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비즈니스

‘대기업’ 품에 안긴 ‘디자이너’… 과연 성공할까?

2012-11-28 20:20:56

[윤희나 기자] 대기업과 패션 디자이너와의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

든든한 자본과 시스템을 가진 대기업과 크리에이티브를 갖춘 디자이너와의 조합은 다양하고 까다롭게 변하고 있는 패션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사실 대기업과 디자이너와의 만남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확실한 제품력을 갖춘 반면 자본력은 부족해 브랜드의 규모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반대로 대기업은 시스템과 탄탄한 자본력은 뒷받침되지만 감각적이고 창의력있는 디자인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이 대기업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만남인 것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의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최근 대기업에 인수된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행보를 꼽을 수 있다. 인수 후 일정기간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들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 이같은 움직임에 대기업들의 브랜드 인수 소식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다. 이 회사는 디자이너 브랜드 쿠론, 쟈뎅 드 슈에뜨에 이어 최근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를 인수했다.

슈콤마보니는 2003년 디자이너 이보현이 론칭한 브랜드로 과감하고 디자인과 컬러로 20~30대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대표 디자이너 슈즈. 현재 백화점 등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13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국내는 물론 파리, 뉴욕 등 해외 전시회에 매년 참가하면서 현재 일본, 중국, 홍콩 등 19개국의 백화점 및 편집숍에 입점해있다.

엄정근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상무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인수는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를 인수한다는 개념보다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그동안 만들어둔 브랜딩, 생산과 수출 등에 대한 노하우와 플랫폼을 자산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브랜드 인수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그는 “코오롱 내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여성, 잡화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견고히 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코오롱의 이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그동안 인수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성공에 있다. 특히 2010년에 인수한 석정혜 디자이너의 쿠론이 대표적이다.

쿠론은 인수당시 매장 2개에 불과했지만 작년만 매출 12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자이너 특유의 가방 디자인과 공격적인 스타마케팅, 영업 등이 어우러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

코오롱은 올 1월에 김재현 디자이너의 쟈뎅 드 슈에뜨를 추가로 인수했다. 인수 후 서브 브랜드인 럭키슈에뜨까지 론칭, 공격적인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매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일모직은 좀 더 일찍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2003년 디자이너 정구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인수한 것. 구호는 인수 후 최근까지 매년 5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 규모만 90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여성 커리어시장에서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단순한 매출 성과 뿐만 아니라 정구호 디자이너를 상무로 영입하면서 여성복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성과를 얻었다. 정구호 상무는 구호 외에 시니어 브랜드 르베이지, 데레쿠니에 이어 최근 캐릭터 브랜드 에피타프까지 론칭,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제일모직의 확고한 여성복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제일모직은 작년에 정욱준 디자이너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를 인수하고 그를 상무로 영입했다. 준지 라인의 디렉터로 국내는 물론 파리 등 해외 컬렉션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정욱준은 현재 니나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맡아 남성복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몇몇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M&A시장에 나와 대기업과 인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경영란을 겪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대기업들의 브랜드 인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기업과 디자이너와의 만남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때문에 아직도 이들의 만남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대기업에 인수된 뒤 그 틀에 갇혀 크리에이티브함을 잃어간다는 것. 디자이너 특유의 감도가 사라지면서 차별화가 부족해지고 상업성이 짙은 브랜드로 변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면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기업과 디자이너 브랜드간의 조화가 필요하다.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조율하고 두 기업이 처음 부딪치는 것에 대한 시행착오에 대한 준비도 필요할 것이다. 이같은 점을 보완, 비즈니스적인 측면은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가 가진 크리에이티브하고 특별함을 담은 브랜드가 늘어나길 바란다.
(사진출처: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제일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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