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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퀴퀴한 미쓰리의 공감백배 ‘어쨌거나 청춘!’

2011-07-15 09:41:39

[이현아 기자] 색 바랜 크래프트지 바탕 위에 펼쳐지는 별것 없는 이들의 별것 아닌 소소한 일상은 별나게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다. 바로 특별할 것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오픈칼럼에 ‘미쓰리의 어쨌거나 청춘’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 이보람은 네이버 도전웹툰 ‘미쓰리의 퀴퀴한 일기’로 데뷔하여 단행본까지 펼친 인기작가다. 평범하지만 늘 정곡을 찌르는 감성과 유쾌한 캐릭터들은 많은 이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막 30대로 접어든 그녀는 왜 웹툰을 그리게 됐냐는 물음에 “직장에 다니다가 체질에 맞지 않아서 그만뒀다. 생각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라, 회사생활이 어렵더라”며 “백수인데, 할 일은 없고 마냥 놀기만 할 수는 없고 그러다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긴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에 대해 금방 알 수 있었다. 작가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표정을 짓는다 해도 그의 웹툰 속 주인공과 너무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마냥 놀 수는 없어서’라고 담담히 말하는 도중에도 웹툰 속 주인공에게 녹아있는 외로움이나 생각들이 전해져 전혀 가볍지 않게 들려왔다.

그가 교보문고에서 연재하고 있는 ‘미쓰리의 어쨌거나 청춘’은 남들은 취업이다 뭐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 시기에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잉여 아닌 잉여 ‘현정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야기다. 잘나가는 현정이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이대리’와 백수커플이었지만 헤어지고 직장까지 잡은 전 남자친구 ‘민규’ 등 그의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옆집언니처럼 친근하다.

이보람 작가는 “웹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나 에피소드들은 모두 나에게서 나온다. 어느 하나 정이 안가는 캐릭터가 없다. 그래서 내 웹툰에는 악역도 없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통해 하는 얘기가 모두 내 이야기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삶도 그렇다. 그저 특출나지 않은 모두가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그녀의 무심히 툭툭 내뱉는 듯한 말들은 가슴에 오래 박힌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아마 내가 구려봐서 그런 것 같다. 내가 구리게 살아봐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마인드가 찌질하다. 밥풀만한 생각으로 만리장성을 쌓는다든지, 남들보다 훨씬 예민해져서 가끔 내가 봐도 바보 같다,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찌질해진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기 안에 갇혀봤기 때문에 짧은 웹툰 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딱 꼬집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작가 이보람의 추종자들은 대부분 ‘청춘’이라는 열병을 앓고 있는 20대들이다. 누가 꽃다운 나이라고 했던가. 마냥 어리지도, 그렇다고 모든 걸 알아내지도 못한 어중간한 청춘들이 바로 20대다. 그녀에게 청춘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청춘? 그냥 흘러가는 것?”이라고 되물었다.

그는 “청춘이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10대, 20대, 이제는 30대. 그저 시기별로 그때 그때 겪어야할, 지나가가야 할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온 몸으로 온전히 느끼는 것, 그런 것들을 쌓아나가는 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게 그런 것 같다. ‘어쨌거나 청춘’에서 현정이나 민규처럼 그런 사소한 일들을 겪어나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청춘이 늘 빛나는 것은 아니다. 때론 현정이처럼 남들은 경주를 시작했는데 자신만 아직 출발선에 서있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 민규처럼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갈팡질팡 헷갈리기도 하고, 민규의 새로운 여친처럼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기 싫어 무심함으로 자신을 꽁꽁 무장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느 순간이 되면 모든 것이 누렇게 낡은 크래프트지처럼 그립기 때문에 ‘어쨌거나 청춘’이 아닐까. (사진출처: 북뉴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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