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권남기의 맛있는 영화 이야기] 오늘의 요리 '판타스틱 소녀백서'②

2010-12-29 13:45:50

[안현희 기자] 권남기의 맛있는 영화 이야기- 오늘의 요리 '판타스틱 소녀백서'

주방장 : 권 남 기
오늘의 추천 메뉴 : <판타스틱 소녀백서>
요리 종류 : 코미디, 드라마, 멜로
주재료 : 버스/졸업/독립/섹스/우정/LP 레코드판

♣ 메인 요리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니드’와 ‘레베카’는 당장이라도 집에서 나와 같이 살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끝난 줄 알았던 이니드의 고등학교 생활이 학기 중 F 학점을 맞은 과목 때문에 연장되고 그녀들의 계획은 조금씩 틀어지게 된다. 하루를 장난 전화하기, 알바생 괴롭히기, 음식점 직원 놀리기 등으로 소일하던 이니드와 레베카. 그러던 중 장난 전화를 건 남자를 관찰하던 이니드의 마음속에 작은 파문이 인다.


마흔 살에 오래된 레코드를 모으며, 여자에겐 전혀 인기가 없는 시모어(스티브 부세미)에게 어느 순간 관심을 갖게 된 이니드는 시모어에게 여자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고군분투한다. 이니드가 시모어에게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레베카와 점점 멀어지게 되고, 그녀들의 독립생활 또한 자꾸 연기되게 된다. 결국 시모어에게 새 여자 친구가 생기자 이니드는 자신이 설 곳이 없어지게 된다. 또한 학교 전시회 출품한 이니드의 작품이 학부모들의 반대에 전시도 못하게 되고, 아빠 덕에 취직한 직장에서 짤리고, 레베카와의 독립생활도 결국 실패하게 된다. 여러 실패를 거듭한 이니드는 유령 같은 도시를 떠나기 위해 이른 새벽 조용히 버스에 오른다.

♣ 바삭거리는 후라이드 치킨의 맛
고소한 냄새, 바삭거리는 첫 맛, 부드러운 속살. 먹으면 먹을수록 땡기고, 십대에겐 간식으로, 장년층에겐 술안주로, 저녁 야식으로 너무도 맛있는 후라이드 치킨. 영화에서 시모어는 치킨 회사 부지배인으로 9년간 일했다. 그런 그가 즐겨 먹는 것도 후라이드 치킨이다. 이 영화는 후라이드 치킨처럼 바삭거리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 이니드의 바삭거리는 성격과 레베카의 부드러운 성격이 동시에 느껴지며, 자꾸 먹고 싶어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 요리의 백미

이니드에게 많은 기회가 있었다. 레베카와 독립생활의 기회, 예술 대학으로의 장학생 기회, 직장 생활의 기회, 시모어와의 사랑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 등. 그러나 이니드는 이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것은 버스 정류장의 할아버지 노먼처럼 그 동네를 떠나는 것. 여기서 버스는 어느 한 사람에게 다가오는 기회라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 기회를 놓치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니드는 마지막에 끝내 버스에 올라탄다. 그녀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를 선택한 것이다. 새벽 거리 떠나가는 이니드의 버스 앞으로 푸른 여명이 떠오른다.

♣ 디저트
1.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괴짜 그래픽 노블 작가 ‘다니엘 클로우즈’는 어느 날 시카고 빈민가를 걷다가 허름한 벽에 있는 낙서를 보게 된다. 창고 문 위에 지저분하게 갈겨써진 갱들의 낙서 사이에 누군가 'Ghost World'라고 선명하게 써놓은 것. 그 단어에서 영감을 얻은 다니엘 클로우즈는 패스트푸드점과 쇼핑몰로 가득 찬 획일화된 미국 현대 사회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여 '유령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니드와 레베카를 주인공으로 한 독창적인 만화 <고스트 월드>를 탄생시켰다.

2. 이 영화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로케이션 했으며, 즈위고프 감독은 <크럼>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만화가 ‘로버트 크럼’의 딸 ‘소피 크럼’이 미술에 재능이 있는 것을 기억하고는 그녀의 스케치북에서 필요한 그림들을 얻어 이니드의 미술 수업 장면에 사용했다.

3. 극중 시모어의 방에 있는 엄청난 레코드 음반은 감독이 직접 보관하던 약 1500개의 78회전 레코드가 이용되었다. 영화에는 78회전 레코드판을 통해 흘러나오는 20년대~70년대 블루스 등 낯선 곡들이 많이 나온다. 오프닝에 나오는 곡은 60년대 인도의 로큰롤 음악 "테드 라이온스와 새끼 호랑이들"이라고 한다.



♣ Tip: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책의 한 형태로, 보통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래픽 노블은 대체로 보통의 만화 잡지보다 튼튼하게 제본되어 있으며, 인쇄 도서와 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만들고, 가판대보다는 서점이나 만화 가게 등지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독자층은 아이들보다는 성인층으로 설정되어있으며, 일반적인 만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어둡고 음습한 내용을 다루는 경우도 많다. ‘에디 캠벨’은 "그래픽 노블은 어떤 형식보다는 운동을 의미한다. 독자들에게 뭔가 당황스러움을 주고 작품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에 바로 그 목적이 있다." 라고 이야기 했다. 그래픽 노블의 걸작으로는 ‘프랭크 밀러’의 <300>이나 <씬시티> 등이 있다.

(사진출처: 영화 '판타스틱 소녀백서' 스틸 컷)
■ 글: 권남기(영화감독&시나리오 작가)
■ 일러스트: 권경민(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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