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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충돌’ 컬러 블로킹의 美學

2014-06-13 10:35:02

[여혜란 인턴기자] 네덜란드 화가이자 근대 추상미술의 선구자 몬드리안은 수직선과 수평선을 이렇게 말했다.

“수직선은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담긴 것이며, 수평선은 모든 사물과 그 사물에 대한 포용을 의미한다. 내 그림속의 수평과 수직선들은 어느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표현이다.”

선과 선이 만나면 면이 생긴다. 그 면은 다른 면을 만나 자연스럽게 ‘색’이 나뉘기도 한다. 몬드리안은 이 진리를 그의 작품에 그대로 표현했다.

색과 색이 만나는 ‘컬러블로킹’. 색이 부딪혀 하나의 패턴을 이루는 이 현상은 패션에서 흔하지만 특별하게 발견된다. 물론 몬드리안의 수직·수평선은 패션에 있어서 달리 보일 수 있지만 색과 색이 만난다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한다.

중요한 것은 바로 ‘무슨 색’이 만나느냐다. 기본 중의 기본, 블랙&화이트의 모노톤부터 부드러운 뉴트럴, 화려한 포인트 컬러까지… 3개의 범주로 나눠 패션 디자이너들의 콜렉션에서 컬러블로킹을 살펴봤다.

# 안정감 있는 미니멀리즘: 모노톤


‘전형적인’ 정장에 빠질 수 없는 컬러인 블랙과 화이트는 예로부터 단정함의 상징이었다. 여기에 그레이톤까지 가세한다면 이보다 더 안정적일 수 있을까. 블랙과 화이트 사이에서 정확한 밸런스를 맞춰주는 모노톤의 만남은 이렇듯 차분하면서도 시크한 애티튜드를 표현한다.

패션 디자이너 이승희는 컬러의 만남을 심플하고 고요하게 잘 표현한다. 2010년 시즌부터 시작된 그의 콜렉션에서 아주 쉽게 발견되는 컬러블로킹. 옷이라는 한 공간에서 선과 면의 절제된 분할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몬드리안의 그것과 통한다.

셀 수도 없는 세상 모든 색 사이에서 모노톤은 특별함을 가진다. 단순함에서 오는 매력이 컬러 매치에 있어서 ‘침착한 아름다움’을 조용히 어필해 그 누구도 믿고 입는 컬러블로킹이라고 할 수 있다.

# 미색의 부드러운 충돌: 뉴트럴톤


최근 선보인 서울콜렉션에서 이승희는 그레이와 인디고 핑크의 만남을 달콤하게 표현했다. 낮은 채도의 두 컬러가 만나 페미닌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룩이 연출됐다. 군더더기 없는 화이트 셔츠에 과하지 않은 컬러가 배색된 스커트로 위트를 더해 무겁지 않게 자신의 감성을 드러냈다.

그는 2011년 SS시즌 콜렉션에서도 컬러블로킹을 즐겼다. 누드톤의 두 컬러로 원피스의 상체부분을 균형 있게 분할해 안정감과 함께 그의 컬러감각을 뽐냈다.

저채도의 컬러는 부드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 유연함이 비슷한 채도의 다른 색과 만난다면 그 매력이 배가된다. 패션에서 뉴트럴 컬러의 블로킹은 이 점에 있어서 ‘끌리는 소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 고채도의 매력적인 충돌: 포인트 컬러


차분한 컬러 바탕에 고채도의 컬러를 포인트 삼아 재미를 주는 경우도 있다.

2012년 FW시즌의 디자이너 이석태는 이 흥미로운 충돌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했다. 소재와 패턴의 변화로 하나의 룩에서 다양한 느낌을 받지만 컬러에서의 균형으로 꽤 안정적으로 보인다. 마치 패치워킹을 한 듯한 포인트 컬러는 모노톤을 배경으로 삼아 더욱 눈에 띄지만 밸런스를 잃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2014년 FW시즌 이승희의 원피스는 청량한 코발트블루가 바디의 3/4을 차지해 시각적인 답답함을 피했다.

컬러블로킹에 있어서 포인트 컬러는 ‘조용한’ 배경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모노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한 눈에 좋은 자극을 줄 수 있는 룩이 되거나 그 자체로 하나의 패턴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색의 마주침’은 컬러와 채도에 따라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색과 색의 부딪힘이 주는 시각적 트임은 답답하지 않은 룩을 만들어주며 모노톤과 포인트 컬러의 만남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옷에 활력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 색의 존재만큼이나 무한한 매력의 ‘컬러블로킹’을 옷으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출처: 트렌드포스트, 몬드리안 페이스북, 발렌시아가 공식 홈페이지,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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