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fe

세상을 비꼬는 재미, 블랙유머를 아시나요? ②

김민규 기자
2010-07-13 23:59:01


‘블랙유머’(Black humour)라는 단어는 태생적으로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다.

블랙유머는 사전적인 의미로 ‘불길하고 우울한 유머’, 상대방에게 웃음을 주는 긍정적인 유머가 어떻게 우울할 수 있는지 시작부터 물음표가 생긴다. 그러나 웃기지만, 씁쓸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세상에 대해 불만이 생기더라도 블랙유머는 참 매력적이다.

탄생은 문학적인 기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학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블랙유머는 현대문학 발전과정에서 이루어진 인간존재에 대한 탐구, 또한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불신 속에서 태어났다. 유머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만 블랙유머는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절망을 이야기 한다.

이제 블랙유머는 제한적이고 딱딱한 틀을 벗고 다방면으로 변신 중이다. 웃음과 눈물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블랙유머를 만나보자.

블랙유머 영화들

영화의 발전과 함께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블랙유머의 코드는 영화로 까지 진출해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블랙유머가 마니아적인 웃음코드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블랙유머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1.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블랙유머의 대명사

1889년에 런던에서 태어난 찰리 채플린은 17살의 나이에 인기 극단의 단원이 되고 1912년 영화제작자의 초청을 받아 미국으로 떠났다. 수십 편의 단편영화에 참여한 채플린은 이후 각본, 감독, 주연, 제작까지 겸하며 ‘시티라이트’, ‘모던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등 명작들을 남기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남녀노소를 폭소케 했던 그의 영화의 뒷면에는 산업사회의 병폐와 파시즘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시선이 깔려있다.

특히 ‘모던타임즈’는 영화적 재미와 문제의식을 적절히 표현해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에서는 콘베이어 시스템의 작업 끝에 사람이 기계처럼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산업사회로 인해 인간이 소외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때문에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감상하면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기다가도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2. 캐치22 (Catch-22, 1970)

블랙유머 문학으로 유명한 조세프 헬러의 소설 ‘캐치22’는 당시 큰 인기를 끌고 1970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1944년 지중해를 배경으로 계속되는 전쟁에 지친 조종사가 주인공으로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아는 미치광이는 미치광이가 아니므로 제대할 수 없다’라는 캐치22 조항의 이율배반적인 아이러니,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3.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Dr. Strangelove, 1964)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인류 미래의 SF 3부작’ 중 하나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인간 특유의 부조리를 묘사해 블랙유머를 나타내고 있는 영화이다.

미 공군의 잭 리퍼 장군은 공산주의자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핵폭격기를 출동시킨다. 그래서 급하게 소집된 각료회의에는 우유부단한 대통령, 우스꽝스러운 러시아 대사, 나치주의자였던 천재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등 부조리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결국 영화는 인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스스로 만들어낸 기계에 멸망할 수 있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전한다.

4. 시리어스맨 (A Serious Man, 2009)

영화 ‘시리어스맨’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랑받는 코엔 형제 블랙유머 영화의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인간 존재에 대한 본성과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 행복이란 개인의 착각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인 래리는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갑작스럽게 연달아 찾아온 불행으로 심신이 피곤하다.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너무나 억울한 그는 신에게 따지기로 하고 신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세 명의 랍비를 찾아 삶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보았을 문제기 때문에 ‘시리어스 맨’은 그냥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때론 무겁지만 때론 재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코엔형제의 힘이 돋보이는 영화다.

블랙유머 연극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폭소 블랙코미디 연극을 표방하고 있는 ‘죽여주는 이야기’는 늘어가는 자살 속에서 자살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업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발칙한 상상으로 시작한다.

확실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자살 상품’을 판매하는 자살사이트의 대표 안락사는 수없는 사람을 죽음으로 인도했다. 그러나 갑자기 안락사 앞에 나타난 신비한 여자 ‘마돈나’와 그 여자가 데리고 온 남자 ‘바보 레옹’이 만나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긴다. 그들이 죽음에 이르기 위해 안락사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이 블랙유머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타인에 죽음에 대해 방관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한다. 연극의 힘은 이런 메시지를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전하고 있는데 있다. 관객들은 오히려 이런 접근이 자살을 통해 희망을 생각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평가한다. (사진출처: 영화 '모던타임즈', '캐치-22',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시리어스맨' 스틸컷,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제공)

한경닷컴 bnt뉴스 김민규 기자 minkyu@bntnews.co.kr

▶ 나만의 인테리어 스타일로 방을 재무장하라!
▶ 직장인 59% “대리가 가장 힘들다”
▶ 휴가철 '펜션·민박 예약' 주의사항
▶ 커피 마시러 아프리카로 갈까, 이탈리아로 갈까?
▶[B2Y 이벤트] 헤어 스타일러 사고 화장품 공짜로 받자~!
▶[뷰티n트렌드 이벤트]클라란스 메이크업 룩 따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