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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누리는 아직 배고프다

이진주 기자
2021-01-11 10:31:30

[이진주 기자] 음식만큼 연기의 맛도 무한하다. 이를 알고 골고루 섭취하는 배우는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다. 또 자신만의 속도로 꼭꼭 흡수하면 탈이 나거나 체할 일도 없다. 그렇게 쉼 없이 먹고도 꺼질 줄 모르는 튼튼한 욕심을 가진 배누리는 감칠맛 나는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의 ‘잔실’ 역으로 앳된 미모와 친근한 매력을 발산한 배누리. 최근 그는 KBS2 ‘바람피면 죽는다’에서 국정원 엄요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새해 개봉하는 시리즈물 ‘드라마월드’ 시즌2와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를 통해 색다른 연기 변신을 펼칠 예정이다.
모델 출신답게 그는 이번 화보에서 출중한 프로포션을 과시하며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백조를 닮은 청초한 자태는 물론 유쾌하고 발랄한 걸리시 무드로 바비인형 비주얼을 뽐내내 보였다. 이어 흑장미 같이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분위기로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Q. bnt 화보 촬영 소감
“오랜만에 다채로운 작업이었다. 시안대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많이 준비해주신 덕분에 즐겁게 마쳤다. 세 가지 콘셉트 모두 좋았지만 레드 립을 바른 시크한 스타일이 가장 마음에 든다(웃음)”
Q. KBS2 ’바람피면 죽는다’에서 똑똑한 국정원 요원 ‘엄지은’ 역을 소화하고 있다. 역할 설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국정원이지만 국정원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편의점 알바생으로 잠복근무를 하다 보니 수수한 외모나 캐주얼한 옷차림에 신경을 썼고 동료인 수호를 감시하는 인물이라서 무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사를 하는 데 중점을 뒀다”
Q. 유독 배우 김영대와 함께하는 장면이 많다. 금방 친해졌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수호가 말이 별로 없는 설정에 차가운 인상이라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영대랑 계속 붙어있고 또래다 보니 일상적인 대화나 장난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대사를 툭툭 내뱉어도 편하게 잘 받아줘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Q. 한미 합작 ‘드라마월드’ 시즌1에 이어 시즌2에 출연한다. 맡은 배역과 스토리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시즌1과 동일한 ‘서연’으로 나오고 작중 뱀파이어와 호랑이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뱀파이어 역할을 맡았다. 호랑이족인 우성(헨리)과의 케미뿐 아니라 판타지와 코미디 요소를 두루 갖췄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다. 또 주조연의 비중이 비슷해 그들의 활약상도 관전 포인트다”
Q. 크리스 마틴 감독이 연출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언어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감독님께서 미국인이지만 한국어가 능통하시고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깊어 언어 장벽을 크게 느끼진 않았다. 등장인물들 역시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각자의 모국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편하게 촬영했다(웃음)”
Q. 상대역인 헨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확실히 베테랑답게 척척 소화하더라. 아무래도 스토리상 진한 케미를 연출해야 하는 만큼 빨리 친해지는 게 관건이었다. 헨리 오빠도 나 못지않게 친화력이 좋아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 줬다”
Q. 시즌1과는 다른 매력의 배누리를 기대해도 좋을까?
“4년의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 성숙해진 서연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Q. 2021년 개봉 예정인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제목 그대로 SF와 결합한 재난 영화이다. 외계인의 침공에서 살아남은 소수 인원이 벙커로 모이게 된다. 하지만 몰래 잠입한 외계인이 한 명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멤버를 가려내기 위한 소동이 펼쳐진다. 촬영은 작년 초에 마쳤지만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개봉 시기가 미뤄졌다. 그래도 ‘제24회 부천국제영화제’를 통해 수상하게 되어 기쁘고 이번에 개봉하면 상황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지 않을까 싶다”
Q. 작중 배수진은 어떤 캐릭터인가?
“수진은 건태(조병규)와 헤어진 연인이지만 열악한 상황인 만큼 반가운 마음도 교차하는 인간적인 캐릭터이다. 위기 상황에서 드러날 만한 사람들의 심리와 생각을 표현했고 조금은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갔다”
“사실 배수진은 친언니 이름이다(웃음). 감독님께서 캐릭터 설정에 대한 선택권을 주셔서 이럴 때 아니면 가족 이름을 언제 써볼까 하고 의미를 부여해봤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수진이라고 불릴 때면 기분이 묘하더라. 괜히 했나 하고 후회도 했지만 다행히 언니는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Q. 3일 만에 모든 촬영을 마쳤다고 들었다. 고된 일정에 몰입이 힘들진 않았나.
“거의 원씬 원컷으로 진행되었고 떼씬을 종일 찍었다. 그것만 찍어도 반은 한 거라서 그때 집중력을 최고로 쏟아냈다. 날이 더워 다 같이 땀 흘리며 고군분투했는데 그래서인지 성취감도 크고 재미있었다. 또 연극배우 출신이 많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애드리브 때문에 내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됐다(웃음)”
Q. 관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권해본다면?
“서로 의심하면서 범인을 찾아내는 이야기인 만큼 관객분들도 함께 숨어있는 외계인을 추리해 봤으면 좋겠다”

Q. 2008년 의류 브랜드 전속 모델로 데뷔했다. 원래는 모델이 꿈이었나.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언니가 잡지를 보다 한 패션 브랜드에서 일반인 모델을 찾는다는 내용을 보고 나를 응모했다(웃음). 하지만 오디션을 크게 망쳐서 경험으로 여기고 넘기려는데 최종 합격 연락을 받고 계약하면서 자연스레 연예계에 진출하게 되었다”
Q. 그렇다면 배우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모델 활동이 끝나고 캐스팅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아이돌을 하기에는 연습 기간이 필요하다 보니 연기를 시작했고 열아홉 살에 KBS2 ‘드림하이’ 단역으로 바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Q. 이후 쉼 없는 열일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꾸준히 연기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 달만 쉬어도 오래 쉰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막상 프로필을 보면 한 해에 1~2개의 작품을 꾸준히 해왔더라. 감사하게도 일이 없다고 생각할 때쯤 캐스팅이 되거나 감독님들께서 먼저 찾아주신 덕분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출연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아직 나에게 인생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작품이 소중하기 때문에. 또 인생 캐릭터라고 하기에도 비중이 높지 않아 민망하다. 그래도 관심을 많이 받은 MBC ‘해를 품은 달’의 ‘잔실’이 이야깃거리도 많고 연기자로서 전환점이 되었다. 또 ‘드라마월드’가 해외에서 성행하면서 시즌2까지 참여한 유일한 시리즈물이라서 애정이 깊고 넷플릭스 서비스가 한국에서 시작된 날 동시에 공개되어 뿌듯하기도 하다(웃음)”
Q.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이라는 시간, 배우 인생에 슬럼프도 찾아왔을 것 같은데.
“작품이 있든 없든 슬럼프는 늘 찾아온다(웃음). 감정으로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많이 흔들리고 약해지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그런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주변에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며 잊는 편이다. 대표님께 ‘저 슬럼프 왔어요’라고 하면 ‘또?’라고 할 만큼 자주 털어놓는다(웃음). 어떤 직업이든 그런 시기를 겪기 마련이니까 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Q. 캐릭터 노트를 들고 다니더라. 연기에 대한 애착이 돋보이는데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대본 리딩 전 초기 캐릭터 설정을 위해 나만의 기준을 세운다. 연기하다 보면 인물이 배누리화가 될 때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캐릭터 노트를 쓰게 되었다. 이름, 나이, 인물관계, 성격 등을 마인드맵으로 틀을 잡아 놓는다. 이렇게 하면 다른 작품에서 캐릭터를 덜 겹치게 설정할 수 있다. 또 연기 후 보완할 점을 기록하고 인상 깊었던 미팅이나 감독님들도 메모해둔다. 까먹지 않으려고 쓰게 되었는데 적어두니 기억이 더 오래가서 좋은 것 같다”

Q. 차별화된 배누리의 강점을 뽑자면?
“아직 나의 매력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부러운데 한편으로는 나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것 같다. 무엇이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게 강점이다”
Q. 반대로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방송연예과를 전공하긴 했지만 수용하는 속도가 조금 더딘 편이다. 경력은 10년인데 실제 연기 속도는 3~4년 된 친구들이랑 비슷할 거 같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완전히 짚고 넘어가기 때문에 더 유연하고 확실하게 이해한다”
Q. 시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잠깐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소시오패스 역할로 나왔다. 그때 강렬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살인마 같은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또 완전 발랄하거나 완전 소심한 극과 극의 느낌도 연출해보고 싶다”
Q.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도 있을까?
“KBS2 ‘1박 2일’와 MBC ‘미치겠다, 너땜에?’를 보고 김선호 배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 선배님의 감초 매력이 촬영 분위기뿐 아니라 출연진 간 합도 좋게 만드는 것 같더라. 기회가 되면 꼭 함께해보고 싶다”
Q. 연기 외적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림을 잘 그리진 않지만 좋아한다. 언젠가 개인 전시나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Q. 연기 고민을 나누는 동료가 있는지.
“(김)혜인이랑 가장 오래되었는데 연인처럼 매일 연락하는 사이다. 그래서 연기 고민뿐 아니라 스스럼없이 모든 걸 나눈다”
Q. 배우로서 최종목표는?
“필요로 하는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다. 또 시간이 흘러 나중에는 직접 시상식에 참여해 수상자로 언급되어보고 싶다. 물론 상이 전부가 아니지만 인정받는 일은 원동력으로 작용하니까(웃음)”
Q. 코로나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다. 집콕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원래도 집순이라서 집콕 생활이 어렵지는 않다. 요즘 아이패드와 TV와 한몸이 되었는데 답답할 때는 마스크 끼고 집 주변을 가볍게 산책한다. 또 사무실에 가서 회사 사람들이랑 밥을 먹으면서 기분 전환을 한다”
Q. 글로벌 팬층이 두터운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최근 헨리 오빠랑 영대랑 작품을 같이 해서 그런 게 아닐까(웃음). 또 일본에서 KBS2 ‘인형의 집’이 방영했다고 들었다. 종영 작품이 해외로 송출되면서 점점 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Q. SNS를 보니 일본어도 구사하는 것 같던데.
“이상하게 일본 팬들이 많다. 사실 서른을 앞두고 마음이 조급해져 외국어 공부를 막연히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일 합작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찍으면서 생각이 커졌고 그렇게 무작정 일본어 학원을 끊었다. 스케줄상 3개월 정도 바짝 배운 거라 잘하진 못한다. 아쉽게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현지에 못 가게 되었고 노력이 헛되지 않게 팬들과 소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웃음)”
Q. 팬미팅 계획이 있다면 어떻게 해보고 싶은지.
“끼가 부족해 무대 같은 큰 프로젝트는 무리일 것 같다(웃음).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어서 소규모로 팬들과 밥 먹으면서 소통하는 자리를 가져보고 싶다”
Q. 팬들에게 한마디
“예상보다 긴 코로나 사태에 많이 지치고 속상해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고 서로 조심하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또 ’바람피면 죽는다’에 이어 곧 나올 드라마와 영화 모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아웃엑소, Champagne&Strawberry, 티백, 에몽
슈즈: jeffreycampbell
주얼리: JUDY AND PAUL, lee Gold, 프리모떼, Hei
스타일리스트: 오지희,최진경, 박주연
헤어: 제니하우스 유미 부원장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예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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