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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유진 “연기력과 다작 중요하지만 구설수 없는 배우 되고파”

2019-08-23 14:34:52

[우지안 기자] 웹드라마로는 이례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웹드 신화’를 기록하고 있는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의 털털한 여주인공 한재인을 연기한 배우 이유진.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닌 한재인 그 자체인듯한 찰떡같은 연기를 보여준 그는 시즌1부터 시즌4까지 등장하며 스토리에 특별한 존재감을 불어넣었다.

4억 뷰의 조회 수를 매일 갱신하고 있는 ‘연플리’는 낯선 얼굴의 배우들의 뻔하지 않은 연기로 현실적인 공감대를 자극했다. 파일럿 때부터 전 시즌에 출연한 이유진의 연기는 모티브 되는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신선한 연기를 펼쳤다. 대학교 신입생부터 졸업 예정자까지 ‘연플리’와 함께 성장한 이유진의 감정 또한 다양했다. 그가 연기한 한재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오버랩 시키는 시청자의 수도 덩달아 늘어났다.

필모그래피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워 넣은 이유진은 차기작을 위한 최선의 상태를 만들며 차분히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웹드라마 속 그가 화면 밖으로 나와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나눈 소소하지만 확실한 꿈을 전했다.

Q. 화보 촬영 소감이 어땠어요?

“촬영 전에 걱정이 많았어요. 콘셉트가 여러 개라 소화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편안하게 해주신 덕에 재밌게 끝낼 수 있었어요. 특히 오버사이즈 재킷을 입는 매니시한 콘셉트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만족스러워요. 오늘은 편안한 차림이지만 평소 프릴이나 레이스가 있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주로 입거든요(웃음). 매번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주저하다가 오늘 해봐서 좋았어요”

Q.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이하 연플리) 시즌 4’ 종영 후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종영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촬영 끝난 지는 좀 됐어요. 아직 결정된 차기작은 없지만 신중하게 다음 작품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죠. 어떤 작품에 들어가든지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운동도 하고 휴식도 하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Q. 이번 시즌에서는 재인이의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헤어졌던 강윤과도 재회했고요. 기억에 남았던 촬영이 있다면요?

“재인이가 시즌 3에서 혼자였잖아요. 사실 시즌1에서도 혼자였고 시즌2에 윤이를 만나고 시즌3 때 다시 혼자가 돼보니 알겠더라고요. 파트너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아무래도 연기를 맞춰볼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니 좋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도 반가웠고 스태프도 새로 투입된 분들이 많아서 시청자 모드로 봐주셔서 재회씬을 촬영할 때는 다시 잘 만났다며 반기는 분위기에서 촬영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Q. 연상연하 커플 재인이와 윤이의 러브스토리, 심쿵하는 대사와 명장면도 많았는데 실제 이성적으로 느껴진 적은 없었어요?

“3년째 보고 있으니 이성적으로 느껴진 적은 없어요. 정말 가족 같거든요. 저희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각자 파트너가 있어서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가족 같다는 말뿐이에요(웃음). 저도 마찬가지예요. 상대방이 하는 대사에 심쿵하기보다는 ‘이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정도죠. 이번 시즌에서 멋있다고 느껴졌던 장면은 팝콘씬이요. 윤이가 저에게 제가 좋아해서 기억해줬다는 대사와 그 장면은 멋있더라고요. 물론 상상씬이었지만요(웃음)”

Q. 누적 조회 수 4억 뷰 달성,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줄 알았나요? 인기 요인은 뭐라고 생각해요?

“파일럿 촬영하는 도중에 시즌1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함께 연기했고 마음 맞지 않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스태프도 마찬가지였구요. 지금도 촬영장에 갈 때는 항상 놀러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잘 될 거라는 생각은 파일럿 촬영 때 했었어요. 그런데 잘 될 거라는 의미가 많아야 천 명 정도였거든요. 막상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고 어안이 벙벙하더라고요. 길 가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인기 요인 중에 가장 큰 부분은 공감대를 자극하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어요. 내용 자체가 요즘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라 대학생분들은 비슷한 또래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보는 것 같고 중·고등학교 학생분들은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보는 것 같고요. 의외로 50대 연령층도 많이 보셔서 놀랐어요”

Q. 시즌을 거듭하며 알아보시는 분도 많아졌겠어요.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요?

“작년에 가족과 다낭 여행을 갔었어요. 엄마랑 언니랑 마사지를 받으려고 편한 차림으로 대기하고 있었는데 현지 분이 알아봐 주셔서 당황스러우면서도 감사했죠. 정말 너무 편하게 입고 있었거든요(웃음). 한 번은 촬영차 홍콩에 갔는데 홍콩에 여행오신 미국분이 알아 봐주셔서 또 기억에 남더라고요. 외국에서 또 다른 외국인이 저를 알아봐 주시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사했죠”



Q. ‘연플리’ 전 시즌 출연했잖아요. 오디션을 통해 합류하게 된 건가요?

“‘연플리’ 배우를 구성하던 중에 작가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오디션 당일에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저답지 않게 차분하고 힘도 없이 했거든요. 재인이 역할은 발랄한 역할이라 작가님께서도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셨데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저를 보시고는 그 걱정을 싹 지우셨죠(웃음). 지금도 오디션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내레이션 대사였는데 반전의 대사였거든요”

Q. 무명 배우 출연에도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해 더욱 화제가 됐어요. 유진 씨는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어렸을 때부터 직업을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어떡해야 하나 생각을 하다가 중학교 때 문득 TV를 보니 배우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아!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근데 밖에서는 활발한 성격이었지만 집에서는 조용한 편이라 부모님께 선뜻 말씀드리기가 어렵더라고요.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두 분 모두 놀라셨지만 결국 해보고 싶은 걸 해보라며 지원해주셨죠. 입시 때문에 1년 동안 학원에 다녔는데 엄마가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배운 걸 봐주시고 코멘트를 해주셨어요.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는 학원 선생님과 코멘트가 같아지더라고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늘 코멘트를 해주세요”

Q. 청춘남녀의 연애를 담은 웹드라마잖아요. 가장 힘들었던 연기를 꼽자면요?

“힘들었다기보다는 재인이 자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재인이가 저와 성격이 너무 비슷하다 보니 오히려 그 부분이 힘들었어요. 비슷한 부분은 납득이 갔지만 세세하게 다른 부분에서는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 경계선을 잡는 게 어려웠고 연기할 때는 제 모습을 숨기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Q. 재인이와 유진씨의 싱크로율은요?

“65% 정도요. 털털한 부분은 정말 닮았어요. 작가님께서 개별 미팅을 할 때 모티브가 되는 역할들을 따로 적어두셨는데 재인이 캐릭터에는 그런 게 없더라고요. 재인이 만큼은 그냥 제 모습이라면서 제가 만든 캐릭터고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말씀해주셔서 감동이었어요. 그 정도로 재인이랑 저는 닮은 부분이 많아요. 다른 점은 답답한 점이요. 연애할 때도 그렇고 재인이는 자신을 숨기는 편이에요. 자신의 이야기를 잘 못 하는 부분은 저랑 참 다르다고 느꼈죠”

Q. 출연자들끼리도 사이가 돈독한 것 같은데 가장 친한 연기자를 꼽자면요?

“누구랄 거 없이 전부 다 친해요. 굳이 꼽자면 도영이랑 지원이 역할을 했던 효원 언니랑 신혜요. 신혜는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이 잘 맞았어요. 만난 지 5분 만에 엽사를 찍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무래도 처음엔 여자 연기자가 별로 없어서 마음이 안 맞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서로를 만난 건 정말 감사한 일이죠”

Q. 애드리브 연기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가 있나요?

“술자리 씬은 거의 다 애드리브에요. 시즌 1 때는 ‘재인이가 욕을 한다’라는 지문 하나였거든요(웃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애드리브를 많이 했어요. 유독 술자리 씬은 주변 반응이 좋더라고요. 시즌4 때도 애드리브가 많았는데 부담감이 커져서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체크해서 했어요”

Q. 시즌 4에서는 연기자 김새론 씨도 합류해서 화제가 됐잖아요.

“서지민 역할을 맡았던 새론이도 엄청 털털하더라고요. 조화롭게 잘 어울렸어요. 사실 저랑 붙는 씬은 더블 데이트씬 뿐이었거든요. 서로 장난치고 놀며 재밌게 촬영했어요”

Q. 재인이가 윤이에게 술 먹고 진심을 전하는 씬이 명장면으로 꼽히던데요.

“1회차 때 촬영했던 씬이었어요. 저도 중요하게 여겼던 장면이라 촬영 전부터 많이 물어봤던 기억이 나요. 술 취한 씬인데 대사가 너무 길어서 한 줄 한 줄 어떻게 살릴지 고민이 많았었죠. 다행히 현장에서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촬영 끝나고 집에 갈 때는 홀가분하게 갔었어요”

Q. 유진 씨가 꼽는 ‘연플리 시즌4’ 명장면은요?

“제가 생각하는 명장면도 재인이가 술 취해서 윤이에게 진심을 얘기하는 장면이에요. 처음으로 윤이한테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라 분석도 많이 했었던 씬이에요. 시청자가 아닌 배우 이유진으로 봤을 때 욕심이 생겼던 장면이었거든요. 재인이가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대견하더라고요. 또 마지막 장면에서 재인이가 내레이션으로 친구들에게 해주는 말도 인상 깊었고요”

Q. 해보고 싶은 캐릭터는 어떤 게 있어요?

“‘연플리’에서는 지원이 같은 역할이요. 항상 밝고 귀엽잖아요. 신혜랑은 서로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항상 말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기 취향이 털털하면서도 망가지는 캐릭터거든요. 지금 딱 떠오르는 건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역할이요. 물론 망가지는 연기를 할 때는 현장에서 창피할 때도 있겠지만 약간의 개그 욕심이 있어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Q. 연기하면서 롤모델로 두는 사람이 있나요?

“롤모델은 전지현 배우님이요. 그리고 서현진 배우님의 연기도 너무 좋아해요. 생활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보기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Q. 쉬는 날엔 어떻게 시간 보내요? 취미도 궁금해요.

“요즘엔 드라마에 빠져있어요. 최근에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추천받아서 보고 있어요. 사실 범죄·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주말 내내 이것만 봤어요. 평소에는 판 없는 퍼즐 맞추기나 스도쿠를 즐겨해요”



Q. 실제 유진 씨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요? 이상형은요?

“저는 초반부터 제 모습을 전부 보여줘요. 소개받아서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고요. 또 연애를 시작하자고 하면 미리 선전포고 해둬요.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면 바로 얘기해달라고 하고 쌓아두지 말라고요. 그래야 오해 없는 관계가 되더라고요. 또 올인하는 타입이라 상대방 주변에 계속 맴도는 편이에요. 남동생이 있어서 예전에는 연하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수록 연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웃음). 이상형은 배우 박서준 님이요. 그분의 능글맞은 연기가 좋거든요. 물론 실제로는 능글맞은 사람보다는 착한 사람이 좋아요”

Q. 많은 사람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 ‘연플리 시즌 5’도 계획이 있나요?

“저도 알려드리고 싶지만 정말 몰라요(웃음). 배우들도 시즌이 끝나면 늘 그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시즌이 거듭되고 있지만 막상 저희도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Q. 도전하고 싶은 다른 분야도 있을까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웃음). 예능 출연도 좋을 것 같아요.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활동적인 예능 ‘호구들의 감빵생활’도 재밌을 것 같아요”

Q. ‘연플리’를 통해 재인 씨의 역량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요?

“제일 큰 부분은 가족에게 당당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잘하고 많은 작품을 하는 것도 좋지만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더라고요. 어디 가서 ‘이유진 배우 엄마예요, 아빠예요’ 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은 건 당연한 거고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제 연기를 보고 팬분들이 피드백을 많이 줬었어요.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저를 보고 용기가 났다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죽고 싶고 힘들었을 때 ‘연플리’의 재인이를 보고 힘을 냈다는 분들을 보며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껴서 앞으로도 힘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에디터: 우지안
포토그래퍼: 김연중
영상 촬영, 편집: 이재엽, 안예진
의상: NANCYBOO, 르이엘, 자라, 재이림
주얼리: 바이가미, 위드란(WITHLAN)
아이웨어: 까스텔바작, 룩옵티컬
슈즈: 르크로마키, 자라
헤어: 순수 청담 설레임점 미미 디자이너
메이크업: 순수 청담 설레임점 박현아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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