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져

[김성률의 에베레스트 다이어리 ①]  가자! 에베레스트를 향하여…

2014-09-26 09:54:02


2009년 2월22일 일요일.

미리 맞추어 둔 핸드폰에서 모닝콜이 울렸다. 새벽 4시. 침대에서 일어나보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깜깜한 방에서 헤드랜턴을 찾느라 한참을 헤매다가 간신히 카고백과 배낭을 꾸리고 출발준비를 마친다.

혹시라도 늦을까봐 샤워도 못한 채 카고백을 들고 프론트 데스크로 간다. 아직 졸리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멍한 호텔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니 전화번호를 모른단다.

“호텔에서 택시 전화번호도 하나 모르나? 이것도 호텔이라고…” 타멜의 한국인 숙소 네팔짱에서 소개해주었지만 도무지 칭찬할 곳이라고는 없는 임팔라호텔을 나와 마낭호텔 방면 큰 길로 걸어나가 본다. 다행히 불이 켜진 택시 한 대가 서있다.

새벽인 점을 감안해서 공항까지 400루피를 주기로 하고 (보통 200 - 300루피가 타멜에서 공항까지의 평균적인 택시요금이다) 깜깜한 새벽길을 30여분간 거침없이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공항문은 닫혀 있다. 6시 15분에 출발하는 항공편인데 공항문은 5시 45분에 열린단다.

아직 쌀쌀한 공항에서 본대(本隊)를 빠져나와 에베레스트로 가기로 굳은(?) 약속을 한 세 사람은 덜덜 떨며 공항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친절한 공항 직원(?)이 카고백을 옮겨 주며 계속 말을 걸어온다.

“내가 이곳 카투만두 국내선 청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는데 말이지. 여기 비행기는 언제나 늦게 출발해요. 그러니 걱정일랑은 붙들어 매란 말씀이야.” 한 시간 가까이를 기다려 간신히 공항으로 들어가 짐수속을 한다. 친절한 공항직원(공항의 정규직원은 아니고 포터 같아 보였음)이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짐을 옮겨주곤 팁을 달란다.

우리나라의 웬만한 버스터미널보다도 작은 국내선 청사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탑승수속을 하려니 남자는 남자 보안요원이, 여자는 여자 보안요원이 몸을 더듬어 몸수색을 한다.

공항버스를 타고 활주로로 이동하여 프로펠러 소리도 요란한 비행기(Yeti Airline)를 타니 스튜어디스는 솜과 사탕을 나누어준다. 아마도 기내에서 솜을 나누어주는 항공사는 네팔에만 있지 않을까? 그런데 사실 귀를 막지 않으면 귀가 먹먹할 정도로 엔진소음이 크다.

비행기는 출발 예정시간을 한 시간 가까이 넘겨서야 활주로를 박차고 힘찬 이륙을 한다. 그런데 카투만두발 루크라 도착 비행기는 제 때 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비행기 창 너머로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름 위로 불쑥불쑥 솟아오른 설산들은 수 없이 많고도 웅장하여 어느 산이 에베레스트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약 30여분의 비행 끝에 기체는 추락하듯 급격히 활주로에 착륙한다.

루크라(Lukla) 공항이다.




















>>> 2편에 계속

[김성률의 히말라야 다이어리 ①] 안나푸르나를 향하여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56) 설악산 노적봉 한편의 시를 위한 길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63) 인수봉 여정길 / 태숙·말숙 씨가 개척한 그길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73) 불곡산 ‘악어의 꿈길’ / ‘산머루산다래’의 꿈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76) 설악산 미륵장군봉 타이탄길 /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