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렌드

패션 기업, 디자이너를 품다

2012-04-03 11:18:32

[곽설림 기자] 국내 패션 기업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와는 별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던 국내 기업이 국내 디자이너들과의 만남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유명한 외국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라이센스를 계약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던 국내 패션기업의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최근 한국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직접 인수하거나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들은 디자이너와 ‘운명 공동체’가 되는 길을 택하며 브랜드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별 볼일 없이 여겼던 국내 디자이너들을 국내 기업이 달라진 시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패션 기업의 움직임은 패스트 패션이라 불리는 SPA 브랜드의 인기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패션 트랜드에 길들어 있는 대중들의 입맛을 고급 퀄리티와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사로잡겠다는 것이 기업들의 포부다.

패션 기업과 디자이너들의 만남은 과연 ‘스트 패션’ SPA 브랜드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그 속사정을 속속들이 살펴봤다.


최근 패션 기업에서 디자이너의 영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단순히 일회성의 프로젝트가 아닌 브랜드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디자이너 브랜드를 직접 인수하거나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컨셉코리아3 브리핑 및 한국 패션의 새로운 방향 모색’ 정책간담회에서 제일모직의 이서현 부사장은 “글로벌 패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4~5명의 스타급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디자이너 양성에 대한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제일모직은 스타급 디자이너를 직접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이는 브랜드를 디자이너의 감성과 유니크함으로 한층 고급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2003년 구호의 인수로 인연을 시작한 디자이너 정구호는 현재 제일 모직 전무로 재직하며 제일모직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구호, 헥사 바이 구호, 르베이지, 데레쿠니 등 여성복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또한 ‘준지’ 컬렉션으로 전 세계 패션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정욱준은 삼성패션디자인펀드의 수상자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면서 연을 이어왔다. 여기에 최근 신사복 및 남녀 잡화 부문의 디자인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그를 영입하며 정구호 디자이너와 ‘투톱’ 체제를 구축시켰다.

정구호의 입성으로 막강한 여성복 라인업을 구축한 제일모직은 정욱준과 함께 남성복 라인업을 강화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또한 과거 힙합 브랜드로 큰 인기를 끌었던 후부를 재정비하기 위해 디자이너 서상영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 경쟁력 강화를 모색했다. 디자이너 서상영의 영입을 통해 후부의 디자인력을 강화하고 디자인의 독창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차별화된 브랜드로 키워나가기 위함이다.


코오롱 역시 디자이너를 통해 브랜드 도약에 힘쓰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디자이너 석정혜의 잡화 브랜드 쿠론을 인수, 브랜드의 다각화를 꾀했다.

최근에는 스타 디자이너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쟈뎅뜨슈에뜨를 공식적으로 인수하고 김재현을 이사로 임명해 패션계의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코오롱 FnC은 자뎅드슈에뜨가 글로벌 패션기업 도약을 위한 첨병 역할과 여성복 사업의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스타급 디자이너들의 영입에 대해 패션 업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이미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인정받은 이들과의 협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만남은 브랜드의 고급화뿐 아니라 브랜드가 ‘터닝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는 시점을 제공한다. 그동안 침체했던 브랜드는 디자이너의 감성과 유니크함으로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으며, 처음 대중과 만나는 브랜드의 경우에는 디자이너의 인지도를 활용, 쉽게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다.

복수의 패션 전문가들은 이러한 만남은 국내 패션 시장이 한층 고급화될 수 있는 주요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SPA 브랜드들의 점령으로 패스트 패션, 저급 퀄리티의 오명을 벗지 못했던 국내 패션 시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주요 키워드로 지목하고 있는 것.

패션 기업과 디자이너의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자이너는 전폭적인 지지 아래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며 브랜드는 그 디자이너의 파급효과로 한층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경닷컴 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

▶튀어야 산다? “쇼킹종결자들”
▶스타 공항패션의 불편한 진실
▶행사장을 찾은 스타들의 BEST 패션

▶앗! 스타들의 반전 패션 “이건 몰랐지?”
▶레이디 가가 콘서트 패션, 어떻게 입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