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패션

드라마 속 악녀는 진화한다? 나이를 먹는다!

2012-10-16 12:12:52

[조현아 기자] 한국 드라마는 케이팝과 함께 한류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일본 등에서 한드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줄고 있다는 소식이다. 착한 주인공이 멋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지겨워졌다는 것이 그 이유.

실제로 그랬다. 한국 드라마는 주요 등장인물이 남자 둘 여자 둘로 고정되어 있으며 사각 관계로 서로 엉키는 것이 정석이다. 부드럽고 젠틀한 남자와 다듬어지지 않은 나쁜 남자,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가 등장한다.

패션도 비슷하다. 주인공보다 악녀 캐릭터가 더 스타일리시한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SBS 드라마 ‘패션왕’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던 것은 신세경이지만 더 스타일리시하고 능력이 있어 보였던 것은 유리였다.

신세경이 자신의 패션 센스를 과시하기 위해 소위 잘나간다는 여자 스타들은 다 입고 싶어 한다는 까르벤 미니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지만 레이스와 레오파드로 치장한 유리를 이기기에는 부족했다.

악녀는 부잣집 딸이다?


악녀들의 공통점 하나를 찾는다면 바로 돈이다. 드라마 속 악녀들은 대부분 주인공보다 부유한 가정환경과 자신의 사업체를 배경으로 사회활동에서 항상 대범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게다가 섹시한 몸매와 아름다운 미모까지 겸비한 완벽녀다. 결국 이렇게 보면 악녀는 부잣집 딸, 엄친딸이라는 단순한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나 최근 예외인 캐릭터가 등장한 적 있었다. 바로 40%대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2 국민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밉상 시누이인 방말숙이다. 그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야말로 가진 것은 외모, 허영심 뿐인 악녀였다.

된장녀의 표본을 보여준 그는 비록 가난했지만 자신을 가꾸려는 의지와 패션에 대한 필이 충만한 감각적인 여자였다. 하지만 그는 완판녀 대열에 들어서려는 순간 사랑에 빠졌고 착한 여자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동시에 패션도 함께 버린다.

악녀는 왜 패셔너블할까?


과거에는 여배우들이 악녀 캐릭터를 맡는 것을 다소 꺼렸다. 길을 지나가다가 배역과 실제를 혼동한 어른들에게 심한 말을 듣기 일쑤였고 강한 이미지가 다음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악녀 역을 맡아보고 싶다는 여배우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들은 극 중 파격적인 패션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으로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한순간 패셔니스타 타이틀을 갖게 된다.

드라마에서 의상은 그 사람의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수단이다. 따라서 스타일리스트들은 악녀들의 강하고 모난 성격, 차가움, 독기, 질투, 욕망 등을 볼드하고 유니크한 액세서리 금속 소재를 이용한 디테일, 화려하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컬러와 디자인으로 표현된다.

악녀도 나이가 든다?


지금 드라마 속 악녀를 여러 명 떠올려보자. 그들은 모두 젊고 섹시한 20대인가. 만약 그렇다면 편견을 버리자.

20대 악녀 이영아는 KBS ‘대왕의 꿈’에서 신라 시대 원조 팜므파탈 스타일을 보여주며 시선을 끈다. 그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붉은색과 노란색 등 비비드한 컬러를 사용한 의상을 입어 강렬한 인상을 내뿜는다. 또한 가슴골이 보이는 시스루 의상을 선택해 섹시하고 뇌쇄적인 매력을 과시한다.

30대 악녀의 대표는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박시연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모든 남자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로 럭셔리한 스타일링이 눈에 띈다. 깔끔하게 자른 단발과 화려하게 빛나는 금색 재킷과 레드 악어백이 도도함의 끝을 연출해준다.

SBS ‘다섯 손가락’의 채시라가 선보이는 40대 악녀 스타일은 최근 청담동의 워너비 스타일로 급부상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실크와 트위드 소재, 세심한 디테일, 절제된 액세서리, 톤 다운된 컬러, 특피 소재의 가방 등으로 흐트러짐 없는 명품 스타일을 추구하며 근접할 수 없는 위엄을 자랑한다.

언제나 질투와 욕심으로 가득 차 세월도 이겨버릴 것 같은 악녀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 나이가 들고 스타일이 변하게 마련이다. 20대에는 비비드하고 화려한 색감, 노출, 명품으로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고 상대방을 무시한다. 반면 40대에는 다른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고급스러운 소재로 자신을 차별화, 우월화해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스타일이 변한다고 해서 악녀의 본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진출처: KBS ‘대왕의 꿈’, ‘적도의 남자’,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넝쿨째 굴러온 당신’, SBS ‘다섯 손가락’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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