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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배우 박은석

정혜진 기자
2019-07-05 15:48:35

[정혜진 기자] 드라마,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박은석. 다년간의 무대 연기로 탄탄하게 다져진 그의 연기 실력은 브라운관에서도 빛을 발했다. 최근 종영된 KBS2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에서 실감 나는 악역부터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허당 모습까지 완벽 소화하여 시청자들의 찬사를 끌어냈기 때문.

그의 연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런 인생을 살아본 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와 숨 쉬듯 편안한 어투의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 박은석은 그렇다. 인간 박은석은 생각 보다 꽤 엉뚱하고 유쾌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매력과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촬영 내내 현장 분위기를 한껏 업 시켰다.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였다.

현재 그는 1930년대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한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서 자유로운 영혼 ‘가이 베넷’역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의 매력은 한 호흡으로 간다는 것. 인간 박은석의 삶에서 잠깐 연극 속 인물로 2시간가량 살다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잠깐의 일탈 같다’고 말한 그에게서 연극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 보여줄 매력이 무궁무진한 보석 같은 배우 박은석이다.

Q. 촬영 소감이 어땠는지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와서 감탄했다. 화보 촬영은 오랜만인데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아서 자주 찍었으면 좋겠다”

Q. 현재 활동 중인 연극 ‘어나더 컨트리’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1930년대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한 연극이다. 당시 영국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이 베넷’은 규칙과 규율, 억압 속에서 자유와 또 다른 이상을 갈망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남들이 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자기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즐거운 캐릭터인 것 같다”

Q. 연극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인다. 연극의 매력이 무엇인지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한 호흡으로 간다는 것과 시작과 동시에 막이 내릴 때까지 스톱이 없다는 거다. 잠깐의 일탈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 박은석의 삶에서 잠깐 연극 속 인물로 2시간을 살았다가 나오니까. 장시간 연기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Q.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

“데뷔는 SBS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으로 했었는데 부족함을 많이 느껴 기초부터 다시 천천히 쌓아 올리자고 연극 무대로 뛰어들게 됐다”

Q. 15년간 미국 생활을 했는데 한국엔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22살 때 연기가 하고 싶어서 오게 됐다. 미국에서 패션 디자인 전공을 했었는데, 좋아하는 분야지만 평생 직업으로 떠올려 봤을 때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연기 학원을 가게 됐는데 느낌이 딱 왔던 것 같다. ‘미래 나의 직업을 찾은 것 같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됐다”

Q. 한국에 와서 처음 뭐부터 시작했는지

“6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로 영어 강사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강사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나중엔 시간을 자유롭게 할애할 수 있는 과외를 했다. 그 후에 서울 예대에 들어가게 됐고, 군대에 자원입대 하게 됐다. 제대 후엔 영화사에서 스태프로 1년여 일했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연극을 하게 됐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웃음)”

Q. 군대에 자원입대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싶었다. 입대 전, 주변에서 평소 말투에 외국 억양, 정서가 남아있는 것 같다는 조언을 많이 해줬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자원입대를 결심하게 됐다”


Q. 패션 분야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다. 평소 스타일링은 어떻게 하는지

“20대 초 중반에는 진짜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서니까 편한 게 좋고 맨날 입는 것만 입게 된다. 옷이 100개가 있어도 2개만 돌려 입는다. 쇼핑도 잘 안 하는 편인데, 정말 감사하게도 공연할 때 팬분 들이 옷 선물을 많이 해주셨다. 평소 스타일링은 심플하게 입고 포인트 하나 주는 거 좋아한다. 단점인 뱃살을 가리기 위해 박스 티를 주로 입고 다리는 얇은 편이니까 노출 시키는 편?(웃음)”

Q.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

“컴퓨터 애니메이션 관련 일하는 게 어렸을 때 꿈이었다. 그런 관련된 일이나 그림이나 만화를 그리거나 시나리오를 쓰는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했을 것 같다. 사실 연극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 주변에 배우와 스태프들도 많아지고, 여건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어서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작품이 생기면 제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Q. 주로 어디서 연기에 대한 영감을 얻는지

“주로 일상에서 얻는다. 주변 인물들 또는 어딘가에 갔을 때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싸움이 나면 그걸 관찰한다. ‘아 사람이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말이 안 나오는구나. 흥분하면 말의 패턴이 반복되는구나. 아니면 말의 속도가 빨라지는구나‘ 이렇게 분석을 하게 된다. 주변에 정말 많은 상황이 있는데 그게 다 하나의 교과서다. 영화나 방송도 다 연기기 때문에 실제 타인의 삶이 좋은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Q. 작품 속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어떤 연기를 어떻게 할까가 가장 중요하다. 본래 내 모습과 연기해야 할 캐릭터의 제일 흡사한 점을 찾는다. 너무 닮았으면 그대로 가면 되는 거고 닮은 지점이 없으면 작은 점이라도 찾아서 그걸 증폭시켜야 한다. 인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가 가진 성격, 성향, 트라우마, 딜레마 등을 파악하게 된다. 그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캐릭터가 되는 거 같다”

Q.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속에서 실감나는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었는데

“많은 분노를 샀다(웃음). 그래도 다행인 건 나중에 캐릭터가 귀여워지기도 하고 안쓰러워지고 해서 처음 분노를 끝까지 가져가신 분이 많이 없다. 처음엔 나의 불행을 바라는 분들이 많았다가 나중엔 말라고 은근히 응원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 완전한 악역으로 끝난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Q.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스토리가 좋으면 뭐든 시도해보고 싶다. 초현실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영화 ‘데스노트’의 악마나 뱀파이어, 늑대인간 같은 캐릭터.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실제 삶에서도 그렇고(웃음)”


Q.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

“최민식 선배님을 예전부터 정말 좋아했다. 호흡을 맞추게 된다면 장르는 스릴러나 범죄가 되지 않을까(웃음). 선배님이 추구하는 배우로서의 태도와 삶을 존경스럽게 생각했다. 이 직업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 것 같다. 최대한 배우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이 중요한 것 같다. 많은 인기와 돈을 가지게 되면 본질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고 잘 유지하시는 부분이 있어 멋있으시고 존경스럽다”

Q. 내가 생각하는 나의 연기 매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 연기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충동적일 때가 있다. 그런 충동적인 모습이 나올 때마다 나를 믿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애드리브도 많이 하는 편. 물론 최대한 피해를 안 주는 선에서 하려고 한다. ‘닥터 프리즈너’는 애드리브로 만든 장면이 많다. 감독님도 배우들을 믿어주시고 선배님들도 다 받아주신다. 상황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리얼하면서 걸맞게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배우들끼리 만든 장면들이기 때문에 넘기지 않고 하나하나 봐주신 것 같다”

Q. 쉬는 날은 주로 뭐 하는지

“자전거 타거나 농구 하거나 공연을 한다. 취미 생활이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간다. 집돌이다(웃음). 내 스트레스 해소법도 자전거와 농구다. 요즘엔 좀 나가서 사회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도 잘 안 나가게 되더라. 집에서 영화 보고 자전거 닦고 오토바이 부품 검색하는 게 즐겁다. 오타쿠 기질이 심하다(웃음). 하나에 빠지면 해결될 때까지 그 세상에서 못 빠져나온다”

Q. 요즘 관심사가 무엇인지

“오토바이를 어떻게 하면 멋있게 탈 수 있을까(웃음).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에 대한 관심도 많았었다. 연기라는 게 결국 삶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연구하고 인생에 집중하면 그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 인생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잘 살까’가 메인 생각이고 그게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내 연기도 더 성숙하게 따라오는 것 같다.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다면 삶도 진심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처럼 연기에 큰 조바심은 없다”

Q.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사랑스럽고 엄마처럼 나를 우쭈쭈 해주는 여자(웃음). 내가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다. 촬영하면서도 느꼈겠지만, 스태프들이 옆에서 많이 챙겨준다. 결혼은 일 이년 내에 하고 싶었는데, 여자친구도 없고 아직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샀다(웃음)”


Q. 버킷리스트

“세계 일주 여행. 짧으면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하고 싶다. 두 달 가까이 여행을 해본 적은 있다. 너무 외로워서 죽을 뻔했다. 나중엔 누구든 붙잡고 아무 얘기라도 하고 싶더라. 괜히 몇 시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웃음). 나중에 동반자와 함께 세계여행을 가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시간만 생기면 계획 없이 바로 떠난다. 도착하면 검색해서 근처에 뭐 있나 알아본다. 사실 나는 무계획론자다. 인생은 계획한 대로 가지 않더라(웃음)”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연극을 하나 더 하게 될 것 같다. 하반기에는 드라마에 출연하여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와 인연이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지 않을까 싶다”

Q. 올해 목표

“일 년에 한 번씩 부모님 모시고 해외여행을 간다. 올해도 계획 잘 짜서 부모님께 좋은 곳 구경 시켜 드리고 싶다”

에디터: 정혜진
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헤비컬쳐, COS
슈즈: COS
선글라스: 스텔라 마리나(STELLA MARINA)
헤어: 애브뉴준오 백가영 실장
메이크업: 미즈노블 교은 실장
장소: 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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