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디자이너 조성경 “패션은 따뜻하다. 그래서 난 사랑한다”

송영원 기자
2009-09-23 17:59:56

투명하고 맑은 음악이 시작되면서 아리따운 꼬마 숙녀가 한 손은 허리춤에, 다른 한 손은 색색 풍선을 들고 살포시 걸어 나온다.

지난 0910 F/W 서울 컬렉션 ‘라뚤 바이 조성경’의 오프닝 무대.

당시 컬렉션에서 1930년대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컬러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던 조성경, 그를 만났다.

“2010 S/S 서울 컬렉션이 이제 한 달 가량 남았다. 늘 그렇듯 이 시기는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1940년대 핀업걸을 컨셉으로 약 40여 벌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40년대 바닷가 지역의 크루즈 룩을 테마로 전개한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여자들이 섹시함과 남성성을 절묘하게 믹스, 극과 극이 공존하는 시대이다.

자켓은 어깨가 유난히 강조되고 베이직한 수트 느낌, 짧은 가디건, 피트되는 팬츠까지 이 모든 것을 재현한다.

조성경 디자이너는 너무 트렌디하거나 새로운 컬러는 싫어한다. 낡고 빈티지한 느낌을 좋아한다고.

“난 실크, 면, 울과 같이 천연소재를 자주 사용한다. 특히 실크는 원하는 컬러를 만들기에 적절한 소재라서 가장 많이 애용한다”

그의 작품 메인 컬러는 셀몬 핑크이며 그린을 포인트로 활용한다.

특히 그는 모델 선택 시 신중을 기한다. 일단 전체적으로 소녀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에 동그란 얼굴형을 선호한다. 나이는 어릴수록 좋고 다리는 슬림하고 예뻐야 한다고.

도전을 즐기는 그녀

농담으로 그를 무인도에 가둬 놓고 크리에이티브 일만 시켜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일에만 열중할 것이라고 주위에서 말한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또 열정적이다.

“사실 외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관련 일에만 집중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디자이너가 본업은 물론 사업, 유통 등 다양한 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기회가 되고 시간만 주어진다면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고 싶다는 그는 서울 강남구 도시계획 사업에도 참여, 자문위원으로써 강남패션특구가 탄생하는데 한 몫 했다고.

그는 홍보대사는 물론 제1회 강남패션특구 기념축제를 기획했고, 포스터 디자인까지 했다. 당시 파리 컬렉션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프로젝트에 참여해 거의 매일 밤샜다고 한다.

“물론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면 꼭 하게 된다. 분명 남는게 있다. 특히 사람이 남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은 겪어 보지 않는 이상 모른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로 강남구청장님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조성경 디자이너는 권상우, 윤아 주연의 드라마 ‘신데렐라맨’에 출연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감독을 잘 알고 있었다. 나의 패션쇼를 드라마에 넣을 수 없겠냐라는 제의를 받아 들였고, 이를 계기로 방송에 출연까지 하게 되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드라마 작가가 중학교 후배이기도 했다”

당시 드라마 촬영은 생각보다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영화를 사랑하는 그녀

샤넬처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자신의 향기와 느낌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조성경.

영화 매니아이기도 한 그는 개봉하는 모든 영화는 다 본다고.

“디자인 영감은 주로 영화 속에서 얻는다. 특히 1930~40년대 영화는 어떻게든 구해서 꼭 본다. 물론 최신영화는 극장에서 감상한다”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영화 의상 작업까지 했었다는 그는 영화 의상 박물관을 만드는게 꿈이다.

“예전에는 스타일리스트가 따로 없어서 배우가 직접 픽업하고 디자이너와 상의해서 의상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그 소중한 의상들이 지금은 보존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런 의상들을 보존할 수 있는 박물관을 꼭 만들고 싶다”

영화 의상 박물관 건립과 함께 욕심 많은 그에게는 또 다른 꿈들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현재 프랑스, 영국, 미국, 홍콩, 일본 등 6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향후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한국패션을 널리 알리고 싶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뜻이 맞는 회사와 조인해서 코스메틱 브랜드도 런칭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패션의 정의를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패션은 세상을 밝게 해주는 촛불과 같은 따뜻한 존재’

한경닷컴 bnt뉴스 송영원 기자 fashion@bntnews.co.kr
사진 이환희 기자 tiny@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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