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디자이너 인터뷰] 최범석 디자이너 “전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2014-12-12 11:03:11

[김민서 기자] 디자이너 최범석. 동대문 출신 디자이너, 고졸 출신 디자이너 등 그를 대변하는 수식어들은 참 많다.

세상 어떤 말로 그를 온전히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월 매출 30만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당당히 대한민국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로 우뚝 선 그에게서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얼마 전 12번째 뉴욕 컬렉션 참가와 함께 한국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단독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고 한국 TV프로그램은 물론 중국에서까지 숱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최범석 디자이너.

몸이 10개라도 바빠 보였다. 이제 한숨 돌리며 가까운 친구들과의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 ‘패션왕 코리아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소감은?

사실 큰 기대는 없었어요. 중국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시간이 너무 부족했거든요. 근데 마침 9화, 10화 촬영 직전에 중국 프로그램이 끝나게 돼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좀 미안하지만 기분은 너무 좋았어요. 만약 중국 프로그램 일정으로 계속 바빴다면 우승하기 힘들었겠죠.

‘패션왕 코리아 시즌2’ 출연은 어땠나요.

좋았어요. 다른 디자이너분들의 좋은 점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다양한 미션을 통한 경합으로 저도 조금 더 발전하게된 것 같아요. 좋은 추억이에요.

방송에서 보여준 의상도 물론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사실 클라라와의 로맨스로 더욱 주목을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클라라 그냥 좋은 동생이에요.(웃음) 신동엽씨가 워낙 재미있는 분이셔서 그렇게 재미있게 말씀 하신 거죠. 생각 외로 이슈가 많이 됐더라고요 그 부분이.

지금도 편하게 가끔 연락 주고받고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클라라가 워낙 성격이 좋아서.

얼마 전 2015S/S 뉴욕 컬렉션에 참가했다. 이번이 12번째 참가인데 소감이 어떤가.

벌써 12번째죠 오래됐다. 그때 정신이 너무 없었어요. 정말 바빴거든요.

당시 ‘패션왕 코리아 시즌2’와 중국 ‘여신의 패션’ 그리고 뉴욕 컬렉션까지 준비해야 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랐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요. 중국에서 프로그램 촬영 후 바로 뉴욕으로 갔어요. 쇼가 9월5일 12시 시작이었는데 제가 11시에 도착했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겨우 도착해서 패션쇼 관계자한테 연락을 했는데 백 스테이지로 바로 통하는 문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당황했지만 피날레 인사를 위해 사람들이 앉아있는 통로로 정신없이 뛰어 들어갔다가 다시 스테이지로 나와 인사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참 웃겼을 것 같아요.


정말 아찔했겠어요. 쇼 반응은 어땠나요?


아, 쇼 반응은 정말 좋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칭찬해줘서 행복하게 마무리 했어요.

팝업 스토어도 함께 진행했던데.

팝업 스토어도 잘 되고 저도 잘됐죠. 프레스도 잘 받고 너무 기분 좋게 이틀 밤을 보내고 왔어요.

팝업 스토어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요.

올해로 제너럴 아이디어가 미국에 진출한지 7년째에요.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 제너럴 아이디어가 뉴욕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소호 거리에서 진행했죠.

생각보다 뉴욕 현지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주었어요. 반응도 좋았고. 다음시즌에도 팝업 스토어를 준비할 생각이에요. 매 시즌마다 준비해 볼까 해요.

뉴욕 컬렉션 최대 참가 디자이너로서 주위 반응은 어떤가.

많이 격려해줘요. 한국 디자이너들 중 해외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거든요.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앞으로 제 후배들도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

고태용 디자이너도 계속 뉴욕 컬렉션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서 함께 더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12번의 뉴욕 컬렉션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애착이가는 쇼가 있다면?

첫 번째 쇼. 아무래도 처음이 가장 기억에 남죠. 모든 것이 낯설었고 서툴렀어요. 처참하게 짓 밟혔어요. 자존심이. 뉴욕에 떠나기 전날 가깝게 지내던 지인의 자살소식을 들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쇼 반응도 별로였어요. 상처를 많이 남긴 첫 경험이었죠.

그리고 11번째와 12번째 쇼. 반응이 가장 좋았거든요. 저도 만족했던 쇼 였어요. 그리고 12번째는 너무 바쁘게 흘러가서 기억에 남아요. 아쉽기도 하고.

디자이너라는 직업, 어떤 의미 인가요 본인에게

도전. 끊임없이 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들어 주는 직업인 것 같아요. 고통스럽거나 힘들 때도 많지만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아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동대문에서 'Mu'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하던 중 갑자기 파리 컬렉션에 다녀와서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는데 갑자기 파리 컬렉션에 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글쎄요. 사실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 당시 뭔가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았던 시기였거든요. 근데 그게 정확히 뭔지 몰랐어요. 내가 정말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다 홍은주 디자이너 선생님을 만났어요. 우연한 계기로. 함께 파리에 가자고 하셨어요. 너무 좋았죠. 스텝으로 열심히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하고 파리로 갔어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파리에서 있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였던 것 같아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다짐 했던 순간이.

서울 컬렉션 관계자에게 일주일 만에 7벌의 의상을 만들어 보였다고 하던데.

사실 많이 거절당했어요. 네가 뭔데 디자이너가 되려고 하냐고. 무시도 당했어요. 아주 많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의상을 만들었어요. 잠도 거의 못 잤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제가 학교를 거의 안 나왔잖아요. 졸업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상태라 ‘이게 내 졸업 작품이다’라고 생각하고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것 같아요.


이후 첫 서울 컬렉션 참가.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랬던 것 같아요. 경험이 없잖아요 저는. 백 스테이지에서의 경험도 없고. 아무것도 몰랐죠. 정말 서툴렀어요. 하나부터 열 가지 모든 것들이.

정신없는 와중에 스텝이 저한테 다가와서 그러더라고요. 나가서 인사할 순서라고.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심장이 엄청 뛰었어요. 그리고 나가서 인사를 하고 플래시 세례를 받았는데 그때의 감동이란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절대.

어려운 시간들이 지나고 현재 디자이너로서 정상에 섰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의 위치에 만족하는가.

늙었어요.(웃음)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지금도 더 알아야할 것 들이 많지만 예전에 비해 실력도 조금 는 것 같고.

아, 얼마 전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최범석 예전에 비해 인기 많이 떨어졌다고. 사실 인기는 언젠가 사그라 들기 마련이잖아요. 대신 그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더 재미있어요. 요즘 옷이 더 좋아졌어요. 예전보다 더. 그리고 옷 외에 다른 것들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디자이너로서 완벽한 모습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활약을 보이는데, 디자이너로서의 방송출연에 대한 주위 반응은 어떤가.

글쎄요. 딱히 뭐 특별한 이야기는 없어요. 반반인 것 같아요.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사람과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근데 저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단 제가 판단하고 결정하거든요. 그렇다고 엄청 방송에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디퓨저, 향초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최근 트렌드로 미루어볼 때 향초, 디퓨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 역시도 관심이 많았으니까. 그래서 향기 디자인에 도전했고 결과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또 다른 계획은.
화장품.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물론 향기 쪽도 더 깊이 공부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런던 컬렉션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주저되기도 하고 불안한 부분도 많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이 있거든요.

또 중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인데 뷰티쪽으로. 그래서 중국어 공부도 하고 있어요. 아, 중국어 정말 어려워요.


나만을 위한 계획은.


그동안 많이 바빴잖아요. 그래서 여행을 좀 가려고요. 연말에 친구들과 배타고 20일 정도 여행을 가요.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하거든요. 배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이루고 싶은 목표는.

지금 현재 각 나라별 인지도 있는 스토어에는 거의 입점 되어 있어요. 파리 메르시, 홍콩 아이티, 일본 빔스 등 하지만 많은 제품을 판매하진 않거든요.

좀 더 다양한 상품으로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제가 더 노력 해야겠죠.

디자이너로서 행복한 순간은.

디자이너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때. 나에게 일을 맡길 때. 수많은 디자이너 중에 ‘나’라는 사람을 선택하고 믿어줬다는 부분에서 행복을 느껴요.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최범석이란.

‘운이 좋은 사람’ 전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물론 죽을 만큼 노력하기도 했지만. 운이 없었다면 지금의 최범석이 있었을까요. (사진출처: 제너럴 아이디어, SBS ‘패션왕 코리아 시즌2’ 방송 캡처)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 ‘이색변신’ 화보 속 스타들의 딘트룩
▶ [헐리우드★ 패션] ‘레옹’의 귀여운 꼬마숙녀… 나탈리 포트만
▶ 오피스룩? 이제는 오피스 액세서리로 스타일을 완성할 때
▶ ‘싸이하이 부츠’의 치명적인 매력
▶ 아름다운 겨울, 주얼리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