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기자] “지금 무슨 색 팬티 입고 있어요?”
실제로 말했다가는 뺨이라도 얻어맞을 듯 한 이 대사는 현승이 윤정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건네는 첫마디다. 화낼 법도 하지만 윤정은 유쾌하게 팬티의 색깔과 모양, 브랜드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자신의 성적판타지, 그리고 고민을 상담하는 희한한 관계이기 때문.
11월2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나의PS파트너’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타이틀 만큼이나 낯선 ‘폰섹스’를 소재로 한다. 남녀가 오로지 전화 통화로서만 성적 희열을 느끼는 폰섹스는 시각정보가 결여돼 있지만 그래서 더 흥분되고 솔직할 수 있다. 우연한 기회로 파트너가 된 현승과 윤정은 살을 나눈 연인보다도 더 내면에 가까운 이야기를 나눈다. 실제로 얼굴을 맞닥드리기 전까지 말이다.
전작 ‘청춘그루브’를 통해 청춘의 꿈과 좌절, 사랑을 독창적으로 그려냈던 변성현 감독은 상업영화 데뷔작인 ‘나의PS파트너’를 쉽게 꺼내기 힘든, 개개인의 성적판타지로 채웠다. 마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낄낄거리듯 영화는 음담패설을 벌이는데 거침이 없다.
직설적인 성적 내용이 가득하지만 변 감독은 코미디보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더 주안점을 뒀다. 현승을 중심으로 한 두 친구(김성오, 문지윤)와 윤정을 가운데 둔 친구들(정수영, 김보미)가 나누는 수다는 단순 음담패설이기 보다는 30대를 전후한 남녀의 고민을 담고 있다. 남자들이 성기 길이에 집착하는 것도,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단어를 남발하는 것도, 성관계의 뜸함에서 오는 유부녀의 한탄이 웃기기 보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지성과 김아중이 반갑다. 지성은 억지로 망가지기 보다는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은 30대 남성의 비루한 모습을 과장 없이 담았다.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에서 관객들이 사랑했던 허당끼 가득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다시 한번 뽐냈다. 그는 자신이 예쁜걸 알고,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배우다. 관객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 줄 듯 한 시각, 청각적 도발은 ‘나의PS파트너’의 장점 중의 하나다. 파격노출을 선보인 신소율의 용기도 인상적.
극중 현승은 윤정의 팬티에 대해 물었지만 사실은 그 속(?)이 더 궁금하다. 더 나아가서는 윤정의 속마음이 더 그렇다. 음담패설로 포장되어 있지만 진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상대방의 속마음이다. 평행선을 그릴 법 했던 남녀 간의 거리는 오묘한 순간에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 순간을 ‘나의PS파트너’는 꽤 그럴듯하게 잡아냈다.
지성과 김아중이 함께, 혹은 각자 부르는 음란한 팬티송은 보너스다. 러닝타임 114분. 19세 이상 관람가. 12월6일 개봉.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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