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배우 조재현 “DMZ와 다큐멘터리, 닮은 점은 소통과 공존”…②

2012-01-18 21:29:11

[김보민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조재현.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영화제의 목표라고.

“저는 예전이나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좋았던 것처럼 국내다큐가 더 좋더라고요. 바로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에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경우라도 정서상 공감대가 더 형성되기 때문이죠. 연극부분에서도 물론 번역극도 좋지만 제가 더 창작극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2% 정도 부족해도 같은 공감대를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의 다큐는 주로 정치적인 부분이 많아요. 현 정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들이 많은데 그것이 위험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그 균형이나 선을 지키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감명 깊게 봤던 다큐멘터리는 무엇일까. “경기도에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운동을 다룬 다큐인데요. 그 운동을 ‘옥쇄투쟁’이라고 불렀죠. 구슬이 깨질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강성 노조였어요. ‘오죽하면 저렇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겠는가’ 혹은 ‘투쟁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등 그 운동에 대해서 여러 가지 시각들이 있었죠. 그 중 이 다큐는 노조원들의 입장을 다룬 내용이었어요. 그들의 입장, 투쟁하는 모습, 그리고 안타까운 결과까지 담았죠”

관객들 모두 공감을 했고 눈물을 흘렸고 조재현 또한 울었다고. 영화적인 내용도 훌륭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 다큐의 상영이 끝난 후라고 했다. 관객과의 시간이라고 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순서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인 남학생이 질문했다.

“울고 너무나도 가슴 아픈 현실이다. 하지만 왜 노동자의 처지에서만 이야기하고 사측 입장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는가. 다큐라고 하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이나 입장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그에 대해 감독이 “사측의 입장은 이미 많이 알려졌었다. 나는 보다 알려지지 않은 자들에 대해서 알리고 싶었고 담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이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 내용에 대해 서로가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부분이 저희 영화제의 취지나 방향성에 대해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영 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함께 공유하도록 해야겠다고요”

의미가 있고 중요하기 때문에 참여하게 됐다는 조재현. “나서야 더 관심을 두니까요. 제가 많은 분께 사랑을 받았듯 그것을 돌려 드리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기부나 봉사도 있지만 대중들에게 유익한 것을 알리는 것도 보답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회 때는 정말 누구의 관심도 없었던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영화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조차도 관심이 없었다고.

“느닷없어 보였나 봐요. 조재현이 위원장을 하고 있고 경기도에서 지원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 오해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영화제가 열리고 그 내용에 대해서 인정받으면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 열렸던 3회째에서 10편 정도가 매진됐어요. 정말 깜짝 놀랐고 감독들도 기뻐했죠. 사실 지난 일이니 하는 말이지만 1회 때는 관객이 1명이었던 적도 있었어요. 감독과의 대화에서도 관객과 1대1로 이루어졌었는데 매진까지 이뤄냈다는 건 쾌거죠”

지난해 11월 다큐 영화제의 ‘칸느’로 불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장편경쟁부문 대상을 받은 ‘달팽이의 별’을 빼놓을 수 없다. 경기도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는 오는 1월19일 도청 제1회의실에서 ‘경기도청 다큐영화 상영회’를 개최한다. 관람 후에는 이승준 감독, 주인공(영찬, 순호)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조재현과 관객이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가진다고 전했다.

‘달팽이의 별’은 보지도 듣지도 못해 달팽이처럼 오직 손가락 끝으로 세상을 보고 듣는 시청각중복 장애인 영찬과 척추장애로 남들보다 아담한 몸집이지만 우주만큼 커다란 마음을 가진 순호가 만들어가는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감성 멜로 다큐다.


“국가 지원도 미약했고 척박한 대한민국 다큐시장에서 이런 큰 성과를 얻어냈다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며 그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뜨겁게 영화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재현은 어떤 남편이고 아빠일지 궁금했다. “엊그제도 저희 딸이 미국에 있다가 그저께 돌아갔는데요. 가족들에게 저는 60점짜리라며 살아왔는데 빵점짜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로지 제가 하고 싶은 일만 좇다 보니 소홀히 했던 부분도 적지 않죠. 많은 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한 점. 그것이 가장 미안해요”

그리고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도 갖게 됐다고. “ 제가 대외적으로 많은 인맥이 있다고 알려졌잖아요.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저는 친한 동료나 아는 선후배는 있지만 친구는 없더라고요. 친구라는 것이 내 일을 뒤로하고 위할 수 있는 존재를 말하는 거잖아요. 진짜 친구란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으로선 함께 하는 친한 동료가 진짜 친구죠”

어렸을 적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을 본인이 하고 있다며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는 그. “그래서 저는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가르치는 것보단 끊임없이 배우고 겪어보고 싶습니다. 10대 20대 때의 모험과 지금 현재에 모험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안정을 추구하는 나이다 보니 그 틀에 갇혀 작은 모험에도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전 그러고 싶지가 않아요. 물론 느닷없고 위험한 모험이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일들을 맡고 싶습니다”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살다 죽겠다는 조재현. “가족들에겐 미안하다. 다음 생애에 만나자. 그때에는 잘해줄게”라며 웃음 짓는 모습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욕심이 묻어났다. 앞으로 많은 쾌거를 이루어낼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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