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스타일링

악마의 유혹 ‘클래식 백’

송영원 기자
2009-06-11 13:50:36

샤넬 2.55백이나 에르메스 켈리 백처럼 같은 디자인이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끌며 팔리는 모델을 ‘클래식 백’이라 한다.

유행에 민감한 ‘잇 백’에 대한 반작용으로 클래식 백이 잘 팔리면서 매년 20% 이상 가격을 인상하는 브랜드도 많다. 그래서 세계의 내로라하는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옷이 아닌 클래식 백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식지 않는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식 백은 일단 가방 자체의 구조적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웅크리고 있는 자세를 어디에서 봐도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만약 그가 팔다리를 쫙 펴고 멍하니 앉아 있다면 명작이 됐을까?

가방 역시 가로․세로의 비율, 잠금 장식의 크기와 위치, 들었을 때의 편안함과 무게감 등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일 때 비로소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

수많은 중저가 브랜드가 클래식 백의 디자인을 차용하고 재조합한다. 샤넬의 누빔 바느질,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에르메스의 자물쇠 등을 마구 섞어보지만 오리지널의 조화로움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하지만 클래식 백을 장만한다고 단숨에 공주가 되는 것도 아니다.
너무 잘 알려진 클래식 백은 진짜를 사도 가짜처럼 보일 수 있고, 세일도 잘 하지 않으면서 ‘헉’ 소리 나게 비싸며, 가방보다 사람이 없어(?) 보이는 슬픈 경우도 생긴다.

대신 우리가 스스로 미래의 클래식 백을 발굴해보는 건 어떨까?

독자적이며 완성도도 있고 실용성까지 갖춘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내기란 정말 힘들다. 하지만 간혹 그런 작품이 탄생하고 ‘잇 걸’들은 그것을 알아본다. 잇 걸에 의해 잇 백으로 히트하고 몇 년에 걸쳐 실용성까지 검증되면 새로운 클래식으로 등극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클래식 백을 충분히 아이쇼핑하고 꾸준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방을 보는 안목이 높아지면 짝퉁에 속는 일은 겪지 않을 수 있고, 중저가 브랜드에서도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는 날이 올 것이다. (출처: 이선배의 잇걸, 넥서스BOOKS)

한경닷컴 bnt뉴스 송영원 기자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