많이 왔다. 지금은 그냥 많이 응원해준다 가족들은 가끔 내가 지쳐있거나 힘들 때 쓴소리를 해준다. ‘그걸 버텨야 하는 거야’, ‘그 시간이 지나야 행복이 와’ 하면서 응원해주고 버틸 수 있게 도와준다”

Q. 청순한 이미지로 학창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데

“아니다(하하). 청순한 이미지로 봐주시는 분들이 감사하게도 많다. 사실 내게 없는 부분이라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다. 나 스스로 청순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왈가닥에, 천방지축에, 비글미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청순하게 봐주시니 처음에는 정말 청순하고 조신한 척을 하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내 매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나답지 않더라. 요즘에는 나답게 하려고 노력한다. 청순하게 봐주는 것은 너무 감사하다”

Q. 피부와 몸매 관리 비결

“피부에는 아직도 뭐가 많이 나서 비결이라고 할 게 없다. 몸매는 식단 관리를 엄청 한다. 힘들고 스트레스받지만 아침에 두유나 계란을 먹은 지 1년이 넘었다. 또 일반식으로 반 끼, 저녁에는 반 끼보다 더 적은 양의 일반식을 먹거나 두유를 먹는다. 간식으로 견과류, 과일은 조금씩 먹어주는데 촬영 있을 때는 거의 아침, 저녁으로 두유와 계란만 먹고 일반식은 한 끼만. 이런 식으로 힘들게 하고 있다. 지금은 찐 상태라 화보 촬영 일주일 전부터 급하게 관리했다”

Q. 이상형

“명확하게 이상형이 없다. 좋은 사람이면 단점까지도 좋아 보이고 반대로 너무 괜찮은 사람이고 흠이 없어도 호감이 안 생기는 때도 있더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Q. 롤모델

“신혜선 선배님을 정말 좋아한다. 투박하면서도 섬세하고,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귀엽고.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있어 닮고 싶다”

Q. 닮은 꼴 연예인이 많지 않나

“오늘 포토그래퍼 작가님도 한소희 배우님이랑 설현 씨 닮았다고 하셨다. 원래 많이 듣기도 했고 기사로도 많이 났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이 누구 닮았다고 했을 때 정말 안 닮았더라. 이번에도 닮았다고 했을 때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진짜 닮았더라. 신기하기도 하고 나와 다른 분야의 분도 계시니 내심 기분이 좋더라”

Q. 배우로서 욕심나는 수식어가 있다면

“‘내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신뢰가 있어야 ‘내’라는 말을 쓸 수 있지 않나. 또 ‘단단한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신념이 있다. 사람, 배우 김지은으로서 흐트러짐 없이 단단하게 뿌리박혀 있다는 인식이 심어졌으면 좋겠다”

Q. 목표

“앞서 말했듯 단단한 배우가 되는 것, 신뢰가 가는 배우가 되는 것”

에디터: 나연주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리이, 구아슈, 유니콘 벨르제이, KYE
슈즈: 레이크 넨
주얼리: 바이가미, 마티아스 FOR 하고
백: 엘레강스 파리
헤어: 코코미카 미란 부원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경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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