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복숭아 나무’ 착해서 나쁜 구혜선 감독의 2번째 장편

2012-10-25 15:18:32

[이정현 기자] 나지막한 언덕 위에 솟은 복숭아 나무가 보이는 한 저택. 이 곳에는 아주 특별한 형제가 살고 있다. 어두운 방에서 몸을 숨긴 채 살고 있는 이들은 각각 두 개의 영혼을 가졌지만 몸은 하나다. 마치 야누스처럼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샴쌍둥이.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에게 조차 버림 받았던 이들은 아버지의 극진한 보호 속에, 그리고 철저하게 세상을 등지며 30년을 살아왔다.

10월2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복숭아 나무’는 배우로 더 알려진 구혜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2010년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음악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요술’을 연출하며 감독 데뷔 했던 그는 샴쌍둥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다시 관객 앞에 섰다.

영화 연출은 물론 개인전을 통해 미적 감각도 드러냈던 구혜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미적 개성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승아(남상미)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따뜻한 감성으로 프레임을 채우는가 하면, 세상을 등진 형제가 등장할 때는 금방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콘셉트가 확실한 만큼 미장센에서 오는 임팩트는 크다.

참 착한 영화다. 주인공들도 착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도 착하다. 샴쌍둥이라는 신체적 장애를 제외하면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요소도 없다. 동생의 몸에 붙어 기생해야 하는 형 상현(조승우)과 그런 형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뒤틀려버렸다고 생각하는 동생 동현(류덕환)의 대립은 인물 간의 갈등이기 보다는 인간 내면의 고민처럼 보인다.

“외형적인 것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편견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구 감독은 신체적 장애인 샴쌍둥이를 복숭아와 비교하며 아름답게 표현하려 했다. 복숭아는 얼굴 2개가 연달아 붙은 기괴한 모양이기도 하지만 아기의 보송보송한 느낌을 담은 과일이기도 하다. “둘이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는 승아의 대사는 여기서 출발했다.

착하기 때문에 영화의 내러티브 자체는 제목 만큼이나 심심하다. 상투적인 표현도 눈에 보인다. 착하고 굴곡 없는 이야기는 조금만 삐걱거려도 금방 흥미가 떨어진다. 2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한 20대 감독에게 완만한 갈등을 타이트하게 조여 줄 박자 감각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샴쌍둥이라는 소재는 독특하지만 접근 방식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세상의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지만 장애에 대한 보편적 접근 방식을 구 감독은 사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착한 동시에 쉽다. 그렇기에 ‘복숭아 나무’가 관객의 흥미를 끌어 당길 수 있을지 확답을 내리기 어렵다. 착하기만 한 사람은 보통 인기가 없는 법이다. 10월31일 개봉. (사진제공: 조이앤컨텐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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