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인터뷰] 365일 여행하는 '한가한 여자?'

2011-11-09 03:04:53

봄볕이 뒤늦게 자취를 드러내던 날, 부슬비가 낮부터 이어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는 봄날과 꼭 어울렸지만 목 사이로 파고드는 시린 바람은 아직도 겨울옷을 벗지 않은 듯 했다. 호랑이 장가가던 4월의 어느 봄날 그를 마주했다.

[김희정 기자 / 사진 bnt뉴스 사진팀] 세 번째로 탄생된 ‘그대에게 만찬을(김영자 저/도서출판 세경)’은 그의 요리인생 전모를 밝힌 에세이집.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지 몇 십 년의 세월이 지났고, 바야흐로 1995년 국내에 서양요리를 알리고 싶어 서양요리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게 됐다. 뒤이어 2009년 국내 요리를 소개하는 ‘코리안 퀴진’도 출판했다.

요리와 여행,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된다. 우연한 기회에 흥미를 느껴 요리를 시작했고 여행을 병행하면서 각 나라의 요리 맛에 흠뻑 빠지게 됐다. 둘 중 어느 하나를 꼬집을 순 없지만 그의 인생에 있어 메인요리는 음식. 더불어 그의 요리에는 전 세계의 손맛이 양념돼있다.


일탈의 기억을 현상하다

언제부터가 시작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여행을 좋아하는 독일인 남편을 둔 덕에 결혼 후 여행에 눈을 뜨게 됐다는 그. 70년 인생 중에 거쳐 간 장소만 헤아려 봐도 얼추 30여 곳 이상은 될까…. 수십 번의 여행을 이어가면서도 부담이 적었던 이유는 남편의 주머니 사정이 큰 도움이 됐다. 복도 타고 났다. 어찌 보면 여유로운 조건(일의 환경)을 지니고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여행을 계획할 때면 남편과 머리를 맞대곤 했다. 한 번에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열흘 이상 머물렀다. 대부분 1주~2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으며 그곳의 문화를 둘러볼 시간만 해도 턱없이 부족했다. 때로는 카페에 앉아 그곳 현지인들을 구경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날은 수영장에서 종일을 보내기도 했다.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만 해도 수십 번을 왕래했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합쳐도 모자를 지경이니 365일을 움직였다고 과장해볼 만도 하다. 게다가 여행 경비는 따질 수초자 없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모든 것이 처음엔 모험이었지만 어느 순간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벗어난 일탈의 시간은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선물로 이어졌다. 더불어 인생이 풍요로워졌으니 인간으로서 좀 더 성숙해지는 과정이었다.


한국男 ‘정’, 외국男 ‘신사도’, 요리엔 ‘양념’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독일인 남편을 만났다는 그. 외국인 남자와 동거하는 그에게 짓궂은 질문을 하자면 한국 남자와의 차이점이 궁금한데, 반면 돌아오는 답은 상당히 쿨하다! 공통점이라 봐야 ‘남자’라는 것? 간단한 그의 한마디가 세상의 여성들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따져 본다면 한국 남자들은 정이 있어 푸근하다는 점, 외국남자들은 사회적인 신사도에 좀 더 익숙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었다. 무엇보다도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국가를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 그는 “남자도 음식처럼 요리가 필요하다”며 오묘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의 음식에선 살맛이 난다

요리연구가인 그는 재료의 맛을 살리고 색채와 질감을 고려해 완성되는 소규모의 종합예술 작품이 요리하고 설명한다. 요리를 유난히 잘하시던 그의 할머님께서는 ‘요리의 완성은 간’이라고 정의했으며, 거기에 불의 강약 조절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요리란 손맛이 타고나지 않은 사람도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다고. 일단 음식에 너무 많이 손대지 않도록 하고 재료 본래의 신선한 맛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풍경은 렌즈에 담고, 요리엔 인정을 담아…

그는 요리건 여행이건 향후 10~15년은 더 달릴 수 있다고 농담처럼 건넸지만, 정말 그럴 요량으로 보였다. 요리 여행을 이어오며 느낀 점이라면 인간의 근본은 모두 선하다는 것. “눈에는 풍경을 담아오지만 마음속에는 인정을 담아오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는 그에게서 여유가 흘러넘친다. 이어 아름다운 나라 유럽을 통해 오래오래 아름다운 맛을 담고 싶다는 말을 전하며 요리여행의 데이트는 마무리됐다.


Tip 1. 알차게 여행하는 법?
새로운 곳을 떠날 때는 막연한 기대감과 일말의 불안감이 공존한다. 따라서 무작정 떠나기 보다는 그곳 현지에 대한 생리를 이해하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제일이다. 유경험자의 조언이야말로 실패하지 않는 여행의 지름길이다.

Tip 2. 친구나 연인과 가기에 추천하고 싶은 곳?
두말할 것도 없이 파리와 로마를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섬세함이 가득한 나라 파리, 그림엽서보다 더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 분위기 자체가 로맨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로마와 이태리.

혼자 가기엔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 이태리엔 실제로 그렇게 낙천적일 수가 없다고. 나쁜 곳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조심하기만 하면 두려울 것도 없다. 무엇보다 우리네 구미에 맞는 음식이 매력적이다. 더불어 이스탄불의 황홀경을 놓치지 말기를! 카페에 가면 여자를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여자들의 행보가 조심스러운 나라지만, 여행객들의 경우 정도가 심한 노출만 피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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