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K-ROAD] 삶이 묻어나는 거리를 산책하다(6)

2015-02-02 20:15:43
[bnt뉴스 조윤정 인턴기자] 여행 지침서 ‘K-ROAD’는 당신의 운치 있는 겨울 산책을 위해 서울시의 길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그 여섯 번째로 소개할 곳은 필동 지역의 옛 정취를 복원해놓은 남산골 한옥마을 길이다.


▶남산자락이 품은 남산골 한옥마을

조선 시대 계곡과 천우각이 자리해 선조들이 풍류를 즐기던 필동 지역은 청학이 노닐었다고 해서 청학동이라 불리기도 했다.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를 들어서면 필동의 풍류 중심지였던 천우각과 청학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는 천우각 앞 광장을 지나면 다섯 채의 한옥이 사이좋게 모여 있는 우리의 목적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이곳에 자리한 남산골 한옥마을은 1993년부터 4년간 전통한옥 다섯 채를 이전하고 그 주변을 전통양식의 정원으로 꾸며 형성된 것이다. 다섯 채의 전통한옥은 조선 시대 당시 집주인의 신분에 맞는 생활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한옥과 전통정원이 어우러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당시의 생활 모습을 엿보고 그 풍류를 즐겨보자.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첫 번째로 만나볼 집은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이다. 1860년대에 경복궁 중건공사에 참여했던 도편수 이승업이 지은 집으로, 청계천 부근의 삼각동에 있다가 이곳으로 옮겨졌다. 이승업 가옥은 특히나 각 공간의 중요도에 따라 모양과 지붕의 높낮이를 달리한 센스를 보여주는 집이다. 예컨대 안채와 사랑채 모두 몸채와 날개채로 구성돼 있는데, 몸채가 더 크고 지붕도 더 높아 웅장한 맛을 더한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마을 가장 안쪽에 있는 이곳은 1890년대에 지어져 조선 시대 말 오위장을 지낸 김춘영이 살았던 집이다. 집은 크게 안채와 사랑채 영역으로 나뉜다. 특이한 것은 대지의 모양에 맞춰 ㄱ자와 ㅡ자 모양의 건물을 조합하고 골목이 맞닿은 안채의 서쪽 벽에 높은 창을 냈다는 점이다. 이는 점점 밀도가 높아지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적응하기 위한 한옥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관훈동 민 씨 가옥


이 집은 관훈동에 있던 민영휘 저택 가운데 일부를 옮겨 놓은 것이다. 큰 기둥들을 세워 만든 넓고 높은 목조구조와 6칸에 달하는 부엌의 규모 등은 당시 일반 집들과 다른 최상류층 주택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다.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순종의 장인인 해풍부원군 윤택영이 딸 순정효황후가 창덕궁으로 들어갈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가옥들과 비교해도 알 수 있듯, 일반적인 주택이 아니라 재실의 용도로 지어진 것이다. 재실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으로 제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숙식과 제사음식 준비 등을 해결하는 곳이다. 이는 순종이 제사하러 올 때 겪을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집의 제일 안쪽의 높은 터에 사당이 위치해있고, 그 앞 낮은 터에 안채와 사랑채가 이어진 몸채가 있다. 안채와 사랑채의 공간을 균등하고 대칭되게 배분한 것이 특징인데, 다른 전통 한옥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구성이기에 주목할 만하다.

❚옥인동 윤 씨 가옥


1910년대에 지었다고 알려진 옥인동의 한 가옥을 그대로 본떠 복원한 것이다. 당시 옥인동의 많은 땅을 순종의 황후인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 윤덕영의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중 서양식으로 지은 사위 집(옥인동 박노수 가옥)과 옥인동 47-133번지 가옥만 전하고 있다. 이곳에 옥인동 47-133번지를 옮겨 지으려 시도했으나 낡은 부재로 인해 실패하고, 건축양식을 그대로 본떠 신축했다. 앞서 살펴본 관훈동 민 씨 가옥과 함께 최상류층 주택의 면모를 보여주는 집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도 함께한다. 한옥들 사이로 보이는 서울의 상징 N서울타워가 이곳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현대의 상징물인 것. 한옥마을의 후문 근처에 남산공원 순환 산책로로 연결되는 길이 있으니 이를 따라 N서울타워까지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한옥마을의 후문 근처에는 미래의 상징물도 있다. 바로 서울천년타임캡슐인데, 이는 1994년 서울 정도 600년을 맞아 당시 시민 생활과 서울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을 캡슐에 담아 매장한 것이다. 이 서울천년타임캡슐이 미래를 상징하는 이유는 서울 정도 1,000년이 되는 2394년 11월 개봉이 예정돼 있기 때문.

한옥, N서울타워, 서울천년타임캡슐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이색적인 풍경을 즐겨보자.


+) 그 외 즐길 거리
❚국악의 향연(국악당)

남산골 한옥마을에 자리한 국악당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생생한 한국 전통음악을 전하는 공연장이다. 국악당 내 위치한 카페 다반사에서는 아름다운 국악의 선율과 함께 따뜻한 한국 전통차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거리 위 미술관(스트리트 뮤지엄 ‘이음’)

한옥마을 내 길을 걷다 보면 한 작은 미술관으로 발길이 닿는다.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통로로 연결되는 이곳의 이름은 ‘이음’이다. 거리 위에서 만나는 미술작품으로 쉬운 소통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전달된다. 현재 이곳 ‘이음’에서는 강형구 작가의 오드리(Audrey)가 전시 중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34길
*찾아가는 방법: 지하철 3, 4호선 충무로역 3, 4번 출구

bnt뉴스 기사제보 life@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