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만추’ 안개 속에 비친 햇볕처럼, 소중했던 3일간의 사랑

2011-03-05 12:08:04

[이정현 기자]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7년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애나(탕웨이)는 어머니의 부고로 3일간의 휴가를 받았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애나에게 시애틀이란 도시는 모든 곳이 낯설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 거리, 심지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에게 조차 애나는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아버린 애나는 도시의 낯섦 속에서 적응해보려 옷도 바꿔입어 보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은 그저 수인번호 2537번일뿐, 아이러니 하게도 애나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이는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 호스티스, 훈(현빈)이다. 낯선 남자와 낯설어져 버린 도시 시애틀에서 애나는 어떻게 마음을 열어갈까

2월1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동명 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 그동안 네 번에 걸쳐 제목을 바꿔가며 다시 만들어졌던 ‘만추’는 ‘가족의탄생’으로 한국 영화계에 신선함을 던져줬던 김태용 감독에 의해 다른 공간, 다른 캐릭터로 재탄생 됐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시애틀이란 도시는 1년에 9개월은 가는 비가 내리는 안개와 비의 도시이다. 원작의 낙엽이 가득한 도시 대신 비와 안개로 가득한 시애틀을 배경으로 촬영된 ‘만추’는 그래서 모든 것이 축축하고 쓸쓸하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애나에게도, 시애틀이 처음인 훈이에도

김태용 감독은 두 주인공인 애나와 훈이 잠시 머무는 이 우울한 도시의 풍경을 잡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비와 안개가 살짝 덮힌 이 도시를 비춤에 있어 감독은 시애틀의 명소들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낯설은 도시 한가운데 애나와 훈을 던져 놓은 다음 두 사람을 카메라로 묵묵히, 그리고 섬세하게 좇아갈 뿐이다.

낯설다. 아마 영화 ‘만추’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되지 않을까. 상처 때문에 마음을 닫고 살았던 애나와 감정을 돈으로 바꾸는 삶을 살았던 훈이는 시애틀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만났다. 서로 다른 언어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둘은 마치 안개를 헤쳐나가듯이 아주 조금씩 다가가 서로에게 해방구가 된다.

애나와 훈이가 서로 마음을 열게되는 건 놀이공원에서 우연히 다투는 연인들을 보며 그들에게 자신을 대입하게 되면서다. 한번도 자기를 드러낸 적이 없던 애나는 낯선 커플을 통해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그 낯섦을 통해 훈이는 더 이상 호스티스가 아닌 진짜 훈이가 되어 애나에게 다가갔다. 가장 낯설은 것에서 마음을 여는 아이러니라니, 낯섦에서 터지는 판타지라니,

시사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빈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로 여백을 이야기 했다. 현빈의 말처럼 영화는 무엇인가 계속해서 채우려 하기 보다는 그저 시애틀이라는 도시를 거닐고 있는 애나와 훈이를 묵묵히 따라갔다. 둘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고 어느 것도 바뀌지 않았다. 마치 시애틀행 버스에서 본 도시 풍경과 시애틀을 벗어나며 바라본 시애틀이 똑같듯.

안개가 있기에 햇볕이 소중하게 느껴지듯, 애나에게 훈과 함께한 3일은 더없이 소중하다. 관객들에게 있어 ‘만추’는 2시간의 짧은 영화이지만 도시를 가득 채운 안개처럼 묵직하게 다가온다. 화려하진 않지만 큰 감정의 폭을 전해주는 이 영화는 전혀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낯설음과 다가감, 그리고 로맨스의 울림을 전할 것이다. 2월17일 개봉 (사진제공: 앤드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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